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1호: 언제가 되었든, 무엇으로든 다시 시작하면 되죠!

나래 님을 만났어요!

2024.07.01 | 조회 49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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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어람AR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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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과 사회 사이 - 사람과 사람 사이의 공간

안녕하세요. 오수경 입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0호를 보내드린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7월이 되었네요. 여름을 싫어하지만 7월은 제 생일이 있는 달이어서 좋아하는 편입니다. 구독자 님도 7월이 조금이라도 시원하면 좋겠네요. 

지난달에 메일 매거진 이름을 지어달라는 부탁을 드렸는데 무려 108개의 이름이 모여서 놀랐어요. 물론 ‘108개의 고민’이 생겼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이름들을 살펴봤답니다. 청어람 스텝들의 대토론회를 거쳐 메일 매거진 이름은 결국 ‘틈’으로 정해졌어요. 이름을 정하고 나니, 자연스레 1호 인터뷰 대상자도 정해졌지요. 이 이름 지은 분을 만나자! 

사실 박나래 님은 저에게는 익숙한 이름이에요. 몇 년 전부터 책모임에 꾸준하게 참여하는 ‘청어람 친구’이고 저는 나래 님의 메일링을 구독하는 ‘’나래 님 친구’죠. 제가 기억하는 나래 님은 똘망똘망한 눈을 가진, 시원하게 웃는 사람이었는데요. 나래 님을 ‘1호 인터뷰이’로 소개할 수 있어서 참 보람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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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수) :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나래(나) : 안녕하세요! 박나래라고 합니다. 저는 (지금은 잠시 쉬고 있지만) 교회 노동자이고요. 박사과정 대학원생이자 연구자이기도 합니다. 반갑습니다. 🤗

수 : 이름이 참 유명하고도 예쁜 이름인데요. 이름 뜻이 뭔가요?

나 : 나래는 순우리말로 ‘날개’를 의미합니다. 제가 태어난 시기에 순우리말 이름이 유행을 한 영향이구요. 특이하게도 저희 아버지께서 직장 동료들에게 공모를 받아 선정된 이름입니다. 어쩌면 태생부터 이름 공모와 선정에 타고났을지도 모르겠네요! 😂

수 :  어머나, 너무 재밌는 인연이네요. 그래서 ‘공모전’에 강하신가 봐요. ^^ 이번에 청어람에서 진행한 메일링 이름 공모전에서 무려 108 : 1의 경쟁률을 뚫고 선정이 되었어요. 일단 축하드리고요. 소감이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나 : 축하 감사드립니다. 처음 연락을 받았을 때 믿을 수가 없었고 얼떨떨했습니다. 꿈보다 해몽이라고, 제가 적은 의미를 좋게 받아들여주신 게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지은 이름이 붙은 매거진이니 더 열심히 읽는 구독자가 되겠습니다.

수 : 사실 선정된 이름 ‘틈’ 외에도 함께 보내주신 ‘갈피’도 좋다는 내부 의견이 있었어요. 틈과 갈피 모두 무엇과 무엇 사이의 공간을 의미한다는 면에서 뜻이 통하기도 하는데요. 특별히 이런 뜻을 생각하신 이유가 있나요?

나 : 솔직히 말해서 특별한 이유는 없습니다…🙄 멋진 이유가 있으면 좋을 텐데요.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공모에 참여했고 앉은자리에서 떠오른 이름 3개를 적어 넣었습니다. “우리가 만나야 할 이야기는 사람과 책 속에 있다”라는 공모 글에 적힌 문장을 보면서 이야기, 사람, 책을 두루 아우를 수 있는 이름을 궁리했습니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겸손하게 답했지만, 응모할 때 정성껏 이유를 써주셨어요. 1) 틈은 사람이나 물건들 사이에 있는 작은 공간을 의미해요. 교회와 세상, 사람과 사람의 사이 공간에 주목하고 연결 짓는 매거진의 역할을 틈이라는 단어에 담았어요. 2) 틈은 기회, 여유를 의미하기도 해요. 분주한 현대인의 일상에서 잠시 틈을 내어 책과 사람 이야기로 숨 돌린다는 의미가 있어요. 3) 틈은 꽉 짜여 변화할 여지가 없어 보이는 세상에서 발견한 변화의 가능성이에요. 커다란 바위도 작게 갈라진 틈으로 물이 계속 흐르면 결국 깨지고 터집니다. 청어람이 내는 틈은 작을지라도 결국 그 틈이 경직된 교회를 변화시키고 굳은 마음을 새롭게 바꿀 거라는 기대를 담았어요.

수 : ‘틈’과 연관 지어 질문을 해볼게요. 나래 님은 지금 무엇과 무엇 사이에 계신가요?

나 : 머뭇거림과 나아감 사이에 있습니다. 이전 것을 떠나보내고 새로운 것을 향해 나아가는 시기예요. 전 그다지 진취적인 사람이 아닌데, 그런 저를 자꾸 등 떠밀어 나아가게 재촉하는 어떤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결과가 있을지 두려움과 설렘으로 기다리고 있어요.

수 : 무엇에 머뭇거리고 있고, 어디로 나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나 : 저는 성격상 갈등을 최대한 피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에요. 그런데 새로운 것에 도전하거나 낯선 영역에 발을 들여놓으면 갈등은 불가피하죠. 그래서 선뜻 시도하기보다는 먼저 최대한 문제가 될만한 요소를 제거하거나 대처방안을 마련하고 몇 번이나 검토하고 난 뒤에 조심스레 발을 내딛는 편이에요. 이런 두려움이 저를 머뭇거리게 만들어요. 하지만 영영 익숙한 곳에 머무를 수만은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시작했어요. 저도 제가 어디로 나아가는지 잘 모르겠지만, 삶이란 낯설고 두려워도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는 걸 이제는 정말로 받아들여야 하는 시기가 온 것 같습니다.

수 : 나래 님을 처음 만난 건 저희 책 모임에서였는데요. 그때는 신학생이셨어요. 몇 년이 지난 사이 목사님이 되셨고 지금은 연구자의 길을 가고 있는데요. ‘신학’은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되었고 요즘 ‘신학’적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나 : 교회가 너무 좋아서 신학대학원에 진학하게 되었어요.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겉돌던 제가 교회에서 비로소 받아들여지고 인정받는 경험을 했거든요. 교회에서라면 제가 ‘쓸모 있는’ 인간이 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언뜻 보면 순수한 것 같지만 사실 대단히 이기적인 이유죠. 그 뒤로 석사와 박사과정까지 진학한 것은 앞에서도 말한 알 수 없는 어떤 힘에 의한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막막한 교회 현실을 피해 공부로 도피한 것이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실제로 공부가 즐겁기도 했어요. 교회에서 할 수 없고 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맘껏 하고 들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제 신학적 관심사는 생태, 여성, 몸, 물질, 가족 등 다양합니다.

수 :  ‘교회에서 받아들여지고 인정받는 경험’을 해서 신대원에 진학했는데 신대원에서 ‘교회에서 할 수 없고 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맘껏 하고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니요. 공부가 즐겁다니요. 굉장히 거리감이 느껴지네요! ^^ 나래 님이 말씀하신 현재 관심사는 제가 알기로는 한국 (제도) 교회에서 소외된, 혹은 왜곡되기 쉬운 주제인데요. 어떤 경로로 현재의 관심사가 되었는지 궁금해지네요.

나 : 제가 몰랐던 것은 제가 경험한 교회가 교회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이었어요. ‘교바교’, 그러니까 교회마다 다르다는 것이죠. 나중에야 제가 ‘받아들여짐’을 경험한 교회가 매우 특수한 경우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 사실을 모른 채 풋내기 전도사로 다시 마주한 교회는 가슴 아플 정도로 비상식적이었습니다. 때론 슬플 정도로 우스꽝스럽기도 했고요. 지금 돌아보니 거기에서 비롯된 모순과 혼란을 해결하고자 대학원(신대원 말고 석사과정)에 진학한 것 같아요(교회에서 할 수 없고 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맘껏 하고 들을 수 있었던 곳은 신대원보다는 대학원이었어요). 그 과정에서 앞서 말한 학문적 관심사에 관심을 가진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저 자신이 한국교회에서 소외되고 왜곡되기 쉬운 존재이니까요. 그냥 끼리끼리 어울린 거죠.

수 : 그런데 지금은 신학 공부를 잠시 멈춘 걸로 알고 있어요. 얼마 전 그 사연을 담은 글에서 이렇게 표현하신 걸 봤어요. “나는 그렇게 엎어진 채로 잠시 머물러있기로 했다. 머무른 자리에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기로 했다.” 엎어지는 것도 용기와 결단이 필요한 일이잖아요. 어떤 이유에서 엎어진 채로 잠시 머무르기를 선택하셨어요?

나 : 역시 해석을 잘해주시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용기와 결단이라기보다는 너무 힘들어서 도저히 일어날 수가 없었기 때문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어요. 한참 전부터 엎어져있고 싶었던 걸 꾹 참고 달려왔었거든요. 신학대학원 때부터 쉬지 않고 10년을 공부했어요. 조교와 목회, 집안일을 겸하면서 말이죠. 지금은 박사과정 수업은 다 마치고 졸업 논문만 앞둔 상태인데요, 졸업 시험까지 치르고 나니 학술서적은 쳐다보기도 싫고 구역질이 날 지경이 되더라고요. 빨리 논문을 쓰고 졸업해서 애매한 상태를 벗어나고 싶은데 몸이 말을 듣지 않으니 정말 좌절스러웠어요. ‘내가 인생을 잘못 살았나’ 후회하며 절망과 고통에 휩싸였는데 그것을 설명할 언어조차 제겐 없었어요. 이런 제 상태를 이해하고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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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 그래서 인스타툰을 시작하신 거군요. 그때는 무엇을 그리셨나요?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새롭게 알게 된 것, 혹은 달라진 점이 있나요?

나 : 저에 대해 수상할 정도로(?) 많이 알고 계시군요? 인스타툰도 저의 자아 찾기 또는 자아 표현의 한 방편이었어요. 저는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고 만화책 보는 것을 좋아해서 꿈도 만화가였었거든요. ‘하라는 목회도 안 할 바에야 하고 싶은 거나 해보자’라는 심정이었어요. 대표적으로는 기독교인으로서 ‘딩크부부’로 사는 것에 대한 경험과 생각에 대해 그렸었고요, 의외로 기독교인이 아닌 분들도 공감을 해주셔서 신기했어요. 인스타툰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것은 그림 그리기는 참 어렵다는 것이었고요. 의외로 주변 분들이 ‘언제부터 이렇게 그림을 잘 그렸냐’라고 반응하셔서 깜짝 놀랐어요. 솔직히 저는 제 그림이 낙서 수준이라고 생각하거든요! ^^ 나중에 아이패드로 그림 그리는 법을 제대로 배워보고 싶어요.

수 : 얼마 전에는 ‘박씀씀’이라는 필명으로 ‘헤프게 씀’이라는 유료 메일링을 시작하셨어요. 저는 특별히 ‘헤프게’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보통 헤프다는 부정적 의미로 쓰이는데요. 이 단어를 이름으로 정한 이유는요?

나 : 영화 <가족의 탄생> 중에 “헤픈 거, 나쁜 거야?”라는 대사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헤프다는 건 낭비한다, 마구 한다는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요. 특히 여성과 함께 사용되면 ‘헤프게 몸과 마음을 남에게 내어준다’는 의미로 사용돼요. 하지만 과연 그게 나쁜 것일까요? 한 번뿐인 인생, 온 힘 다해 마음껏 사랑하겠다는데 말이죠. 그런 의미에서 아끼거나 조심스러워하지 말고 냅다 글을 써보자는 의미에서 ‘헤프게 씀’이라고 이름 붙여보았어요. ‘내가 잘할 수 있을까?’,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할까?’ 전전긍긍 대다가 포기하기보다는 어설프더라도 일단 써보자는 마음이었습니다.

수 : ‘일단 써보자’하는 그 마음이 참 쉬운 것 같으면서도 어렵죠. 그림 그리고 글 쓰는 것 외에 또 도전해보고 싶은 게 있나요?

나 : 자전거 타기요. 자전거 타는 법을 꼭 배우고 싶은데, 밤에 잠들 때 “내일은 아침 일찍 일어나 꼭 자전거 타러 가봐야지” 해놓고 다음날 아침에는 “오늘은 날이 너무 더워” 아니면 “너무 피곤해” 이런 핑계를 대며 계속 안 나가고 있어요. 그런데 요즘은 정말로 날이 너무 더워서 가을이나 되어야 시도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수 : 요즘 가장 좋아하는 물건이나 순간이 있나요?

나 : 모든 행복한 순간들이요. 사람의 기억이라는 건 너무나 생존 중심적이어서, 위험하거나 불쾌했던 순간은 강렬하게 기억되지만 행복한 순간은 금세 흩어지더라고요. 행복이라는 게 워낙 희미하면서도 옅은 찰나이기 때문에 그렇기도 하겠죠. 그래서 행복감을 느끼는 그 순간에 집중하려고 노력해요. 그리고 또 하나 꼽자면 웃음입니다. 하루에 한 번쯤은 큰 소리로 웃으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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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 그러고 보니, 나래 님은 웃을 때 ‘크게’ 웃는 사람인 것 같아요. 최근 가장 크게 웃은 기억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같이 웃게… ^^

나 : 저는 아주 쉽게 웃는 사람이라 자주 웃어요. 남편의 흔한 아재개그에도 저항 없이 터집니다. 타격감 좋은 타깃이랄까요. 아니면 제가 남편을 놀리거나 괴롭혀요. 꼼짝없이 당해주는 모습을 보면 그냥 웃겨요. 그렇게 웃고 나면 ‘아, 오늘 하루도 잘 살았다’하는 거죠.

수 : 웃을 일이 더 많이 생기면 좋겠네요. 아니, 그런 순간을 더 많이 만드시길. 나래 님은 인생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혹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가치가 있나요? 

나 : ‘나다움’입니다. 나는 결코 다른 누군가로 대체될 수 없는 이 세상에 유일무이한 존재잖아요. 그런데 내가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성찰하고 그것을 살아내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어느새 내가 흐려지고 말아요. 그러면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른 채 남들이 원하는 것을 원하고, 어디로 가고 싶은지도 모른 채 남들이 가는 대로 따라가게 되죠. 그러고 나서 나중에 후회해도 소용없더라고요. 좀 유별나더라도 나대로 살면 결과에 상관없이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매 순간 나다운 선택을 하려고 노력합니다.

수 : 나다움이라… 정말 중요한 말 같아요. ‘나다운 선택’을 할 때 지키는 원칙이나 노하우 같은 게 있을까요?

나 : 쉽지 않은 일이지만, 계속 선택을 해봐야 뭐가 나다운 일인지 알 수 있어요. ‘나다움’보다 ‘선택’이 우선입니다. 무수한 선택의 경험이 나다움을 구성하고 드러내니까요. 선택의 특징은 반드시 대가를 지불해야 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인데요. 이것을 선택하면 저것을 포기해야 하죠. 그렇다면 내가 더 가치 있게 여기는 것은 무엇일까요? 또 어떤 선택은 내 생각과 전혀 다른 결과를 초래하기도 하고, 때론 억울하게 책임을 떠안는 경우도 생기죠. 어쨌거나 그 경험을 통해 ‘나에게 중요한 것은 이것이구나’, ‘아, 이건 나다운 게 아니구나’하고 알 수 있어요. 그러면 다음번 선택은 조금 더 나아지겠죠. 하지만 선택 자체를 회피해 버리면 방도가 없습니다. 아주 나쁜 선택이라도 선택을 아예 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해요.

수 : 그렇다면 ‘선택’의 기회를 드려야겠군요. ^^  마지막 질문입니다. 최근 읽은 책 중 특별히 추천하고 싶은 책 세 권만 꼽아주세요.

장강명의 <책 한 번 써봅시다>(한겨레출판)를 추천할게요. 말 그대로 ‘어떻게 책을 쓰는 걸까?’ 궁금해서 읽어본 책이에요. ‘한 주제로 200자 원고지 600장을 쓰라’와 같이 실제적인 조언으로 가득한데요. 이 외에도 ‘책 중심 사회’에 대한 저자의 주장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습니다. 자전거를 중심으로 하는 도시와 자동차를 중심으로 하는 도시는 그 형태와 구성, 시스템이 다르겠죠. 그와 같이 저자는 책이 의사소통의 핵심 매체가 되는 사회, 생각이 퍼지는 속도보다는 생각의 깊이와 질을 따지는 책 중심사회의 이상을 제시해요. 책을 쓰려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독서율이 바닥을 치는 이 시대에 읽어볼 만한 책이라고 생각해요.

윤홍균의 <마음 지구력>(21세기북스)도 추천합니다. 번아웃을 경험하는 현대인을 위한 따뜻한 위로와 실제적인 조언이 담겨있어요. 저도 책을 읽으면서 제가 겪은 ‘엎어짐’이 번아웃이었고 제 삶의 방식이 번아웃을 불러왔다는 걸 발견했어요. 우리 사회는 번아웃이 오기 참 쉬운 구조죠. 번아웃은 개인의 책임만은 아니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케어할 수 있는 건 나 자신뿐이고 우리는 이 비정한 시대에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하죠. 이 책은 ‘어떻게든 살아남기’를 하느라 아파하는 이들을 위한 처방전이자 지침서가 되어줄 거예요. 특히, 저자가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이면서 비전공자도 이해할만한 언어와 사례를 능숙하게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마지막으로 장영희의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샘터사)을 추천하겠습니다. 사실 최근 책은 아니고 2009년에 나온 책인데요. 20대 때 읽은 이후 생각날 때마다 반복해서 읽고 있고, 읽을 때마다 새로운 감동을 받는 책이에요. 이 책의 첫 에피소드는 저자가 박사논문 최종제출을 앞두고 인쇄본을 도둑맞은 사건을 다루고 있어요. 타자기로 한 자 한 자 눌러쓴, 세상에서 단 한 편뿐인 논문을요. 저자는 5일 동안 식음을 전폐하다가 문득 거울에 비친 초췌한 몰골을 마주하고 어떤 목소리를 듣습니다. ‘괜찮아. 다시 시작하면 되잖아. 다시 시작할 수 있어. 기껏해야 논문인데 뭐. 그래, 살아 있잖아……. 논문 따위 쯤이야.’ 졸업 논문을 써보신 분은 결코 논문 ‘따위’가 아니라는 걸 알고 계실 거예요. 하지만 이 목소리를 듣고 저자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서 1년 만에 졸업 논문을 완성해요. 우리는 모두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언제가 되었든, 무엇이 되었든 말이죠.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외에도 고(故) 장영희 교수님의 책은 이런 감동과 위로로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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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상냥하고 다정한 인터뷰를 하게 되어 무척 즐거웠습니다. 청어람 메일 매거진 <틈>의 부흥(!)을 기원합니다. 🥰”라고 상냥하고 소감을 전해준 상냥하고 다정한 인터뷰.  구독자님은 어떻게 읽으셨나요? 소감을 남겨주시면 큰 힘이 됩니다.

7월 15일에 발행되는 '틈' 2호에는 6-7월 신간 중 눈여겨볼 책과 여러분의 질문과 호기심에 맞는 책 큐레이션을 해 드리는데요, 지난 창간준비호에서는 ‘목사님께 선물할 만한 책’을 골라드렸었죠. 이번엔 어떤 책을 골라드릴까요? 사연이나 질문을 남겨주시면 그에 맞는 책을 추천해 드릴게요.

1호 레터를 보신 소감이 어떠신가요?


지난 0호 메일링을 보내드린 후 여러 분이 소감을 보내주셨어요.

우선 “배한나”라는 이름에 주목해 주신 분들이 계셨어요.

  • “한나 간사님의 사적 스토리를 여기서 들을 수 있어서 무척 반갑네요. 잘 읽었습니다!”
  • “한나 님의 개인적인 이야기 들을 수 있어 무척 좋았어요.”
  • “한나 님의 인터뷰를 들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 “한나 님을 초큼 더 알게 되어, 초큼 더 가까워진 너낌입니다.”

한나 간사님의 인기!!! 어… 엄청나네요!

“질문과 답변을들 읽으며 저에게도 대입시켜보게 되었습니다”라는 의견을 덧붙여주셨는데요.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이 인터뷰를 읽으시는 독자님들도 질문에 대답을 해보시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보통 메일링 받는 글을 대충 쭉 훑어보고 지나치는데(바쁜 일상에) 그런데 세속성자의 글은 정독하게 되네요. 다른 사람의 삶과 철학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것 같아서 좋은 것 같습니다.”라는 소감은 메일링을 시작하는 저희에게 큰 용기가 되었어요. 구독과 정독 감사합니다!

“책과 사람이야기라니요! 제가 좋아하는 두 가지에 관한 이야기라니 너무 기대됩니다. 😍 오늘 문득 청어람이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ㅎㅎ 함께(?)해 주는 청어람에 감사합니다.”라는 소감도 소중하게 잘 읽었어요. 청어람도 독자님들이 계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쭉 함께 해주실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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