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호 ‘틈’에서는 2025년 청어람이 함께 읽고 고민했던 25권의 여정을 나누었지요. 이번 호는 그 책들을 세상에 내놓은 이들의 진심을 빌려 꾸려보았습니다.
편견 없이, 저희가 닿을 수 있는 최대한의 출판사 연락처를 찾아 메일을 보냈습니다.
“올해 귀사에서 낸 책 중 가장 자랑스럽거나, 혹은 가장 아쉬워서 한 번 더 독자들에게 건네고 싶은 ‘올해의 우리 책’은 무엇인가요?”
여러가지 한계로 모든 출판사의 대답을 듣지는 못했지만, 적지 않은 편집자와 발행인 혹은 마케터들의 진심 어린 자기(책)소개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보내주신 답변을 생생하게 그대로 전달하고자 최소한의 교정만 거쳐 그대로 옮겼습니다.
‘출판사가 직접 뽑은 올해의 우리 책’목록으로 기독 출판계 한해의 풍경을 정리해봅니다. 작년에 이어 이번에도 의미있는 그림이 그려졌습니다. 출판사들의 다채로운 색깔을 '눈 밝은 독자'들이 알아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이 리스트는 비록 완벽한 통계는 아닐지라도, 올 한 해 기독 출판계가 어떤 고민을 품고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보여주는 소중한 ‘지도’ 역할은 해 줄 수 있지 않을까요?
올 한 해 '틈'을 구독해주신 여러분 모두 감사합니다. :)
* 순서는 출판사 이름 가나다 순입니다.

기독교 아나키즘
김대식 지음, 대장간 펴냄, 228쪽
이 책은 오래된 신앙의 언어가 더 이상 우리의 삶을 움직이지 못하는 시대에, 기독교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를 조용하지만 힘 있게 되묻습니다. 예수는 누구보다 낮은 자리에 서고, 폭력과 권력의 질서를 부드럽지만 흔들림 없이 거슬렀던 분이었습니다. 그가 보여 준 ‘지배하지 않는 삶’, ‘평평한 공동체’, ‘타인을 위한 자유’는 오늘의 청년들에게 새로운 상상력을 열어 줍니다. 신앙이란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스스로를 비워내어 더 넓게 사랑하고 더 깊게 자유로워지는 일이라는 사실을 다시 배우게 하지요.

승리자 그리스도
구스타프 아울렌 지음, 김지호 옮김, 도서출판 100 펴냄, 224쪽, 전자책 있음
저도 그렇지만 대부분의 개신교인이 실제로 가장 관심 두는 신학 주제를 꼽자면 ‘구원론’이 아닐까 합니다. 신학계에서 뜨거웠던 새관점 논쟁도 이와 얽혀 있고, 이단에 들어설 때도 구원받고자 하는 마음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듯합니다. 그런데 ‘나는 구원받았는가?’의 이면에는 ‘그리스도께서 어떻게 구원하셨는가?’가 필시 자리합니다. 물론 더 파고들면 신학의 모든 주제가 관련되겠지만, 가장 직접 구원론과 관련되는 것은 이 주제고, 흔히 ‘속죄론’ 내지 ‘화해론’으로 불립니다. 『승리자 그리스도』는 이에 관한 고전으로 꼽히고, 신학 방법에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그의 드라마 개념 등). 하지만 저자는 우리가 안주할 확실한 고정불변의 이론을 제공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하나님이 ‘우리’를 위해 악과 싸워 이기셨다는 오래된 메시지를 들려줍니다. 그래서 “하나님을 향한 인간의 움직임”이 아니라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움직임”에 기초하여 새로운 형식으로 그리스도께서 하신 일을 이해할 공간을 마련합니다.

옥한흠 평전
박응규 지음, 뜰힘 펴냄, 796쪽
이 책은 옥한흠 목사의 생애를 다룬 기념비적인 평전이다. 오랜 시간의 집필과 검토 과정을 거쳤고, 그 과정에서 한 차례 출간이 무산될 정도로 논쟁적인 내용들을 품고 있기도 하다. 그만큼 이 책은 한 인물을 막연히 기념하기 위해 서둘러 쓰인 기록이 아닌, 역사가의 학문적 양심이 만들어 낸 신뢰할 만한 결과물이다. 저자는 옥한흠을 한국 교회의 이상화된 영웅으로 재현하지 않는다. 그의 신앙과 사역이 남긴 분명한 공로를 존중하면서도, 동시에 논란과 한계, 판단의 오류와 시대적 제약까지 함께 기록한다. 독자들은 옥한흠이라는 인물을 통해 우리 시대의 한국 교회를 숙고할 수 있다. 옥한흠의 신앙적 열정과 그림자, 그리고 그가 감당해야 했던 책임의 무게를 함께 드러낸다. 저자는 옥한흠에 대한 존경과 비판 사이의 긴장을 끝까지 유지하며, 독자에게 판단을 위임한다. 이 책을 덮고 나면, 우리는 한 사람을 평가했다기보다 한 시대의 신앙을 통과해 온 느낌을 받게 된다. 끝내 오늘의 교회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신앙과 목회의 윤리를 묻는 책이다. 바로 그 점에서 이 평전은, 오랜 침묵과 논쟁을 지나 마침내 세상에 나온, 오늘날의 한국 교회에 대한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여자목사
나디아 볼즈웨버 지음, 윤종석 옮김, 바람이불어오는곳 펴냄, 268쪽
여자목사 일서. 1_『어쩌다 거룩하게』로 (다행히도!) 독자를 확보한 나디아 볼즈웨버의 회고록 디자인을 어떻게 할지 고민이 되었던 건 2_제목이 ‘여자목사’인 만큼 교계에 작은 파문을 일으켰으면 하는 바람과 이 책을 좀 더 널리 알리고픈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었으니 3_원서의 표지도 그러했거니와 한국어 판에도 저자의 강렬한 사진을 실어 독자들의 이목을 끄는 동시에 ‘여자목사’라는 화두를 교계에 던지고 싶었으나 4_정작 사진을 책 표지에 올리기란 인물이 익숙하고 아름다운 경우에도 이질적이고 조화를 이루기 쉽지 않은데 거구의 낯선 인물 사진을 담기란 도전적이기보단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점을 재확인하며 5_애초의 방향 가운데 그래피티 느낌으로 ‘여자목사’에 대한 편견 어린 문구를 담고자 했던 의도만 살려 6_폄하와 희망을 함께 상징하는 거친 글자와 배경으로 구현했거니와 7_표지로나 내용으로나 아름답고도 은혜로운 이 회고록은 과연 얼마나 읽히고 화제가 될지는 미지수이나 8_그래도 예쁘게 잘 나온 표지만큼이나 파격적인 내용과 주제로도 독자들 사이에 화제가 되고 격려(와 위로와 은혜)가 되고 놀라운 은총의 경험으로 다가가기를 바라거니와 9_다만 어디에서 누군가 올해의 디자인을 뽑는다면 『여자목사』는 결코 어디에도 빠지지 않으리라 자신하는데.

이정표
다그 함마르셸드 지음, 손화수 옮김, 복있는사람, 332쪽, 전자책 있음
제2대 유엔 사무총장 다그 함마르셸드가 남긴 『이정표』는 국제 정치 최전선에 섰던 한 리더의 은밀한 영적 고백록입니다. 1961년 원인 미상의 비행기 추락 사고로 생을 마감한 그의 뉴욕 자택에서 발견된 이 원고는, 1925년부터 사망 직전까지 수십 년간 기록한 시, 단상, 기도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글은 나 자신과의, 그리고 신과 나 사이의 협상에 관한 ‘백서’입니다”라는 그의 말처럼, 이 책은 공적 책임과 내면의 고독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 했던 한 인간의 치열한 자기성찰을 담고 있습니다. “가장 긴 여행은 내면으로 향하는 여행이다”라는 그의 통찰은 6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깊은 울림을 줍니다.
1963년 첫 출간 이후 20개 이상 언어로 번역된 이 책은, 리더십과 영성이 어떻게 하나로 수렴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시대를 초월한 고전이며,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진정한 자기 성찰과 소명의 의미를 일깨워주는 귀한 선물입니다.

리퀴드 처치, 솔리드 처치
피트 워드 지음, 김승환 옮김, 북오븐 펴냄, 208쪽, 전자책 있음
언젠가부터 나에게 예배당을 중심으로 모이는 지역교회는 힘이 되는 공동체가 아니라 힘든 공동체가 되었다. 성경과 기독교의 본질을 공부할수록 그 어려움은 더 커졌다. 반대로 나는 예배당 밖 그리스도인들과의 만남에서, 지역교회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신앙의 일치와 연대를 경험해 왔다. 아니, 그 힘으로 살아가고 있다. 책을 읽고, 온라인 독서모임에 참여하고, 활동가들과 현장 예배를 드리며, 출판계 동료들과 대화하고, 유튜브 신학 강의를 듣고 댓글을 나누는 과정에서 나는 우리가 그리스도 안에서 연결되어 있고, 서로 다르지만 하나라는 사실을 경험한다. 왜 그럴까? 『리퀴드 처치, 솔리드 처치』를 편집하며 지금까지 어렴풋이 짐작만 했던 이유를 선명하게 깨달았다. 이 책은 교회를 특정 장소에서 전통과 집회 중심으로 모이는 ‘솔리드 처치’에서, 삼위 하나님과 신자들이 깊이 연결되고 소통하며, 의무가 아닌 선택으로 움직이는 ‘리퀴드 처치’로 전환할 것을 제안한다. ‘리퀴드 처치’는 교회를 단일한 모임이 아니라 관계와 소통의 연속체로 이해한다. 형식과 구조의 교회가 ‘솔리드 처치’라면, 영적 활동과 상호작용 속에서 형성되는 교회가 ‘리퀴드 처치’이다. 이 책에 대한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성도들은 자유와 해방감을 느꼈고, 담임 목회자들은 읽지도 않은 채 교회의 근본을 흔든다며 염려했다. 누구의 판단이 옳을까? 그 판단은 독자 여러분께 맡긴다.

홀로 계신 분께 홀로
토마스 머튼 지음, 존 M. 스위니 엮음, 최문희 옮김, 분도출판사 펴냄, 292쪽
영성의 기원에서 찾은 삶의 지침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 질문은 내내 우리를 따라오는 그림자입니다. 선택의 순간이 오면 우리는 고민합니다. 이렇게 해야 하는가, 혹은 저렇게 해야 하는가? 숨 가쁜 일상은 언제나 선택을 강요하는 것만 같고, 현대 사회는 시대가 숭상하는 것을 개인의 기준으로 삼도록 은근히 종용합니다. 우리는 다양하고 풍요로운 사회의 혜택을 누리지만, 이러한 세상의 소음은 때론 우리를 혼란스럽게 합니다.
토마스 머튼은 그런 우리에게 그리스도교 초기 사막 교부들의 이야기를 들려 줍니다. 그들은 세상에서 태어났지만 하느님과 하나 되기 위해 세상을 버리고 사막으로 들어간 사람들입니다. 누군가는 홀로, 누군가는 다른 수도승들과 함께 공동으로 생활하며 수도승 전통을 시작한 이들이지요. 머튼은 그들의 이야기가 수도자가 아닌 우리에게도 유익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들 또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와 같은 고민을 안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사막에 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물었고, 그들 나름의 답을 찾았습니다. 이 책은 머튼의 입을 빌려 그들이 찾은 답을 전해 줍니다.

그가 하늘에서 내려오셨다
찰스 윌리엄스 지음, 민경찬 옮김, 비아 펴냄, 240쪽
찰스 윌리엄스의 『그가 하늘에서 내려오셨다』는 신학책이면서, 성서에 관한 책이기도 하고, 문학비평서이면서, 사랑에 관한 에세이기도 하다. 동시에 신학책만도 아니고, 성서에 관한 책만도 아니고, 문학비평서만도 아니고, 사랑에 관한 에세이만도 아니다. 이 책은 그 모든 것의 합이면서도 동시에 어딘가 하나로 규정되기를 거부한다. 이는 분명 매력이지만, 동시에 난점이기도 해서 번역을 할 때 꽤나 애를 먹었다. 덕분에 나는 한때 읽었지만, 거의 잊어버렸던 단테의 『신곡』과 밀턴의 『실락원』, 읽지 않은 채 서재에만 박혀 있던 단테의 『향연』과 『새로운 인생』을 끙끙대며 읽어야 했다. 그가 잉클링스였다는 사실, 루이스와 톨킨의 친구였다는 소개는 잠시 잊어도 좋다. 우리 눈에 보이는 건 이 세계가, 그리고 이 세계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얼마나 이상하고도 구체적인 방식으로 유지되고 있는지를 집요하게 관찰하는 한 순례자다. 성육신은 그에게 추상적인 논의가 아니라, 인간관계와 사회, 책임과 사랑의 질서를 뒤흔드는 사건이면서 이 세계를 진실로 지탱하는 핵심 원리다. 찰스 윌리엄스는 "그가 하늘에서 정말 내려오셨다”는 믿음으로 책의 시작 부터 끝까지, 성서의 처음부터 끝까지, 인간사회와 인생을 구석구석 살핀다. 놀랍게도 그 내용은 진지하지만 무겁지 않다. 그래서 읽고 나면 무엇을 완전히 ‘이해했다’기보다, 세계가 조금 달라져보인다는 느낌을 받는다. 신학이 삶을 설명하기보다 삶을 더 이상하게, 더 사랑스럽게 보이게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은 신선하게 증명한다.

김교신, 백년의 외침
류동규 지음, 비아토르 펴냄, 22,000원, 전자책 있음
비아토르에서 출간한 저자의 첫 책. 첫 책은 대개 독자의 반응이나 성과를 가늠하기 어렵지만, 그럼에도 세상에 내놓는 일은 성과와 무관하게 하나의 목소리가 공적인 언어로 자리를 잡도록 돕는 작업이다. 이미 익숙한 말들이 되풀이되는 출판 시장에서, 새로운 사유를 공론장에 초대하는 일은 출판사가 감당하는 작지만 의미 있는 공적 역할이며, 동시에 큰 보람이기도 하다. 근현대소설 연구자이자 경북대학교 국어교육학과 교수인 류동규는 『성서조선』을 중심으로 김교신의 삶을 다시 조명하며, 그 시대가 부과한 고통 속에서 절망과 희망을 어떻게 견뎌냈는지를 섬세하게 복원한다. 이를 통해 ‘무교회자’로 단순 각인된 김교신에 대한 선입견을 벗겨 내고, 오늘 우리가 당면한 ‘고갈된 사상과 표류하는 신앙’을 성찰하게 한다. 제도와 형식에 갇힌 신앙에서 벗어나 성서와 예수 정신으로 살아가라고 한 김교신의 문제의식을 신앙적 차원에서 단선적으로 보지 않고, 교회 너머 인문주의자의 시선으로 읽어 낸 노작(勞作)이다.

요셉의 회상
지강유철 지음, 비전북 펴냄, 264쪽, 전자책 있음
『요셉의 회상』은 ‘1인칭 회고 문학’ 형식을 차용해 구약시대 인물 요셉을 생생하고도 입체적인 존재로 되살려냅니다. 이 책은 성실하고 치밀한 성경 본문 연구와 저자 특유의 문학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한국교회에서 입지전적 인물로, 꿈쟁이의 표상으로 유통되어 온 요셉을 ‘눈물의 사람’으로 재해석합니다. 23년만에 개정판으로 나온 『요셉의 회상』은 요셉의 파란만장한 생애 이야기이면서, 궁극적으로는 그의 일생을 이끌어가신 야훼 하나님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저자의 폭넓은 인간 이해뿐 아니라 성경 본문에 대한 주석적 연구가 뒷받침되어 등장인물들의 내면을 설득력 있게 서술함으로써 '요셉'의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로 다가옵니다.

교사, 정말 진심이면 되나요?: 써나쌤의 교회학교 교사 즉문즉답
오선화 지음, 사자와어린양 펴냄, 256쪽, 전자책 있음
나이 먹을수록 세월 체감이 가속되어서인지 2025년은 정말 빛의 속도로 지난 듯하다. 무슨 책을 출간했는지 정신이 흐릿하여 검색해 보니 고작 세 권 출간. 맥스 비어봄의 성인 동화 『행복한 위선자』, 구순 넘은 권사님의 인생 시집 『사랑아 사랑아』, 그리고 오선화 작가님의 즉문즉답 에세이 『교사, 정말 진심이면 되나요?』.
이 글을 쓰면서 새삼 게으른 종이 생각난다. 일 년에 네 권은 만들자고 다짐했는데, 뭐 하느라 한 해 농사가 이 모양 이 꼴인가. 그중 한 권은 지인 출판에 가깝고, 또 한 권은 120쪽 분량의 소책자. 그래도 일 년에 책을 한 권도 못 내는 출판사가 90퍼센트라고 하는 통계에 기대어 자존감을 높여 본다.
그나마 8월 말에 출간한 『교사, 정말 진심이면 되나요?』 덕분에 몇몇 유튜브 채널에도 출연하고, 사자와어린양이 아직 책을 내고 있음을 알릴 수 있어 감사한 한 해였다. 독자들이 읽고 도움이 되었다고 별 다섯 개를 붙여 주니 두 배 더 감사.
그런데 15년 넘게 ‘청소년과 밥 먹는 사람’으로 살아온 저자의 이력 때문일까? 청소년 교사를 위한 책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제법 있는데, 영아부부터 청년부까지 교회학교 현장에서 분투하고 있는 목회자와 교사 모두를 위한 책이다. 초판 한정 ‘진심 상담 카드’도 획득할 수 있으니 2026년 새롭게 사역을 펼쳐 가는 교회학교 교사 선물로, “이 책 어때요?”

매일 교리
케빈 드영 지음, 전의우 옮김, 생명의말씀사 펴냄, 696쪽
평신도에게 교리는 신학자나 목회자만의 영역처럼 느껴지곤 합니다. 그러나 교리는 모든 그리스도인의 믿음과 삶을 시작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매일 교리』는 복음주의, 개혁주의 진영에서 가장 영향력 있고 신뢰받는 젊은 신학자이자 목회자인 케빈 드영이 그리스도인이라면 '꼭 알아야 할' 개념을 명료하고 간결하게 정리한 1년 묵상집입니다. 프롤레고메나(성경론), 신론, 인간론, 언약 신학, 기독론, 교회론, 종말론까지 조직 신학의 전통적인 주요 주제를 2장의 짧은 글 260편으로 엮어내 평신도도 부담없이 읽고 묵상할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매일 교리』와 함께 하나님을 바르게 알고 건강한 믿음을 살아내는 1년을 보내보세요. 1주일에 5번씩, 매일매일 교리를 묵상하다보면 성경적 교리에 대한 지식이 쌓일 뿐만 아니라, 무엇이 올바른 예배이고 신앙 생활인지 알게 되는 진정한 자유를 얻을 것입니다.

디오그네토스께 드리는 편지ㆍ디다케 (열두 사도의 가르침)
김한원 옮김, 조재천 해제, 알맹e 펴냄, 182쪽, 전자책 있음
알맹e에서는 몇 가지 꼭 작업해야 하는 대작들이 있어서 2025년에 많은 책을 내지 못했는데, 그런 이유로 책을 고르는 것이 상대적으로 쉬웠다. 이 책은 원서명이 무려 그리스어로( Επιστολή προς ΔιόγνητονㆍΔιδαχή των Δώδεκα Αποστόλων) 된 2세기 경의 책 2권을 묶은 것이다. 초기 기독교/교회로 돌아가자는 얘기는 많은 기독교인이 하는데, 실제로는 단편적이나마 초기 기독교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문서들도 개신교 버전으로 제대로 된 것이 없는 것이 현실인지라 만들어본 책이다. 가톨릭 계열인 분도 출판사에서 나온 것이 있지만, “하느님” 대신 “하나님”으로 표기된 개신교도들을 위한, 좀 더 원문에 좀 더 충실한 번역과 더불어 정주행해서 읽을 수 있도록 가독성을 높인 2가지 번역을 제공하면 다양한 독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 기획하고 만든 시리즈의 첫 책이다. 그리스어를 좀 아는 사람이라면 원어와 대조하면서 읽을 수 있어서 좋고, 모르면 모르는 대로 취향에 따라 2가지 번역문 중에 한 가지 혹은 둘 다 읽을 수 있게 만들었다. 15세기 콘스탄티노플(지금의 이스탄불)의 어느 생선 가게에서 생선을 손님들에게 포장해주는 포장지 더미에서 극적으로 발견된 책에서 엿보게 되는 사도행전 이후 초기 교회의 모습을 보면서 그 내용이 과연 우리에게는 어떠한 의미가 있고, 우리가 과연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는 좋은 자료가 되리라 믿는다. 알맹e 모든 책이 그렇듯이 전자책으로도 만들어 뒀으니 독서 취향에 따라 선택해서 보면 된다.

황금률
권수경 지음, 야다북스 펴냄, 624쪽, 전자책 있음
‘황금률(Golden Rule)’은 인류가 긴 역사 속에서 공유해온 삶의 자산이다. “대우받고 싶은 대로 대우하라”는 규칙이다. 적극적으로는 “네가 바라는 것을 남에게 하라”는 긍정적 표현으로 쓰였고, 소극적으로는 “네가 싫은 것은 남에게도 하지 마라”는 부정문으로 드러났다. 이 둘을 종합하면 “대우받고 싶은 대로 대우하라”는 중립 공식이 된다. 간단히 말해, 나 자신을 대하는 태도를 방향을 바꾸어 남에게도 적용하고, 상대를 존중하는 가운데 나와 그 사람 사이에 공평한 관계를 추구하는 ‘상호성’ 원리다. 황금률은 동서고금의 여러 곳에서 발견된 규칙이면서 내용은 그리스도께서 가르치신 그 규칙과 같거나 비슷하다.
그러하기에 황금률은 인류가 함께 일구고 지켜 온 공동의 유산이라고 할 수 있으며, 저자는 이를 하나님께서 내리신 ‘일반 은혜’라는 신학 용어를 사용하여 다른 차원의 해석을 시도한다. 세상의 황금률은 윤리적 차원의 상호성 원리와 삶의 연대를 말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그리스도의 황금률은 십자가로 보여주신 무조건적 사랑과 비대칭적 은혜와 선제적 용서를 말한다. 이 차이가 일상의 관계에서, 일터에서, 그리고 교회와 사회에서 꽉 막힌 벽을 뚫고서 더 깊은 차원의 다른 삶을 살게 한다.

인문학의 길에서 성서를 만나다
조영헌 외 14인 지음, 잉클링즈 펴냄, 300쪽, 전자책 있음
성서와 예수께 나아가는 여정에서 인문학을 길과 벗 삼은 인문학자 15인의 사려 깊은 '신앙과 학문' 탐색기. 철학, 문학, 역사, 언어학, 예술 분야 연구자들이 자신의 전공 영역에서 오랫동안 씨름해 온 신앙과 학문의 여정을 성찰적으로 회고한다. 열다섯 빛깔의 글들은 ‘성서를 손에 든 연구자’ 15인이 “방법론적 엄밀성과 신앙적 충실성 사이에서 ‘이중 충성’을 감당”하면서 “그 긴장을 회피하지 않고 통과해 온 사유의 기록”을 담고 있다. 아울러 청소년 시절부터 대학·대학원·유학 시절 이후 근래에 이르기까지 성서(신앙)와 인문학(학문)이 만나는 과정에서 저마다 경험한 실패와 좌절, 열등감과 죄의식, 신앙적 성찰과 학문적 탐색의 여정을 가감 없이 보여 준다.

한국 개신교 사상사1 - 신앙의 변증법, 한국 개신교 사상사2 - 공적 신앙의 윤리, 한국 개신교 사상사3 - 경계에 선 신앙
양현혜 지음, 홍성사 펴냄, 각권 292쪽, 400쪽, 544쪽
교회 안팎에서 신앙의 언어는 지나치게 가벼워지고, 때로는 서로 다른 의미로 소비되는 장면을 마주하는 일은 낯설지가 않습니다. 같은 단어를 사용하지만, 그 말이 가리키는 본질적 의미보다는 개인의 자해석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지요. 12월 홍성사에서 출간한 ‘한국 개신교 사상사’는 이 불편한 현실을 마주하는 3권의 시리즈입니다.
외래 신앙이 한국 사회와 전통을 거치며 어떤 선택과 굴절이 있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핵심의 개념들이 어떻게 흔들렸는지 세밀하게 짚어냅니다. 특히 김교신이라는 인물을 중심에 세워 ‘살아낸 사상’이 사상 형성에 어떤 힘이 되었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1권 『신앙의 변증법』은 신앙 언어의 원형을 되찾고, 2권 『공적 신앙의 윤리』는 사회와 맞닿은 신앙의 기준을 묻고, 3권 『경계에 선 신앙』은 전쟁·여성·토착화 같은 주제를 입체적으로 다룹니다. 신앙과 현실 사이에서 길을 찾고자 하는 이들이 내디딜 수 있는 첫발이 되기를 바라봅니다.

이것이 복음이다
박요한 지음, CLC 펴냄, 404쪽
『이것이 복음이다』는 2025년 출간 도서 가운데 CLC 사업부팀에서 의미 있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한국 교회 현장에서 점점 흐려지는 복음의 중심을 다시 붙들게 해 주기 때문이다. 저자는 복음을 감정이나 분위기가 아닌, 성경이 증언하는 구원의 진리로 분명하게 제시한다. 자유주의 신학과 이단 사설이 어떻게 복음을 왜곡하는지도 명확히 짚어 준다. 교회를 살리는 길은 새로운 방법이 아니라 본질로 돌아가는 데 있음을 담담하지만 분명하게 전하는 책이다.

제임스 패커 - 알리스터 맥그래스가 들려주는 제임스 패커의 삶과 사상
알리스터 맥그래스 지음, 윤종석 옮김, CUP 펴냄, 352쪽
이 책을 계약할 무렵 알리스터 맥그래스가 집필 및 기획, 책임 편집한 대작 『기독교 신앙 그 개념의 역사』를 편집하고 있었다. 알리스터 맥그래스가 쓴 『제임스 패커』의 원서를 접하고는 마치 섭리처럼 느껴져 신나게 계약했던 기억이 새롭다.
알리스터 맥그래스는 마치 자서전을 쓰듯 제임스 패커의 어린 시절부터 세상을 떠나기까지의 신학과 삶의 여정을 섬세하게 써내려 간다.
분자생물학 박사, 신학 박사, 문학 박사라는 독특한 이력을 가진 탁월한 학자인 알리스터 맥그래스는 젊은 시절 무신론자였고 과학에 깊은 관심이 있어 분자생물학을 전공했었는데,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신앙을 가지게 되면서, 기독교 신앙을 깊이 탐구하며 신앙의 본질을 찾아갔다. 특히 제임스 패커의 신학은 맥그래스의 신학 형성에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다. 이런 깊은 탐구의 결과로 맥그래스는 제임스 패커의 삶과 신학을 단순히 소개하는 책을 넘어, 오늘날에 주는 의미를 시대적 맥락 속에서 설명하고 보여준다.
이 책을 읽으며 시대를 막론하고 모든 시대 모든 사람의 인생 속에 세밀히 인도하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느낄 수 있었다. 어린 시절 교통사고로 생긴 심한 상처로 외톨이가 되었던 제임스 패커는 그 덕분에 책에 빠져들었고, 그것은 기독교 신학자로 성장하는 동력이 되었다. 알리스터 맥그래스가 그 당시 신학의 흐름을 주도했던 C. S. 루이스나 제임스 패커의 영향을 받고 신앙을 형성했던 것처럼, 제임스 패커는 신앙의 선배였던 C. S. 루이스나 청교도들을 통해 신앙과 삶의 통합이라는 큰 영향을 받았다. 우리는 또 제임스 패커나 알리스터 맥그래스, 그리고 수많은 신앙의 선배들과 이 시대에 동역하는 많은 그리스도인들을 통해 하나님을 발견하며 신앙의 이야기를 써내려 간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은 지금 우리 곁에서 우리 인생의 작은 이야기들 속에 함께하시는 하나님을 느끼게 하고, 새해에는 또 어떤 일로 인도하실까 기대하게 하는 책이다.

죽을 때까지 유쾌하게
김혜령 지음, IVP 펴냄, 220쪽
『죽을 때까지 유쾌하게』의 발행일은 2024년 12월 30일이지만, 독자들이 실제로 만난 것은 2025년 1월입니다. 2024년 책이라 하기엔 한 해의 마지막 날 단 하루만을 보냈고, 2025년 책이라 하기엔 발행일이 미묘하게 맞지 않는, 그야말로 사이에 놓인 책입니다. 연말·연초 추천 목록 어디에도 속하지 못했지만, 이 책은 마케터인 제가 가장 애정을 쏟아 가장 많이 소개하고, 가장 여러 사람에게 선물한 책이기도 합니다.
약해진 아버지와 동행하는 시간을 통해 저자가 다시 사유해낸 ‘연약함’은 연민을 넘어선 단단한 시선으로 펼쳐집니다. 저자와 아버지가 여전히 삶을 나누고 이야기를 이어가기에 이 책은 유쾌합니다. 『죽을 때까지 유쾌하게』는 약해진 자도 여전히 살아 있으며 존엄하다는 선언이고, 인간을 규정해 온 지배적 담론에 대한 조용하지만 깊은 저항입니다. 그 저항은 삶을 축제처럼 경축하는 유쾌함을 품고 있습니다.
독자 역시 이 책이 건네는 새로운 언어와 새로운 해석학을 통해, 연약함을 향한 더욱 힘 있는 시선을 얻게 되리라 믿습니다.

기독교의 눈으로 고전 읽기:도스토옙스키 편
김회권 지음, PCKBOOKS 펴냄, 568쪽
“문학 안에 나타난 인간의 죄와 고통, 구원 읽기”
이 책은 도스토옙스키의 고전 명작 장편소설 삼부작 『죄와 벌』, 『백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성경의 빛’ 아래에서 요약하고 해설하는 안내서이다. 세 작품은 모두 기독교의 중심 교리인 “인간의 죄와 악, 인간의 곤경과 고통, 그리고 인간의 구원과 인간 갱생”을 중심서사로 설정하고 있다. 피폐하고 가난한 이들이 가득했던 러시아 상황에서 태어난 도스토옙스키는 알료샤, 조시마 장로, 소냐, 므이쉬킨 공작 등과 같은 매력적인 인물을 창조하여 병든 세상의 피난처를 제시한다.
이 책은 기독교의 눈으로 문학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며, 기독교 신앙을 지닌 개인이 소설과 신앙의 주제들을 어떻게 연동시키고, 인간의 구원 문제를 바라볼지 주목하게 한다. 또한 이 책에는 소설 속 선한 사람이 우리의 현실에 등장하기를 열망하며, 편협하고 좁은 기독교가 아니라 보편적이고 공공선을 위한 기독교를 회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 정리|이풍관
혹시 이 리스트 중에서 여러분의 서가에 이미 꽂혀 있거나, 새롭게 눈길이 머무는 책이 있나요? 리스트를 보며 여러분만의 '올해의 책'을 다시 한번 발견해 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함께 읽고 싶은 책이 생겼다면 언제든 의견 남겨주세요. 내년 청어람의 ‘함께 읽기’를 기획할 때 요긴하게 참고하겠습니다. :)
37호, 청어람이 함께 읽은 책들을 읽고 남겨주신 소감 감사합니다!
- 장바구니를 이렇게까지 두둑하게 하실 줄이야… 청어람이 1년 동안 읽어 온 기억이 담겨 있어 더 묵직하고 소중하게 다가오네요. 내년에 청어람이 집어서 읽을 책도 기대합니다. 한 해 그리고 지난 20년, 수고 많으셨어요!
- 한해 동안 청어람과 함께 보조를 맞추면서, 이 책 중 몇 권은 완독할 수 있었네요. 내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한 해 함께 해 주신 구독자, 후원자님들 모두 감사합니다.
평안하고 풍성한 새해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