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내향인이지만, 인터뷰는 좋아하는 오수경입니다. 여름에는 다양한 과일과 채소를 먹을 수 있는데요. 그중 옥수수 먹는 걸 좋아해요. 잔뜩 삶아서 바로 먹기도 하고, 냉동실에 쟁여놓으면 세상 든든하죠. 옥수수는 껍질을 까기 전까지는 그 속을 알 수가 없다는 면에서 참 재밌는 먹거리인 것 같아요. 그래서 껍질에 둘러싸인 옥수수를 깠을 때 알이 가지런하게 빼곡하게 박혀있다면 반가운 마음을 넘어 ‘횡재’한 느낌이 들곤 해요. “내용이 충실하고 실속이 있다”는 의미를 담은 ‘알차다’라는 단어를 사물화 하면 옥수수이지 않을까요? ^^ 사람을 옥수수에 비유하는 건 좀 그렇지만, 유미님과 인터뷰를 하며 저는 ‘횡재’한 느낌이 들었어요. 너무 알이 가지런하고 빼곡하게 박혀있는 옥수수 같았기 때문이죠.
옥수수를 정성껏 쪄서 내놓듯 두 번째 인터뷰를 보내드립니다. 인터뷰 맛 보장! 영양 보장!
수경(수) :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유미(유) : 안녕하세요, 유미라고 합니다. 저는 현재 여성폭력(가정폭력, 성폭력, 교제폭력 등) 피해생존자를 지원하는 곳에서 일하고 있어요. 아주 예전에는 서울에서 웨딩플래너로도 일한 적이 있고요. 지금 돌아보니 어떤 식으로든 결혼과 가정, 여성에 관련된 일을 하고 있는 삼십 대 비혼 여성입니다.
수 : 평소 대화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신가요? 주로 어떤 주제의 대화를 나누시나요?
유 : 네, 대화를 좋아해요. 주제는 상대방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 같아요. 날마다 화를 치솟게 만드는 뉴스를 보고 나누는 이야기부터 클래식, 케이팝 등의 음악 이야기, 요즘 보고 있는 드라마와 영화 이야기, 맛집과 여행 이야기, 지금 다니고 있는 직장 이야기 등등이요.
참, 요즘에는 어머니와 성평등과 여성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나누고 있어요. 뉴스에 나오는 여성폭력 이야기나 어머니 세대나 할머니 세대 때 겪었던 여성폭력이나 성불평등에 관련된 일들에 대해 얘기를 나누기도 했어요. 그러고 보니 저번주까지 jtbc에서 방영된 <엄마 단 둘이 여행 갈래>를 같이 보면서도 대화를 나눴어요.
수 : 와~~~ 엄마와 그런 대화를 나눌 수 있다니!!! 유미 님은 청어람 모임에도 종종 참여해 주셨는데요. 정작 제가 유미 님을 새롭게 만나게 된 계기는 SNS에 올리는 사진들 때문이었어요. 거의 매일 정성껏 간단한 음식과 다도 사진을 올리는 걸 보고 사실 반했거든요. 그 사진들을 보면 ‘아, 이 사람은 참 성실하게 정성껏 자신을 사랑하고 일상을 가꾸며 살겠구나’라고 생각하며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SNS 민간인 사찰 아닙니다 ㅎㅎㅎ) SNS ‘다도’와 ‘조식’ 사진을 언제부터 왜 꾸준하게 올리게 되었나요?
유 : 십 대 때부터 차를 좋아했어요. 요리도 좋아했고요. 그래서 첫 스마트폰이 생긴 2012년 즈음부터 티타임이나 조식을 비롯한 식사 사진을 찍어서 올리게 되었어요. 기록을 좋아하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차를 마시는 것도 조식을 차려 먹는 것도 정말 좋아해서, 하지 않으면 삶이 헛헛해서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차 한 잔도, 조식도 안 먹고 하루를 보내다니! 이럴 수가 오늘 하루 진짜 헛살았다!’ 뭐 이런 바운스랄까요?
처음에는 페이스북, 지금은 인스타그램과 트위터에도 함께 올리고 있어요. 거의 디지털 일기장처럼 사용하고 있지요. 페이스북은 ‘N 년 전 오늘’을 알 수 있어서, 인스타그램은 아카이빙 용으로, 트위터는 소통과 기록 용으로 쓰고 있는데 이제는 습관이 돼서 그리 어렵지 않아요. 자료가 꽤 쌓여 있는 상태라 예전의 기록을 보면서 식재료의 철을 알기도 하고요. 지금은 생여주를 사서 오키나와식 여주볶음을 만들어 먹고 있고요, 참고로 이제 곧 무화과 철이 돌아온답니다!
수 : 좋은 습관을 가지셨네요. ‘다도’와 ‘조식’ 외에 유미 님이 성실하게 정성껏 좋아하는 것이나 최근 좋아하게 된 게 있나요?
유 : 제가 성실하게 좋아하는 것을 꼽자면 클래식 음악이에요. 엄마가 태교를 클래식으로 해서 좋아하는 거란 말을 들었는데 정말 어릴 적부터 클래식을 좋아했어요. 십 대 때도 학교 음악시간에 클래식 감상 시간이 있으면 참 좋았고요, 봄이나 가을에 예술의전당에 가서 음악 공연을 관람해야 하는 루틴이 있어요. KBS 클래식 FM도 아침 6시부터 저녁 10시 특정 시간 가리지 않고 골고루 들어요. 요즘에는 오전 7시에 시작하는 <출발 FM과 함께>로 아침을 시작하고 밤 10시에 시작하는 <당신의 밤과 음악>으로 하루를 마무리하고 있네요.
수 : 다도와 클래식이라니, 유미님과 어울리는 것 같아요. 최근 좋아하게 된 것으로는 뭐가 있을까요?
유 : (음…) 딱 떠오르는 게 없네요. 늘 좋아하던 것들을 쭉 좋아하기에 바쁜 것 같아요. 아! 제가 일하는 곳 근처에 우리밀 빵을 만드는 베이커리를 발견했거든요. 통밀, 흑밀, 호밀 등으로 깜빠뉴, 식빵, 바게트 등을 만드는 곳이에요. 한국에서 식사빵(달지 않고 거친 느낌)하는 곳 찾기가 정말 하늘의 별 따기인데 퇴근길에 들를 수 있는 거리에 생겨서 좋았어요.
수 : 무언가를 꾸준하게 좋아한다는 것은 그만큼 마음의 힘이 단단하다는 걸 의미하기도 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혹시 그 마음이 힘이 빠졌을 때가 있었나요?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조차 하기 힘들 때 말이에요. 그럴 때는 어떻게 회복하시나요?
유 : 어느 순간 그 좋아하는 것들이 강박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어요. "난 이런 걸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루틴처럼 해야지." 뭐 이런 생각이요. 그런데 제게 닥친 상황들이 부정적으로 흘러가니까 찻자리도 조식도 업무처럼(?) 처리하는 기분이 들었어요. 그럴 때는 마음을 좀 느슨하게 가지려 해요. 요리 안 해도 괜찮아, 차 매일 마실 필요 없어, 잠시 쉬어가도 괜찮아, 하고 스스로에게 여백을 줬어요. 클래식 음악 듣는 것도 요즘 많이 들었다 생각되면 재즈나 홍콩, 중국 음악, 파두 같은 포르투갈 전통음악을 듣기도 했어요. 좋아하는 것들과도 밀당이 필요한 것 같아요. 너무 밀었다 싶으면 당기고, 너무 당겼다 싶으면 밀고요. 그러다 보면 저절로 회복이 되더라고요.
수 : 그리고 또 유미 님을 새롭게 만나게 된 계기가 있었어요. 지난 3월에 청어람이 주관한 ‘로잔 이슈 포럼’ 참가 소감을, 저희가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매우 길게 써서 보내주셨죠. 그 글에 깊이 공감되어 저희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기도 했는데요. 그 글에는 교회를 떠난 30대 여성으로서의 문제의식이 날카롭게 담겨 있었어요. 유미 님에게 ‘교회’란 어떤 곳인가요?
유 : 제게 교회는 돌아가고 싶으면서도 돌아가고 싶지 않은 애증의 공간이에요. 어떨 때는 그립기도 하지만 바로 또 진절머리 나서 ‘어우, 그만하자’ 하게 되는 곳이랄까요.
저는 모태신앙 신자로, 태어나서부터 삼십 대 초반까지 교회 안에서만 나고 자랐어요. 교회가 집보다 편안한 적도 분명 있었죠. 그때에는 교회와 종교가 전부인 줄 알고 세상을 내심 두려워하며 살았던 것 같아요. 게다가 이십 대 초중반 즈음부터는 어머니가 교회 전도사로 사역을 하게 되면서 ‘전도사 딸’이라는 위치로 교회를 다니게 되면서 (겪어보지는 못했지만) 고된 시집살이 하듯 수요예배, 금요철야, 특별새벽기도회, 부흥회 등에 필히 참석해야 했어요. 유초등부, 청소년부 교사 봉사와 성가대, 방송실, 청년부 리더 등등을 하게 되었고요. 게다가 교역자실 너머의 이야기부터 담임목사가 엄마에게 하는 갑질까지 다 옆에서 똑똑히 지켜보게 되었죠. 그러면서 점점 교회에 환멸을 강하게 느끼게 되었어요. 쓰다 보니 지금 제게 교회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낙후된 종갓집 같은 곳으로도 여겨지네요. 입 닫고 귀 닫고 꾸역꾸역 살다가 겨우 탈출했는데 어떻게 다시 돌아갈까 싶어요.
수 : 이야기를 듣다 보니 유미 님의 신앙 여정이 더 궁금해지는데요.
유 : 대학교에 입학한 뒤 IVF(한국기독학생회)에서 쭉 활동을 했었어요. 그때 각종 신앙 서적들을 읽고 개인성경공부(PBS)도 배우고 좋은 리더와 간사님들께 신앙적으로 양육도 받고요. 교회를 벗어나 대학선교단체에서 신앙생활을 하면서 여러모로 틀을 깰 수 있었던 기회라고 생각해요.
이십 대 때는 길을 찾듯 여기저기를 찾아 헤맸던 거 같아요. 교회, IVF 외에도 다른 곳들을 방문하기도 훈련을 받기도 했어요. 양양의 라브리공동체에도 찾아갔었고 복음학교에도 갔었어요. 그 외에도 여러 곳들을 가면서 내가 믿는 종교 안에서 해답을 얻기 위해 분투했지만 결국 해답이 없다는 해답을 얻고 돌아왔네요.
수 : 꽤 적극적으로 다채로운 경험을 했는데요, 그런 과정을 거쳐 현재 유미 님의 신앙에 결정적 영향을 준 게 있다면 무엇일까요?
유 : 제 신앙에 영향을 준 사건을 두 가지로 꼽자면 첫 번째는 2014년에 있었던 세월호 참사예요. 당시 저는 안산에 거주하고 있었어요. 동네에는 단원고 아이들이 많이 살고 있었고요. 세월호 참사 이후 교회에서 사회적 참사를 대하는 태도와 언행에 너무 큰 실망을 했어요. 참사 이튿날 즈음,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생환기원 촛불집회에 제가 리더로 있던 소그룹 멤버들과 함께 갔다가 청년부 목사에게 ‘좌파 빨갱이’라는 소리를 들었어요. 교회 다른 분들은 네가 참으라 했지만 목소리를 내서 끝내 사과를 받았고요. 사과를 받은 뒤에 “제가 목사님에게 사과는 받았지만 용서에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라고 답했더니 감히 내 사과를 그렇게 대하다니… 뭐 이런 식으로 분노하셔서 더 힘들기도 했지요. 거기에 세월호 참사를 영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혐오 워딩들이 교회 안에서 등장하면서 교회는 무엇인가 회의가 들기도 했어요. 돌이켜 보면 이때 처음으로 교회와 심적 거리를 두게 되면서 오히려 제 신앙을 세워나가게 되었던 것 같네요.
두 번째는 페미니즘을 만난 일이에요.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로 페미니즘에 관심을 갖게 되고 정희진 선생님의 <페미니즘의 도전>을 읽게 되었어요. 그리고 다른 여성학, 사회학 관련 서적들을 읽고 강의를 들으면서 ‘과연 개신교 신앙과 페미니즘이 공존할 수 있는 것인가’ 깊은 고민에 빠졌어요. 내가 여성으로서 목소리를 내고 성평등을 주장하면서 사는 일과 하나님 “아버지”의 “아들”인 예수를 구주로 믿고 (남성중심적인) 교회에 다니며 신앙생활하는 일이 절대 양립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절망감이 들기도 했고요. 지금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되면서 이러한 고민을 하고 있지는 않아요. 오히려 성평등이 타락의 늪에 빠진 교회를 구원할 유일한, 인간이 할 수 있는 방법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수 : 세월호와 페미니즘. 유미님 뿐 아니라 많은 여성이나 청년의 문제의식이기도 할 것 같아요. 그럼에도 유미님이 여전히 신앙을 지속하는 동력, 혹은 의미는 무엇일까요?
유 : 교회가 혐오와 차별을 해도 예수는 그런 분이 아니니까요. 오히려 혐오와 차별을 일삼는 종교인들에게 핍박받는 이들의 친구가 되어주신 분이라는 믿음이 있어요. 내가 아는 신은 당신들이 아는 신과는 다르다는 확신이 제가 신앙을 지속할 수 있는 동력이 되어준다고 생각해요.
수 : 그렇다면 지금 유미 님이 중요하게 여기는 신앙적 가치들은 어떤 것인가요?
유 : 생명과 평화예요. 모든 생명이 소중하며 우리에게는 생명을 지킬 의무가 있다는 것이요. 그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며 존중해야 하고 파괴하는 행위에 동참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평화는 인간 사회는 물론이고 창조 세계와의 평화까지 생각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평화롭지 않은 세계라서 더욱 평화를 외쳐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수 : 그 가치를 지키기 위해 유미 님이 실천하고 있는 게 있다면 뭘까요?
유 : 우선 일상적으로는 비건지향적으로 살아요. 음식을 먹을 때 가끔 육류 섭취할 때가 있기는 하지만 일상적으로는 샐러드를 비롯해 비건식으로 먹으려 합니다. 점심은 도시락을 싸가고 텀블러를 늘 사용하고요. 식재료도 제철채소나 과일 위주로 하고 로컬샵이나 전통시장을 애용하는 편이에요. 탄소배출이 많이 되는 식재료(아보카도, 망고 등)는 지양하고요.
일적으로는 지금 하고 있는 폭력피해생존자를 지원하는 일이 제 신앙적 가치를 지키기 위한 일이라고도 생각해요. 평화 없는 삶을 사는 이들에게 편안히 숨 쉴 틈을 드리고 지속된 폭력으로부터의 탈출구를 안내해 드리는 게 제 일이거든요. 모든 여성들에게, 모든 사회적 약자들에게 평화가 함께 하기를 바라고 있어요.
수 : 지향과 일상이 꽤 일치하는 삶을 살고 있네요. 여기서 더 바라는 게 있다면 무엇일까요?
유 : 추상적일 수도 있지만 모두가 차별받지 않은 세상,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사람이 사람을 혐오하고 차별하면서 자신의 의의를 드러내는 것이 얼마나 추악한 일인지를 모두 알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성차별과 성불평등도 자본주의도 신자유주의도 가부장제도 모두 박살 나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를 정말 간절히 바랍니다. 앞으로도 가부장제를 계속 옹호하고 성차별과 성불평등을 계속 안고 가는 교회가 있다면 그런 교회도 같이요! ^^
수 : 유미님은 어떻게 나이 들고 싶나요? 그리고 앞으로 유미님이 사는 세상이 어떤 곳이면 좋겠어요?
유 : 작년에 유럽여행을 하고 왔는데요. 그때 인생을 즐기는 것처럼 보이는 할머니들을 참 많이 봤어요. 자기만의 스타일을 녹여낸 옷을 입고 음악과 춤을 즐기고 책을 읽고 운동을 하고 카페 테라스에 앉아 맥주나 커피 한 잔을 하는 그런 분들이었는데 참 멋지더라고요. 본 순간 와 저렇게 나이가 들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어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면서 권위 의식 없이 모두를 편안하게 대해주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좀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낙후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요. 반면교사 삼을 분들이 주위에 아주 많아서 나이 들어서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 리스트를 작성하면 어느 정도 선방하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그리고 앞으로 제가 살고 싶은 세상은 ‘내게 무슨 일이 닥친다 해도 괜찮다’ 하고 안심할 만한 사회적인 안전망이 제대로 구축되어 있는 세상에서 살고 싶어요. 나이를 먹어 늙어도, 만약 제가 장애인이 된다 해도, 어떤 사건사고, 재난재해, 참사를 당하더라도 정부가 이 사회가 사람과 생명 귀한 줄을 알고 제대로 진상규명을 하고 앞으로는 절대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히 대처하는 그런 나라, 그런 사회에서 살고 싶어요.
수 : 마지막 질문입니다. 최근 읽은 책 중 특별히 추천하고 싶은 책 세 권만 꼽아주세요(이유도 함께요).
<작은 책방> 엘리너 파전 저(이도우 역), 수박설탕
- 작년 연말부터 올해 초반까지 정말 아껴서 읽었던 책이에요. 영국의 시인이자 문학가인 엘리너 파전이 쓴 클래식 명작이랍니다. 엘리너 파전을 애틋하게 여기는 이도우 소설가가 우리말로 번역하고 출판한 책이기도 해요. 다채롭게 꾸려진 초콜릿 박스처럼 여러 가지 맛이 나는 동화들이 들어있어요. 어린이도 어른도 모두 읽어도 좋을 내용이고요. 어릴 때 읽고 어른이 되어 읽으면 어땠을까? 싶은 아쉬움이 들기도 했답니다. 자극적이고 소란스러운 이야기에 노출되어 살다가 이 책을 읽으니 초록으로 가득한 숲 속 가운데 있는 연못에서 쉬는 기분이 들었어요.
<희망을 버려 그리고 힘내> 김승희 저, 딸세포
- 이 책의 부제는 “무사히 할머니가 되고 싶은 1인 생활자의 모험기”입니다. 비혼 여성의 생존기를 솔직하고 가감 없이 보여주는 책이에요. 나중에 늙어서 폐지 줍는 노인이 되면 어쩌지? 꼭 엄마가 되어야만, 부모가 되어야만 사람답게 성장하며 살 수 있는 것일까? 시간이 흐르면 난 뭘로 내 삶을 증명하지? 등등의 고민은 물론 집, 건강, 부모님과의 관계 등 비혼 여성이 아니더라도 격하게 공감할 만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요. 하지만 저는 작가님이 비혼 여성이라 이 책을 더 좋아한답니다.
<평온한 날> 김보희 저, 마음산책
- 화가 김보희의 그림산문집이에요. 팬데믹 시절 여행 가는 게 자유롭지 않을 때 서울 금호미술관에서 김보희 작가의 개인전이 열렸었어요. 자연을 주제로 한 작품을 보러 관람객들이 줄을 길게 서서 볼 정도로 인기였거든요. 못 가서 너무 아쉬웠었는데 이렇게 책으로도 나왔답니다. 싱싱한 초록, 쾌청한 바다, 붉게 물드는 석양 등 아름다운 제주의 풍경과 작가의 글이 함께 담겨 있어요. 텍스트에 지칠 때면 이 책을 꺼내서 간접 제주 여행을 하고는 해요. 책이 그 자체로 여행이자 쉼이라 추천드립니다.
속이 꽉 찬 유미님과의 만남이 어떠셨나요? 특별히 인상 깊은 대목이나 다 보신 후의 소감을 남겨주세요. 요즘 사무실에는 1일에 인터뷰를 보내드리는 저와 15일에 책 추천을 하는 신간 모니터요원 박현철과 은근한 경쟁 구도가 형성되고 있는데요. 책 추천하는 메일링에는 소감을 많이 남겨주시는데 인터뷰에는 잘 안 남겨주시더라고요오…? (은근 소심) 소감 기다릴게요오~ (은근 압박)
지난 메일링에 남겨주신 소감을 소개해드릴게요.
- "ㅋㅋ 재미있고, 유익했습니다!" → 재미와 유익 두 마리 토끼를 잡으셨다니 뿌듯하네요!
- "풍성한 책 소개 감사드려요. 책마다 서점으로 가는 링크 걸어주시기는 힘드실까요..? 이름 외워서 검색하려니 생각보다 힘들어서..^^;; 한번 제안해 봅니다!" → 이런 건의 정말 반가워요! 당장 적용하겠습니닷!
- "보통 이런 뉴스레터 대충 훑어보고 넘기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읽게 되는 매력이 있네요!! 짧지만 탄탄한 책소개에 푹 빠져 금세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습니다. !! 읽는 맛도 있고 선정된 책도 좋고 특히 "평양냉면처럼 슴슴하다"는 표현ㅎㅎㅎㅎ 솔직한 책소개들이 마음에 와닿네요. 하나님의 집도 너무 잘 소개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그러게요. 지난 호는 ‘평냉 특집’인 줄…?
- "7월 말에 예수원에 피정을 가는데, 정말 시의적절한 레터였습니다. 청어람 모임에서 <경이라는 세계> 책모임을 신청했는데, 조금 일찍 피정기간에 읽어도 좋겠네요. 피정에서도 전투적인 자세로 책을 읽어야지 하면서 힘을 잔뜩 주고 있던 제 자신을 돌아보면서, 조금 힘을 빼고 하나님의 경이를 음미해 보는 것도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좋은 레터 감사합니다." → 피정 잘하고 돌아오셔서 메일함 열었을 때 이 레터가 또 반가운 소식이길!
- "좋습니다!" → 저희도 좋습니다!
다음 호에는 최근 사무실 책상에 엄청 큰 책꽂이를 설치한 신간 모니터요원이 책 소식을 잔뜩 들고 올 예정입니다.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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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윤이랑
유미님 짱! “교회는 애증의 공간,” “낙후된 종갓집,” “입 닫고 귀 닫고 꾸역꾸역 살다가 겨우 탈출,” “모두 박살 나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를,” 요런 표현들 맘에 와 닿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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