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틈의 신간 모니터링 요원 박현철입니다.
여러분은 책을 어떻게 고르세요? 저는 대부분의 책을 인터넷 서점에서 구입하기 때문에 직접 책을 살펴보며 고르는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인터넷 서점에서 출간일 순서대로 정렬시켜 놓고 목차, 책소개, 미리보기까지 꼼꼼히 살펴보는데요, 그래도 서점의 서가에서 책을 살펴보며 책의 물성을 느끼고 예상치 못한 책을 우연히 만나는 기쁨과는 아무래도 결이 다르겠지요. 그래서 한 달에 한 번 이상은 꼭 서점에 나갑니다. 지난주에도 폭염을 뚫고 서점으로 향했는데요, 뚝뚝 떨어지는 땀을 훔치며 서점의 책냄새를 맡으니 그래도 마음이 시원해지는 거 같더라고요. 이번 달에도 땀 흘리며 펴낸 책, 땀 흘리며 골라온 책들 펼쳐 보입니다. 마음에 드는 책 만나실 수 있기를 바라요!🙂

월터 브루그만의 고백
월터 브루그만, 클로버 로이터 빌 지음, 양지우 옮김, 비아 248쪽 [도서정보보기]
월터 브루그만의 책을 읽을 때마다 ‘상상력’이라는 단어 앞에서 오래 머물곤 했다. 그에게 상상력이란 대체 무엇이었을까. 나는 그의 책을 탐독하며 상상력을 배우고 내 방식의 상상력을 키워왔다. 하지만 『월터 브루그만의 고백』을 읽으며 새삼 느낀 것은 브루그만을 이 한 단어만으로 기억하기에는 그의 세계가 훨씬 넓다는 사실이다. 오랜 제자이자 친구인 클로버 로이터 빌과 나누는 대화를 따라가다 보면, 그가 성경 안의 찬양과 탄식, 믿음과 항변, 폭력과 은총처럼 쉽게 하나로 묶이지 않는 목소리들에 얼마나 오래 귀 기울여왔는지가 보인다. 브루그만은 그 목소리들 사이에서 우리가 당연하게 여긴 현실 너머의 가능성을 끈질기게 찾아왔다. 어쩌면 그가 말한 상상력은 바로 그런 힘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브루그만의 방대한 저작 앞에서 망설였던 사람에게는 좋은 입구가 되고, 그를 오래 읽어온 사람에게는 자신이 만났던 브루그만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나에게도 그랬다. 책 뒤의 인물 소개도 유용하다. 다만 공저자인 클로버 로이터 빌과 편집자 티머시 빌에 대한 소개가 빠진 점은 조금 의아하다.
청년 칼뱅
하늘샘 지음, 도서출판 학영 펴냄, 252쪽 [도서정보보기]
루터와 더불어 칼뱅은 프로테스탄티즘의 한 축을 세운 위대한 개혁자로 꼽힌다. 하지만 시시콜콜한 기록과 메모, 구전 기록까지 많이 남긴 루터에 비해 칼뱅은 굵직한 신학적 저술을 중심으로만 알려져 있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칼뱅의 사상은 잘 알아도 그 사상을 품고 살아간 ‘인간 칼뱅’은 좀처럼 만나기 어렵다. 그런 칼뱅이 남긴 2천여 통의 편지는 그의 고민과 관계, 일상을 들여다볼 수 있는 드문 매개가 된다. 『청년 칼뱅』은 이 편지들을 통해 완성된 신학자가 되기 전, 흔들리고 고민하며 자신의 길을 찾아가던 청년 칼뱅의 모습을 그려낸다. 그 시절 칼뱅의 두려움과 책임감, 우정과 갈등, 결단 뒤의 망설임을 경유하며 조직가와 설교가, 신학자의 단단한 모습 뒤에 가려진 한 인간의 얼굴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이 무척 따뜻하다. 연구자의 객관적 평전이라기보다는 칼뱅을 깊이 애정하고 존경하는 시선이 강한 책이지만, 굳이 그 애정을 싫어할 이유가 있을까? 칼뱅의 공과를 냉정하게 읽기 원하는 독자에게는 너무 착한 책일수도 있겠지만, 위대한 신학자 이전에 아직 덜 완성된, 단련되어 가고 있는 한 청년을 만나보기 원한다면 이 두껍지 않은 책은 충분한 역할을 할 것이다.
왜 쓰냐고 묻는 그리스도인에게
조명신 지음, 샘솟는기쁨 펴냄, 248쪽 [도서정보보기]
기독교 신앙은 흔히 말씀을 ‘읽고’ 설교를 ‘듣는’ 일로 여겨진다. 물론 신앙에서 읽고 듣는 일은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고 뭔가 막힌 것처럼 느껴지는 때가 있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이 ‘말하고’, ‘쓰는’ 일이다. 마음속에 맴도는 생각과 감정을 나의 언어와 문장으로 옮기다 보면 내가 무엇을 믿고 있는지, 무엇에 흔들리고 있는지, 지나온 시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가 조금씩 선명해진다. 그래서 청어람의 활동들도 읽고 고민하고 나누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각자의 언어로 써보는 일까지 이어가려 하고 있다. 글쓰기가 우리 삶에 주는 유익과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책은 많지만, 신앙과 쓰기의 관계를 본격적으로 다루는 기독교 서적은 그리 많지 않다. 『왜 쓰냐고 묻는 그리스도인에게』는 그런 점에서 반가운 책이다. 글쓰기가 신앙에 어떤 도움을 주는지 이야기하고, 그리스도인들에게 직접 써볼 것을 권한다. 어렵고 이론적인 글쓰기 방법론 대신 짤막하고 따뜻한 에세이를 통해 저자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고, 일상 속에서 글쓰기를 시작하고 지속하는 방법을 친절하게 안내한다. 그래서 글쓰기가 낯선 사람도 부담 없이 읽고 몇 줄씩 따라 써볼 수 있다. 생각을 대신 정리해주는 도구가 넘쳐나고 AI가 설교문과 기도문까지 만들어주는 시대이지만, 자신의 삶과 믿음을 찬찬히 돌아보고 그것을 나의 언어로 써나가는 그리스도인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루돌프 불트만 신학 안내서
데이비드 W. 콩던 지음, 김지호 옮김, 도서출판100 펴냄, 256쪽 [도서정보보기]
불트만만큼 많이 비판받으면서도, 정작 제대로 읽히지 않은 신학자가 또 있을까. 그를 지지하든 반대하든 20세기 신학에서 불트만을 빼고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누군가에게 그는 현대 성서해석의 새로운 길을 연 신학자이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복음의 역사성을 흔든 위험한 인물이다. 문제는 이런 찬반의 상당 부분이 불트만의 글을 충분히 읽기도 전에 이미 내려진 결론이라는 데 있다. 데이비드 콩던의 『루돌프 불트만 신학 안내서』는 바로 이 간극을 메우려는 책이다. 종말론, 케리그마, 역사, 신화, 해석학, 자유 등 열 가지 핵심 주제를 따라가며 불트만의 신학이 어떤 질문에서 출발하고, 각각의 개념이 어떻게 하나의 신학을 이루는지 차근차근 보여준다. ‘탈신화화’나 ‘양식비평’ 같은 몇몇 표어로 축약되어 온 불트만을 다시 신학/성서학의 전체 맥락 속에 놓고 이해하기 쉽게 정리해준다. 물론 콩던은 불트만을 객관적으로 소개하고 평가한다기보다는, 그의 신학이 제대로 이해되기를 바라는 적극적인 안내자 역할을 한다. 그러니 이 책 역시 불트만에 우호적인 ‘2차 문헌’이라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불트만의 저작들이 국내에 오래전에 번역되었음에도 여전히 몰이해와 오독이 넘쳐나는 현실을 생각하면, 이 책을 지도 삼아 불트만을 차근차근 이해해 보는 과정이 필요해보인다. 불트만을 좋아하거나 싫어하기 전에, 적어도 우리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비판하는지는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성경의 세계사
브루스 고든 지음, 전경훈 옮김, 책과함께 펴냄, 572쪽 [도서정보보기]
성경은 중요한 책이다. 그 내용 자체로도 중요하지만, 인류의 사회와 역사에 미쳐온 영향만 놓고 보아도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책 가운데 하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경의 세계사』는 이 기독교의 경전이 수천 년 동안 번역되고 필사되고 인쇄되어 세계 곳곳으로 이동해 온 과정을 살핀다. 성경은 때로는 제국과 선교의 언어가 되었고, 다른 한편에서는 같은 구절이 노예제를 폐지하고 식민지 지배에 저항하는 근거가 되기도 했다. “성경의 형태는 시간을 가로질러 사람들의 욕구와 열망을 반영하면서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저자의 말처럼 성경은 고정된 텍스트가 아니라 시대와 지역을 옮겨 다니며 계속 새로운 의미를 얻어왔다. 성경의 역사와 영향사를 다룬 책은 적지 않지만, 이 책의 시야는 유난히 넓다. 번역과 출판, 매체의 변화뿐 아니라 성경이 각 사회의 정치와 문화 속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변주되었는지를 함께 추적한다. ‘중국의 상제와 신’, ‘아프리카의 목소리들’, ‘세계로 뻗어나간 오순절주의’ 같은 목차를 지나 마지막에는 디지털 성경 앱까지 등장한다. 성경이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보다, 성경이 세계를 어떻게 움직였고 세계는 성경을 어떻게 바꾸었는가(?!)를 보여주는 영향사이자 문화사다. 번역과 출판, 종교와 권력, 제국과 저항의 역사를 한 권의 책을 따라 읽는 재미가 만만치 않다.
세속 영성, 그리스도교 영성
이충범 지음, 동연 펴냄, 372쪽 [도서정보보기]
의외로(?) 나는 영성에 관심이 많다. 나 스스로 ‘영적이지만 종교적이지 않은’ SBNR(Spiritual But Not Religious)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터라, Spiritual하다는 게 과연 무엇인지 제법 오래 고민했다. 하지만 영성에 관심을 가지면 가질수록 더 헷갈리는 질문이 있다. 과연 영성이란 무엇인가? 교회도 영성을 말하고, 명상과 심리학, 자기계발도 영성을 말하는데, 우리가 말하는 영성은 정말 다 같은 것일까? 『세속 영성, 그리스도교 영성』 이 질문을 꽤 끈질기게 파고든다. 그리스도교 안에서도 신비주의, 명상, 복음주의 등이 뒤섞이며 모호해진 영성의 개념부터 정리하고, 그 시선을 세속의 자기돌봄과 심리학, 교육으로까지 넓혀간다. 교회 밖의 ‘세속 영성’을 무작정 경계하지 않으며, 역사, 심리, 교육, 철학을 넘나들면서 서로 닮은 곳과 갈라지는 지점을 차분히 살핀다. 결론을 살짝 스포하자면 결국 영성이란 ‘어떤 사람이 되어갈 것인가’하는 문제다. 목표를 세우고, 몸과 삶을 훈련하고,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것. 내가 영성에 천착하는 이유를 인정받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표지의 첫인상은 약간 당황스러웠지만, 유익한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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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보태는 책들
놓치면 아까울 책을 단평으로 소개합니다. 흥미가 생기면 자세한 정보를 꼭 확인해보세요. :)

구약 성서를 읽다
엘런 F. 데이비스 지음, 손승우 옮김, 복있는사람 펴냄, 300쪽 [도서정보보기]
성경과 설교 사이의 관계를 연결하며 우리가 이미 안다고 믿는 본문 앞에서 다시 놀라는 법을 가르쳐주는 책이다. 개인적으로 엘렌 데이비스 책이 많이 번역되어 좋고 이 책도 참 좋다. 다만, 구약 성서 개론 같아보이는 제목에 혹하지는 말것.
누군가를 돌본다는 것
헨리 나우웬 지음, 수전 마틴스 밀러 엮음, 김명희 옮김, IVP 펴냄, 120쪽 [도서정보보기]
돌봄에 대한 헨리 나우웬의 짧은 글들을 발췌해 42일(6주)간 묵상할 수 있도록 묵상질문와 기도문을 보태 엮은 책이다. 헨리 나우웬이 죽은지 30년이 지났지만, 그의 글은 여전히 살아서 우리를 돌본다.

교회, 브래드 이스트
브래드 이스트 지음, 김용균 옮김, 솔라피데출판사 펴냄, 272쪽 [도서정보보기]
최근 교회에 관한 책들은 새로운 시도나 돌파구를 찾는 책들이 많은데, 이 책은 아주 전통적인 관점에서 교회의 의미를 묻고 탐구한다. 질문은 이것이다. ‘그리스도인은 누구의 이야기와 공동체에 속한 사람인가?’
전통교회, 들어오면 숨 막히고 나가면 그립다
이재면 지음, 죠이북스 펴냄, 272쪽 [도서정보보기]
‘성도 중심’으로 다시 쓰는 교회론이다. 전통 교회와 새로운 교회 사이에서 전통적이라 여겨지는 교회의 신앙 습관들을 ‘요즘 세대’의 눈높이에 맞춰 차분하게 재해석한다.

이것이 하나님 나라다
톰 라이트 지음, 최현만 옮김, IVP 펴냄, 436쪽 [도서정보보기]
이전에 나왔다 절판되었던 『하나님은 어떻게 왕이 되셨는가』의 재출간이다. 한참 유행을 타다가 절판된 톰 라이트의 책들을 IVP에서 시리즈처럼 다시 내고 있다. 톰 라이트의 책들은 한 때의 반짝 유행으로 그칠 책들은 분명히 아니다.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의 생애
보나벤투라 지음, 김명준 옮김, 김재현 옮김, 키아츠프레스 펴냄, 240쪽 [도서정보보기]
1263년에 쓰여진, 그리고 프란치스코 수도회의 공식 전기로 승인받은 성 프란치스코의 생애에 대한 기록이다. 객관적 평전이라기보다 신앙의 모범을 빚어낸 중세 성인전으로 프란치스코가 추구한 가난과 복종의 삶을 잘 그린다.

과학과 하나님
존 레녹스 지음, 케이티 모건 지음, 홍병룡 옮김, 아바서원 펴냄, 116쪽 [도서정보보기]
자녀들로 인해 과학과 신앙의 문제를 고민하는 이들이 꽤 많은데, 정작 청소년이나 어린이를 위한 책은 그리 많지 않다. 이 책은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춰 과학과 신앙의 관계를 설명하는 좋은 시도다. 물론 간결하게 이 주제에 입문하려는 어른들에게도 유익하다.
기독교 세계 이후, 예배와 선교를 다시 빚다
알렌 크라이더 지음, 엘리노어 크라이더 지음, 최정인 옮김, 대장간 펴냄, 416쪽 [도서정보보기]
알렌 크라이더와 엘리노어 크라이더가 함께 쓴 다른 책(『초기 기독교의 예배와 복음전도』, 『초기 교회와 인내의 발효』 등)들과 비슷한 결에서 크리스텐덤(Christendom)을 극복한 기독교가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를 살핀다. 두 사람을 잘 안다면 그 매력을 알기 때문에, 잘 모른다면 그 매력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읽어볼 만한 책이다.
철학자의 신
이충진 지음, 소요서가 펴냄, 160쪽 [도서정보보기]
‘역사책에 등장하는 철학자는 모두 신에 관한 자신만의 이야기를 남겼다’고 자신있게 말하며 철학자들의 눈에 보인 신에 관해 쓴다. 탈레스부터 하이데거까지 시대별로 주요한 철학자들의 신에 대한 이해를 간결하게 정리한 책이다.
다음 책들은 출판사에서 증정받았습니다.
『월터 브루그만의 고백』(비아), 『루돌프 불트만 신학 안내서』(도서출판100), 『구약 성서를 읽다』(복있는사람), 『과학과 하나님』(아바서원), 『누군가를 돌본다는 것』, 『이것이 하나님 나라다』(이상 IVP). 책을 보내주신 출판사의 마음에 감사드리며, 해당 책은 독자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메일에 응답 링크가 있고, 메일 구독자가 아니신 분들은 메일을 구독하시면 응답 링크를 받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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