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7호: 01년생이 생각하는 “교회에 청년이 사라진 이유”

"기독교 대신 기아를 전도하는데 힘쓴 한 해였어요."⚾️

2024.10.01 | 조회 5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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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어람AR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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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과 사회 사이 - 사람과 사람 사이의 공간

안녕하세요. 늦게 도착한 가을이 서둘러 떠날까 봐 하루하루를 아까워하며 보내고 있는 오수경입니다. 아까운 게 어디 계절 뿐일까요? 오늘보다 더 젊었을 과거의 시간도 우리는 늘 아까워하지요. 갑자기 이런 감상적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오늘 소개할 문성민 님이 ‘청년’이기 때문이에요. 성민 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저는 그 시절에 저렇게 깊은 생각을 못했다는 걸 깨닫고 부끄러워하기도 했고, 회복탄력성을 부러워하기도 했으며, 미래를 살짝 기대하기도 했네요. 성민 님의 ‘미래’는 기대되지만, 그가 본 교회와 사회의 ‘미래’는…… (궁금하시다면 어서 읽어보시죠) 

참고로 성민 님은 청어람 (비공식) 청년회장을 담당하고 있는데요. 청년회장님을 기쁘게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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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 반갑습니다.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요즘에는 MBTI도 함께 소개하는 게 ‘국룰’이라는데 MBTI는 뭔가요?

성 : 안녕하세요. 서울에서 임용고시를 준비 중인 01년생 문성민입니다. 다르게 말하면 자취하는 백수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제 MBTI는 ENFP인데요. 심한 감정기복과 즉흥성, 그리고 확실한 호불호를 가지고 있는 극단의 MBTI네요. 인간관계에 몰두해 상처도 많이 받고, 생각보다 말이 먼저 앞서 후회도 많이 하고요. 하지만 ‘ㄷㄱㄹ 꽃밭’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회복탄력성이 아주 높아서 앞에서 설명한 모든 것들을 뛰어넘어 재밌게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수 : 지난여름 너무 더웠는데요. 어떻게 재밌게 사셨어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이 있었나요?

성 : 앞서 말한 것처럼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아 공부의 늪에 빠져있었어요. 자신감과 불안감 사이를 수없이 오가며 지냈네요. 소소하게 친구들을 만난 게 기억나지만, 특별히 광복절 다음 날에 후배들과 롯데월드에 갔던 기억이 제일 남아요. 같이 교복을 빌리고 11시간 동안 동생들에게 이끌려 다녔는데, 정말 재밌었지만 너무 더웠습니다…! 예전에도 여름에 롯데월드를 갈 때마다, 다시는 여름에 오지 않겠다고 결심했는데 늘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중이에요. 내년에는 꼭 워터파크나 풀빌라를 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수 : 여름에 교복을 입고 롯데월드를 다녀오셨다니 역시 젊군요? 미래의 ‘선생님’이 될 공부를 하셨는데요. 특별히 이 전공을 선택한 이유는 뭔가요? 

성 : 사실 고등학생 때는 기자가 되고 싶었어요. 그래서 생기부도 언론 쪽으로 맞춰서 준비했어요. 사범대는 플랜 B였죠. 하지만 인생이 계획대로 늘 흘러가지 않잖아요? 입시 과정도 제 뜻과는 다르게 흘러가더라고요. 그래서 결국 눈 떠보니 지리교육과에 있더라고요. 실은 들어가서 무조건 반수를 하려고 했는데, 하필 새내기 때 잠깐 CC를 했어요. 사랑에 눈이 멀어서 그대로 학교를 다니기로 결심했었죠. ㅎㅎㅎ 다행히도 원래 지리를 좋아했고, 교육도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전공을 잘 받아들일 수 있었어요. 지리는 모든 공간을 다루는 학문이에요. 단순히 우리가 생각하는 한국지리와 세계지리 같은 지역지리를 넘어 경제지리, 문화지리, 도시지리, 정치지리, 인구지리 등 사회과학의 영역에서부터 기후학, 지형학, 환경지리 등 자연과학적인 영역까지 다루죠. 기후변화, 지방소멸, 저출생, 이주, 젠더 등의 최근 뜨거운 이슈들도 지리와는 뗄 수 없어요. 아주 재밌고 매력적인 전공이라고 생각해요.

수 : 캠퍼스 선교단체인 IVF 활동도 하셨죠? 그렇다면 호옥시 ‘전공이 IVF 부전공이 지리교육’이었던 거 아닌가요? (^^) 

성 : IVF를 열심히 했지만, 전공이라고 말하기엔 좀 부족했던 것 같아요. 제가 다녔던 학교가 상대적으로 동아리를 많이 하는 편인데, 저 또한 IVF 말고도 다른 밴드 동아리도 했었고, 그 밖의 다양한 관계들이 있었거든요. 생각해 보면 대학생활 중 IVF가 차지했던 비중은 25% 정도? 한 가지 활동에 뜨겁게 몰두하여 다른 것들을 놓치기 싫어서, 다양한 활동을 적당한 온도로 하면서 균형을 잡으려고 했죠. 그렇지만 리더 생활 2년 반에 전국수련회 때 발표도 하고, 지방회 수련회 진행국장도 하고… 사실 간사 빼고 거의 다 해본 것 같네요.

성민 님은 누가 봐도 전공이 선교단체인 사진을 보내주었어요. ('셋째날 성경강해'라니...)
성민 님은 누가 봐도 전공이 선교단체인 사진을 보내주었어요. ('셋째날 성경강해'라니...)

수 : 학교 IVF의 부흥을 일으킨 장본인으로 알고 있는데요. 부흥한 이유가 뭘까요?

성 : 부흥을 일으킨 장본인까지는 아니지만, 주역 중 한 명 아닐까 감히 생각해 봐요. ㅎㅎㅎ 제가 들어가서 활동을 제대로 시작했을 땐 활동인원이 5명 정도였는데, 막판에는 25명 내외였어요. 인원이 많아지면서 생기는 고민들도 꽤 있었지만, 그럼에도 저는 캠퍼스 선교단체의 가장 큰 목표는 사람을 세우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누군가는 사람이 많고 적은 게 무슨 상관이냐고 이야기할 수 있지만, 들어오지 않는 신입생으로 인해 빠르게 줄어드는 멤버십을 현장에서 경험하는 사람들은 좌절에 빠지거나 무기력해지기 십상이에요. 학생이 있어야 교사가 의미가 있어지듯이, 멤버가 있어야 리더가 의미있지 않을까 싶어요.

게다가 정동아리 최소 유지 인원이 보통 10~20명 정도는 유지되어야 하는데 캠퍼스 선교단체에 대한 반감이 가뜩이나 심해진 요즘, 많은 곳들이 정동아리에서 탈락하고 있거든요. 이런 이유들을 생각하며 학교 특성에 맞는 홍보전략을 열심히 펼쳤어요. 학교에 있던 5개의 선교단체들의 개별 특성을 학생들은 구분하기 힘들죠. 그래서 보통 제일 크고 유명한 곳에 들어가게 되고요. 그래서 IVF라는 이름을 알리고 차별점을 이야기하며 매력적인 하나의 선택지가 되도록 노력했던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새터 무대에 순서대로 동아리 대표자가 올라가 소개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리더 2명이 아닌, 리더 1명과 학교에서 흔히 ‘인싸’로 불리는 멤버를 같이 올렸었어요. 작은 포인트 하나가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어떻게든 IVF라는 이름을 새기는데 노력했고 나름 성공했죠. 물론 운도 좀 따라줬고요.

수 : 간사님 입장에서는 엄청 든든한 ‘굿파트너’였을 것 같아요. 사실 요즘 교회나 기독교 단체에서 ‘청년’이 안 보인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요. 

성 : 일단 청년 인구 비중이 확실히 줄어든 이유가 크다고 봐요. 10년 전과 지금도 차이가 꽤 나고요. 문제는 청년 인구가 줄어드는 속도보다, 청년의 종교 인구가 훨씬 빠르게 줄어든다는 건데요. 제 주변에도, 교생실습한 중고등학교 현장에 가봤을 때도, 무종교인이 압도적이에요. 실제로 20대 무종교인이 80%에 육박한다는 최근 통계들도 많죠. 10% 초반의 20대 개신교인이 존재하지만, 이 중 절반은 교회에 나가지 않는다고 하니 많은 청년들이 떠나고 있는 건 사실인 것 같아요. 

수 : 정말 많은 숫자네요. 교회나 기독교 단체에서 왜 청년이 안 보이게 된 걸까요? 

성 : 제가 대학생활을 하면서 꽤 넓은 인맥을 쌓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명목상 개신교인이거나, 과거 교회를 다닌 경험이 있었어요. 심지어 찬양팀 인도자, 고등부 회장 등 열심히 섬겼던 사람들도 많았어요. 교회와 개신교인을 증오하는 친구들도 있었고요. 떠난 이유를 들어보면 거창한 이유들이 아니에요. 목회자, 학생회 임원 등 교회 내 사람들에게 느낀 가식적이고 비상식적인 태도에 상처받고 환멸감을 느꼈기 때문이었어요. 성경과 신앙에 대해 이해되지 않아 질문했을 때 피상적인 대답을 하거나 맹목적인 믿음을 강요하는 태도 때문이기도 했고요. 그런 경험이 없더라도 모태신앙으로 교회를 다닌 수많은 이들에겐, 교회를 가야 할 매력과 당위가 존재하지 않으니 자연스럽게 떠나게 된 경우도 많고요. 열심히 다닌 이들에겐 상처와 분노를 안겨주고, 경계에 있는 이들에겐 ‘노잼’이라고 느껴지는데 누가 남아있을까요? 

그래서 요새 교회 청년부는 다양성이 부족한 느낌이에요. 흔히 신실하다고 여겨지는 이들의 게토가 되어버려서 결속력을 높이는데만 집중하고 있지 않나요? 그래서 예수님을 따라 사랑하는 삶과, 그분이 말씀하신 하나님나라의 가치가 너무나도 소중하고 이야기하고 싶지만, 정작 교회를 추천해 달라는 질문에는 답하기가 힘들고 어려워요. 특별히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교회에 다니는 것이 신앙을 키우는 게 아니라, 오히려 신앙을 저버리거나 오해하게 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들고요. 목회자를 비롯한 교회 어른들에게 가장 큰 원인이 있지만 그 문제를 방관하고 동조하며, 자신들만의 리그를 만들어가는 교회 청년들에게도 문제가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하고 싶어요. 교회 내 청년의 목소리를 키워야 한다고 이야기하지만, 근본적인 문화를 바꾸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죠. 교회를 떠난 청년들이 또래 친구들 때문에 떠난 일이 너무나도 많아요. 청년부 목회자보다 청년들이 훨씬 막혀있는 경우도 많거든요. 교회 청년들 또한 위기를 느껴,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를 갖추고,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서도 세련되게 포장된 비상식적 메시지가 청년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게 현실인 것 같아요. 캠퍼스 선교단체도 이제 교회에서 신실하다고 인정받는 청년들과 목회자 자녀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것 같아요. 적어도 몇 년 전까지는 다양한 구성원, 심지어 비신자까지 적절한 비율로 있는 공동체라면, 지금은 기성 교회의 복제품에 불과한 경우가 많아지고 있고요.

수 :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말이 참 마음에 남네요. 제가 만난 청년들도 교회 내에서 다른 목소리 내는 것에 거절감을 느껴서 상처받거나, 힘들어하다가 교회를 떠난 경우도 많더라고요. 

성 : 한 가지 더 이야기하자면, 기독교 단체에 청년들이 없는 또 하나의 이유는 페이스북의 몰락과 인스타그램의 성장이라고 생각해요. 제 친구들 중 페이스북을 사용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모두가 인스타그램에서 볼 수 있죠. 과거 기독교 단체나 다양한 담론들이 페이스북에서 유통되고 퍼졌다면, 지금의 인스타그램은 그 방식이 힘을 얻기 힘든 SNS죠. 옛날에는 페이스북 내 친구의 댓글이나 공유를 통해 우연히 기독교 단체나 활동 등을 알게 되었다면, 지금은 그냥 모르기 때문에 찾아가지 않아요. 유명 찬양팀의 집회나, 몇몇 목회자의 메시지가 릴스와 게시글로 열심히 공유될 뿐이지, 기독교 단체들의 글은 알고리즘에 닿지도 않으니까 알 방법이 없죠. 그게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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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 모르기 때문에 찾아가지 않는다… 그렇기도 하겠네요. 그런 점에서 생각해 보니 성민 님과의 첫 만남이 인상적이었네요. 2023년 성서한국대회에서 성민 님이 저에게 신앙에 관한 상담을 요청하느라 찾아와서 처음 만나게 된 건데요. 여전히 신앙에 대한 고민이 많으세요? 어떤 게 가장 고민인가요?

성 : 신앙에 대한 고민은 요새 덜한 것 같아요. 지금은 (임용고시 준비하느라) 워낙 바쁘기도 하고, 그때 고민하던 문제들도 대부분 해결되었어요. 청어람을 비롯한 분들의 도움도 컸고요. ㅎㅎㅎ 아직 남아있는 고민이라면, 제 신앙의 위치에 대한 질문이에요. 어렸을 때는 부모님의 영향으로 인해 저를 은사주의자라고 생각했어요. 청소년기에는 고신 교회에 다니며 SFC 활동을 열심히 하면서 개혁주의자라고 정체화했죠. 대학 시절 IVF를 하면서는 복음주의 운동을 펼쳐나갔고요. 우리의 복음주의는 미국식 복음주의와는 다르다고 외쳤지만, 요새는 그 구분이 유의미한가라는 질문도 던지게 되네요. 최근에 친한 선배는 저를 향해 ‘보수적인 신앙을 가졌다’고 하는 반면, 다른 친구는 자신과는 달리 ‘진보적인 신앙을 가졌다’고 이야기하더라고요. 그 가운데에서 제 위치는 어디인지에 대한 물음이 종종 들고는 해요. 그 위치를 찾아나가는 과정이 신앙의 여정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수 : 신앙의 위치라. 제가 보기에 매우 유의미한 고민인 것 같네요. 그걸 찾아가는 과정이 ‘신앙’이라는 데 동의도 되고요. 조금 추상적인 질문 같은데요. 성민 님은 어떤 그리스도인이 되고 싶으세요? 어떤 신앙이 ‘좋은’ 신앙일까요?

성 : 사랑할 수 있는 그리스도인이 되고 싶어요. 참 어렵기도 하고요. 말로는 청산유수처럼 이야기하는데, 막상 현실에서는 늘 다투고 이기적으로 행동해요. 가끔 정말 성격이 좋은 분들을 보면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것 같아요. ㅎㅎㅎ 사랑하기 위해 질문하고, 깨어지고, 가진 것을 버릴 수 있는 신앙이 좋은 신앙이 아닐까요? 스스로 굳게 믿어 왔던 무언가를 깨트릴 수 있는 신앙이, 저를 더 나은 길로 이끌어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창조과학을 굳게 믿고, 동성애자를 혐오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겼던 제 신앙이 산산조각 나게 된 건, 누군가를 사랑하기 위한 고민에서 출발했어요. 사랑은 무례하지 않고, 두려움이 없다는데, 많은 개신교인들을 보면 사랑한다고 주장하면서 증오와 두려움으로 가득한 것 같았죠. 우리 모두가 잘 아는 ‘아름다운 마음들이 모여서’라는 찬양에 이런 가사가 있잖아요. “미움 다툼 시기 질투 버리고 우리 서로 사랑해” 어렸을 때부터 불러온 익숙한 찬양인데도, 제일 따르기 힘든 가사예요. 이 가사대로 살려고 발버둥 친다면 언젠가 주님을 마주할 때 덜 부끄러울 것 같아요.

수 : 성민 님의 ‘위치’를 또 확인하게 된 게 있어요.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생각하니 요즘 사회적으로 주목받는 ‘이대남(20대 남성)’이더라고요. 소위 ‘이대남'으로 호명되는 거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성 : 개인적으로 ‘이대남’이라는 말을 평소에 직접 쓰거나 들은 적은 한 번도 없는 것 같아요. 기성세대가 청년을 이해하기 위한 언어라고 생각되네요. 마치 ‘MZ’처럼요. 분명히 ‘이대남’이라고 불리는 20대 남성 전반에 만연한 인식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인식이 꼭 20대 남성에 국한되지는 않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생각보다 동성 친구들끼리 다 같이 있을 때와 일대일로 대면해서 이야기할 때는 큰 차이가 있고요. ‘이대남’이라는 단어는 대화와 소통의 언어가 아니라, 선부터 그어버리는 언어가 아닐까요? 물론 우려스러운 부분이 존재하지만, 하나의 집단으로 묶지 않는 것이 어떤 면이든 더 나은 선택이라고 봐요. 

수 : 음… 당사자 입장에서는 그렇게 ‘카테고리’로 묶는 게 유쾌한 일은 아니죠. 성민님이 ‘20대 남성'을 대표하는 건 아니겠지만, 성민 님 또래 친구들은 요즘 가장 관심 있는 게 뭔지 궁금해요. 

성 : 요새는 관심사가 유튜브와 인스타 알고리즘에 따라 갈리는 거 같아요. 저도 유행을 계속 쫓아가려고 하는데 너무 빨라서 가끔은 정신이 없더라고요. 그렇지만 공통된 관심사를 찾아보자면 게임·헬스·스포츠·연애, 이 4가지는 변치 않는 것 같아요. 예전에도 비슷하지 않았을까요?ㅎㅎㅎ 게임과 스포츠는 빼놓을 수 없고, 코로나 이후부터 헬스에 대한 관심도 급상승하고, 연애는 여전히 많은 친구들이 관심을 가지는 주제인 것 같아요. 주변에 괜찮은 여사친을 소개해 달라는 말들을 질리도록 듣고 있어요. 일단 저부터 연애를 하고 싶네요…

수 : 엇 끝이 아련하네요. 지금 우는 건 아니죠? 연애는 뭐 알아서 하시고요. (^^) 질문을 이어가겠습니다. 요즘 세대 갈등, 젠더 간 이해 격차 문제가 큰데요. 어쩌면 그 교차점에 있는 것 같은 성민 님은 이런 문제를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해요. 

성 : 온라인에서 뜨겁지 막상 오프라인에서는 다루기 힘들고 위험한 주제 같아요. 특히 젠더 문제는 이성과 같이 있는 공간에서는 언급 금지 수준이죠. 과거에는 어려웠지만 더 잘 살 수 있고, 좋은 세상이 오리라는 희망이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런 희망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세대와 젠더 갈등이 더 커지는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능력주의를 체화한 세대에게 함께 살아가자는 이야기는 기성세대의 위선처럼 느껴지기도 하고요. 젠더 문제는… 사실 이제 어떻게 다뤄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정치가 방관하며 이용했고, 미디어는 자극적으로만 다루고, 커뮤니티들은 끊임없이 혐오를 재생산하니까요. 나와는 다른 존재를 이해하려면, 직접 만나 관계를 쌓아가는 방법이 여전히 효과적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남·여사친이 한 명도 없는 사람들이 정말 많고, 연애와 결혼도 어려운데 온라인상에서의 커뮤니티에서 맥락 없고 불분명한 이야기들만 떠돌고 있죠. 유튜브의 수많은 사이버레커들이 영상을 쏟아내고, 대학생은 에브리타임에서, 직장인들은 블라인드에서 냉소와 조롱을 쏟아내며 ‘좋아요’를 받는 것에 만족하는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것 같아요. 2년 전 나온 <보통 일베들의 시대>라는 책이 이런 ‘대혐오의 시대’를 잘 설명해주고 있어서 추천해 드려요.

수 : 한마디로 ‘답이 없다’는 말로 들리네요. ㅠㅠ 저도 그 책 인상 깊게 읽고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그나저나 너무 무거운 이야기만 했네요. 화제를 돌려보겠습니다. 요즘 가장 관심 있는 게 뭔가요? 

성 : 역시나 가장 관심 있는 건 임용고시예요. 공부는 배워도 배워도 끝이 없는 느낌이라서, 11월 말까지 시간이 천천히 흘렀으면 좋겠어요. 또 하나 관심사가 있다면, 막바지를 달려가고 있는 프로야구예요. 제가 응원하는 (최강) 기아 타이거즈가 얼마 전 정규시즌 1위를 확정 짓고, 곧 한국시리즈만을 앞두고 있는데, 7년 만의 최종 우승을 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올해 20대 야구팬이 엄청 늘었는데, 저도 기독교 대신 기아를 전도하는데 힘쓴 한 해였어요. ㅎㅎㅎ 특히 우리 KBO의 미래이자 꼭 종신기아 해야 하는 김도영 선수가 올해 큰 활약을 펼치고 있는데요. ‘도영아 니땀시 살어야~’라는 유행어가 있을 만큼 저를 포함한 모든 기아 팬들이 열광하고 있어요. 정말 도영이 때문에 삽니다… 

수 : 갑자기 밸런스 게임을 해보고 싶은데요. 연애 VS 기아 한국 시리즈 우승? 

성 : 제일 어려운 질문이네요. 평소 같았으면 연애를 택했겠지만, 올해는 달라요. 제 마지막 연애는 비교적 최근이지만, 기아 마지막 우승은 2017년이에요. 기회가 있을 때 우승하지 못하면 다시 7년을 기다릴 수도 있어요. 그리고 어차피 지금은 공부 중이니까, 연애는 우승 뒤로 미루겠습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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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 정말 절박하군요! ㅎㅎㅎ 어떤 ‘어른'이 되고 싶으세요?

성 : 요조 작가의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에 “모른다는 말로 도망치는 사람과 모른다는 말로 다가가는 사람. 세계는 이렇게도 나뉜다”라는 문장이 있어요. 저는 “모른다는 말로 다가서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실패하고 냉소에 빠질 때가 분명 있지만, 그럼에도 저는 더 다가가고 사랑하는 용기를 내보고자 해요.

수 : 역시 회복탄력성이 좋은 사람답군요! 시험 마치면 뭘 하고 싶으세요?

성 : 우선 밀린 약속들을 열심히 해치우고, 여행도 가려고요. 운동도 하면서 자기 관리도 할 때가 됐죠. ENFP는 하고 싶은 게 정말 많은데, 막상 흐지부지될 때가 많아서 이번에는 계획을 제대로 세워야겠어요. 집에만 계속 있으면 축 쳐져서 열심히 돌아다녀야겠어요.

수 : 마지막 질문입니다. 최근 읽은 책 중 특별히 추천하고 싶은 책 세 권만 꼽아주세요(이유도 함께요).

<울산 디스토피아, 제조업 강국의 불안한 미래> (부키)

대학 입학 전까지 제가 살았던 도시는, 동남권의 산업도시 창원이에요. 지리를 공부한다는 것은 발을 딛고 살아가는 곳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죠. 수도권의 인구가 과반이 넘었고, 미디어와 정치는 여전히 서울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어요. 심지어 저 또한 지방을 떠나 서울로 오게 되었죠. 지금의 수도권 상경민들은 지방을 고향으로 여겨 애착심을 가질지 몰라도, 2-3세대들은 그저 낯선 곳일 뿐이에요. 특별히 지방소멸과 산업의 위기가 닥쳐온 지금, 이 책은 울산이라는 도시를 통해 현재 한국의 제조업과 산업도시의 미래를 보여주는 가장 유용한 책이라고 생각해요. 단순히 제조업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산업도시 속 청년과 여성, 그리고 한국 경제와 지방 문제에 대해 이야기해요.

<재앙의 지리학> (오월의봄)

최근 나온 책인데, 기후변화로 인한 글로벌 불평등을 다루고 있어요. 사실 기후변화는 모두에게 평등하게 찾아오지 않죠. 여태까지는 자연과 동물에게 닥치는 피해를 많이 다뤄왔지만 사실 ‘글로벌 사우스’라고 불리는 국가의 사람들에게 닥쳐오는 피해는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았죠. 이 책을 통해 탄소 식민주의가 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작용하는지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우리나라는 기후변화를 체감하기 힘든 나라에 속하죠. 원래부터 에어컨과 히터, 제습기와 가습기가 모두 필요한 기후를 갖춘 나라니까요. 그렇기에 기후변화에 대해 둔감하기 쉽다고 생각해요. 서안 해양성 기후 때문에 연중 균일한 날씨를 경험한 서유럽 사람들에게 극심한 폭염과 홍수는 큰 공포로 다가왔겠지만, 우리는 늘 폭염과 홍수를 경험했으니까요. 이 책이 기후변화를 다층적으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동아시아)

이 책의 제목은 제가 하는 공부의 목적을 잘 표현해 주는 것 같아요. 장애인, 성소수자, 비정규직 노동자의 건강을 통해 한국 사회의 ‘민낯’을 보여주는 책이에요. 우리의 공동체는 어때야 하는지, 글과 데이터를 넘어 현장에서 마주하는 공부가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되죠. 제가 다닌 학과는 졸업 전까지 답사를 적어도 10번 가까이 가요. 아무리 책으로 공부하고, 사진으로 구경해도, 그곳에서 가봐야 알게 되는 것이 있기 때문이요. 발을 내딛고, 직접 질문하려고 할 때, 더 온전한 배움을 실천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이 책을 소개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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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호 레터에 답장하기 📨


지난 호는 추석 연휴 기간에 발행되서인지 ‘답장’이 오지 않았어요. (시무룩) 그래도 비공식적으로 피드백을 받았는데요. 아무래도 책을 소개하는 메일링이다 보니 글에 낚여(?) 책을 사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가장 반갑더라고요. 

이번 메일링에는 어떤 ‘답장’이 올지 기다릴게요. (질척)

다음 호는 책상 위에 책탑을 쌓아가고 있는 신간 모니터요원 박현철의 책 이야기로 찾아올텐데요. '이 책 한번 잡솨봐'에서 어떤 책을 소개받고 싶으신가요? 여러분의 질문을 바탕으로 열심히 책을 찾아올테니 마음껏 질문을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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