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지니어 출신 에디터는 어떻게 직업인이 됐을까?
토스 손현 콘텐츠 매니저는 화학 공장 플랜트 엔지니어로 커리어를 시작해 매거진 B를 거쳐 토스팀의 콘텐츠 매니저로 일하고 있으며, 도서 출판/강연/인스타그램 운영 등 다양한 퍼스널 브랜딩 활동으로 자신의 업을 알려 인지도를 쌓았다.
(매거진 B의 객원 에디터로 합격한 비결) 특정 브랜드를 자세히 풀어내는 매거진 B의 포멧을 차용해 자신을 하나의 브랜드처럼 소개하는 포트폴리오를 작성했다. 필력, 이미지에 대한 감각 등을 보여주고자 직접 찍은 사진들과 블로그에 썼던 에세이 5편을 추려 넣었고, 3개월 동안 주말마다 틈틈히 작업함. 그 정도의 간절함과 열정이 있었다. 매거진 B의 인쇄용 종이를 납품하던 곳을 찾아가서 어떤 재질인지 여쭤보고 만들기도 했다.
주말을 활용해 객원 에디터 일 병행함. 객원 에디터 업무는 단순히 일이 아니라 본업에서 풀지 못한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프로젝트였다. 쉬는 시간이 줄어도 매거진에 적혀있는 자신의 이름을 보면 보상이 되더라.
정식 에디터로 전업 이후 초반에는 부담감이 느껴졌지만 이전 커리어를 부정할 게 아니라 강점으로 가져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면 엔지니어링 같은 제조업, 기술, IT 분야에 대한 이해도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을 활용, 취재를 할 때 관련 자료를 찾거나 전문가를 섭외하기에 용이했다. 보통 에디터들은 패션, 커머스 쪽에 관심이 많고 상대적으로 IT와 스타트업 분야에는 흥미를 느끼지 않는 경우가 많아 해당 분야를 적극적으로 맡음.
퍼스널 브랜딩을 시작하려면 내가 왜 퍼스널 브랜딩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 동기 부여가 돼야한다. 강력한 동기 부여가 선행돼야 한정된 에너지, 시간 등을 관리할 수 있다. 업무 관련 게시물을 올릴 때는 진행 과정에서 느꼈던 인사이트를 함께 정리한다. 성과를 자랑하기만 하면,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불편하고 공감하기 어렵다.
전업을 통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면, 우선 현재에 충실한 게 중요하다. 돌이켜 보면 어떤 산업, 직무에 있던 일의 속성은 어느 정도 연결돼 있더라. 엔지니어링 회사에서 습득한 기술이 글을 쓸 때도 유용했다. 현재에 충실하되, 가고자 하는 분야와 관련된 사이드 프로젝트 등 개인적인 활동을 해보는 것도 권장한다. 전업에 필요한 역량을 쌓고, 객관적인 자기 학습을 해보면서 방향을 확실히 정했다면 자신의 선택을 믿고 우직하게 나아가길 바란다.
# 스티브 잡스 전기 S
민음사에서 스티브 잡스 사망 10주기에 맞춰 960쪽짜리 <스티브 잡스> 특별 증보판 한정 수량을 제작했다. 소설가 장강명의 책리뷰.
"이 전기의 저술 과정에는 어떤 혁신도 없다. 반대로 놀랍도록 정석 그 자체다. 잡스를 포함해 수많은 업계 거물을 충실히 인터뷰하고 내용을 정리했다. 애플 제품과 다른 점이 바로 이 전기의 뛰어난 점이다."
"내가 이해하는 잡스는 본받을 만한 인물은 아니다. 아이폰이 소아마비 백신이나 허리와 함께 가슴까지 감쌀 수 있는 3점식 안전벨트에 견줄 수 있는 발명 같지도 않다. 하지만 잡스의 일대기는 흥분을 불러일으킨다. 모든 시스템이 촘촘해지고 개인은 왜소해지는 시대에, 그는 우리가 꾸는 꿈이다. 홀로 운명에 맞서 기어이 자기 뜻대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
"웃기는 이야기는 덤덤하게, 무거운 이야기는 가볍게. 내가 믿는 스토리텔링의 철칙이다. 독자를 흥분시키는 이야기는 차분하게 써야 한다. 바로 그렇게 잘 쓴 책이고, 나는 애플 제품보다 이 전기에 더 흥분한다."
# 김봉진 의장이 후배들에게
(실패를 계속 겪고도 일어설 수 있었던 원동력에 대해) 실패할 때는 너무 힘들다. 그걸 어떻게 이겨냈는지에 대해선 저도 잘 모르겠다. 살다보면 계획과 다르게 안 될 때도 너무 많다. 계획과 다르게 너무 잘될 때도 많다. 본인 의지와는 상관없다. 그럴 때일수록 하던 일을 꾸준히 하고, 기본기에 충실히 하는 게 가장 좋다.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기회는 온다. 힘든 시기엔 그걸 벗어나기 위해 너무 발버둥 치면 오히려 더 힘들다. '나는 왜 이렇게 안 되지.' '우리 부모님은 왜 나한테 돈을 많이 주지 못 했을까.' 여러 생각이 든다. 이런 때는 '힘든 시간이구나' 받아들이고 내가 하려고 하는 것들을 조금씩 꾸준하게 해보는 게 더 중요하다. 될 일은 되게 돼 있다. 안 될 일은 안 되게 돼 있다.
당시 모든 사람들이 아이폰이 들어오면 세상이 바뀔 거라는 걸 알았다. 왜 저는 조금 더 빨리 알았고, 확신을 가졌는지 말씀드리고 싶다. 제가 어렸을 때부터 디자인은 잘 하는 편이었다. 창의성이 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10년 동안 회사 다니면서 보니 무언가 안 되는 게 계속 있었다. 꾸준함이 부족했다. 그때 네이버 오픈캐스트라는 서비스를 통해 디자이너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웹사이트나 영상물 같은 것들을 하루에 한 번 소개했다. 2년간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올렸다. 토요일, 일요일, 명절, 무슨 일 있어도 올렸다. 계속 올리다보니 자연스럽게 제가 제일 전문가가 될 수밖에 없었다. 해외 뉴스라든가 스마트폰 변화도 더 빨리 읽을 수 있었다. 여러분들도 뭔가를 하겠다면 꾸준하게, 루틴하게 하는 것들을 반복적으로 해보기를 추천한다.
(스스로를 '경영하는 디자이너'라고 표현하는 이유) 살면서 중요한 부분이 나 스스로를 어떻게 정의 내리는가이다. 스스로 정의 내리지 못하면 다른 사람들한테 정의를 당한다. 그렇잖아요. 나는 무엇으로 살아가고, 무엇으로 기억될 것인가는 자기 스스로 정의를 내려야 한다. '나는 삼성에 다니는 사람이야' '나는 시인이야' '나는 무엇이야'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지금 회사를 운영하고 있기는 하지만, 디자이너로서 내 정체성을 잃고 싶지 않다. 제 명함에도 '경영하는 디자이너'라고 적어 놓고 있다. 사업을 하면 옷도 좀 CEO처럼 입고 다녀야 하는데 그냥 디자이너다운 모습으로 다닌다. 오히려 또 좋아하는 분들은 좋아하기도 한다. 평생 자기 스스로를 어떻게 정의 내릴지 이런 것들에 대해서 여러분들도 같이 생각해보면 좋겠다.
꾸준히 무언가를 하다보면 거기서 순간적으로 어떤 게 떠오른다.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가 갑자기 떠오르는 건 없다. 뭔가를 계속 하고 있어야만 한다. 우리 회사에 혁신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놓은 게 있다. 운동 경기에서 혁신한 사람들 이야기를 소개해드린다.
수영에서 '플립턴(flip turn)'이라는 게 있다. 수영장 레인 끝에 닿으면 돌아서 발로 차고 나오는 기술이다. 수영 경기 처음부터 있었던 건 아니다. 원래 경기 규칙에선 몸이 벽에 닿고 돌아오면 되는 거였다. 처음엔 다들 손을 찍고 왔다. 누군가가 매일 훈련을 하다보니까 몸을 돌리면서 발로 찍고 발돋움해서 나오는 플립턴을 개발했다. 사람들이 처음엔 반칙 아니냐고도 했지만 나중엔 모두가 따라했다. 플립턴을 처음 한 사람도 수영 배우자마자 플립턴을 했던 건 아니다. 매일 훈련하다가 자기의 기록을 개선하기 위해 그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상대를 어떻게 비교하는지는 본인이 판단한다. 늘 이런 자세를 가졌으면 좋겠다. 경쟁에서 이기는 단 하나의 방법이 있다. '경쟁하지 말라' 이런 얘기가 아니다. 경쟁에서 이기는 첫 번째 방법은 상대방이 나보다 크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내가 저 사람보다 절대 작지 않다' '내가 저 사람보다 훨씬 더 큰 사람이다'고 생각하면 무조건 이길 수 있다. 그 자세가 중요하다. '나는 왜 안 될까' 이런 고민보다는 자신이 만들어갈 것에 대해 좀 더 생각해보면 좋겠다.
저희 회사가 여러분들이 보기에는 크지만, 글로벌로 보면 굉장히 작은 회사다. 제가 재산 1조 원 중 절반을 기부했다고 하지만, 제 앞에 기부하신 분들 중에선 제가 제일 작다. 왜냐면 더 기빙 플레지(The Giving Pledge) 가입 커트라인이 재산 1조니까.
여러분도 마찬가지다. 여러분들보다 낮은 곳도 있고 높은 곳도 있다. 비교라는 건 상대적이다. 크다, 작다 하는 것도 상대적이다. 여러분 스스로 어떤 생각을 하는지가 굉장히 중요하다.
여러분들에게 이 얘기를 꼭 해주고 싶다.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중요한 것들이 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내 스스로 '나'를 정의 내리지 못하면 다른 사람에 의해 정의 내려진다. 내가 추구하는 '나'만의 색깔을 유지하면서 어떻게 삶을 살지에 대해 많이 고민해보면 좋겠다.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여러분들은 다른 사람의 칭찬에 익숙해지면 안 된다. 다른 사람들의 칭찬에 익숙해지는 순간 다른 사람들이 만든 기준대로 살게 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한다. 반대로 생각하면, 칭찬은 고래도 훈련시킬 수 있을 만큼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여러분이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낸 칭찬이란 기준에 의해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 여러분 스스로가 기준을 만들어서 그것으로 스스로를 칭찬하면 진짜 여러분다운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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