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책한번잡솨봐

29호: 이 책 한번 잡솨봐 - 신간의 고백

6-7월 신간소개

2025.08.13 | 조회 656 |
0
|
from.
청어람ARMC
틈의 프로필 이미지

신앙과 사회 사이 - 사람과 사람 사이의 공간

첨부 이미지

 

마커스 보그의 고백 

마커스 보그 지음, 민경찬, 손승우 옮김, 비아 펴냄, 312쪽

첨부 이미지

어떻게 설명하면 마커스 보그를 임팩트 있게 소개할 수 있을까? ‘역사적 예수 연구의 권위자’, ‘가장 대중적인 진보 신학자’,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신학자’등 여러 가지 수식어를 들 수 있겠지만, 나는 보그야말로 ‘진보적 기독교Progressive Christianity’의 대표적 신학자라 하고 싶다. 그는 머물러 있지 않고 진보하려는 모든 그리스도인의 모범이 되는 신학자였다. <마커스 보그의 고백>은 그가 칠십 평생 동안 ‘진보’시켜 온 신앙의 알짬을 담은 회고록이다. 이 책은 진보적 기독교인을 위한 일종의 고백문 혹은 선언문이다. 하나님은 실재하고 신비한 존재라는 점, 구원은 내세보다 현세에서 더 중요하다는 점, 성경은 문자 그대로 사실이 아니어도 진실일 수 있다는 점, 예수의 죽음은 죄를 대속한 것 이상이라는 점 등을 충격적(?)이지만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물론 보그의 이런 주장은 이미 번역된 그의 다른 책에도 잘 나타나있다. 예를 들어 <놀라움과 경외의 나날들>, <그리스도교 신앙을 말하다>, <기독교의 심장> 같은 책을 이미 읽었다면 이 책의 내용은 거의 그대로 겹친다 생각될 것이다.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인가. 저 책을 이미 읽었다면 아마 당신은 이미 ‘마커스 보그는 못참지!’가 되어 있을걸. 읽어라. 그리고 같이 읽자. 

 

여성 영성 수업

박정은 지음, 옐로브릭 펴냄, 296쪽, 전자책 있음

첨부 이미지

이 책은 재미 영성신학자 박정은 수녀의 <사려깊은 수다>의 확대 개정판이다. 확대 개정판이라지만 나란히 놓고 비교해보면 사실상 새로운 책에 가깝다. 전작이 ‘여성 영성 공동체’라는 공간의 힘과 가능성에 집중하며 풀어간 이야기라면, 이 책은 자칫 난해할 수 있는 ‘영성’이라는 개념의 필요성과 접근법을 친절하게 설명하는 안내서에 가깝다. 저자는 다정한 시선으로 독자에게 다가와 말을 걸고,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법, 감정과 몸을 돌보는 법, 나이 듦과 같은 삶의 과정을 긍정하는 지혜를 차분히 나눈다. 더 이상 외부의 목소리에 흔들리지 않고, 온전히 자신의 걸음으로 내면의 여정을 계속하고 싶은 여성들에게 이 책은 사려깊은 수다요, 따뜻한 조언이 될 것이다. 그럼 남성 독자들에게는? 일반화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내가 여성이 아니라 남성이라는 걸 그다지 의식하지 않으며 읽을 수 있었고, 큰 도움을 얻었다. 지나치게 기독교적이지 않으면서도 가장 기독교다운 영성을 보여준다는 점, 그리고 여성들을 위한 책이면서도 모든 사람을 위한 이야기로 확장된다는 점이 이 책의 놀라운 매력이다. 

 

선교에 관한 네가지 견해

조너선 리먼, 크리스토퍼 라이트, 존 프랭키, 피터 라잇하르트 지음, 제이슨 섹스턴 편집, 오현미 옮김, IVP 펴냄, 344쪽, 전자책 있음

첨부 이미지

전도와 선교의 차이는 무엇일까? ‘전도는 국내, 선교는 해외 대상’이라는 대답은 재치있어 보이지만 사실 블랙 코미디에 가깝다. 선교에 대한 우리의 이해가 ‘복음 전파와 개종’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 이런 이해가 쉽게 교정되지 않는다. 선교를 의미하는 Mission의 뜻은 ‘사명’이며, 그 어원이 되는 라틴어 missio의 의미로는 ‘보내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러니까 ‘개종’이라는 결과보다는 ‘보냄 받았다’는 본질에 더 가까운 단어인 셈이다. 또한 그 본질은 함께 보냄받은 공동체, 곧 ‘교회’의 사명과 본질에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결국 선교론은 교회론과 직결되며, ‘선교에 관한 네 가지 견해’는 곧 ‘교회의 본질과 사명에 관한 네 가지 입장’라고도 할 수 있다. 이 책은 바로 이 지점을 정확하게 보여준다. 복음주의권의 성서학자, 선교학자, 선교운동가들이 각각 구원론적, 참여적, 상황적, 성례전적-정치적 관점에서 교회의 사명을 조명하고 토론한다. <Four views on …> 시리즈는 무척 많이 나와 있고, 논쟁적인 주제는 거의 번역되어서 이제 충분하지 않나 생각했는데, 이 책의 번역 소식을 듣고 무릎을 쳤다. 이 책이야말로 이렇게 여러 주장을 비교하며 함께 읽을 책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지금 여기에서 교회가 감당해야 할 사명이 과연 무엇인지를 알게되고, 그 지리한 논쟁, ‘영혼 구원’이냐 ‘사회 참여’냐 하는 질문에 대해서도 대답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전광훈 현상의 기원

배덕만 지음, 뜰힘 펴냄, 168쪽

첨부 이미지

“전광훈은 현상일 뿐이다. 그 뿌리를 파헤치다”는 도발적이면서 야심찬 캐치프레이즈를 단 책이 나왔다. 배덕만 교수는 오래전부터 복음주의의 다양한 양상들을 연구하고, 특히 극우 혹은 보수 기독교 세력에 대한 글도 많이 썼던 터라 이런 책의 저자로 적임자다. 위인보다는 빌런 이야기가 재밌다고, 이 책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적당히 충격적이고 적당히 교훈적이다. 지금의 전광훈이 등장하기까지 차근차근(?) 전개되어 온 한국 교회의 극우화를 4.3, 대통령 선거, 한기총 등의 역사를 통해 침착하게 훑어낸다. 현대 한국 교회사를 잘 모르던 사람들이나, 반공주의를 신앙으로 오해하고 있던 사람들에게는 매우 당혹스러운 반발을 사겠지만, 이런 작업이 오늘 한국 교회에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동시에 한 가지 유의할 점이 있다. 이 얇은 책에 너무 큰 기대를 걸고, 이 책으로 성급하게 문제의 결론을 내버리려 해서는 안 된다. 이 책은 빙산의 ‘일각’만 보고 있는 사람들에게 빙산 전체의 모습을 보여주는 책이다. 이 빙산의 세부적 모양과 특징, 대처법 등에 대해서는 더 깊고 꼼꼼한 이야기가 필요하다. 그 한계를 인정하고 본다면 이 책은 더 깊은 논의를 위한 훌륭한 입문서이자 만족스러운 시작점이 될 것이다. 이 책 다음에는 이런 목록을 한번 보면 좋겠다. [틈 17호 - 보수 기독교와 극우 정치의 만남]

 


한 줄 보태는 책들

몇가지 책을 단평으로 소개합니다.

 

첨부 이미지
  • 올리버 오도노번의 <부활과 도덕질서>(IVP)는 오랜만에 나온 ‘IVP 모던 클래식스’ 시리즈다. 예전부터 기독교 윤리학과 정치신학에서 중요한 저작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던 책이었는데, 드디어 나와서 반갑다. 조금 읽어보니 솔직히 꽤 난해하기는 하지만, 무척 중요한 책이(라고 하)니 공부하는 사람들을 체크해두면 좋겠다. 
  • 최병인의 <경계 위 그리스도인>(지우)은 ‘신학적 에세이’를 표방하는 에세이 집이다. 제목에 비해서 그리 진지하거나 비장(?)하지는 않다. 오히려 읽는 글맛이 좋으니 가방에 넣어다니면서 지하철에서 하나씩 꺼내 읽으면 좋겠다.
  • <한 톨의 생각, 겨자씨처럼>(아드벤트) 역시 에세이 집인데, 침신대 김기현 교수의 국민일보 ‘겨자씨’ 칼럼을 모았다. 아주 짧은 글을 모은, 당황스러울 정도로 작은 책인데, 선물용으로 제격일 듯 하다.
첨부 이미지
  • 미로슬라브 볼프의 <야망의 대가>(두란노)는 능력주의에 대한 일종의 기독교적 성찰과 비판을 담고 있다. 좋은 시도이고, 볼프에게 어울리는 책이다. 다만 나는 교양 자기계발서 느낌이 약간 나는 것 같았다.
  • 로빈 던바의 <신을 찾는 뇌>(아르떼)는 진화 심리학, 뇌과학 관점에서 종교의 기원을 탐구하는 책이다. 이런 류의 책들이 꽤 나왔는데, 그 중에서도 재미있고 설득력있는 편이다.
  • <방치된 믿음>(바다출판사)은 한국 무속 신앙의 현황에 대한 르포르타주다. 통제되지 않고 ‘방치된’ 무속신앙의 위험성과 부작용을 주로 취재하는데, 절대 모든게 교회와 같지는 않지만… 아무튼 한숨이 깊게 나왔다. 
  • <깊은 육화>(리북)는 최근에 뜨고 있는 ‘깊은 성육신’(Deep Incarnation)이라는 현대신학 개념에 대한 책이다. 생태 신학, 범재신론에 관심있는 사람들(바로 나)은 한번 챙겨볼만하다. 

 

👀 박현철 | 종교/역학 신간 모니터요원 

 


지난 28호, 소영님의 인터뷰에도 여러 댓글이 달렸어요. 관심과 성원 감사합니다!

 

  • 스스로를 억지로 접고 구부려 좁은 틀에 맞춰야만 지속할 수 있었던 "신앙생활", 없어도 망해도 괜찮았다는 말씀에 깊이 공감합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자유와 평화를 누리고, 베풀고, 힘껏 사랑하는 것이 진정한 신앙생활이 아닐까 생각하는 요즘인데, 실제로 그런 삶을 살고 계신 분의 이야기를 들은 것 같아 기뻤어요. 좋은 인터뷰 감사합니다! → 자유와 평화를 부리고, 베풀고, 힘껏 사랑하는 것! 세속성자의 이상입니다. 응원합니다. :)
  • 독특한 경험을 공유해주셔서 감사해요. 무척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사실 이번호가 원래 8월 10일에 발행되어야 했는데 조금 늦었어요. 죄송합니다. ㅠㅠ 다음호는 8월 20일 인터뷰, 30일 큐레이션 책소개 예정되어 있어요.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 댓글이 에디터들을 힘나게 합니다. 아시죠?! 😉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틈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제일 먼저 댓글을 달아보세요 !
© 2025 틈

신앙과 사회 사이 - 사람과 사람 사이의 공간

뉴스레터 문의iam@ichungeoram.com

메일리 로고

도움말 자주 묻는 질문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특별시 성동구 왕십리로10길 6, 11층 1109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라이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