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책한번잡솨봐

45호: 이 책 한번 잡솨봐 - 2026년 2월의 신간 소개

『물처럼 강하게』 외 11권

2026.03.10 | 조회 9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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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어람AR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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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과 사회 사이 - 사람과 사람 사이의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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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끝자락입니다. 여전히 추운 기운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햇볕의 힘이 한단계 강해진 것을 분명히 느낍니다. 곧 돋아날 새싹을 기다리며 긴 겨울은 ‘버텨온’ 것들의 소중함을 생각해봅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버티고 견딜 수만은 없죠. 긴 겨울을 뚫고 순한 싹이 돋아나듯, 우리 마음과 일상도 조금 부드럽게 회복되는 봄이기를 기대합니다. 마침 이번 2월의 신간은 마음의 긴장을 풀고 영혼의 빈틈을 채울 이야기들이 많았네요. 정성껏 준비한 소개글이 잠시 숨을 고르고 일상에 온기를 더해줄 책을 만나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물처럼 강하게

아운디 콜버 지음, 정효진 옮김, IVP 펴냄, 308쪽 [도서정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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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버티는 것’이 미덕이 되었고, 어떻게든 ‘살아내는’ 것이 신앙적 과제가 되었다. 개인적으로 나 역시 그렇게 버티고 견디는 쪽을 선택하는 편이지만, 무작정 버티는 것이 항상 정답은 아니다. 버틸수록 단단해지기도 하지만 동시에 메말라 버리는 위험도 늘 존재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특히 자신을 소진하며 강함을 증명하려는 이들에게, 그것이 진짜 강함은 아니라는 따뜻한 조언이 필요한 때가 있다. 『물처럼 강하게』는 바로 그런 이들을 향한 일종의 처방전이다. 트라우마 당사자이자 상담치료사인 아운디 콜버는 우리의 신경계가 왜 늘 긴장과 생존모드에 머무는지, 어떻게 하면 그 긴장을 풀고 조금씩 안전과 회복 쪽으로 이동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실제적인 해결책을 제시한다. 최신의 심리학적 지식에 기반을 둔 전문적인 설명을 제공하면서도, 호흡, 그라운딩, 몸의 감각을 알아차리는 연습법과 단계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워크시트도 유용하게 포함하고 있다. 얼핏 전문 상담가를 위한 지침서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스스로 문제를 극복해 보려는 개인에게도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 경직된 채 버티기보다 유연하게 흐르는 힘을 기르고 싶은 이들이 함께 읽으며 서로의 안전한 울타리가 되어주는 데 좋은 매개가 될 책이다.

 

하시디즘

마르틴 부버 지음, 폴 멘데스-플로어 엮음, 손성현 옮김, 비아토르 펴냄, 204쪽, 전자책 있음 [도서정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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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틴 부버는 ‘나와 너’로 잘 알려진 20세기 대표적 철학자 중 한 사람이다. 그는 단지 철학자일 뿐 아니라 18세기 유대 신비주의 운동인 하시디즘의 계승자였고, 전파자였다. 하시디즘은 엄격한 율법 준수보다 일상의 소박한 기쁨과 이웃과의 교감 속에서 신성을 발견하려는 신앙 운동이다. 나와 너의 ‘만남’을 중시하는 부버의 철학적 통찰은 사실상 하시디즘이라는 토양을 근원으로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부버는 평생 하시디즘에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를 수집하고 여러 책으로 엮었는데, 이 책은 그중에서 100개를 선별해 편집했다. 짧고 간결한 우화 형식의 이야기들은 마치 사막 교부들의 금언집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 대부분 한 페이지를 넘지 않는 짧은 이야기들이지만, 행간에서 전해지는 울림이 매우 강렬하고, 독자들에게 깊은 영적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번역자인 손성현 목사는 옮긴이의 글에서 “이 책을 읽는 독자는 반드시 어느 지점에서 뭔가 뜨거운 것이 자기 안에 옮겨붙는 것을 느낄 것이다. 회의적인 물음으로 이 이야기를 하나씩 옮기던 나에게 그랬던 것처럼”이라고 말한다. 그러면 이 책을 소개하고 있는 나는 그 ‘뜨거운 것’을 느꼈을까? 대답 대신 당신이 직접 이 책을 펼쳐보고 그 불꽃을 확인해 보기를 권하고 싶다.

 

철저히, 친밀하게, 취약하게 사랑하다

데이비드 포드 지음, 이지혜 옮김, 성서유니온 펴냄, 308쪽 [도서정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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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명확히 드러나지 않지만, 이 책은 잘 기획된 사순절 묵상집이다. 저자인 데이비드 포드는 조직신학자로, 성서학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은퇴 후 20여 년 간의 천착 끝에 800쪽 분량의 방대한 ‘신학적 주석’을 펴낸 바 있다.(『요한복음: 신학적 주석』, 도서출판100 역간) 이 책은 그 주석과 짝을 이루는 책으로 성도들이 사순절 기간 동안 읽을 수 있는 묵상 가이드로 펴낸 책이다. 포드가 교회 현장에서 사목하는 사제가 아니라 평신도 신학자임을 생각해 보면 그가 얼마나 요한복음에 대한 사랑을 갖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사순절 묵상집이라고 해서 매일 순서대로 읽으며 묵상하도록 구성되어 있지는 않고, 5주 간의 시간 동안 정체성, 욕망, 집, 영광이라는 키워드로 요한복음의 큰 구조를 먼저 파악하고, 성주간(고난주간)에는 복음의 핵심주제라 할 수 있는 사랑, 죽음, 부활에 대해 다루며, 그 이후에는 오늘의 현실을 바탕으로 부활절 이후의 삶(lent-plus)까지 생각해 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요한복음에 대한 좋은 해설서로서의 완성도도 충분히 갖추고 있고, 공동체적으로 요한복음을 읽고 묵상할 수 있는 실용성도 동시에 붙잡은 매력적인 책이다.

 

주는 나의 피난처

엘리자베스 쉐릴, 존 셰릴 지음, 코리 텐 붐 원작, 이스마엘 카스트로 그림, 마리오 디마테오 각색, 언어의정원 옮김, 템북 펴냄, 240쪽 [도서정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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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는 나의 피난처』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박해로부터 유대인들을 숨겨 주는 지하 조직에서 활동했던 코리 텐 붐 가족의 실화와 수용소에서의 생존 기록을 담은 책이다. 나치 치하에서 유대인들이 당한 고난에 대한 책들이 다양하지만, 이 책은 어둠 속에서도 등불 하나를 켜고자 했던 행동하는 양심과 용서와 사랑의 숭고함에 대해 묘사하는 책으로 여러 ‘고전 목록’에 이름을 올리며 현대의 고전으로 꼽힌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종교적 영웅 서사에 대한 경계심 때문에 이 책을 진부하게 여기는 시선도 있을 것이다. 솔직히 나도 그런 편견 탓에 이 책을 굳이 읽지 않았던 독자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그래픽 노블로 각색해서 출간되었다고 하길래 호기심에 살펴보았다. 그리고 단순한 영웅 서사가 아니라, 인간의 실존적 고민 앞에서 '이야기'가 지닐 수 있는 힘을 이 책에서 발견했다. 그래픽 노블로 재구성된 이야기는 ‘영웅적 신앙’이라는 납작한 수식어에 갇히지 않고 인물들이 마주한 실존적 두려움과 고뇌를 입체적으로 살려내며, 독자가 이야기의 흐름에 자연스럽게 동참하게 만든다. 작품의 구성이나 작화에 대해서는 내가 언급할 깜냥이 안되지만, 이야기가 주는 힘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고전의 묵직한 메시지를 보다 감각적이고 깊이 있게 대면하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인류에 대한 대반란

애덤 커시 지음, 김준우 옮김, 생태문명연구소 펴냄, 368쪽, 전자책 있음 [도서정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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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붕괴와 AI 혁명 속에서 인류의 미래를 향한 낙관과 비관이 교차하고 있다. 애덤 커시의 『인류에 대한 대반란』은 그중에서도 지극히 급진적이고 비관적인 전망을 제시하는 책이다. 저자는 현재를 인간 중심의 자유주의를 고수할 것인지, 아니면 인류의 멸종과 초월을 긍정하는 사조를 받아들일 것인지 선택해야 하는 ‘영적 투쟁’의 시기로 진단한다. 저자의 입장은 확고하다. 인류가 더 이상 지구의 중심이 아님을 인정하고 존재를 스스로 수축시키는 ‘침춤(Tzimtzum)’의 태도를 취하지 않는다면 파멸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인간이 만물의 척도라는 오만을 버리고 인류 이후를 상상하는 ‘대반란’을 시작하라는 촉구는 서늘하게 다가온다. 이 책의 강한 비관론은 아마 대부분의 사람이 선뜻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인간 중심으로 편향된 사유의 균형을 맞추는 묵직한 무게추로서 곱씹어볼 필요는 분명하다. 특히 본문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록이 눈에 띄는데, 원서에는 없는 강의 녹취, 기사, 인터뷰 등 14개의 자료를 추가한 구성은 저자의 비관적 진단만큼이나 눈길을 끈다. 이런 구성이 원작의 의도를 확장하는지 혹은 과잉인지에 대해 생각이 다양할 수 있고, 출판 윤리 문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지만, 위기를 알리려는 기획자의 절박한 의도로 어느 정도 이해가 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주제를 입체적으로 이해하고 확장하는 데 유익한 참고 자료가 되었다.

 

지극히 작은 자들을 위한 바울 신학

칼라 스워퍼드 워크스 지음, 오현미 옮김, IVP펴냄, 336쪽 [도서정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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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울에 대한 책을 소개할 때마다 반복되는 클리셰지만, 바울은 억울한 면이 많다. 예수는 약자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가진 분으로 당연시되지만, 바울은 오히려 보수적 체제를 만들고 옹호한 인물로 오해받곤 하기 때문이다. 이런 편견을 깨기 위한 수많은 연구가 나왔음에도, 여전히 우리에게는 소외된 목소리를 재조명하고 그들을 향한 바울의 시선을 새롭게 읽어야 할 필요가 다분하다. 칼라 스워퍼드 워크스의 『지극히 작은 자들을 위한 바울 신학』은 바로 이 지점에서 ‘바울 구하기’를 시도하는 또 하나의 책이다. 저자는 바울이 단순히 교리를 정립한 신학자가 아니라, 당시 로마 세계의 가난한 이들, 노예, 여성 등 ‘지극히 작은 자’들의 존재를 깊이 인식하고 환대한 실천적 신학자이자 목회자였음을 차분히 설명한다. 분명 기독교는 지극히 작은 자들, 밀려나는 경계인들, 소외된 이들을 위한 종교임에 틀림없고 마땅히 그래야 하기 때문에, 이런 시도는 늘 반갑다. 다만 이 책은 현대의 경계인들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기보다는 바울 서신의 본문과 바울 시대에 집중해 탐구를 전개하고 있기 때문에 오늘날의 이슈를 투영한 급진적 해석틀을 기대하는 이들에게는 다소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바울, 혹은 성경 전체를 소수자의 입장에서 이해하는 것이 무엇인지 낯설어하는 이들에게는 인식과 신앙의 지평을 넓혀주는 임팩트있는 안내서가 될 것이다.

 


 

한 줄 보태는 책들

몇가지 책을 단평으로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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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시딤의 가르침에 따른 인간의 길』은 위에 소개한 『하시디즘』처럼 마르틴 부버가 수집한 하시디즘의 이야기 중 일부를 선별해 엮은 얇은 소책자다. 오래전 번역되었다가 절판되었는데, 개정판으로 다시 출간되었다.
  • 『꿈을 꾸게 하는 꿈이 있다』는 ‘기도의 시인’ 이문재 시인의 신작이다. 이문재의 시에는 일상의 균열을 직시하면서 동시에 그것 너머에 있는 숭고함을 바라보게 하는 힘이 있다.
  • 『모음 속을 걷는 자음처럼』은 ‘걷는 기도’라고 칭해진 에세이다. 실제로 길을 걸으며 마주한 세상과 나, 그리고 하나님에 대한 생각들을 기도의 마음으로 따뜻하고 정갈하게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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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런 하나님을 어떻게 믿어요?』는 아들의 솔직한 질문과 아버지의 정직한 대답이 맞물린 편지모음이다. 13년 전에 나왔던 책의 복간인데, 그 시절의 대화가 그대로 살아나는 듯해 반갑고, 동시에 지금의 저자들은 어떻게 변했을지, 나는 어떻게 변했는지 궁금해진다.
  • 『다시 읽는 십계명』은 한국 학자가 십계명을 조목조목 뜯어 해설하고, 오늘날 한국의 상황에 맞추어 세세하게 적용한 책이다. 교회에서 함께 읽을 교재로 삼기에 무척 유용하다.
  • 『십자가에 달린 예수는 낯선 이가 아니다』는 십자가의 의미를 ‘나’와 연결짓는 신학적 에세이다. 어찌 보면 뻔할 수 있는 주제지만, 뻔하지 않은 언어와 남다른 깊이를 보여준다. 사순절과 고난주간을 맞아 묵상하며 읽기 좋다.

 

✍️ 박현철 | 종교/역학 신간 모니터요원 

 


홍정환 목사님의 큐레이션이었던 지난 44호 너희가 일상생활을 아느냐? 🧶에 답장을 주셨어요.

  • 호당 선생, 일상을 말하다"를 무척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납니다. 그 책과 달리 책소개 글은 점잖게 쓰시네요.

 

2월 신간들의 온기가 느껴지셨을까요? 어떤 책이 마음을 덥혀줄 것 같은지 저희에게도 알려주세요! 다음호는 따끈한 인터뷰와 함께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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