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51호: 우리의 목표는 ‘행복하기’ 🌠

‘내가 목사가 되도 될까’ 고민하는 신학생 선미님을 만났습니다. 🌵

2026.05.20 | 조회 39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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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어람ARMC

열아홉, 담임목사님께 받지 못했던 신학교 추천서를 서른아홉이 되어 ‘받아 낸’ 사람이 있습니다. 어린이들에게 ‘행복하기’를 목표로 피아노를 가르쳤던 학원 선생님, 오선지에 연필로 작곡을 하는 클래식 작곡가, 오케스트라 지휘자, 김선미입니다.

지난 달, 선미님을 포함해서 여섯명의 여자 목회자들이 모여 나디아 볼즈웨버의 책을 함께 읽고 대화하는 <괴짜들과 함께하는 여자목사>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모임이 끝날 무렵, 선미님이 대뜸 안수를 받을지 말지 고민이라고 말씀하셔서 깜짝 놀랐어요. (아니, 분명 첫시간에는 안수를 받을 거라고 했는데!) 모임을 기점으로 선미님에게 그간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요? 모임에서는 더 집요하게 물어보지 못 했는데 그래도 어떤 이야기가 더 있을지 궁금하여 인터뷰 요청을 했어요. 무슨 이야기일지 얼른 함께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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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유): 자기소개 해주세요!

선미(선):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김선미입니다. 저는 학부에서는 작곡을, 대학원에서는 오케스트라 지휘를 공부했습니다. 석사를 마치고는 고향에서 음악 학원을 운영하며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쳤고요. 현재는 40대(!) 늦깎이 신학도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하….

 

유: 늦깍이 신학도라고 하기엔 신학대학원에는 연령대가 훨씬 다양하지 않나요(웃음) 매시간 알람을 맞춰서 일상을 기록하는 ‘셋로그’를 신학교 원우들과 하고 계시다는 소문을 풍문으로 들었어요. 선미님의 일상을 가장 많이 차지 하는 장면이 뭘까 궁금합니다. 어떤 기록이 제일 많이 남아 있나요?

선: 늦봄에서 초여름을 지나는 계절이라 캠퍼스에 햇살도 나무도 정말 예쁘거든요. 초록빛 나무로 둘러싸인 학교 ‘중도’ 앞 벤치에 앉아서 ‘아점’으로 샌드위치를 먹는 장면이 가장 많이 찍혀 있네요. 지금이 외부에서 책을 읽거나 먹고 놀기 가장 좋은 시기 같아요. 곧 있으면 더워져서 에어컨 빵빵한 실내로 대피하고 싶어질테니 최대한 야외생활을 만끽하려고 합니다. 아, 저는 박사과정생인데 매일 학교에 나가고 있습니다(눈물).

 

유: 이번에 학교에서 ‘기억에서 소명으로’ 라는 제목으로 예배를 준비하셨어요. 어떤 내용인지 간단히 소개해주시고, 어떤 마음으로 준비하셨는지 살짝 들려주세요.

선: 우리 신학대학원은 특정 교단 소속도 아니고, 여대 안에 개설된 신학교이다보니 다양한 교단과 신앙의 배경을 가진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그리스도인 여성’이라는 공통점 하나만 가지고 신대원에 모여있어요. 이 사람들이 어떤 소명을 받아서 이 자리에 왔는지, 어떤 사명을 지니고 살아갈 것인가가 궁금했어요. 그 이야기를 나누고, 새기는 시간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아울러 성서 속 주목받지 못한 인물들, 여성들, 소수자를 기억하고, 그 이름을 호명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것이 오늘날 우리의 사명이 아닐까 생각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면서 예배를 준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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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이번 예배에서 성서 속에 잊혀진 이름을 기억하고 널리 전하기 위해 AI와 함께 협업을 한 개인 프로젝트가 소개되기도 했는데요. 그 작업이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선미님은 신학을 공부하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작곡을 업으로 삼고 계신 분이기도 하잖아요. AI와 곡을 만드는 작업이 즐거운 경험이셨을지, 아쉬운 경험이셨을지 궁금해요. 어떤 경험이었나요?

: 저는 대학에서 클래식 음악을 전공했고, 지금도 작곡을 할 때는 종이 오선지 위에 연필로 곡을 써요. 고칠 땐 지우개로 지우고요. 곡 편성이 큰 경우에도 그렇게 합니다. 피아노 앞에서도, 컴퓨터 앞에서도 쓰지 않고 책상 위에서 구상하고, 씁니다. 작곡가들은 눈으로 악보를 보기만 해도 소리가 들리기 때문에, 그렇게 작업하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책상 위에서 음악을 쓰는 것이 저만의 예술 철학, 그런건 전혀 아니고요. 제가 단지 엄청난 컴맹에 기계치이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미디 음악, 오디오인터페이스니 큐베이스니, 이런건 하나도 할 줄 몰라요. 그런 제가 AI로 음악을 만들고, 마스터링하고, 미드저니로 앨범 이미지를 생성하고, 해외 유통사를 통해 전 세계로 음원을 배급할 수 있었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AI로 음악을 만드는 것은 그만큼 쉽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는 뜻이지요.

2026년에도 종이 위에 음표를 그려서 곡을 쓰는 작곡가로서 AI작곡앱의 출현이 ‘내 일자리를 뺏을 것이다’라는 의미로 다가온다던가, 두렵다던가, 그렇지는 않아요. 둘은 완전히 다른 영역이거든요. 오히려 컴퓨터나 최신 기술에 무지하고 서툰 제가, 트렌디한 음악을 손쉽게 만들 수 있었다는 점에서 흥미롭고 재미있었습니다. 다만 ‘작곡자의 의도’ 같은 건 포기해야죠. 자기 멋대로 음악을 만들어 버리거든요. 내가 의도하고 만들고 다듬는다기 보다는 ‘가챠 돌리기’, 즉 ‘랜덤 뽑기’ 같은 것에 가까워요. 머릿속에서 ‘이렇게 하면 재밌겠다’ 싶었던 것들을 제가 의도하지 않은 방식으로(!) 완성시켜서 보여주는데, 귀엽고 기특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잘할 수 있고 익숙한 클래식한 방식으로 구상하고 만들어내는데는 시간이 엄청 오래 걸렸을 거예요. AI 특유의 텅비고 공허한 느낌은 있지만, 뭐 어때요. 세기의 예술 작품을 만들 것도 아니고, 해보는 것 자체가 의미있고, 또 재미있잖아요. 컴퓨터나 미디를 잘 다루시는 분들은 더욱 능동적으로 AI와 협업하실 수 있을 거예요.

 

유: 이 다음에 곡으로 만들어 내고픈 성서 속 인물이 있나요? 

: 2025년 10월 발표한 [2025 마리아찬가] 라는 앨범에서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 드보라, 훌다, 입다의 딸 이야기로 곡을 만들었어요. 같은 해 11월 [Unchosen] 에서는 유딧, 룻, 에디오피아 내시, 막달라 마리아 이야기를 했고요. 그 때 ‘하갈, 광야의 딸이여’라는 제목으로도 곡을 여러번 시도했어요. 와스디 왕후, 야엘, 미갈 등을 주인공으로 가사를 썼었는데요. 솔직히 말하면 음악이 잘 뽑혀나오지 않았어요(!). 수노에 입력할 프롬프트 공부도 더 하고, 인물들을 입체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게 성서 공부도 더 해야할 것 같아요. 당장 생각나는 인물이 없지만, 성서 속 조연처럼 스쳐가지만 재미있는 서사를 가진 사람들 있잖아요. 누구 이야기를 해볼까요? 팁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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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선미님이 기억하고 싶은 이름은 누구인가요? 그리고 그 이름이 김선미의 어떤 소명과 연결되어 있을지도 궁금해요.

: 유초등부를 대상으로 오랫동안 피아노를 가르쳤고, 최근 전도사로 사역했던 부서가 유치부이다보니, 어린이라는 존재가 제 마음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요. 어린이는 정신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취약한 존재이고, 여리고 투명해서 상처받기 쉽잖아요. 그 존재들을 사회가 잘 배려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부모도, 선생도, 어른들도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게 무엇인지 생각하지 못한다거나 잘 못해주는게 아닌가 싶고요. 음악학원을 운영할 때도 제 최우선 과제는 ‘콩쿨 1등하기’ 같은게 아니라 ‘안전하기’, ‘행복하기’, ‘재밌기’였거든요. 피아노 교재 선정만큼 매주마다 애들이랑 먹고 놀 간식이랑 보드게임 같은 거 준비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교회 안에서도 똑같을 것 같아요. 어릴 때 부른 찬양이나 율동이 평생 몸에 남잖아요. 가슴으로 기도 손 모으고 눈 감기 같은 행동도요. 그리고 교회 안에서 들은 설교, 성서 속 이야기, 이런 것들이 강렬하게 우리 마음에 자리 잡잖아요. 질문에 답변하는 목사님과 주일학교 선생님의 태도같은 것들도 아이들의 눈을 통해 마음에 새겨지고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너무 두렵고 폭력적인 하나님 표상을 전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위계적이고 권위적인 목회자의 태도 같은 것들을 매우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즐겁고, 재밌고,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교회는 아이들을 반기셨던 예수님처럼 따듯하고 사랑많은 곳이어야 해요. 하나님은 우리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시는 분이라는 메시지가 더 많이 전해졌으면 좋겠어요. 저는 모르는 교회에 가면 어린이 부서가 몇 층에 있나, 어떤 교단의 교재를 사용하나, 어떤 찬양을 부르나, 간식으로 뭐가 나오나(?) 이런걸 유심히 봐요. 목양실이나 성가대 연습실은 지상층 햇볕 좋은 곳에 있으면서 어린이 부서는 햇볕 한조각 안들어오는 반지하에 있다? 그럼 그 교회는 아웃이에요(제 마음속에).

우리나라가 선진국이라고 생각하고 이 시대에 밥 굶고 매 맞는 어린이가 없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예상 외로 요즘도 그런 어린이가 많아요(통계를 보면 깜짝 놀랄 거예요). 저는 이 사회도, 학교도, 교회도, 모든 어린이가 안전하고 행복해야 하고, 단 한 명의 어린이도 소외되지 않는 곳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에게 소명이라고 한다면 모든 어린이가 해방되는 것에 동참하는 것! 지금은 정기후원 정도 밖에는 하지 못하고 있어서 부끄럽네요.

 

유: 청어람에서 “괴짜들과 함께하는 여자목사” 프로젝트에 함께 하셨어요. 참여하신 소감이 어떠신지 궁금해요. 모임 속 어떤 이야기가 선미님의 마음에 가장 강렬히 남아 있나요?

: 모든 순간들이 다 강렬하고, 의미있었어요. 사람은 늘 자기 가치관, 자기 삶을 기준으로 남들도 비슷하게 생각하고 살 것이라고 여기잖아요(저만 그런가요?). 그런데 그 자리에 모인 모두가 어떤 삶의 경험도 배경도 같지 않고, 일상적이라고 여기지만 제가 들으면 너무나 특별한, 이런 이야기들이 많았어서 그게 위로도 되고 도전도 되었어요. 힘든 사역의 현장을 도망치거나 버리지 않고, 버티고 견디면서 여전히 끌어 안고 사랑하는 모습을 보며, 내가 만난 그 어떤 잘난(!) 목사며 사역자들보다 ‘공동체에, 사역에 진심인’ 여자들이라고 생각 되었어요.

 

유: 모임 끝에 사역자로서의 꿈을 계속 가지고 가는 것이 좋을지 모르겠다는 고민을 남겨주시기도 했어요. 개인적으로 저는 그 이야기를 듣고 ‘앗 내가 괜히! 끌어드려서 좋은 동료를 잃은 것인가!’하고 화들짝 놀라기도 했는데요. 그 고민의 여정을 조금 더 들려주실 수 있나요?

: 제 이야기를 나누고, 다른 분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제가 너무나 부족하고, 또 자격없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그렇다고 이 모임 때문에 시무룩해져서 용기를 잃은 것은 아니고요! 오히려 사역을 하고, 안수를 받고, 이런 절차들에 대해 더욱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니까 그랬던 것 같아요. 그 전엔 정말 ‘운전면허증’처럼, 여차하면 운전할 수 있게 준비해 놓는 자격증처럼 안수를 ‘받아 놔야’ 좋은게 아닌가 생각했던 거 같거든요. 비유하자면 나처럼 어줍잖은 마음을 가진 사람은 언감생심 운전대를 잡으면 안된다! 그런 생각이 들었달까요. ‘신학 했으면 목사는 당연히 되어야지’ 라고 다소 안일하게 생각했던 스스로에게 기강을 잡는 시간이었습니다. 목사가 되고 싶고, 되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나눌 때, 저는 제가 공부하는 예배학이라는 전공을 통해 세례와 성찬의 소중함을 깨닫고, 그것을 실제 집례하는 것의 의미와 소중함에 대해 이야기하고, 단지 그 이유만으로도 목사가 될 수 있다면 감격스러운 일이라는 말을 했던 것 같은데요.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만, 정말 ‘단지 그 이유만으로도 목사가 되어도 될까?’ 하는 자기성찰을 계속 하게 되네요(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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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선미님이 어떤 일을 하시든 저는 선미님을 응원한다는 이야기를 꼭 남기고 싶어요. 선미님은 재주가 많으니까 무슨 일을 하든 잘 할거라는 믿음이 제게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런 질문도 드리고 싶어요. 잘 하지 못 해도 이것만은 꾸준히 하고 싶은 것이 있으신가요?

: 뜬금없지만, 주제와 상관 없는 것이라면 ‘발레’요. 2년 넘게 발레 초급반에서 허우적거린 전적이 있고, 지금 다시 시작해도 그럴 거 같긴 한데요. 잘하지 못해도 발레는 계속 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일단 발레의 좋은 점은 여성 회원들이 많고(발레리노 회원도 가끔 있죠!), 예쁜 옷을 입고(저는 레오타드와 타이즈같은 발레복을 꼭 갖춰서 입고 운동합니다), 클래식 음악에 맞춰서 운동을 하고(가요나 애니메이션 음악을 편곡해서 발레음악으로 쓰는 곳은 다신 안가요), 동작이 우아한 듯 보이지만 실은 매우 어렵고, 온 몸을 두드려 맞은 것처럼 근육을 사용하고 운동 효과가 크다는 매력이 있거든요. 그래서 발레는 몸과 마음과 주머니 사정이 허락하는대로 곧 다시 시작하고 싶습니다(지금은 셋 다 어려운 상태라 슬프네요).

잘하지 못해도 꾸준히 하고 싶은건, 역시 ‘읽기와 쓰기’가 아닐까요? 외국어에도 관심이 많아서, 히브리어와 헬라어, 라틴어, 영어 등 잘 못하지만 꾸준하게 공부하고 싶어요. ‘듣기와 말하기’도 못하기는 마찬가지지만, 실은 꾸준히 하고 싶은 생각은 안 들거든요. 하지 않을 수 있다면 안 하고 싶은 영역이기도 하고요.

저는 음악 전공자라는 이름에 맞지 않게 무대를 무서워하고, 싫어해요. 끼도 없고. ‘무대체질’의 반대말이 뭔지 모르겠지만 딱 그거거든요. 연습이나 리허설 때 단 한번도 안했던 실수를 무대에서 꼭 하는. 그래도 계속 연습하고, 연주도 하고 싶어요. 곡도 쓰고, 제 곡을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고, 그러고 싶어요. 그리고 평생 음악을 하고 싶고, 이 보잘 것 없는 재주로 쓰임받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교회 안에서든 밖에서든요.

 

유: 인터뷰의 마지막 순서는 선미님의 신앙 소스리스트*를 들어보는 시간입니다. 선미님의 신앙여정에 영향을 준 세 가지의 소스리스트를 들려주세요. 소스는 책이 될 수도 있고, 음악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무엇이든 좋습니다. (*소스 리스트는 2021년 1월에 시작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재미공작소의 오프라인 문학 행사의 이름입니다. 소스 리스트에서 호스트 작가는 자신의 첫 시집 혹은 첫 소설집 탄생에 영향을 준 영감의 원천 열두 가지를 '소스 리스트'라는 이름으로 소개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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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는 카렌 암스트롱의 자서전 <마음의 진보>입니다. 온라인 서점 서평을 보면 “신을 만나겠다는 열망을 품고 수녀원에 들어간 어린 소녀가 적대적 종교 사이에 다리를 놓은 최고 권위의 종교학자의 되기까지의 과정을 솔직하고 담담하게 풀어썼다”라고 소개하고 있는데요. 읽으면서 육성으로 ‘푸핫’ 터지는 그야말로 웃긴 순간도 많고, 살면서 누구나 반드시 겪게 되는 극심한 고통, 실패, 신을 향해 던지는 의문에 공감하면서 눈물이 날 때도 있어요. ‘한쪽 문이 닫히면 다른 쪽 문이 열린다.’(헬렌 켈러) 카렌은 눈 앞에서 문이 쾅쾅 닫히는 경험을 여러번 했지만, 늘 새로운 문을 여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어요. 삶과 신앙에 진심인 사람에게 위안을 안겨 줄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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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가스 데이비스 감독의 넷플릭스 영화 <막달라 마리아: 부활의 증인>(2018)입니다. 루니 마라와 호아킨 피닉스가 각각 막달라 마리아와 예수로 주연을 맡았어요. 고대 기독교 외경 중 하나인 마리아 복음서를 토대로, 그 동안 창녀, 귀신들린 여자 등 오해받았던 마리아 막달레나라는 인물을 재발견하여 예수의 사도직을 수행한 오롯한 한 제자로 새롭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이 영화를 보고 감명을 받아 <사도 중의 사도, 막달라 마리아>라는 제목으로 가사를 써서 AI 앨범을 발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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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은 릴리 불랑제의 작품 <시편 130편: “심연의 깊은 곳에서”>(Psalm 130: “Du fond de l'abîme” (1917)입니다. 20세기 저명한 음악교사 나디아 불랑제의 동생 릴리 불랑제는 어려서부터 천재적인 음악적 재능을 보였는데, 만 19세에 여성 작곡가 최초로 <로마 대상>(Prix de Rome)을 수상하면서 크게 주목받았습니다. 이 곡은 24세에 병으로 요절한 천재 작곡가 릴리가 세상을 떠나기 전, 병상에서 구술한 내용을 언니 나디아가 악보에 받아 쓰면서 완성되었습니다. “여호와여 내가 깊은 곳에서 주께 부르짖었나이다”라는 시편 130편의 첫 구절을 모티브로 하여 절망과 고통 속에서 구원을 부르짖는 간구의 메시지가 합창과 관현악을 통해 절절히 표현되었습니다. 저는 릴리 같은 천재도 아니고 될 수도 없지만, 죽기 전에 이런 곡을 딱 한 곡이라도 쓸 수 있으면, 흉내라도 내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불가능한 꿈을 품고 삽니다(꿈은 크고 구체적이고 불가능할수록 좋다). 짙은 비감의 정서가 흐르지만 그러나 끝내 좌절하지 않고 하나님을 향한 굳건한 믿음과 확신으로 빛나는, 도무지 병상에 누워있는 24살 여인이 입으로 써내려갔다고 믿기 어려운 강하고 아름다운 작품입니다.  


지난 메일에서는 신간 소개를 제때 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는 내용으로 발송드렸는데, 몇 분께서 답장을 남겨주셨습니다.

  • 응원해요, 무리하지 마시고 놀멍 쉬멍 걸으멍 가시기를!
  • 목사님 다 이해합니다. 아쉬운 마음대신 기대하는 마음으로 다음 뉴스레터 기다릴게요! 분주한 일이 얼른 지나가길 바라요!

따뜻한 이해와 응원에 감사를 드립니다.

갑자기 더워진 날씨에 여름의 볕이 벌써부터 두려워지는데요. 건강 유의하시길 바라며, 다음 호에는 책을 애정하는 또 한 분의 기대되는 큐레이션으로 찾아오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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