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 강상중
- ‘일’은 인생의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는 중요한 것입니다. 그런데 정작 왜 사람이 일을 하는지, 왜 일을 해야 하는지 정식으로 질문을 받는다면 무어라 답하면 좋을지 몰라 곤란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어떤 이는 ‘돈을 위해서’라고 단언하기도 합니다. 물론 그렇습니다. 사람이 살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니 생계를 위해 일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돈을 벌기 위해서라고 대답하는 사람일지라도 실은 ‘아니, 잠깐만. 정말로 그럴까?’ 하고 생각하게 되지 않습니까? ‘사람은 왜 일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간단해 보이나 실은 간단하지 않고, 누구나 아는 듯하나 실은 잘 모르고 있습니다.
- 그 어느 때보다 더욱 효율이나 성과를 바라는 직장에서 ‘나다움’을 추구하기란 몹시 어려운 일이겠지요. 그렇다면 이런 중압감에 짓눌리지 않기 위한 처방전은 없을까요? 있습니다. 그 처방은 바로 하나의 영역에 자신을 100퍼센트 맡기지 않겠다는 태도입니다. 일에 임하는 자세도 그렇고, 삶의 방식도 그렇습니다. 하나의 일에 전부를 쏟아 붓지 않는 것, 스스로를 궁지로 내몰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 사회인이나 젊은이들이 자주 하는 말 중에 ‘자아실현’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실제로 자아실현이라는 말이 사용되는 맥락을 보면 ‘지금의 나’는 임시적인 모습일 뿐 ‘진짜 나’가 아니고, 내 안에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훨씬 더 훌륭한 ‘진정한 나’가 있어서 그것을 목표로 삼아 매진하며 자신을 질타하고 격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커다란 함정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이 억압이야말로 현대인의 정신을 좀먹고 있기 때문이지요. 이는 눈에 보이지 않는 ‘이상적인 나’를 찾아 실현하라는 요구입니다.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한 인간으로서 나를 있는 그대로 인식하는 것, 바로 그것이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 자연스럽기 위해서는 자신의 내적 동기에 진정으로 귀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가치가 있다고들 하니 학습하는 모방 단계를 넘어 (그 일이) 나만의 동기와 사명감에 얼마나 부합하는지를 보아야 합니다. 이는 내면의 가치를 발견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목적의식과 뜻이 바탕에 없다면 아무리 다방면에 재능이 있다 해도 일을 통해 진정한 만족을 느끼지 못할 것이며, 또 진정한 의미에서 뛰어난 성과를 내지도 못할 것입니다.
- 내면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바로 인문 지식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인문 지식은 무엇보다도 인간이 살아가는 의미와 목적에 관한 것이며, 내면으로부터 삶의 의미와 목적을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 ‘모든 일에는 때가 있나니’라는 구절은 몹시 함축적인 말로, 인간이 무엇인가를 하려고 할 때 그 모든 것에는 적당한 때가 있음을 뜻합니다. 아무리 힘든 일이 있고 또 계속해서 나쁜 일이 이어진다 해도 반드시 ‘때’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초조해하거나 방심하지 말고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히고 살라는 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는 ‘지금’, ‘여기’를 열심히 살아가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모든 일에는 때가 있나니’라는 말은 유유자적한 듯 보여도 최종적으로는 몹시 냉정하고 침착한 예지인 것입니다. 지금은 불우하더라도 반드시 돌아올 시간을 믿고 기다릴 것, 그저 기다리기만 할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를 열심히 살면서 ‘그때’를 기다릴 것. 바로 그런 의미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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