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틈의 신간 모니터링 요원 박현철입니다.
텍스트힙(Text hip)이 새로운 트렌드로 뜨고 있다지만, 10명 중 6명은 한 해 동안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다고 합니다. 한국은 매년 8만 종이 넘는 책이 출간되는 세계 7위의 독서대국이라고 하지만, 출판사들은 대부분 시장이 너무 어렵고 생존을 걱정한다고 합니다. 책은 복잡한 산업 구조를 이루고 있고, 또 책에 얽힌 사람들의 사연도 복잡하고 다층적입니다. 저는 새해 들어 책을 또 정리하고 버리기로 결심했는데요… 사실 매달 적잖은 신간을 구입하기도 하기에 머무는 곳마다 책이 쌓이는 건 피할 수 없네요. 그렇기에 더더욱 책이란 무엇인가를 묻게 됩니다. 독자님께 책은 무엇이며,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나요? 아무튼 저는 올해도 신앙과 일상을 이어주는 책, 놓치지 말아야 할 책을 열심히 찾아내고 소개하겠습니다.
이 책 한번 잡솨봐 - 2025년을 시작하는 책
사탄의 체제와 예수의 비폭력
월터 윙크 지음, 한성수 옮김, 한국기독교연구소 펴냄, 24,000원, 전자책 있음
지금 한국개신교는 2024년 ‘10.27 집회’와 ‘12.3 계엄 사태’를 통해 우리 사회의 진전을 가로막는 불의한 집단임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 한국교회의 집단인격은 그야말로 “전광훈의 기독교”나 전혀 다를 바 없는 저급한 종교집단일 뿐 아니라 집단악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이런 시점에 그리스도인들에게 시대의 징표를 식별하고, 예수의 가르침을 안내받을 수 있는 책으로, 월터 윙크(Walter Wink)의 <사탄의 체제와 예수의 비폭력>을 서슴없이 추천한다.
윙크는 성서가 묘사하는 사탄은 오늘의 의미에서는 인격적인 존재로 실존한다기보다 비인격적으로 인간 사회의 문화, 제도, 시스템, 집단 흐름 속에 내재화된 방식으로 활동한다고 말한다. 문제는 근대 세계 이후 물질적인 영역에서 영적인 힘이나 실재를 제거한 나머지 현존하는 세상 속에 활동하는 사탄의 존재와 움직임을 식별하지 못하는 세계관이다. 그러면서 윙크는 사탄의 세력, 즉 가공할만한 악의 실체를 “지배체제”(domination system)라고 명명한다. 그래서 신약성경에서 악한 의미로 사용하는 ‘세상’, 즉 ‘코스모스’라는 용어는 ‘지배체제’로 바꿔 읽어야 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한 것이 아니니라”(요 18:36)는 예수님의 말씀은 “내 나라는 지배체제에 속한 것이 아니다”라는 의미이고, 요일 1:15-17의 본문, “이 세상(지배체제)이나 세상(지배체제)에 있는 것들을 사랑하지 말라. 누구든지 세상(지배체제)을 사랑하면 아버지의 사랑이 그 안에 있지 아니하니 이는 세상(지배체제)에 있는 모든 것이 육신의 정욕과 안목의 정욕과 이생의 자랑이니 다 아버지께로부터 온 것이 아니요, 세상(지배체제)으로부터 온 것이라. 이 세상(지배체제)도, 그 정욕도 지나가되 오직 하나님의 뜻을 행하는 자는 영원히 거하느니라” 로 읽어야 한다고 말한다. 요즘처럼 세상에서 무소불위한 악의 세력이 활개 치는 시대에 성경에서 하나님의 뜻을 파악하려는 그리스도인들에게 매우 적실한 지침을 제시해 줄 것이라고 확신하면서 이 책을 2025년을 여는 책으로 추천한다.
🖊️김동춘 | 현대기독연구원 대표
다민족 사회 대한민국
손인서 지음, 돌베게 펴냄, 18,000원, 전자책 있음
온라인에서 공유되는 그림처럼 잠자리 눈뜨자마자 두 손에 핸드폰을 켜고 “잡혀갔나” 확인하는 날들이 반복되고 있다. 당연히 글을 읽고 쓰는 것도 어렵다. 그래도 의무감에 읽기 시작한 책이 있다. 사회학자 손인서의 <다민족 사회 대한민국>이다. 이 책은 국가 정책에서 ‘이민’이라는 정확한 명칭을 쓰기보다 ‘외국인 정책’ ‘다문화 정책’이라는 말로 우회하는 한국 사회의 폐쇄성을 짚으며 시작한다. 그리고 많은 분량을 선주민 ‘한민족’으로서의 우리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도덕주의와 능력주의로 위장한 이주민 차별을 폭로하며, 그것이 전제하고 있는 거짓된 정보들에 맞선 객관적 정보들을 제시한다. 다수의 기독교인은 성경이 ‘이웃을 사랑하라’ 했고 그 이웃에 ‘이방인’도 명시되어 있었으니, 이주민들에게 대개 친절하다. 그러나 친절은 사랑이 아니다. 우리의 친절 속에는 우월감과 배타성이라는 죄가 함께 숨어있다. 하지만, 죄에 둔감한 우리는 성경만으로는 잘못을 알아차리기 힘들다. 현재 많은 교회의 가르침이 제2 이스라엘로서의 ‘한민족 선민사상’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남을 비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내 안의 인종주의를 비판하기 위해서 읽어보기를 권한다.
🖊️김혜령 | 이화여대 호크크마교양대학 교수
이단
G. K. 체스터턴 지음, 전경훈 옮김, 복있는사람 펴냄, 19,000원
G. K. 체스터턴은 이 책에서 당대를 주름잡던 사상가, 작가, 사회 현상에 관해 비평하며 그들을 '이단'으로 이름 짓는다. 그는 이 '이단'의 범주에 러디어드 키플링, 버나드 쇼, H. G. 웰스 등 유명인들을 포함시키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자칫 치기 어려 보일 수 있는 대담한 수사다. 그러나 이 역설의 대가는 유쾌하게 '이단'들의 생각을 끝까지 파헤치며 풍자해, 결국에는 그들이 잃어버린 정통의 깊이를 보여줌으로 그 정당성을 입증한다. 어쩌다 내 새해 첫 책이 됐지만, 모든 사람들을 위한 책으로 추천할만한지는 확신이 없다. 특히 체스터턴의 책을 처음 읽으려는 사람에게는 더욱. 차라리 그냥 브라운 신부 시리즈를 읽자! 이 책은 이 분야 초심자가 읽기 썩 좋은 책이 아니다. 백 년 전 생소한 영국 지식 인플루언서들의 이름들이 난무하는데, 체스터턴은 독자들이 당연히 그들을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고 논의를 진행한다. 누군가가 한국의 시사, 지식 유튜버들에 관한 비평문을 써서 책으로 냈다고 해보자. 100년 뒤에 어떤 외국인이 그 책을 읽는다면, 과연 그 내용을 얼마나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을까? 그러나 이러한 진입 장벽만 넘는다면, 통통 튀는 수사와 시원한 역설의 참맛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유은빈 | 책읽는 말년병장
급진적 자유주의자들
김진호 지음, 동연 펴냄, 13,000원 (품절)
요한복음만큼 해석의 결이 극적으로 달라질 수 있는 책이 또 있을까? 전통 신앙의 관점에서 요한복음을 읽으면, 예수는 하나님께 가깝고 인간에게는 먼 초월적 존재로 그려진다. 그러나 현대신학자들 중에는 요한복음이 오히려 전복적이고 정치적이며, 젠더 평등을 강조하는 급진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이는 요한복음이 여성들의 주체적 담화를 포함하고, 조직화된 종교적 리추얼을 해체하며, 자유로운 신앙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시각에서 요한복음을 해석한 한국 저자로는 김진호 목사가 떠오른다. 그의 책 <급진적 자유주의자들>은 요한복음의 "사랑하는 그 제자"가 여성일 가능성을 제기하며 논의를 시작한다. 여성 리더십이 두드러졌던 초기 교회 역사를 고려할 때 "사랑하는 그 제자"라는 이름은 (여성을 포함한) 익명의 자유로운 신앙 주체들을 상징할 가능성이 크다. 제도권신학교에서 추천하는 팍팍하고 고리타분한 요한복음강해서는 잠시 접어두고, 두텁고 신뢰할만한 역사적 연구 위에, 자유로운 상상의 나래를 펼쳐내는 이 책을 읽어보는 건 어떨까?
🖊️김동환 | 길섶교회·솜니움기독교정치사회연구소
세습 중산층 사회
조귀동 지음, 생각의힘 펴냄, 17,000원, 전자책 있음
이 책이 새해 첫 책이 된 것은 한 달 전에 읽은 <미안함에 대하여>와 <결 : 거칢에 대하여>에서 홍세화 선생님이 비중 있게 언급했기 때문이다. 사실 홍세화 선생님 책을 읽고 바로 도서관에서 대출했다가 못 읽고 반납하고 다시 빌렸기에 해를 넘겨 나의 첫 책이 되었다. 책의 부제는 ‘90년대생이 경험하는 불평등은 어떻게 다른가’이다. 90년대생이 20대가 되는 2010년대 이후 노동시장을 중심으로 달라진 한국 사회에서 세습 중산층의 출현과 그 배경을 다룬다. 이중노동시장에서 ‘내부자’가 되기 위한 관건은 학력(벌)이다. 80년대 학번·60년대생 세습 중산층 세대 부모가 경제자본, 인적자본, 사회자본, 문화자본을 총동원해 자녀 교육에 집중하는 이유다. 90년대생이 경험하는 다중 복합 불평등이 구조적으로 심화되는 과정을 많은 연구와 조사기관의 통계에 기초해 서술하고 있다. 책을 읽는 동안 몇 년 전에 읽었던 스티븐 J. 맥나미와 로버트 K. 밀러 주니어의 <능력주의는 허구다>가 생각났다. 한국의 ‘교육 투자로 만들어진 세습 중산층 2세대 90년대생’은 미국에 먼저(?) 있었던 것 같다. 한국 정치인들이 좋아하는 세대론이 아닌 세대 내 양극화와 불평등 문제를 이야기하는 신진욱 교수의 <그런 세대는 없다>와 함께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차정아 | 매일 읽는 사람
다정소감
김혼비 지음, 안온북스 펴냄, 15,000원, 전자책 있음
새해에 어울릴만한 책으로 뭐가 좋을까 고민을 하다가 2년 전에 친구가 새해맞이로 선물했던 <다정소감>을 골라보았다. 난 이따금 이 책을 꺼내어 간식을 먹듯 훌훌 읽으며 기분을 전환하곤 한다. 책을 따라가다 보면 철봉에 거꾸로 매달린 50대 언니들이 “너도 내 나이 되면 할 수 있어!”라며 내게 외치고 있고, 매너의 온도를 따끈하게 유지하며 사내 평화를 도모하는 B 리더님의 ‘가식’이 참 고맙게 느껴진다. 새벽에 겨우 일어난 친구에게 달려와 첫 출근 준비를 돕는 비행기 승무원 친구들의 우정에는 눈시울이 붉어진다. ‘김솔통 같은 글을 쓰고 싶다’ 던 김혼비 작가의 반질반질하고 고소한 글 덕분에 생생한 상상 속에서 마음 한편이 뭉근하게 데워진다.
<런 온>이라는 드라마에 “섬세하고 다정한 사람들이 잘 살았으면 좋겠어. 상냥한 사람들을 바보 취급 안 했으면 좋겠어”라는 대사가 나온다. “<다정소감>의 정신에 위배되는 일은 하지 않기로 했어!”라며 책을 건넸던 친구도, 우리 모두도 ‘잘’ 살아가는 한 해이기를 바라며 감히 이 책을 추천해 본다.
🖊️배한나 | 청어람ARMC
12-1월 신간 한번 잡솨봐
죽을 때까지 유쾌하게
김혜령 지음, IVP펴냄, 16,800원
영화 포스터에 호쾌한 필치로 적어두면 어울릴 것 같은, 이 유쾌한(?) 제목의 책을 주목하라. 은혜로운 신앙서적의 제목으로는 딱히 어울리지 않는 것 같지만, 진심으로 은혜로운 책이며 심지어 내가 눈물을 찔끔 훔친 책이다. 신학과 윤리학을 가르치는 딸이 알츠하이머 병에 걸린 아버지가 점점 약해져 가는 과정을 기록했다. 그 과정을 아름답고 감동적으로 기술하면서도, 지나치게 낭만화하지 않고 신학자다운 보편적 성찰로 균형을 맞추었다. 윤리 신학자 특히 페미니스트 신학자로서의 정체성을 지켜 학자들의 연구와 담론을 소개하면서도 ‘치매’ 걸린 ‘아빠’의 손을 잡고 걸어가는 딸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냈다. 책을 읽으며 전에 인상적으로 읽었던 여러 책이 동시에 떠올랐는데, 김혜령 교수님의 전작인 <기독시민교양을 위한 나눔 윤리학>도 떠올랐고, 존재로서 나와 타자를받아들이는데 큰 영향을 미친 헨리 나우웬의 <아담>도 떠올랐다. 마르바 던의 <약할 때 기뻐하라>도 떠올랐고, 시몬 베유나 본회퍼도 떠올랐다. 이 책이 그 책들과 견줄만한 책이라 생각하며 이 책과 아무 이해관계가 없지만 이 책이 좀 더 널리 알려져야 한다는 사명감에 휩싸이고 말았다. 유쾌하게, 그러나 가끔은 눈물을 훔치며, 제발 읽으라.
“약해진 자들과 그들과 동행하며 약해진 자들 모두에게,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모두에게)하나님의 유쾌한 위로가 죽을 때까지 가득하길 기도합니다.”(서문중에서)
삶에 뿌리내린 평화
평화저널 <플랜P> 엮음, 생각비행 펴냄, 20,000원, 전자책 있음
한때 <플랜 P>라는 잡지가 ‘있었다’. 어느 날 조용히 나타나 깔끔한 디자인과 매력 있는 글들을 담아 ‘일상으로서의 평화’를 이야기했던 잡지였는데, 또 어느 날 갑자기 평화롭게 폐간을 선언하고 사라졌다. 활자와 책에 대한 소유욕이 강한 나로서는 그 잡지의 전권을 소장하지 못했다는 것이 아쉬움이었는데, 이 놀라운 잡지는 폐간 후에도 좋은 글들이 조금 더 생명력을 얻을 수 있도록 총 14호까지 3년 조금 넘는 시간 동안 발행했던 글 중 알짬을 모아 단행본으로 출간했다. ‘평화에 대해 질문하고, 평화와 마주하고, 평화를 살아 내는 일련의 순환적 삶이 우리 안에 녹아들어 혐오, 적대, 차별을 몰아내고 일상의 평화를 지속적으로 확장해 가는 구조를 만들어 내기를 기대’한다는 발행의 말에 과연 충분히 부합하는 글들이다. 평화가 무엇인지 설명하는 다양한 글, 일상과 평화가 마주하는 순간을 다루는 글, 평화를 빚어내고 살아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충실히 담았다. 한 가지 내 생각을 보태자면 다채로운 평화의 모습과 현장을 담은 만큼 제목도 ‘평화들’이라고 복수로 썼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온 마음 다하여
레이첼 헬드 에반스 지음, 백지윤 옮김, 바람이 불어오는 곳 펴냄, 17,500원
레이첼 헬드 에반스의 책이 이제 한국에 다 번역되었고, 그에게 공감하는 독자들도 많아졌지만 나는 한국 독자들이 레이첼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있는지 늘 궁금하다. 그는 21세기의 C.S 루이스라는 칭찬도 받았는데, 확신에 찬 기독교 변증가로 이해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회의주의자였던 C.S 루이스처럼, 레이첼도 어떤 이들에게는 지나치게 회의적이고 도전적인 인물로 비칠 수 있지만, 희망에 찬 낙관주의자로 이해되면 좋겠다. 레이첼은 끝없이 질문했지만 한 번도 회의적이거나 비관적이지 않았던, 희망차고 신실한 사람이었다. 그는 질문하는 이들이 빠지기 쉬운 염세에 빠지지 않았고, 교회에 적잖은 상처를 입었으면서도 분노에 사로잡히지 않았으며,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일관된 기대감을 품었고, 앞으로 알아가고 변화해 갈 것에 대한 희망으로 가득했던 사람이었다. 나는 이것이 그가 말하는 진화하는 신앙(evolving faith)이라 이해했다. 그리고 이 ‘마지막’ 책에서 그는 자신의 여정을 온 마음 다하는 신앙(wholehearted faith)으로 표현하는데, 이 제목을 보고 진화하는 신앙보다는 온 마음 다하는 신앙이 레이첼의 여정에 좀 더 어울리는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그가 미처 완성하지 못하고 간 초고에 남편인 댄과 친구인 제프 추가 강연 일부와 메모들을 추가해 완성한 책이다. 어떻게 보면 이미 나온 에세이들과 크게 차이 없는 주제와 내용일 수 있지만, 나는 이 책을 통해 레이첼이 한국에 조금 더 알려졌으면 좋겠고, 더 잘 알려졌으면 좋겠고, 한국의 수많은 레이첼들을 호명하고 불러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처럼 레이첼을 ‘친구’라고 부르는 ‘나의 친구들’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
하박국, 폭력의 세상에서 믿음으로 살다
크리스토퍼 라이트 지음, 조덕환 옮김, 시들지않는소망펴냄, 17,500원, 전자책 있음
구약의 예언서들은 모두 나름의 캐릭터와 매력을 갖고 있기에 우열을 가릴 수는 없지만, 하박국은 그중에서도 확실히 특별한 책이다. 하박국은 바울에게 영감을 주어 이신칭의의 기반이 되기도 했고, Tony Hopkins라는 음악가에게 영감을 주어 ‘무화과 나뭇잎이 마르고’라는 공전의 히트곡(?) 이 되기도 했다. 이번에는 저명한 구약학자 크리스토퍼 라이트에게 영감을 주어 새로운 하박국 강해로도 출간되었다. 이미 좋은 하박국 강해서가 많지만 그래도 이 책은 신뢰할만한 저자의 최신 책(원서 2024년 출간)으로 오늘날 우리의 현실과 질문을 잘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개인적으로는 크리스토퍼 라이트의 전형적인 ‘선교적 결론’으로 흐르는 것이 조금 뻔해 보이기는 하지만, 얇은 분량에 하박국 본문을 충실히 따라가며 당돌하게 하나님께 질문과 원망을 쏟아낸 하박국을 따라 탄식과 항의가 담긴 기도를 하라고 과감하게 격려하는 부분은 좋았다. 2025년 혼란한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는 분들에게 무난한 격려가 되는 책으로 권할만하며 교회나 공동체의 독서모임, 성경공부 교재로도 훌륭해 보인다.
새한글성경
대한성서공회 성경 편집팀 엮음, 대한성서공회 펴냄, 판형 및 가격 다양
놀랍게도(?) 성경은 원본이 없다. 그래서 성경의 각종 사본을 모아 표준 본문을 확정하고 번역하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교회들이 서로 연합기관을 세워 그 과정을 권위 있게 하도록 하기도 하고, 출판사나 개인이 그런 번역을 하기도 한다. 어쨌든 성경은 다양한 번역이 존재하고, 그 다양한 번역이 성경의 의미를 더 풍성하게 하며, 성경의 권위를 상호 보증한다. 새한글성경은 그런 다양한 번역 중 대한성서공회의 최신 공인본 번역이다. 2011년 번역을 시작해 2021년에 신약이 먼저 공개되었고, 이번에 구약까지 완간되어 출간되었다. 디지털 시대와 다음 세대를 염두에 두고 읽기 쉽고 이해하기 쉬운 번역본을 내겠다는 목표를 갖고 성서학자뿐 아니라 국문학자들이 함께 모여 긴 시간 공을 들였다. 기존 성경보다 뭐가 ‘좋으냐?’라는 질문이 드는 사람들은 이 번역이 ‘좋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뭐가 ‘다르냐?’라는 질문을 하는 사람들에게 이 번역은 분명 다른 느낌을 줄 것이다. 이것이 이 번역본을 하나 더 갖추어야 할 이유다. 거듭 이야기하지만 성경은 낯선 번역을 다양하게 접할수록 그 의미가 풍성해지고 새로워진다.
🖊️ 박현철 | 종교/역학 신간 모니터요원
새해부터 책 추천 세례를 퍼붓는 메일링 잘 보셨나요? 다음 호에는 조금 특별한 분들의 이야기로 찾아오겠습니다. ‘우리 우리 설날’이 다가오는데요. 모두 새해 복 많이 누리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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