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타인들의 삶으로 이루어진 그물 속에서 차지하는 자리이다

2022.02.07 | 조회 631 |
0
|

remem

영감을 주는 메시지.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좋은 문장들.

# 세상 만들기

빙그레우스 세계관 광고로 반향 일으킨 남우리·송재원 스튜디오좋 공동대표 인터뷰

"진짜 나라를 세운다고 생각했다. 당시 카피라이터 팀원에게는 빙그레 세계관에서 쓸만한 국어사전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직급체계부터, 빙그레 세계 속 신을 뭐라고 불러야 하는지 등 단어 모음집을 집대성한 것이다. 또 우리는 병렬식 구조 세계관을 설정했다. 직렬식 이야기 구조면 하나가 잘못돼면 내용이 엉킨다. 팀원 각자가 자기 맘대로 하면서도 세계관이 꼬이지 않으려고 빙그레우스 캐릭터하에 모든 캐릭터가 병렬식으로 구성되도록 판을 짰다."

"삼양은 60년 된 기업이라 세계관 재료가 많기도 하고, 최초의 라면인 ‘삼양라면’과 최근 큰 인기를 끈 ‘불닭볶음면’을 동시에 갖고 있는 점이 재밌어서 작업했다. 신구의 대비다. 우리는 작업할 때 삼양 측에 사소한 것까지 다 말해달라고 했다. 회사가 60년을 버틴다는 건 이미 방대한 서사narrative가 그 안에 있다고 생각한다."

세계관을 만들 땐 ‘뻔뻔함’이 가장 중요하다. 세계를 만들기로 마음먹었으면 내가 그 세계를 믿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 광고 영상을 보면 ‘이 세상은 이런 세상이란다’라는 설명 없이 바로 시작한다. 그게 내가 사람들을 몰입시키는 방법이다. 그러려면 세계관을 만들 때 그런 설명 없이도 가시적으로 보이는 서사를 만들어야 한다.

원문

 

# 책 <종이 동물원> 켄 리우

  • 우리는 남에게 자기 이야기를 들려주려 애쓰며 평생을 보낸다. 그것은 기억의 본질이다. 그렇게 우리는 이 무감하고 우연적인 우주를 견디며 살아간다.
  • 민디는 내가 영웅이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단지 적당한 시점에 적당한 장소에 있었던 사람일 뿐이다. 해밀턴 박사는 호프풀호를 설계했으니 그 역시 영웅이다. 민디는 내가 잠들지 않도록 해 주었으니 역시 영웅이다. 내가 살아남도록 기꺼이 나를 보내 준 내 어머니도 영웅이다. 내가 옳은 일을 할 방법을 가르쳐 준 내 아버지도 영웅이다. 우리가 누구인지 정의하는 것은 타인들의 삶으로 이루어진 그물 속에서 차지하는 자리이다.
  • 하지만 가장 비정상적인 상황에 처했을 때가 아니면, 도대체 언제 사람을 판단할 수 있을까요? 평온한 시절에는 교양인의 탈을 쓰고 점잖은 척하기가 쉬운 일이지만, 사람의 진정한 본성은 암울한 시절에 막중한 압박감에 시달릴 때에만 드러나는 법입니다. 다이아몬드인지 아니면 시커먼 석탄 덩어리인지는 그때 비로소 알 수 있는 겁니다.

 

# 삶의 본질에 대해 사유해야 할 때

무섭게 쏟아지는 눈의 상징성은 압도적이다. 눈은 길과 숲과 마을과 경계선과 표지판을 뒤덮고 우리가 세계라고 생각해 온 모든 것을 하얗게 지워버린다. 욕망 속의 전진은 실제로 후퇴였거나 제자리걸음이었음이 드러난다. 빛과 소리와 온기가 사라지고 운동은 정지한다. 삶에서 인간을 에워쌌던 모든 것이 소거되면서 오로지 본질만이 이 무자비한 백색의 세상에서 살아남는다. 현실은 환영이 되고 존재의 심연에 묻혀있는 신적인 본성이 죽음의 공포에 대적하는 현실로 부상한다.

바실리는 죽어가면서 그동안 자신이 악착같이 매달려온 돈과 가게와 집과 토지를 생각했다. 어떻게 자기가 평생 그런 것들에 매달려올 수 있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는 니키타의 몸을 자신의 체온으로 녹이고 있는 동안 이제는 그 어느 것에도 연연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전 존재로 느꼈다. 각별하고도 장엄한 기쁨이 몰려왔다. 그는 자기가 지금까지 살아왔던 삶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이해하는 동시에 그것을 말소시켰다. 흰 눈은 비본질적인 조건뿐 아니라 그것으로 인한 비본질적인 삶의 방식까지 모두 지워버린 것이다. 

톨스토이에게 불멸은 종교적인 교리를 통해서가 아니라 못된 주인이 평생 무시하고 착취했던 하인에게 자신의 온기를 내어주는 행위에서 이루어진다. “바실리는 자신의 몸 아래에 있는 니키타가 체온을 되찾으며 살아나고 있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그러자 자신이 니키타이고 니키타가 자신이며 자신의 생명은 자신의 것이 아니라 니키타의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실리는 의기양양하게 중얼거린다. “살아있어, 니키타가. 그렇담 나도 살아있는 거야.”

원문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원문을 꼭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remem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제일 먼저 댓글을 달아보세요 !
© 2024 remem

영감을 주는 메시지.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좋은 문장들.

뉴스레터 문의remem@remem.so

자주 묻는 질문 서비스 소개서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53길 8, 8층 11-7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