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어딘가 상상도 못 할 곳에, 수많은 순록 떼가> 켄 리우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들은 적잖은 경우에 우연과 돌발의 결과이다. 누구와 결혼하는지, 어떤 직업에 종사하는지, 어떤 책과 시에서 오래가는 즐거움을 얻는지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러나 삶을 무작위적인 사건의 연속으로 이해할 수는 없기에 우리는 그것들을 하나로 엮어 이야기를 짓고, 그 이야기에 플롯을 부여하고, 스스로가 이야기 속 인물이 되어 따라갈 성장 곡선을 창조한다. 우리는 저마다 각자가 만든 장대한 판타지의 주인공이다.
그러나 이야기는 단지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일을 이해하도록 돕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가 시간의 강을 건너가는 동안 길잡이가 되어 주기도 한다. 지금 있는 곳이 어디인지, 또 원래 출발한 곳이 어디인지 이해할 때 우리는 비로소 목적을 지니고 앞으로 나아가며 소중히 여기는 것들을 지키고자 싸울 수 있기 때문이다.
- "내가 얼마나 멍청한 놈이었는지 그제야 알겠더군요. 당신은 나에게 삶을 줬지만, 그렇다고 내가 당신을 소유할 수 있는 건 아니었어요. 사랑은 중력 같은 게 아니에요. 그냥 늘 존재하는 거라고,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선 안 돼요. 그러니까 나는 계속 그렇게 기다릴 게 아니라, 마땅히 내 손으로 삶을 개척해야 했던 거죠."
- 나는 존과 함께 보냈던 길고 긴 나날을 돌이켜보았다. 그런데 기억에 남은 날들은 너무도 적었다. 끝없는 시간을 손에 넣었다고 생각했기에 결국에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나는 선택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삶을 낭비했다.
- “여행은 말이야.” 리즈가 말했다. “우리 정신을 업그레이드하는 과정일 뿐이야. 내가 하는 일은 새로운 정신을 창조하는 거고. 그러니까 내 삶은 곧 수많은 정신과 만나는 과정인 거야.”
- 우리 진짜 엄마는 삶에서 정말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었다. 그것은 이토록 엉망진창인 세상에서도 살아가고자 애쓰는 진솔함이었고,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타인에게 가까워지고자 하는 갈망이었고, 우리 육체가 겪는 고통과 수난이었다. 엄마는 삶에 끝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인간인 거라고 가르쳐 주었다. 저마다에게 주어진 제한된 시간이 우리가 하는 일에 의미를 부여한다고. 우리는 죽음으로써 우리 아이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우리 아이들을 통해 우리 안의 일부가 계속 살아간다고. 그것만이 유일한 형태의 진정한 불멸이라고.
- "바깥에서 무슨 일을 겪을지는 나도 모른다. 인생은 모름지기 실험이니까. 하지만 눈을 감을 때가 되면 우리는 알 것이다. 우리 삶을 마음대로 휘두른 것은 누구도 아닌 우리 자신이었음을, 우리가 거둔 승리도 우리가 저지른 실수도 온전히 우리 자신의 것이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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