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개의 이름의 중 반짝이는 ‘틈’을 발견하다!”✨
지난 5월 27일부터 열흘 동안 새롭게 시작할 메일 매거진 이름을 함께 지어달라는 부탁을 드렸는데요. 정말 많은 분들이 이름을 모아주셨습니다! 108개의 후보들 중 저희 스텝 세 명이 마음에 드는 이름 세 개씩을 선택하여 추려진 이름을 놓고 숙고한 결과, 박나래 님께서 지어주신 이름인 ‘틈’으로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저희의 설명을 굳이 따로 붙이지 않고, 박나래 님께서 보내주신 의미를 소개해드릴게요.
1) 틈은 사람이나 물건들 사이에 있는 작은 공간을 의미해요. 교회와 세상, 사람과 사람의 사이 공간에 주목하고 연결 짓는 매거진의 역할을 틈이라는 단어에 담았어요.
2) 틈은 기회, 여유를 의미하기도 해요. 분주한 현대인의 일상에서 잠시 틈을 내어 책과 사람 이야기로 숨 돌린다는 의미가 있어요.
3) 틈은 꽉 짜여 변화할 여지가 없어 보이는 세상에서 발견한 변화의 가능성이에요. 커다란 바위도 작게 갈라진 틈으로 물이 계속 흐르면 결국 깨지고 터집니다. 청어람이 내는 틈은 작을지라도 결국 그 틈이 경직된 교회를 변화시키고 굳은 마음을 새롭게 바꿀 거라는 기대를 담았어요.
정말 근사한 의미이지요? 108개의 이름을 꼼꼼하게 들여다보며 저희 단체의 의미를 다시 되새길 수 있어서 이 과정이 저희에게도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함께 고민해 주신 모든 분들께 마음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 의미를 잘 살려 앞으로 신앙과 사회 사이 – 사람과 사람 사이의 공간, 틈을 내는 이야기로 매월 1일과 15일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1일에는 우리 곁의 세속성자들 이야기를, 15일에는 세속성자들을 위한 책 추천과 소개로 찾아뵐텐데요, 오늘은 창간 준비호 두번째 이야기로 책 소개를 담았습니다. 총 13권 빡빡하게 담았습니다. 부디 새롭고 좋은 책을 만나는 기쁨이 있는 내용이길 기도하며, 이야기 시작합니다. :)
이 책 한번 잡솨봐 QNA
A: 목사님께 책을 선물하고 싶으시다니 매우 착한 마음입니다! 그런데, 사실 말씀하신 대로 목사님들이 보통 책을 많이 보시고, 나름의 취향도 있을 테니 선뜻 선물할 책을 고르기가 참 어렵죠. 그래서 그냥 상품권으로 선물하는 경우를 저도 많이 봤습니다. 하지만 목사님이 꼭 봤으면 좋겠는데 잘 안보실 것 같은 일반서적이나, 목사님의 성향과는 조금 다른 것 같은 신학서적을 선물할 수 있다면 목사님의 독서에 자극이 될 수도 있겠죠. 또 상대적으로 책을 더 많이 읽어야 하지만 주머니 사정은 넉넉하지 않은 부목사님이나 전도사님들은 선뜻 구입하기 힘든 비싼 전공서적을 선물로 받으면 무척 기쁘고 행복하기도 하지요. 저도 전도사 시절에 벽돌책 선물 받고 좋아하던 기억이 나거든요. ^^
아무튼 그런 기준을 갖고 몇 권의 책을 골라보았습니다. 목회자들에게 선물하기 좋은 책이면서, 목회자들이 꼭 한번 챙겨 보셨으면 하는 책들입니다.(“나한테는 선물 주는 사람이 없네…” 하시는 목회자들은 셀프 선물도 괜찮…)
크게 부담 없는 1-2만원대
빌뱅이 언덕
권정생 지음, 창비 펴냄, 18,000원
‘한국의 영성가’로 꼽히는 몇 사람이 있다. 사람마다 기준이 다를 수 있지만, 나는 절대 권정생 선생님이 빠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 선생님은 동화작가로 알려져 있지만, 평생 교회의 종지기로 살며 작고 낮은 존재, 상처받고 버려진 존재에 대한 애정을 작품에 녹여내었다. 이 책은 권정생 선생님이 여러 곳에 기고한 글 중 뽑아 모은 것인데, 이 세상과 신앙에 대한 선생님 고유의 시선과 영성이 잘 살아있다. 특히 이 책에 실린 ‘김목사님께’ 시리즈는 김목사님들 뿐 아니라 박목사님도 이목사님도 아무튼 모든 목사님들이 읽고 새겨야 할 글이라 생각한다. 비슷한 에세이 모음으로 <우리들의 하느님>(녹색평론)도 함께 꼽을만하며, 다른 동화나 산문 작품도 모두 권할만하다.
고통 구경하는 사회
김인정 지음, 웨일북 펴냄, 17,500원
비교적 최신작으로 우리 사회의 문제적인 지점을 응시하는 책이다. “우리는 왜 불행과 재난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가"라는 부제가 의미하듯 저자는 개인적이며 사회적인 고통을 어떻게 보고 이해할 것인가에 관해 이야기한다. 사건과 사고 현장에 실시간으로 중계되고, 콘텐츠화되는 현대 사회에서는 우리는 모두 고통의 ‘구경꾼'이 될 수밖에 없는데… 저자는 이 지점에서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구경꾼이 될 것인가, 목격자가 될 것인가? 이 둘의 차이는 무엇인가? 저자와 함께 이 질문을 따라가다 보면 ‘교회'가 떠오른다. 사회적 재난 앞에서, 도무지 과거의 일이 되기 어려운 고통에 관해 얼마나 많은 설교와 무심코 나온 말들이 타인의 고통에 관해 ‘무례한 구경꾼’이 되게 할지 두려운 마음이 앞서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인, 특히 목회자들은 세상을 더 깊이 사랑하기 위해 ‘고통'을 더 깊이 이해해야 하고 고통의 목격자, 증언자, 예언자가 되어야 한다. 이 책이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목회자의 영성
유진 피터슨 지음, 양혜원 옮김, 포이에마 펴냄, 12,000원
유진 피터슨은 특유의 문체 때문인지 호불호가 좀 있는 작가다. 하지만 일반 성도들은 몰라도 목회자들이라면 호불호와 관계없이 유진피터슨의 책 중 몇 권은 반드시 읽어야 한다. 그가 괜히 ‘목회자들의 목회자’라고 불리는 게 아니다. 자서전 <유진 피터슨>(IVP)도 꼭 챙겨볼 만한데, 여기서는 이 책 <목회자의 영성>을 조금 더 실용적 차원에서 권해본다(‘유진피터슨의 목회 멘토링 시리즈’ 모두 추천한다). 일요일과 일요일 사이, 일상 속에서 목회자는 어떻게 자기 영성을 관리하고 성도들의 일상과 함께 호흡할지에 대한 지혜로운 조언을 준다. 특히 일이 많고 바빠 보이는 목사님들께 선물하면 좋을 테고, 가능하면 목회 초년기에 빨리 보면 더 좋을 것이다.
그리스도교 신앙을 말하다
마커스 보그 지음, 김태현 옮김, 비아 펴냄, 13,000원
마커스 보그는 이 책에서 오늘 교회의 문제를 ‘언어가 적실성을 잃어버린 문제’로 지적하고 기독교의 언어를 회복하고자 한다. 특히 ‘천국과 지옥’ 프레임에 빠져 그 의미를 잃어버린 죄, 구원, 부활 등의 언어를 진보적이면서도 매우 신앙적으로(!) 재해석해낸다. 청어람에서는 이 책으로 여러 번 책 모임을 했고, 나름 청어람이 권하는 새로운 신앙여정의 첫 안내서 역할을 해 왔다. 그렇기에 이 책은 조금 위험할 수 있다. 하지만 또 그만큼 큰 호응과 공감도 있다. 내가 오늘 한국 교회의 모습과 기독교 신앙에 조금 답답함을 느끼고 있다는 걸 목사님께 은근히 어필하고 싶다면 이 책을 선물해 보라. 확률은 반반이다.
5만원 이상
신약성경과 그 세계
N.T.라이트, 마이클 버드 지음, 박규태 옮김, 비아토르 펴냄, 75,000원
‘그 유명한’ 톰라이트의 신약개론서다. 신학을 공부한 목사님들이니만큼 신약개론이 딱히 필요하지 않을 수는 있다. 하지만 신학교 수업 내용은 생각보다 많이 기억나지 않고, 특히 교과서적으로 진행하는 개론 수업은 다양한 입장을 훑어보는 것이지, 특유의 관점을 익히기는 힘들다. 이 책은 톰라이트의 주저들을 마이클 버드가 요약한 책으로, 톰라이트의 독특한 시각으로 신약을 설명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개론서다. 김선용 박사가 추천사에 쓴 대로 톰라이트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선물이, 톰라이트를 싫어하는 분들께는 톰라이트를 비판할 수 있는 근거가 될만한 책이다. 한참 공부하는 전도사님들께 선물하셔도 좋고, 통 크게 교역자 전체에게 선물하며 “교역자님들, 북스터디 같은 거 하시죠…?”라며 슬쩍 물어보면... 동공이 흔들릴지도…
IVP 성경 연구주석 구약: 오경, 역사서, 시가서
존 로저스 엮음, 강성열 옮김, IVP펴냄, 73,000원
목사님들이 주석은 다 갖고 있을 거라 생각하면 (경기도) 오산이다. 주석은 집과 책장이 큰 사람들만 가질 수 있는 사치품이며, 설교 중심의 목회자들에게는 적당하지 않다. 그래서 단권 주석을 기본으로 하고, 필요할 때 전문적인 주석을 참고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실용적인 방법이다. 단권 주석중에서는 단연 이 연구주석과 <IVP 성경주석>을 추천하는데, 여기서부터 조금 더 학문적 연구를 이어가기 원하면 <연구주석>을, 메시지 중심으로 설교에 빠르게 적용하기 원하면 <성경주석>을 택하면 된다. 참고로 신약은 ‘비평주석'이라는 제목으로 나와있고, 구약의 나머지 부분은 출간 예정이다.
복음과 상황
월간지, 정기구독 1년 80,000원 → 틈 특별가 60,000원
목사님들이 신학서적에만 매몰되지 않고 꾸준히 세상과 신앙 사이의 접점을 탐색하기 원한다면 월간지 <복음과상황>만 한 게 없다. 사회, 신앙, 신학, 일상, 문화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매달 부담되지 않는 분량으로 다채로운 필자의 글이 배달된다. 이보다 좋은 선물이 어디 있겠는가. 마침 ‘복음과상황'에 요청해 할인도 받아왔다. 이 추천을 보고 구독 시 1년 구독료 6만원! 청어람에도 복상에도 남는 건 없고, 오직 독자들에게만 남는 이벤트. 긴말할 거 없이 클릭하시라.
(1년 구독을 하시고 구독 신청 시 구독 경위에 ‘청어람 틈 추천'이라고 적으신 후 6만 원 입금하시면 됩니다. 6월 30일까지!)
_ 카테고리 종교/역학 전문 큐레이터 박현철
여름의 문 앞에서 | 5~6월 신간 한번 잡솨봐
교회, 경계를 걷는 공동체
최종원 지음, 비아토르 펴냄, 18,000원
인문주의의 시선으로 역사와 교회, 사회를 읽는 역사학자 최종원 교수의 신간이다. 자신이 여전히 교회에 희망을 걸고 있는 ‘교회근본주의자’ 임을 밝히며 실제로 함께 일구고 있는 공동체 구성원들과 고민하고 나눈 이야기를 책으로 묶었다. 세상에 살지만 세상에 속하지 않은, 주류의 성공을 지향하기보다는 낮은 자리에서 전복을 꿈꾸는, 경계를 걷는 교회를 꿈꾸는 모든 이들의 마음에 큰 감동과 도전을 준다. 나는 최종원 교수의 책은 나오는 족족 다 읽는데 그간의 책 중에서 가장 가슴이 뛰고 희망이 샘솟는 책이다. 헛된 희망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트렌스젠더 경험 이해하기
마크 야하우스, 줄리아 새더스키 지음, 홍수연 옮김, 새물결플러스 펴냄, 20,000원
동성 끌림을 경험하는 친구를 위하여 기독교인인 나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브래드 햄브릭 지음, 맹호성 옮김, 알맹4U, 5,500원(전자책만 있음)
기독 출판사에서 나온 퀴어나 성소수자에 대한 책이 이제 적다고는 할 수 없는데, 대부분 입장이 ‘찬/반’으로 갈라진 경우가 많은 점은 아직 아쉽다. 언제까지 각자 입장만 선명히 하며 평행선을 달려야 하는가! 이번에 나온 이 두 권의 책은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은 책이지만(나는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앨라이'다), 찬/반에 매몰되지 않고 이해와 대화를 위한 책으로 보면 좋은 책이다. 6월, 프라이드의 달이다. 이 책을 계기로 대화가 시작될 수 있을까? 일단 말은 던졌으니 많이들 읽고 서로 와글와글 해봤으면 좋겠다. 부디 혐오를 그치고 대화를 시작하자.
나를 위한 처방, 너그러움
아운디 콜버 지음, 정효진 옮김, IVP펴냄, 18,000원
임상심리 치료사이자 스스로 트라우마 생존자인 작가가 스스로를 몰아붙이며 스트레스와 불안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을 위한 심리학적, 영적 처방을 내린 책이다. 개인적으로 트렌디한 실용 심리학 서적에 흥미가 없어서 책소개는 별로 끌리지 않았는데, 실제로 책을 훑어보면서는 추천자들이 언급하듯 현대 심리학과 뇌과학의 성과를 담고 있으면서도 영성훈련의 전통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고, 나도 다시 한번 정독해 볼 예정이다. 제목이 지나치게 말랑하게 번역된 것 같은 느낌이 있는데 원제는 Try Softer이고, 책 본문에서는 ‘부드럽게 해보기’로 사용하고 있다. 부드럽게 한번 읽어보시라.
노을이 물드는 시간
정신실 지음, 성서유니온선교회 펴냄, 18,000원
시니어 매일성경에 연재한 노년(혹은 중년 이후)의 영성에 관한 글을 책으로 묶었다. 중년의 심리치료사와 그의 멘토와 같은 노년의 은퇴교수의 가상대화를 1인칭 시점의 소설처럼 구성했다. 인생과 신앙에 대한 이야기뿐 아니라 노년의 일상적인 문제들까지 균형 있게 오가며 잔잔한 감동과 지혜를 건넨다. 별생각 없이 책을 잡았다가 푹 빠져들어 읽었다. 노년에 대한 외국 작가의 책을 몇 권 본 기억이 있는데, 그 책들보다 월등히 공감이 가고 좋았다. 꼭 내가 나이가 들어서 그런 건 아니(라고 믿고싶)고, 이미 여러 권의 인상적인 책으로 검증된 작가의 필력 덕분이라고 해두자.
신을 위한 음악
요한 힌리히 클라우센 지음, 홍은정 옮김, 좋은씨앗 펴냄, 24,000원
신간 기준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좀 더 알려져야 할 것 같은 책이라 놓치지 말기를 바라며 권한다. 책 표지에 ‘교회음악의 역사'를 다룬 책이라고 소개되어 있지만, 단순히 교회음악이라고 하기보다는 ‘기독교와 음악의 역사' 혹은 ‘종교음악의 역사'를 포괄적으로 다룬 책이라고 보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독일의 목회자이자 신학자인 요한 힌리히 클라우센이 집필했는데, 이력상 음악 전공자나 역사학자가 아닌데 이렇게 박식하고 흥미로운 지식을 갖고 있다니 놀랍다. 예배와 찬양에 관심 있는 사람은 물론이고, 누구나 교양으로 읽어도 재밌을 책이다.
_ 신간 모니터요원, 박현철
보내드린 책 소개 어떠셨나요? 저희는 다음달 1일 또 찾아뵐게요. 여러분의 소중한 의견과 소감을 메일링 댓글 기능으로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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