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책한번잡솨봐

31호: 이 책 한번 잡솨봐 - 여름 끝의 신간

8월 신간소개

2025.09.10 | 조회 97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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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어람AR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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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과 사회 사이 - 사람과 사람 사이의 공간

안녕하세요. 틈의 신간 모니터링요원 박현철입니다. 

하늘은 맑고, 바람은 시원한 아침이네요. 여름의 끝자락에서 뜨거운 여름동안 나온 신간을 소개합니다.

이번 8월에 흥미로운, 좋은 신간이 무척 많이 나왔어요. 저는 보통 온라인 서점의 신간 소식을 보면서 장바구니에 책을 담아놓고 신간 소개할 때가 되면 장바구니를 비우면서 책을 고르는데요 8월엔 주문을 세번이나 했네요. 그 중에서도 다시 선별해 12권의 책 리스트를 여러분께 권합니다. 저 혼자 모니터링하면서 고른 책이라 어찌보면 지극히 개인적이고 편협한 리스트는 아닐까 싶지만, 한편으로는 '어떤 기준'에 따라 일관성있게 뽑은 리스트라는 자부심도 있습니다. 이 리스트가 도움이 되면 좋겠네요.

한가지 사과말씀 드립니다. 원래 지난달부터 '틈'을 월 3회 발행으로 바꾸고, 주제에 맞는 책을 추천하는 큐레이션 인터뷰를 싣기로 했는데요, 아직 저희가 준비가 충분치 못하다는 판단에 지난달 30일에 발간되었어야 하는 메일을 건너뛰었습니다. 잘 준비하지 못하고, 미리 알려드리지 못한 점 사과드립니다. 지금 발행할 레터를 여러 유형으로 테스트하며 준비하고 있습니다. 9월 30일에는 새로운 유형의 큐레이션 인터뷰를 꼭 발행할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습니다. 기대하고 응원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침 날씨처럼 내내 시원한 하루 되시길 기원합니다.

책 많이 읽으시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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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의 슬픔과 기쁨

김진혁 지음, 복있는사람 펴냄, 2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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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신학자로서 눈에 띄는 저술을 꾸준히 펴내고 있는 김진혁 교수가 ‘신학을 공부하고 가르치고, 때로는 신학을 주제로 글을 쓰며 하루하루를 보낸’ 작업의 결실로 ‘산문집’을 펴냈다. 신학자라고 해서 모두 딱딱한 교리적 진술이나 신학적 논리만 책으로 펴내는 것이 아님은 자명하고, 이미 시중에는 설교나 에세이 형태의 글도 많이 나와 있지만, 이 책은 그런 책들과는 영 남다른 책이다. 책장을 열면 신학적 사유와 일상의 감정들이 탄탄하고도 수려한 무늬로 명징하게 직조되어 펼쳐진다. 촘촘한 기획으로 곳곳에 박혀있는 다양한 오마주들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한국 기독교 출판계에서 이런 느낌을 주는 책이 또 있었나 싶을 만큼 색다른 인상을 주는 책이다. 글솜씨 좋은 신학자의 깊은 사유와 더불어 일상인으로서의 고단함, 신앙인으로서의 치열한 고민을 공감하는 기쁨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을 읽는 동안 나도 신학자가 되어 이런 슬픔과 기쁨을 경험해 보고 싶다는 소망을 잠깐이나마 다시 품어보았다. 

 

음식과 신앙

노먼 위즈바 지음, 김명희 옮김, 비아토르 펴냄, 550쪽, 전자책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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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오랜 고민의 결과, 나는 영성이란 ‘나를 형성하는 것’에 대해 민감하게 분별하고, 가다듬어 ‘더 나은 나’를 형성할 수 있도록 수행하는 것이라고 잠정적으로 결론지었다. 그리고 그런 영성 훈련 중 가장 기초적이며 핵심적인 것 중 하나가 ‘음식’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그래서 영성 훈련으로서 채식을 지향하기 시작했다. 노먼 위즈바는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실천하는데 근거가 되어준 신학자 중 한 사람이고, 이 책 <음식과 신앙>은 그런 노먼 위즈바의 신학적 통찰을 집대성한 책이다. 이 책에서 그는 기독교의 핵심 서사인 창조, 타락, 구속, 종말이라는 신학적 구조를 ‘음식’이라는 렌즈를 통해 재해석한다. 이를 통해 우리 식탁이야말로 가장 구체적인 신앙 실천의 현장이 될 수 있음을 역설한다. 특히 위즈바는 먹거리와 식사를 개인적 차원에서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농업, 식품산업, 생태 전반까지 폭넓게 다루고, 성찬이라는 초월적이고 원형적 식사 모델을 통해 우리의 식사를 재구성하는 데까지 나아간다. 다만 위즈바의 기획이 방대하다 보니 ‘음식과 신앙’에 대해 알고 싶은 개인적 호기심으로 선뜻 손에 들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운 두께라는 게 유일한 단점이다. 두꺼운 책이 부담스러운 독자들은 일단 같은 저자의 <그리스도인은 왜 아무거나 먹을까?>를 읽으면 좋을 텐데, 이 책은 안타깝게도 절판이다. 

 

기독교, 로마를 뒤흔든 낯선 종교

니제이 굽타 지음, 박장훈 옮김, IVP 펴냄, 29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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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기 로마 제국에서 초기 기독교는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형성되었을까? 식민지 변방에서 시작된 작은 종교가 이교도의 제국에서 초기의 박해를 견뎌내고 어떻게 생존할 수 있었을까? 이 오래되고 강렬한 질문은 계속해서 학자들의 호기심을 끌고, 책도 끊임없이 나온다. 대중적으로 넓은 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젊은 신약학자 니제이 굽타도 마침 이 분야에 관한 책을 냈다. 이 책에서 굽타가 제시하는 핵심 키워드는 ‘낯선 종교 Strange Religion’다. 당시 로마 사회의 눈에 비친 기독교는 한마디로 ‘기이하고Weird 위험하며Dangerous, 매력적인Compelling’ 종교였다는 것이다.(원제: Strange Religion: How the First Christians Were Weird, Dangerous, and Compelling) 굽타는 이 책에서 믿을 수 없는 것을 믿고, 이상한 예배를 드리고, 특이한 가정 관습과 공동체 문화를 갖고 있는 이 ‘새로운 미신’이 어떻게 로마 사회와 충돌하면서도 매력적 종교로 단단히 자리 잡고 성장했는지를 독자의 눈높이에서 명쾌하게 그려낸다. 같은 주제를 다룬 책들에 비해 아주 독특하거나 새로운 주장은 없지만, 대중적 저술가로서 굽타의 매력이 잘 드러나서 흥미진진하고 읽기 편하다.

 

이 놀랍고도 새로운

C. 케빈 로우 지음, 양지우 옮김, 비아 펴냄, 2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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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소개한 굽타의 책과 비슷한 주제를 다룬 책이 비슷한 시기에 번역되어 나왔다. 어느 쪽에 유리 혹은 불리한 경쟁이 될 수도 있겠지만, 기왕 초기 기독교의 모습과 특징에 관심을 갖고 독서를 하려 한다면 두 권을 동시에 읽으며 비교해보는 건 어떨까? 둘다 그리 두껍지도 않고 흥미롭게 읽히는 책이라 재밌고 특별한 독서 경험이 될 것이다.

케빈 로우는 한국에서는 비교적 덜 알려졌지만, 니제이 굽타에 결코 뒤지지 않는 학자다. 굽타의 키워드가 ‘낯선 종교’이었다면 로우의 키워드는 ‘놀라운 희망’이다.(원제: Christianity's Surprise: A Sure and Certain Hope) 특히 로우는 단지 문화적인 차이만이 아니라 예수의 십자가 처형과 부활이 '만물을 아우르는 이야기'의 기원이 되어 초기 기독교인들에게 새로운 이해와 존재 방식을 촉발했음을 강조한다. 또한, 당시의 철학적, 종교적 사고방식과 달랐던 그런 새로운 이해가 특별히 교육, 돌봄 같은 제도 창설을 통해 드러났고, 그런 제도를 통해 기독교가 로마 사회에 놀랍고도 새로운 영향을 끼쳤음을 역설한다. 굽타의 책이 역사적 접근에 무게를 둔다면, 로우의 책은 신학적 통찰에 좀 더 집중한다. 어느쪽에 끌리든 여유가 된다면 둘 다 읽어보기를 권한다.

 

신약성경 연구를 위한 그리스 로마 철학사 입문

티머시 A. 브루킨스 지음, 김지호 옮김, 도서출판100 펴냄, 3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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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로마 시대를 배경으로 한 두 권의 책을 소개했다. 이번에는 그 시대의 생각의 지도를 그려주는 책 <신약성경 연구를 위한 그리스 로마 철학사 입문>을 소개한다. 이 책은 제목이 모든 것을 말해줄 만큼 직관적이고 명료하다. 특히 출판사에서 세부목차를 추가로 공개했는데,(링크) 이 세부목차만 살펴봐도 책의 성격과 내용을 충분이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은 (당연히) 일반적인 그리스-로마 철학사는 아니다. 이 책은 신약성경이 기록되고 초기 교회가 세워졌던 시대의 지적 토양과 사상적 맥락을 설명하는 데 집중하여 그리스-로마 철학이 신약의 언어와 논리, 그리고 초기 기독교 사상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추적하는 일종의 '지성사적 안내서'다. 번역자가 SNS에 쓴 바에 의하면 ‘고등학생이 누워서 볼 수 있을 정도’의 평이한 난이도를 염두에 두고 번역했다는데, 난이도보다는 이 책에 흥미를 갖는 사람이 얼마나 되느냐가 책의 운명에 더 영향을 미칠 것 같다. 최근에 <바울과 철학의 거장들>이나 <플라톤과 예수 그리스도> 같은 비슷한 주제를 다룬 책이 나오기도 했는데, 그 책들도 좋은 학술서지만 이 책이야말로 가장 기본적인 ‘교과서’라고 할만한 책이다. 그러니 성경을 연구하는 신학생, 목회자들은 한번 살펴보는게 필수적일 뿐 아니라 실용적으로도 유익할 것이며, 평신도들도 철학이나 신학에 진지한 관심있다면 한번 살펴보고 기초를 다질만하다. 

 

영원한 오늘을 사는 사람

김순현 지음, 비아토르 펴냄, 388쪽, 전자책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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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 피터슨의 메시지 성경과 디트리히 본회퍼의 책들, 마에스터 에크하르트나 아브라함 헤셸 같은 거장들의 이름 뒤에서 번역자로 늘 ‘뒤서있던’ 번역가, 김순현 목사님이 드디어 저자로서 두번째 책을 펴냈다. 사실 그는 스스로 본업이 목사, 부업이 정원사와 번역자라고 소개하는데, 이 책은 본업인 목회를 하는 중에 쓴 칼럼들을 모아 펴낸 책이다. 늘 원저자의 색을 투명하게 비추는 번역자로서의 글에만 익숙했던 탓인지, 온전히 자신의 빛깔을 드러내는 ‘저자 김순현’의 문장을 마주했을때 독자로 느낀 놀라움은 대단했다. 그의 글에는 인공적 화려함 대신 창조 영성의 다양성이, 도시의 화려하고 높은 교회당의 소음 대신 어촌마을 작은 예배당의 맑은 기도가, 높은 강단에서 억지로 짜낸 교훈 대신 정성껏 가꾼 정원에서 피워낸 생명의 성찰이 담겨 있다. 요란하게 소개하기 민망한 책이라 더이상 무슨 말을 보태기가 그렇다. 눈 밝은 독자들에게 이 책이 잘 발견되기를 바라고, 동시에 묵은 때가 많이 묻은 영혼들에게 이 책이 잘 다가갈 수 있기를 기도하고 응원할 뿐이다. 

 


한 줄 보태는 책들

몇가지 책을 단평으로 소개합니다.

  • <성서와 가난>은 예언자적 구약신학자 월터 브루그만의 책이다. 월터 브루그만 만큼 ‘가난’에 대한 책을 쓰는데 어울리는 구약학자가 또 있을까? 
  • <예수와 여제자들>은 한국 여성신학자가 쓴 복음서의 여제자들에 관한 책이다. 학술서와 설교집의 경계를 절묘하게 타고 있다. 비슷한 책이 적지 않지만 챙겨볼만하다. 
  • <부흥하는 교회 쇠퇴하는 교회> 부흥하는 교회와 쇠퇴하는 교회의 특징을 데이터로 분석해내는 책인데, 사실 결론이 좀 뻔히 예상되는 책이다. 하지만 살아있는 데이터가 주는 유익이 있으니 ‘목사님들은’ 기회가 된다면 챙겨보면 좋겠다. 
  • <정치에 빠진 교회>는 정말이지 정치에 잘못 빠져 조롱거리가 되어버린 교회에 대한 ‘의분’이 느껴진다. 이런 이야기 잘 안하실 것 같은 보수적 입장의 목사님들이 쓰신 책인데,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오늘의 현실에 대해서는 더 많은 이야기가 필요해보인다. 
  • <울림>은 한겨레 종교전문기자였던 조현기자가 오래전에 한국의 영성가들에 대해 쓴  책인데, 이번에 개정판으로 다시 등록이 되었길래 소개해본다. 이들이 한국의 ‘세속성자’들이다. 챙겨볼만한 책이다. 
  • <행복을 위한 두번째 불편 레시피>는 기윤실에서 펼치고 있는 자발적 불편운동의 일환으로 나온 책이다. 30가지의 '의미있는 불편 실천'에 대해서 그 의미를 설명하고 실천할 수 있는 과제, 참고할 자료를 실었다. 얇은 캠페인 책자지만 기획과 구성도 좋고, 내용도 꽤 충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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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현철 | 종교/역학 신간 모니터요원 

 


 

지난 30호였던 은빈 님의 인터뷰에 답장이 도착했어요!

  • 2청년회장이 있다면, 1청년회장도 있나요...?ㅋㅋㅋㅋㅋㅋ → 그렇습니다! 나름 나뉘어 운영(?)하고 있어요!
  • 은빈님이 전역을 한지 오래 되셨다니! 시간 참 빠르네요. 인터뷰 잘 보았습니다. 복학도 화이팅! → 댓글로 남겨주신 리브가님은 은빈님을 잘 아시나봅니다! 모쪼록 은빈님 화이팅!
  • 은빈님을 처음 알았을 때부터 범상치 않다고 생각해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했었는데, 얼떨결에 제가 몸을 담고 있던 여러 활동으로 초대를 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초대 가운데 각자 배운 것을 듣고 나누면서 연대를 계속 이어갔던 것 같네요 ㅎ... 5주년 행사에서 활동가로서 선언을 낭독하는 모습은 굉장히 인상깊었습니다 - 그 존재만으로도 교회의 미래는 밝기에 저 또한 할 수 있는 것을 하면서 계속 같이 걸어가고 싶네요 :) 인터뷰 따주셔서 감사합니다 ^^ → 은빈님이 이해민님과 각별한 시간을 많이 보내셨군요. 두분의 돈독한 우정 오래오래 이어지시길!

 

8월의 신간 소개는 어떻게 읽으셨나요? 인상 깊었던 부분이나 다른 의견/제안이 있다면 자유롭게 남겨주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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