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틈의 신간 모니터링 요원 박현철입니다.
한주만에 다시 메일을 보내지요. 지난주에 2024년 기독출판사들의 올해의 책을 소개하느라 긴 메일을 보냈지만, 그래도 11-12월에 출간된 신간 중 꼭 소개해드리고 싶은 책들이 있어서 한 번 더 발행을 하기로 했습니다. 연말에 유난히 좋은 책들이 쏟아지더라고요. ^^ 저는 매주 인터넷 서점에 등록되는 종교/역학 신간 정보를 다 훑어보고 메모해 두는데요. 이번에는 12월 초까지 10권이 넘었어요. 어떻게 할까 했는데 다행히(?) 지난주 책을 소개해주신 출판사들이 제가 메모해 둔 신간을 올해의 책으로 꼽으신 곳이 많았어요. 덕분에 중복된 책들을 빼고 지난주에 소개되지 않은 책들만 몇 권 소개해드립니다.
이 책 한번 잡솨봐 - 11-12월 신간 모음
신학과 사회적 상상력 - 본질을 회복하고 사명을 수행하는 몸짓
배덕만 책임편집, 느헤미야 펴냄, 28,000원, 전자책 있음
한국 기독교의 재구성을 위한 신학교육, 신학 대중화에 힘쓰고 있는 기독연구원 느헤미야가 세 번째로 내놓은 학술 총서다. 느헤미야 교수 및 관련 학자 16명의 논문 모음집인데, 특별히 이번에는 조직신학과 윤리를 가르치던 김동춘 교수님의 은퇴를 맞아 헌정되었다. 김동춘 교수님의 관심사에 따라 ‘사회신학’이라는 큰 주제 아래서 성서학, 조직신학, 역사를 공부하는 학자들의 논문이 다양하게 담겨 있다. 전체적으로 학계에서 최대한의 상상력을 뽐내는 연구들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복음주의에 기반을 두고 공적·사회적 상상력을 발휘하는 그룹들의 최선이 여기 모여있다고 볼 수는 있을 것 같다. 그런 만큼 복음주의 신학과 사회적 상상력, 기여에 관한 논의는 여기서부터라는 합의가 이뤄지는 책이 되었으면 좋겠고, 또 모자란 상상력을 충분히 더 채워 넣을 수 있는 마중물이 되면 좋겠다. 몇몇 논문은 인상적으로 유익하게 읽었다. 모든 독자들에게 가독성 좋은 책은 아니지만, 복음주의, 사회성, 사회신학 등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꼭 한번 챙겨보기를 권한다.
영생을 주는 소녀
김민석 글, 안정혜 그림, IVP펴냄, 각권 가격 다름
에끌툰의 김민석(러스트), 안정혜(린든) 작가는 신학과 인간 사회에 관한 사유가 깊게 녹아있으면서도 동시에 스토리라인의 재미도 놓치지 않는 독보적 장르를 구축한 작가다. 이미 많은 책이 나와 익숙한 사람들도 많겠지만, 스토리가 있는 만화에 신학서적 각주가 달린 것을 누가 상상했겠는가? 심지어 <영생을 주는 소녀>에는 신학서적 각주뿐 아니라 포스트휴먼 담론과 페미니즘을 다루는 과학과 사회과학 서적의 참고도서까지 달려있다. 성폭력 피해자인 여성들이 자신의 과거와 화해하고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앞으로의 일상을 되찾기 위한 간절한 노력을 하는 것이 중심 스토리이고, 그 속에 '회개/용서란 무엇인가?' '사람은 변할 수 있는가?' '악인에 맞서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하는가?' ‘인간의 감정이란 무엇인가?’ 같은 신학적·윤리적 질문을 던진다. 포스트휴먼 담론이 포함된 SF작품이기도 하지만, 21세기에 당면한 신학적 질문을 던지는 이야기 신학도서이기도 하다. 세 권으로 구성되었지만 긴 연재기간 덕분에 심지어 1권은 재정가를 시행하여 가격 부담도 비교적 적다. 들면 놓지 못할 것이다. 단, 에끌툰의 다른 만화들은 대부분 연령제한이 없이 누구나 볼 수 있는데, 이 책은 내용상 청소년 이상이 보는 것이 좋겠다.
여친 땜에 구약성경 읽는다 1
김민석 글, 김영화 그림, 새물결플러스x이만배 펴냄, 22,000원
<여친 땜에 구약성경 읽는다>도 <영생을 주는 소녀>처럼 김민석 작가가 글작가로 참여했고, 에끌툰에서 같이 활동하는 김영화(김굿맨) 작가가 작화로 참여한 작품이다. 이 책도 만만치 않은 신학적 배경을 가진 만화인데, <영생을 주는 소녀>와 다른 점이라면 이 작품은 기독교 웹툰 플랫폼인 에끌툰이 아니라, 일반 지식 웹툰 플랫폼인 이만배(이걸 만화로 배워?)에 연재되었다는 점이다. 마법학교라는 가상의 공간을 배경으로 ‘야훼신앙’과 ‘성경’의 진정성에 관한 비판과 변증을 주고받는 스토리 진행이 일품이다. 작가는 비난과 칭찬을 동시에 받았다고 하는데 논란 있을만한 주장들을 최대한 쉽게 전달하면서도 있는 그대로 펼쳐 독자들이 스스로 판단하고 설득될 수 있도록 배려한 솜씨가 놀라울 따름이다. 시즌 1에 해당하는 이 책은 창세기 정도까지 진행했고, 이후에 더 이어진다고 하니 기대감을 갖고 기다리게 된다. 내친김에 구약 끝까지 완간될 수 있기를…! 이 책은 온 가족 독서가능이다.
안셀름 그륀의 크리스마스 에세이 - 당신에게 은총이 내리는 동안
안셀름 그륀 지음, 김만종 옮김, 르비빔 펴냄, 16,700원, 전자책 있음
안셀름 그륀은 개신교인들에게도 비교적 널리 알려진 가톨릭 영성가 중 한 사람이다. 이 얇은 책은 안셀름 그륀 특유의 짧은 영성 에세이를 묶은 소품집으로 크리스마스의 기쁨과 영성에 관해 말한다. 그륀은 크리스마스의 전통과 소품, 추억들을 소재로 삼아 자신의 경험, 영적 성찰, 권면을 두세 페이지의 짧은 글에 잘 담아내고 있다. 그륀의 매력을 아는 사람들에게는 반가운 책, 그륀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그륀에 입문하는 하나의 문이 되어줄 수 있겠다. 여러모로 시끄럽고 번잡한 대림기간을 보내고 있는데, 잠깐 물러서서 이 책을 읽으며 짧은 피정의 시간이라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추천한다.
난 이런 이야기 처음 들어
이주헌 지음, 죠이북스 펴냄, 17,000원
이런 류의 제목을 단 책들을 좋아했었고, 사실 지금도 좋아하는데 언제부터인가 약간의 '각오'를 하고 책을 펴게 된다. ‘교회에서 알려주지 않는…’ 같은 제목을 달았지만 내가 대부분 교회에서 배운 것을 그대로 담고 있는 책이 많았고, ‘남들은 잘 모르는…’ 같은 제목들의 책들도 많은 경우 ‘이런 걸 몰라..?’라는 의문이 들게 했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런 경험이 적지 않았기 때문에 이 책 역시 약간의 경계와 우려를 가지고 펼쳤다. 다행히도 이 책은 제목을 배반하지 않았고 ‘처음 듣는’ 이야기는 아닐지라도 꽤 신선한 방식의 질문과 답변이 담겨있었다. 죄, 구원 같은 근본적 개념에서부터 교회의 구조, 목사의 역할, 교회 내에서 자주 사용되는 관용구까지 솔직하게 질문하고 정말로 솔직하게 대답하는 내용의 갈피마다 생각거리가 가득하다. 새로운 지식을 전하고, 그 지식에 동의하고 습득하고 배울 것이 많아야 좋은 책이기도 하지만, 완전한 질문과 대답은 아니더라도 생각을 자극하고 다른 질문을 불러일으키며 생각을 이어나가 수 있게 하는 것도 책의 중요한 역할이다. 이 책은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다른 생각을 불러일으키는데 도움이 될 책이고, 그렇게 읽을 때 정말 의미가 있을 책이다. 교회에 좀 시들해진 사람들, 질문 많은 청년들과 함께 읽으면 목회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세상의 희망 - 나를 넘어 모두의 회복을 위한 대림절 이야기
게일 보스 지음, 데이비드 G. 클라인 그림, 김명희 옮김, 터치북스 펴냄, 14,000원
사순절이나 대림절 같은 절기는 신학적 의미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삶의 습관을 연습하고 묵상하기에 좋은 시간이다. 그래서 교회는 금식을 한다든지, 매일 시간을 정해 기도한다든지, 특별한 묵상 본문을 따라 매일 묵상하는 등의 전통을 만들어왔다. 대림절 전통 중에 널리 알려진 것은 소위 Advent’s Calendar라고 하는, 매일 날을 하나씩 떼면 정해진 선물을 하나 가질 수 있고 성경구절이나 묵상 글귀를 읽게 하는 전통이다. <세상의 희망>은 일종의 어드벤트 캘린더다. 매일 하루씩 동물의 그림과 동물의 생태와 관련한 묵상이 실려있다. 북미의 동물들이 기준이라서 우리 실정과 약간 차이가 있다는 것이 한계이기는 하지만, 송장 개구리, 호저, 붉은여우 등의 이야기가 추위와 어둠을 견뎌내고 희망을 기다리는 대림절기와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깊은 울림을 전한다. 사순절용으로 멸종위기 동물들의 이야기를 담은 묵상집 <무모한 희망>도 이미 번역된 바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세상의 희망>이 훨씬 더 울림이 컸다. 대림절이 이제 거의 다 지난 시점이지만, 다음 대림절을 위한 좋은 자료로 미리 구입해 두시라.
IVP 성경 연구주석 - 예언서, 구약 외경, 위경 - IVP 성경연구주석 시리즈
존 로저스 엮음, 강성열, 김근주, 김동혁 옮김, IVP 펴냄, 72,000원, 전자책 출간예정
IVP에서 ‘성경비평주석’이라는 이름으로 신약이 처음 출간되었다가, 연구주석이라는 이름으로 바꿔 구약 오경, 역사서, 시가서가 나왔고, 드디어 나머지 부분이 나와 완간된 단권 주석이다. 단권주석은 보통 한 권에 성경 전체에 대한 주석이 다 들어있는 것을 말하는데, 분량상 세권(그것도 두꺼운 세권)이 되었고 가격도 만만치 않다는 한계는 있지만, 이 정도로 밀도 있으면서도 효율적인 주석에게 이 정도 분량과 가격이 무리한 것은 아니라 본다. 원서로는 꽤 오래된 주석이지만, 원서의 퀄리티 자체가 훌륭하고 균형 잡혀 있고, 현재 국내에서는 이와 경쟁할만한 단권주석이 별로 없기 때문에 단권주석이 필요하다면 이 책을 권한다. 특히 이번에 나온 책에는 구약 외경(토빗, 유딧 등 제2경전)과 위경(에녹 1서)이 포함되어 있는데, 국내에서 외경과 위경이 포함된 주석도 많지 않아 그 가치가 더 높다. 다만 기본적으로 책을 저술한 목표와 방향에 따라 읽으면 좋을 것 같기에 신학생에게는 이 ‘연구주석’을, 평신도라면 같은 IVP에서 나온 ‘성경주석’을 권한다.
*참고로 여기 언급하지 않았지만 제가 소개하고자 메모해 둔 책들은 <평신도 교회가 온다>(송인수, 잉클링즈), <죽음 너머 사회>(김성민, 뜰힘), <남은 자들을 위한 요한계시록>(스캇 맥나이트, 코디 매칫, 성서유니온), <우리에게 주어진 것들에 관하여>(메릴린 로빈슨, 비아), <그녀를 기억하며>(피오렌자, 감은사)입니다.
이번 호 어떻게 보셨나요? 지난 호에 보내주신 소감을 소개드려요.
- 하루 동안 쏟아지는 수많은 휴대폰 알림 중에 제일 반가운 게 청어람 뉴스레터예요. (그리고 택배 도착 문자 정도?) 뉴스레터 보내는 사람의 뉴스레터 보내는 사람 인터뷰도 정말 재밌고 감명 깊었습니다. 다음 도착 알림을 설레며 기다리고 있으니 두 분 모두 힘내주세요! → 우왓! 저희도 택배 도착 문자보다 소감 알람이 더 반가운데요. ^^ (찌찌뽕)
- 안녕하세요. ^^ 틈을 구독하고 있는 김상희 독자입니다. 이번 호에서 편집자님의 땀과 정성이 고스란히 느껴졌습니다. 정말 고생 많으셨겠어요. 특히 다양한 출판사와의 소통을 통해 넓은 시각에서 ‘올해의 책’ 을 조망하려고 애쓰신 노고에 깊이 감사드리며 박수를 보냅니다. 다양한 출판사들을 아우르는 작업은 그 자체로도 참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이었다고 생각해요. 정리해 주신 리스트 하나하나 소중히 적어두고 잘 읽겠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소중한 시도들이 계속되기를 기대하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
다음 호는 평범한 사람들의 빛나는 이야기로 찾아오겠습니다. 여러분, 메리 크리스마스 & 해피 뉴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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