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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례ritual는 특정한 절차를 정확하게 지켜야 하고 주기적으로 반복해야 한다. 이런 행위는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자기 내면에 나름의 질서를 만든다. 이런 질서는 불확실한 세계에 맞서 불안감을 줄이는 심리적 방어책이 된다.
테니스 선수 나달은 경기 전 강박장애 환자를 연상시키는 루틴을 밟는다. 경기 시작 전 반드시 차가운 얼음물로 샤워한다. 경기장 입장 때는 오른손엔 라켓, 왼손엔 가방을 들고 오른발을 먼저 경기장에 디딘다. 벤치에 가방을 놓은 뒤 대회 주최 측이 발급해 준 신분증에서 얼굴이 나온 쪽을 위로 향하게 둔다. 재킷 등 겉옷은 관중을 바라보며 여러 번 점프하면서 벗는다. 양말은 양쪽 높이가 똑같도록 조정한다. 서브를 정하는 동전 던지기 땐 점프를 반복하고 그 뒤엔 자기 쪽으로 지그재그 전력 질주한 뒤 베이스라인을 발로 쓸어낸다. 서브 전엔 반바지를, 이어서 왼쪽 어깨와 오른쪽 어깨를, 그리고 코와 왼쪽 귀와 코를 거쳐 오른쪽 귀를 쓸어서 정리한다. 물을 마실 때도 한 병에서 한 모금, 또 다른 한 병에서 한 모금 마시고 이 두 병의 상표가 똑같은 방향을 바라보도록 세심하게 줄 맞춰 세운다. 알려진 루틴만 해도 이렇다. 나달은 모든 대회, 모든 게임, 모든 포인트마다 이 행동을 무한 반복한다.
“그것들은 미신이 아니라 나 스스로 게임에 임하는 방법, 내가 머릿속에서 추구하는 질서가 주변과 일치하도록 정리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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