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 이후 채식주의자인 것이 괜히 뿌듯해진 채식주의자 박현철입니다. 갑자기 노벨문학상 수상자 보유국이 되니 온 나라가 작가의 소설을 두고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더라고요. 덕분에 초유의 서점 사이트 마비와 온라인 서점 오픈런, 인쇄소 풀가동 등 독서 애호가로서도 기쁜 일이 많았습니다. 한편으로는 노벨상 작품만 팔리는 바람에 다른 책이 덜 팔리면 어쩌나... 라는 현실적인 걱정도 들고요. 이 기회에 독서 ‘열풍’이 정말 불었으면 좋겠다 싶은 마음으로 이번 달의 책 큐레이션 나갑니다. 늘 하던 대로 신간을 엄선해 골랐고요, 이번 달에는 본회퍼를 이해하기 위한 추천 도서 5권을 소개드립니다. 즐거운 독서로 이어지는 즐거운 뉴스레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이 책 한번 잡솨봐 QNA - 본회퍼를 아시나요?
A: 본회퍼는 한국에서 널리 알려졌을 뿐 아니라 전집(정확히는 선집입니다만)이 한국어로 두 번이나 번역되기도 한 신학자이죠. 나치에 저항했던 이력 뿐 아니라 그리스도론에 대해, 교회에 대해, 세속화에 대해 반짝이는 신학적 아이디어를 내놓았습니다. 그의 삶은 다사다난하면서도 짧았기 때문에 체계적인 저작보다는 단편적인 메모와 편지글이 많아서 무엇부터 읽어야 할지 망설여지고 읽어도 이해가 잘 되지 않는 경우도 있지요. 그래서 이번에는 본회퍼를 꾸준히 연구하고 계신 김광현 선생님께 5권의 추천을 부탁드렸습니다. 이참에 저도 이 순서로 한번 읽어보려고요! (편집자)
저항과 복종
디트리히 본회퍼 지음, 김순현 옮김, 복있는사람 펴냄, 19,000원, 전자책 있음
맨 먼저 읽으면 좋을 본회퍼의 책을 고르라면 나는 주저 없이 <저항과 복종>을 꼽는다. 세속이 종교를 완전히 대체하는 아득한 미래를 예비하고, 주저하는 그리스도인들을 새로운 삶으로 인도하는 본회퍼 신학의 정수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세속의 극단적 수용이 곧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귀결되는 역설을 제시함으로써 본회퍼는, 이 땅에 기독교라는 종교가 완전히 사라진다 하더라도 ‘그리스도의 제자’라고 불리는 이들이 여전히 존재할 수 있음을 확신한다. 미래의 독자인 우리에게 온갖 우글거리는 종교적 행위를 말끔히 벗어던지고도 그리스도를 따르고 사랑할 수 있는지 질문한다. 종교적 기독교의 한계를 고민한다면 추천한다. 그럼에도 그리스도인으로 살고 싶다면 기꺼이 추천한다. 기독교적 글쓰기의 표준은 원래 편지 아니었던가. 처형 직전 옥중에서 쓴 본회퍼의 편지가 나에게 은밀하게 전해졌다고 상상하며 읽는다면, 전율하며 읽을 수 있으리라. 본회퍼의 글만 묶여 있는 복있는사람 출판사 번역을 추천한다.
나를 따르라
디트리히 본회퍼 지음, 김순현 옮김, 복있는사람 펴냄, 21,000원, 전자책 있음
<저항과 복종> 제목에 등장하는 ‘저항’을 본회퍼의 글에서 찾기란 쉽지 않다. 그의 저항은 글이 아니라 행동하고 실천하는 차원에서 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반면 ‘복종’에 관한 글은 찾기 쉽다. <나를 따르라>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가 복종이기 때문이다. 이때 ‘복종’은 불가피하게 ‘저항’으로 전환되고, 곧바로 ‘믿음’ 그 자체가 된다. 그리스도에 대한 복종은 폭력에 노출된 약자의 윤리적 부름에 응답하는 순간 저항으로 표출되고, 믿음은 오롯이 이 순간 속에서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나를 따르라>는 토마스 아 켐피스의 <그리스도를 본받아>, 쇠렌 키에르케고르의 <그리스도교의 훈련>의 전통을 이어받아, 고난과 십자가 예수를 모방하는 믿음을 소환한다. 본회퍼는 믿는 자가 되고 싶었다. 그리스도인이라는 가볍고 느슨한 정체감이 최후의 증거인 우리 시대의 뭇 그리스도인들에게 그리스도인이 되는 일의 무거움과 엄격함을 가르쳐 준다. 이 책을 읽고 자신이 그리스도인이 아니었구나 반성하는 마음이 든다면, 제대로 읽은 것일 수 있다.
성도의 교제
디트리히 본회퍼 지음, 이신건, 유석성 옮김, 대한기독교서회 펴냄, 25,000원, 전자책 있음
<성도의 교제>는 본회퍼의 박사 학위 논문인데, 전문가도 충분히 이해하기 어려울 만큼 난해하고, 복잡하다. 그러나 이 책은 <나를 따르라>와 <저항과 복종>에 이르는 본회퍼의 저작 전체의 방향을 잡는 나침반 역할을 하는 저작이기도 하다. 이 책은 신학은 초월적 신에 관한 왜곡된 상상의 산물이 아니라 현실 속에 존재하는 교회 공동체를 이해함으로써만 획득될 수 있는 학문이라는 점을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복종하고 저항하는 인간에 의해서만 하나님은 사랑이시라는 가설이 증명된다. 하나님은 사랑하는 자들에 의해서만 존재할 수 있다(요일 4:12). 이 책은 21살의 어린 신학 박사생이 전통적 신학과 대결하여 신론, 그리스도론, 성령론을 교회론 안에서 완전히 흡수하려는 야심찬 기획을 담고 있다. 하나님은 그리스도 안에서 완전히 계시되고, 그리스도는 교회 공동체 안에서 완전히 계시된다. 그리스도는 공동체로 현존한다. 성령은 교회 공동체의 정신 그 자체이다.
본회퍼를 만나다
자비네 드람 지음, 김홍진 옮김, 대한기독교서회 펴냄, 16,000원
단 한 권의 책으로 본회퍼의 삶과 신학 전체를 이해하고 싶다면, 말 그대로 본회퍼에 입문하고 싶다면, <본회퍼를 만나다>를 읽어보길 추천한다. 신학을 전공한 사람과 전공하지 않은 사람 모두를 염두에 두고 쓴 책이다. “본회퍼에게 여러 가지 서로 모순되는 진술이 발견된다”(14쪽) 거나 “그는 ‘좀 더 이성적인’ 사람이 되지 못해 결국 계속해서 신학에 종사했다”(63쪽)는 문장은 저자가 본회퍼의 신학이 생애와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증거다. 본회퍼의 모순되는 진술은 인간의 모순된 삶의 반영일 것이고, 그가 신학을 계속 한 이유는 물과 빛으로 유비되는 신학과 이성의 관계 때문일 것이다. 빛이 물을 비추면 물은 빛나지만, 아무리 강한 빛도 들어올 수 없는 깊은 심연이 신학에는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 책은 6살에 베를린으로 이주한 이야기부터 플로센뷔르크 수용소에서의 마지막 순간까지 본회퍼의 생애 전체를 차근차근 따라가면서도 ‘믿음’ ‘예수 그리스도’ ‘정치’ ‘교회’ ‘유대인’ 등 본회퍼의 신학에서 중요한 주제들을 빠짐없이 소개하며 본회퍼 신학의 매력을 전해준다. 앞서 소개한 저서를 포함해 주요 저작 6권(<성도의 교제>, <행위와 존재>, <나를 따르라>, <신도의 공동생활>, <윤리학>, <저항과 복종>)도 세 장에 걸쳐 상세히 다루고 있다.
나의 청년에게
디트리히 본회퍼 지음, 정현숙 옮김, 복있는사람 펴냄, 12,000원, 전자책 있음
어렵지 않게 본회퍼에 입문하려는 이에게는 최근에 출간된 아름다운 책 <나의 청년에게>가 안성맞춤이다. 이 책은 본회퍼가 지은 것이 아니라 본회퍼의 전체 저작 곳곳에서 곱씹어 읽음 직한 문장들을 임의로 발췌하여 엮어놓은 책이다. 이 책은 편집이 독특하다. 본회퍼의 시를 실어놓았긴 하지만, 시가 아닌 글의 특정 부분을 시처럼 읽을 수 있게 배치해 놓았다. 산문을 시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이러한 편집은 그럴듯한데, 본회퍼의 어떤 문장들은 정말 시처럼 읽힐 정도로 밀도가 높기 때문이다. 고뇌하는 그리스도인만이 가질 수 있는 굳건하고 확신에 찬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불확실성과 모호함이 내면을 잠식하는 시대에 본회퍼의 명료하고 긍정적이고 활력 있는 문체가 건네는 응원을 느낄 수 있다. 그가 내지 않은 ‘본회퍼의 시집’을 읽을 기회인 것이다.
🖊️ '본회퍼를 아시나요?' 큐레이터
김광현 | 한동대와 감신대에서 철학과 신학을 가르치고 있다.
9-10월 신간 한번 잡솨봐
정원에서 길을 물었다
이성희 지음, 선율 펴냄, 18,000원
‘생태적 감수성’을 길러야겠다고 생각한 후 가장 먼저 풀과 나무, 동물과 새들을 관찰하고 얼굴을 익히려 애썼다. 나름 생태적 감수성을 깨우기 위한 ‘관조’의 훈련이었다. 그저 되는 만큼만 했던 것이라 덕후까지는 되지 못했지만, 이제 도시에서 마주할 수 있는 꽤 많은 풀, 나무, 새들을 놓치지 않고 구별할 수 있게 되었다. 지나치던 존재들의 얼굴과 이름을 익히는 것만으로도 내 삶과 신앙이 많이 달라졌다. 그러던 중 <복음과 상황>에 ‘정원의 길, 교회의 길’이라는 글이 연재되어 유심히 보게 되었는데, 드디어 책으로 묶여 나와서 반갑다. <정원에서 길을 물었다>는 ‘뉴욕 식물원 가드너’라는 자칫 낭만적으로만 보일 수 있는 직업을 가진 저자의 삶의 여정과 신앙적 고민이 잘 담긴 책이다. 자연과 인간의 경계에 있는 정원을 가꾸며 연결됨을 느끼고 길을 찾는 한 사람, 신의 정원에서 사유하고 기도하는 한 사람의 모습이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내가 해보려 했던 ‘관조’의 훈련과 그 결과를 훨씬 구체적 사례로 보여주니 큰 힘이 되기도 했다. 제목만 보고 어떤 독자들은 ‘식물’이나 생태이야기가 많이 나올 것이라 기대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영성’에 더 무게가 실려있다. 물론 내 관심사가 영성에 더 가깝기 때문일 텐데, 근본적으로 저자에게 식물과 영성, 영성과 이 세계는 나누어지지 않고 온전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읽기 어려운 책 아닌데도, 꽤 오래 읽을 책이다.
허무감에 압도될 때 지혜문학
김학철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18,800원
유튜브 콘텐츠 덕분에 한국에서 신학자 중 가장 유명해진 것 같은 김학철 교수의 신간이다. 기독교가 아닌 일반 출판사에서 ‘인생명강’이라는 시리즈로 기획되었기 때문에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약간의 선입견이 있었다. 하지만 저자가 이제까지 꾸준하게 연구하며 쌓아온 지식과 지혜가 담겨있고, 그 통찰이 독특하고 우아하게 담겼다는 점에서 이 책이 지닌 가치와 적실성은 내 선입견을 뛰어넘는다. 저자는 고통과 허무 앞에서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분투했고, 그 과정을 학생들과 나누며 ‘공을 들인 독서와 토론, 생각의 결실'을 거두어 이 책에 담았다. 성서의 지혜서들을 다루되 성서학자의 눈으로 다루기보다는 다양한 고전과 비교하며 보편적·인문학적 지평에서 다루고 있기에 종교와 관계없이 누구나 읽고 도움을 얻을 만하다. 물론 성서의 진리가 영혼의 구원을 이루는 것에만 있지 않고, 좋은 삶을 빚고 영위할 수 있게 하는 지혜와 동력을 담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에 기독교인들의 신앙을 단단하게 하는데도 큰 도움이 된다. 성서에 입각한 기독교적 교양(Buildung)을 전달하는 좋은 모범이다.
수행
가브리엘 붕게 지음, 민제영 옮김, 분도출판사 펴냄, 20,000원
나는 오래전부터 기독교가 수행의 종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영적인 경험과 깨달음은 순간적인데 비해 그것을 일상 속에서 지속적으로 실천하고 몸에 새기는 훈련은 너무 부족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영혼 구원을 위한 지혜(혹은 은혜)보다는 일상 구원을 위한 수행과 실천에 관한 기독교의 가르침이 궁금했다. 특히 영적 실천의 가장 근본은 기도라고 생각했기에 기도 수행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관심이 많았고 여러 전통을 따라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보기도 했다. 이 책 <수행>은 바로 그 기도의 수행적 측면, “어떻게 기도할 것인가?”에 대해 다루고 있는 보기 드문 책이다. 어떻게 기도해야 하는지에 관한 책이 왜 없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은 정말 구체적으로 기도하는 장소, 기도 방향, 기도하는 자세, 기도의 목소리 등에 대해서까지 다룬다. 저자 가브리엘 붕게가 러시아정교회의 수도승 사제로서 자신의 오랜 경험과 다양한 교부들의 가르침과 성서 본문을 통해 ‘어떻게’ 기도해야 하는지 알려준다는 점도 이 책이 가진 독특함이다. 물론 저자의 경험이 특정 전통에 치우쳐 있고, 현대적인 신앙 실천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너무 낯설고 당혹스러운 면이 있다. 그러나 저자가 말하는 대로 “우리는 기도하는 대로 믿으며, 믿는 대로 기도한다”는 점을 기억하며 기도를 쌓아가다 보면 기도도 우리 삶도 한 뼘 자랄 것이다.
뵈뵈를 찾아서
수전 E. 하일렌 지음, 이길하, 이현주 옮김, 비아토르 펴냄, 17,000원, 전자책 있음
성서와 여성을 주제로 한 책이 끊이지 않고 나온다. 반가운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이제 더 풀어야 할 본문이 있나 싶은 생각도 든다. 뵈뵈에 관한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이미 <이야기 뵈뵈>(에클레시아북스)라는 책이 풍성한 자료에 상상력을 가지고 뵈뵈의 삶을 재구성하고 해석했고, 그 외에도 성서와 여성을 다루는 많은 책에서 뵈뵈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럼에도 <뵈뵈를 찾아서>는 차별성이 있고 가치 있는 책이다. 이 책은 단지 성경에 단 한 절 등장하는 뵈뵈를 파고드는 책이 아니라, 뵈뵈라는 성경 속 여성 리더십의 흔적을 통해 1세기 로마 사회의 여성의 삶, 그리고 교회에서의 여성의 리더십에 대해 탐구한 책이다. 1세기 로마 사회의 여성의 모습을 다양한 본문과 사료를 통해 조망하며 기존에 갖고 있던 통념을 교정하고, 당시 여성의 삶을 생생하게 복원한다. 게다가 이 과정에서 단지 ‘여성’의 삶을 복원할 뿐 아니라, 당시 시민적 미덕이라고 여겨지던 것과 신앙적 미덕이라고 여겨지던 것에 관한 해석까지 시도함으로써 오늘날 그리스도인의 삶과 교회의 모습도 돌아보게 해 준다. 충분히 학술적이면서도 본문마다 독자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질문도 풍성하게 실어주어 역동적인 독서가 가능하게 한 점도 눈에 띈다.
신약 단어 수업
니제이 굽타 지음, 박장훈 옮김, IVP펴냄, 22,000원
세계를 배우려면 언어를 배워야 하고, 언어를 배우려면 단어부터 익혀야 한다. 단어를 익힐 때 처음에는 ‘사전적 정의’부터 시작하지만, 그 언어에 깊이 들어가 언어를 통해 세계를 파악하려면 사전적 정의 이상이 필요하다. 그래서 국어 공부에는 ‘국어사전’ 이외에 어원사전, 유의어 사전, 관용어 사전 등이 활용된다. <신약 단어 수업>은 신약의 핵심 단어를 풀어놓은 일종의 사전이다. 단순하게 단어의 뜻을 풀어주는 ‘신약 사전’을 넘어 각 단어가 신약의 각 책들에 어떻게 녹아 있는지, 서로 어떻게 연결되었는지 입체적으로 보여주고 의미를 친절하게 알려준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신약의 중심 주제들을 설명하는 ‘신약 신학’ 책이라고도 할 수 있고, 성경의 뜻과 세계를 더 풍성하게 이해하고 실천하려는 모든 성도를 위한 신앙서적이라고도 할 수 있다. ‘삶을 변화시키는 기독교 언어의 풍성함을 찾아서'라는 부제, 더 정확하게는 원서부제인 ‘New Testament theology for real life’가 이 책의 성격을 정확히 설명한다. 신뢰할만한 성서학자답게 본문을 충실하게 설명하면서도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고 삶에 적용하기 위한 목회적이면서도 신앙적 접근을 놓치지 않는 글솜씨가 대단하다. 각 챕터마다 실린 참고도서도 매우 유용하다.
한국교회 트렌드 2025
지용근 외 지음, 규장 펴냄, 22,000원, 전자책 있음
이 책을 소개에 넣을까 말까 무척 고민하다 마지막에 넣는다. 여기서 소개하지 않아도 이미 교계의(어쩌면 교계를 넘어서도) 초대형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은 책이고, 무엇보다 ‘틈’의 주요 독자로 생각하고 있는 분들에게 이 책이 필요할까 하는 의구심이 들어서이다. 잘 알려진 대로 이 책은 한국 교회의 트렌드를 분석하고 목회적 적용을 요청하는 책이다. 적절한 데이터와 전문가들의 분석이 어우러져 지금 교회가 어떤 상황에 처해있고,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할지 고민하게 해 준다.
하지만 이 책은 정말로 교회가 나가야 하지만, ‘트렌드’에 잡히지 않는(혹은 외면해 온) 일들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기획·편집진들이 고민하며 선정한 ‘트렌드’가 틀렸다거나 그 의도와 고민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첨예하게 갈등하는 상황과 현상도 트렌드라고 한다면 그런 논쟁적 트렌드를 피한 것은 분명 의도한 일일 수 있다. 의도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것이 비주류적 목소리들과 저항하는 목소리들을 무시하는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은 지적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모든 트렌드 관련 책이 마찬가지이겠지만) 이 책은 이미 알고 있던 것들을 확인하게 해 준다는 것 외에 ‘독서’를 통해 우리가 기대하는 어떤 통찰이나 지혜를 전달하는 데는 모자라다. 결국 구체적인 교회 운영을 위해 아이디어와 트렌드를 필요로 하는 목사들 외에, 누구에게나 이 책을 꼭 한번 잡솨보라고 소개하기는 어렵겠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굳이 이 글을 쓴다.
🖊️ 박현철 | 종교/역학 신간 모니터요원
책 소개 어떻게 보셨나요? 다음 11/1 메일에는 평범하고도 새로운 이웃의 이야기로 찾아갈게요. 추천과 공유 환영합니다!
지난 메일링에 남겨주신 답장을 소개해드릴게요.
- 누군가를 사랑하기 위해, 당연히 여겼던 "내" 신앙을 산산조각 내셨다는 대목에서 부끄러워집니다. 곧, 찐하게 연애 하시길!
- 재미있게 읽었어요. 성민님의 밝은 에너지가 고스란히 전달되는 거 같아서 읽는 내내 이상하게 힘이 났습니다. 고민하는 지점도 한부로 재단하지 않고 사려깊음이 느껴지고요. 좋은 지리교사가 될 거라고 응원드려봅니다!
청어람이 여러분의 북큐레이터가 되어 믿고 선택할만한 책을 권해드립니다. ‘이런 상황(혹은 이런 주제)에 대해 읽을만한 책은 무엇일까?’ 궁금하시면 언제든 질문을 보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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