물구나무서기

2021.10.20 | 조회 6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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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mem

영감을 주는 메시지.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좋은 문장들.

# 물구나무서기

"엄마, 나 지금 당장 아이를 낳아야겠어. 정자를 기증받아서." "그래, 그럼 엄마가 병원 알아볼게." 이게 우리 엄마다.

"여보, 사유리가 정자를 기증받아서 임신을 했어." "사유리만 안 죽으면 돼. 사유리만 죽지 않으면 난 상관없어." 이게 우리 아빠다.

"내 나이 마흔, 폐경이 코앞이다. 이젠 오직 임신 생각뿐이다." 이게 나다.

"저 물구나무서도 돼요?" 일본 출신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42)씨는 상의를 바지춤에 집어넣더니 다리를 휙 들어 올려 물구나무를 섰다. “오래전부터 텀블링을 해보고 싶어서 계속 연습하다가 임신하고 그만뒀거든요.” 텀블링이 하고 싶은 이유를 묻자 “필링(feeling)”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저는 그냥 느낌대로 살아요. 하고 싶다? 그럼 하자. 하기 싫다? 그럼 하지 말자. 내가 하고 싶으면 마음속 깊은 곳에 분명히 이유가 있을 테니까요.

“좋은 일을 해도 비판하는 사람은 있잖아요. 자신과 생각이 다르면 무조건 비판하고. 특히 누군가 새로운 도전을 하면 많은 사람이 두려워해요. 그 사람을 미워하기도 하고요. 그런 마음도 이해는 가요.”

나중에 젠이 공부를 못해서 속상해한다면 뭐라고 해주고 싶으세요? “역시 내 아들이구나! 잘했다! 엄마 유전자를 그대로 물려받았구나! 젠이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 찾아서 노력하면 그걸로 됐다고 생각해요.”

“돌아보니 저희 엄마가 ‘너는 머리가 나쁘다’거나 ‘넌 안 된다, 못한다’ 같은 말을 한 적이 한 번도 없더라고요. 제가 진짜 공부를 못했거든요. 초등학교 때 100점 만점에 2점을 맞아간 적도 있어요. 엄마는 그때마다 ‘그 정도로 못하는 것도 개성이다! 재밌다!’고 하셨지요. ‘사유리는 글을 잘 쓰잖아, 그럼 됐어’라고 자신감을 키워주시고요. 저도 그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그런데 함부로 말하는 걸 솔직하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무례한 사람이 스스로 ‘나 솔직한데 뭐 어쩌라고’ 하는 거죠. ‘너 살이 쪘네!’라고 남한테 말하는 게 솔직한 게 아니라, ‘내가 살이 쪘구나’ 하고 나 자신한테 솔직한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젠이 더 단단해질 수 있도록, 사람들에게 이런저런 말을 듣기 전에 스스로 행복해질 수 있도록 내가 열심히 노력해야겠다. (…) 젠을 가엾고 불쌍한 아이로 만드는 대신, 아빠 없는 아이로 태어나게 해서 미안하다는 말 대신, 엄마가 두 배로 사랑해주겠다고 이야기해주어야겠다. 젠이 행복한지 불쌍한지는 오직 젠만이 결정할 수 있다.

“저도 젠 앞에서 항상 춤추면서 웃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해요. 아이한테 ‘웃어라’ 하기보다 내가 스스로 웃으면 아이도 따라서 배울 테니까요.

“엄마들이 흔히 아이들한테 그냥 ‘안 돼’라고 하고 이유를 말하지 않을 때가 잦더라고요. 저는 최대한 이유를 설명해주려고 노력해요. 무엇 무엇 때문에 안 되는데 넌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는 엄마가 되고 싶어요. 항상 아이가 생각할 기회를 주는 게 좋은 육아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댓글 쓰는 사람이 내 인생을 대신 살아주지 않으니까. 그 사람들한테 좋은 말만 들으려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면 그 책임은 누가 지나요. 내 인생을 책임지는 사람은 나예요.

원문, 책 <아내 대신 엄마가 되었습니다>

 

# 수학자는 오직 재미를 추구하는 사람입니다

200년 전 사람들이 현대의 기계문명, 전자통신기술, 생명공학을 본다면 “마술”이라고 밖에는 표현할 수 없을 거에요. 이 찬란한 기술을 우리는 매일 체험하죠. 비행기에서, 인터넷에서, 병원에서. 그런데 이에 비견할 만큼의 놀라운 혁신이 수학에서도 일어났다는 것을 아시나요? 안타깝게도 이러한 발전은 잘 알려지지 않고 있어요. 고등학교 과정에서는 19세기 이후의 수학을 거의 다루지 못하고 있거든요. 21세기의 학생들이 18세기의 수학에 머무르는 현실, 어떻게 하면 이 간극을 좁힐 수 있을까? 현대 수학은 무얼 다루는지, 수학자는 어떤 문제를 아직도 풀고 싶어하는지. 이러한 이야기를 다루고 싶은 열망에서 시작한 책입니다.

식당 배달부를 하면서도 끝내 수학을 포기하지 않은 이탕 장, 시력을 잃고도 20세기 러시아의 가장 위대한 수학자가 된 폰트랴긴 등 장애와 두려움에 맞선 수학자들을 이 책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수학자란 어떤 사람들일까요? 수학자는 오직 재미만을 추구하는 사람이에요. 현실의 제약이 없는 자유로운 상상에 빠져 사는데, 재미가 없는 일을 할 리가 없죠. 그리고 수학자는, 현실이 고단하더라도 고요한 마음을 유지하려고 노력합니다. 잔잔한 마음의 호수를 바라보다가 미세한 물결처럼 상상의 연쇄가 일어나서 순식간에 멋있는 수학을 완성하곤 하죠.

이 책은 천천히 읽을 것을 권하고 싶어요. 맑은 눈과 고요한 마음을 준비물 삼아 차분히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예쁜 상상의 연쇄가 독자의 마음 속에도 일어날 겁니다.

여러 번의 수정을 거쳐 나온 제목이긴 합니다만, (제목에) 상상이라는 키워드는 빠진 적이 없어요. 세상에 없는 것을 생각한다는 사전적인 의미보다는 그 어원에 주목했어요. 한자로 풀어보면 모양(像)을 생각(想)한다는 뜻이죠. 영어의 imagination 역시 마음 속에 그림을 그린다는 어원을 가지고 있어(image)요. 상상이라는 단어를 통해, 수학은 마음 속에 떠오르는 그림이라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어요. 수를 다룰 때에도, 도형을 다룰 때에도, 확률을 다룰 때에도. 일견 복잡한 수학도 결국 잘 이해하고 나면 명확한 하나의 그림이라는 거죠.

학교에서, 직장에서, 교양으로… 우리가 수학을 공부하는 계기는 다양하지만, 마음 속에 그림을 그려보는 작업은 모두 도움이 되어요. 그래프나, 도식이나, 마음 속의 시뮬레이션 등. 적어도 수학의 경우, 이렇게 그림을 통하여 이해하면 강렬한 지식을 마음에 남길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수학 문제풀이에 고민하는 수험생과 학생들에게) 그럴 때 도움이 되는 생각은 나 자신에게 말해 주는 거에요. “너는 너 자체로 소중한 사람이야. 네 존재가, 살아있음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몰라. 세상은 너를 평가하려 하겠지만, 그것은 너 자신을 규정짓는 것이 아니야. 너 자신을 더 믿어야 해. 너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만큼, 너 자신도 좀 더 사랑해 주고 위로해 주길 바랄게.”

원문

 

# 어른들의 동화

동화 속 인물들은 새로 고침의 폭이 넓다. 성장 중인 인물이 만드는 서사의 역동성은 남다르다. 아동문학을 읽는 시간은 어른에게도 자신의 과거를 재정립하는 경험을 안겨주며, 아동문학의 비판 정신은 약자와 연대한다. 동화의 세계가 지닌 항상성은 위기에서 내려와 연착륙 가능한 마음의 활주로를 열어준다. 오늘 엉엉 울었다 해도 내일 또 만나서 놀 수 있을 거라고 약속한다. 본래는 불안에 잠 못 드는 어린이를 안심시키기 위한 약속이었지만 지친 어른도 다독이는 말이다. “내가 자라면 세상은 달라질 거야”라는 어린이의 장담도 그렇다. “달라질 거야”라는 말을 들으면 기운이 난다.

그래서인지 어른들이 동화를 자주 찾는다는 통계가 나오면 그만큼 성인의 우울지수가 높아졌다는 신호는 아닐까 들여다보게 된다. 아동문학이 현실의 절망을 대체할 무해함으로만 호출되는 것은 아닐까 염려되는 것이다.

트렌드나 콘텐츠로 어린이를 대하는 우리들의 태도 안에도 이와 유사한 이중성이 있다. 어떤 존재가 무난한 호감과 함께 회자된다는 것은 그 존재의 개별적 권리가 정확히 반영되지 않고 있으며 포괄적 옹호의 감정 안에 주체의 목소리가 뭉뚱그려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물론 최근의 어린이 열풍은 과거의 어린이 향수와 상당히 다른 측면이 있다. 어린이를 하나의 세계로서 정중하게, 독립적으로 바라보려는 시선이 두드러진다. 어린이 곁에서 생활하지 않는 비양육자 어른들의 관심이 적극적인 점도 눈에 띈다.

원문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원문을 꼭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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