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구독자 님. 사이드 크루 에디터 김해서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레터를 통해서는 처음 인사드리는 것 같네요. 사이드 콜렉티브에서 텍스트 기반 상상력이 필요한 몇몇 일들에 참여해 왔답니다. 저는 <답장이 없는 삶이라도>(세미콜론) 라는 산문집을 낸 작가이기도 한데요. ‘에디터’ 그리고 ‘산문 작가’라는 두 가지 증명 가능한 직함이 있으나, 가장 오래된 정체성은 ‘시인 지망인’입니다. 문단의 심사를 통과하는, 공식적인 데뷔 루트를 밟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지금 시점에서 구독자 님에게 꺼내면 좋을 이야기는 어떤 게 있을까 고민이 길었는데요. 역시, 오랫동안 제 삶을 관통한 키워드인 '시'를 빼놓고 깊은 소통을 하긴 힘들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2025년 상반기를 마무리하며, 많은 분들이 자기 자신의 현재를 짚어보고 회고도 할 텐데요. 거듭 고배를 마시면서도 십 년 동안 멈추지 않고 시를 품어온 제 이야기가, 시작되는 하반기 앞에서 막막한 심정으로 서 있던 분들께 잔잔한 위로가 되면 좋겠습니다.
지망하는 마음
지망(志望)의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다. 뜻을 두어 바람. 그렇다면 '지망인'은 '뜻을 두어 바라는 사람' 정도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오랫동안 시문학에 뜻을 둔 지망인이다. 형식적으로는 등단을 위해 2015년부터 본격적인 투고를 해왔다고 말하지만, 중고등학생 시절에도 '일기도 아닌 묘한, 잡스러운 글'을 쓰고 있었으니 내 지망의 역사는 햇수를 세기도 민망하고 사이드 프로젝트라 칭하기엔 거대한 무언가로 흘러왔다.
한때 그 시간을 부끄럽게 여기기도 했다. 절박하지 않았던 걸까. 전략 없이 살았나. 삶의 경험이 부족한가. 작법을 정식으로 배우지 못해서 그런가. 재능이 없는 것인가. 거듭 고배를 마시며 계속 자책을 이어갔으나, 그 자책도 의미가 없을 정도로 지망인 삼 년은 오 년으로, 오 년은 팔 년으로 넘어갔고, 그렇게 십 년이 흘렀다. '너는 시간 문제야'라고 말해주는 사람들도 점점 말을 아낀다. 십 년은 그럴 만한 시간이었다. 사는 동안 지구력을 발휘한 유일한 일이 시 쓰기임에도 불구하고, 정말로 시간은 '문제'가 되곤 했다.
뜻을 지속하기 위해, 여러 톤으로 언어를 갈아끼우며 돈을 벌어 '시 쓰는 나'를 먹여 살려야 했다. 인터뷰, 아이템 추천 기사, 에세이, 상품 설명서, 콘텐츠 기획 및 편집. 개중에는 시 투고 시기와 겹쳐 우선순위에 밀리는 바람에 성의없이 처리되거나 시간에 쫓겨 몰아치듯 마무리한 작업물도 꽤 많다. 내 본령은 시에 있다는 어쭙잖은 합리화를 한 적도 물론 있다. 비축해 온 시적 에너지를 엄한 데 낭비할까 봐 몸 사리는 속내를 감지할 때마다, 이기적으로 꿈꾸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이 걷잡을 수 없이 솟구쳤다. 그럴 땐 일하지 않고 시만 쓰면서 모아둔 돈을 몇 개월씩 까먹기도 하고 통장을 채우기 위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일을 하면서 지쳐갔다.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았지만, 누구에게도 닿지 않는 글을 써온 주제에 유세를 떨고 있는 것 같아 스스로 화도 많이 났다.
불안과 수치심 사이에서 전복되지 않기 위해 균형 잡기를 이어온 십 년. 어느 날, 고지서, 영수증, 계약서, 습작 인쇄물, 체크리스트, 읽다 만 시집 등 생활 지류로 어지러운 책상 위에서 문득 나의 허심한 마음을 자각했다. 1년째 운영하고 있는 주말 아침 시 낭독 모임 PARASOL의 후기를 쓰던 중이었다. 마침 시를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던 대목이었다.
"오늘의 PARASOL이 여러분의 또 다른 얼굴을 마주하는 시간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다른 마음을 갖는 것. 이를 테면, '열심히 살고 싶지만 정말 아무것도 하기 싫은걸?' 혹은 '나는 당신을 사랑하지만 당신의 하나부터 열까지 사랑하는 건 아닌걸?', '나는 내가 죽도록 밉지만 죽도록 갱생시키고 싶은걸?' 이런 분열적인 마음들을 마주하는 시간이 필요해요. '나는 신을 안 믿지만 무엇이든 계산없이 믿어도 보고 싶은걸?' 같은 간절함이 묻어있는 내 안의 딴소리, 딴얼굴을 보는 시간요.
시는 그걸 도와줄 수 있다고 봅니다. 시만큼 의미와 이미지가 파편화된 아주 개인적인 텍스트가 없습니다. 누가 시처럼 말하겠어요? 누가 평소에 ‘달 속에 달이 뜨고 또 뜬다’ 이런 식으로 말하겠나요. 하지만 시인은 그냥 달을 보면서도 ‘다른 소리’를 할 자유를 찾습니다. 그러니 여러분, 시를 좋아해 주세요. 시를 좋아하는 건, 내 헛소리도 사랑해보는 작업입니다. 내 안의 망측하고 해괴하고 엉뚱한 욕구들이 삶을 파괴하는 게 아니라 더 나다운 삶을 살도록 돕는 길일지도 모르잖아요?"
문단을 정리하면서, 쓰는 인간의 쓰는 시간에 대해 생각해봤다. 정성스러운 헛소리와 딴소리. 나의 십 년은 그것에 뜻을 품고 달려온 기록이었고, 일기보다 내밀한 속삭임이 있단 걸 발견한 십 대부터 줄곧 내 선택으로 그 헛소리에 전폭적인 희망을 걸어왔다. 누가 시처럼 말하겠는가, 는 누가 시처럼 살아보겠는가의 다른 말인 건지도 모르겠다. 어지러운 내 책상이 보여준다. 현실과 비현실이 경계 없이 뒤섞여 서로를 구분하지 않는 풍경. 이미 나는 과거보다 시적인 오늘로 이동해 왔다. 십 년은 갖가지 의심과 실망, 슬픔과 분노를 잠재우기에도 충분한 시간이었다.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지만, 문제가 풀려버릴 정도의 시간.
시를 원하는 삶이 아니라, 시가 필요한 하루를 나는 이미 살고 있기 때문이다.
뜻 없이 뜻깊은 오늘, 여전히 벌이는 어렵고 생활에 쫓기며 지내지만, 비현실적인 현실을 지탱하며 숨 쉬는 감각을 사랑한다. 사람들과 시로 교감하는 일을 이젠 바라지 않고도 해낸다. 언제 시인이 될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오늘도 시와 함께다. 내 지망의 역사는 뜻도 바람도 없이, 더 가볍게, 시간 위를 돛 단 듯 질주하고 있다.
🌎 사이더 유온님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사이드 웹사이트에 신설된 카테고리로, 일과 삶을 다채롭게 만들어가는 다능인 사이더의 프로필을 개시해 사람, 브랜드와 연결될 기회를 제공합니다. 디렉토리에 등록된 사이더의 프로필은 사이드 뉴스레터 및 인스타그램에서 홍보될 예정입니다.
SIDER DIRECTORY
디자인과 디제잉 등 여러 감각의 언어로 일상에 말을 건네는 크리에이터, 유온(UON)을 소개합니다. 유온은 사람의 감정과 욕구를 깊이있게 이해하여 사람과 브랜드의 경험을 만들어요. 고객의 입장에서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태도와 음악을 통한 감정의 연출, 그 사이를 유영하는 그녀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아래 버튼을 눌러 주세요!
Q.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UI/UX 디자이너이자 DJ, 유온(UON)입니다.
디자이너로서 고객 입장을 헤아려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DJ로서는 일상적인 감정을 음악과 음악이 빚어내는 흐름을 통해 표현하고 있어요.
Q.아무도 안 해봤을 것 같은 나만의 경험은?
"제주도 여행 도중 우연히 방문한 카페에서 디제잉하기"
우연히 방문한 카페 한 켠에 DJ 장비가 있었고 저에게는 USB가 있었습니다. 헤드폰은 사장님께 빌렸어요. 화창한 봄 날씨에 어울리는 딥하우스를 즉흥적으로 플레이했답니다. 저와 카페 사장님 모두에게 예상치 못한 즐거운 추억이 되었어요.
Q.당신의 작업에 영감을 주는, 요즘 눈여겨 보고 있는 인물이나 브랜드가 있나요?
식목일에 모란에서 열린 “산책로 마켓”이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조금 구석진 위치인데다 비까지 내려서 (제가 주최자가 아닌데도) 걱정이 됐거든요. 그런데도 많은 사람이 놀러 와서 활기찬 분위기였어요!스탬프 투어를 위해 여러 가게를 방문하며 돌아다니는 것도 재미있었고, 최종 목적지인 식물 가게에 도착하면 DJ의 음악을 들으며 경품을 뽑았어요. 제가 꿈꾸는 활기차고 즐거운 동네의 모습이 그대로 그려진 듯했어요.
🎮 𝐝𝐢𝐟𝐟𝐞𝐫 𝐬𝐭𝐚𝐠𝐞 with 멜트미러, 오늘 자정까지 신청!
📌 『MELTMIRROR의 작업세계 분해하기』
6월의 디퍼 스테이지에서는 게임 개발자이자 실리카겔과 새소년의 뮤직비디오 연출자, 멜트미러 작가를 모시게 됐습니다. 이번 디퍼 스테이지는 조금 특별한 시간을 펼쳐보려 해요! 멜트미러 작가가 디퍼를 위해 직접 개발한 TRPG(Tabletop Role-Playing Game)를 함께 플레이하며 그의 독창적인 작업 세계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이번 디퍼 스테이지에서는 단순한 강연이나 토크를 넘어, 관객이 즉흥적으로 함께 공동 창작하는 방식으로 멜트미러의 작업 세계를 더욱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을 거예요!
📌 이런 분들께 추천해요.
▫️ 멜트미러의 작업 방식과 창작 세계가 궁금한 사람
▫️ 게임을 활용한 스토리텔링과 기획 방식에 관심 있는 사람
▫️ 상상력을 경험과 작업으로 전환하는 방법에 영감을 얻고 싶은 사람
▫️ 이야기 구조와 설정을 설계해 세계관을 만들고 싶은 사람
▫️ 게임 메커니즘을 활용해 콘텐츠를 기획하거나 확장해보고 싶은 사람
📌 일시 및 장소
▫️날짜 : 2025년 6월 25일 (수)
▫️시간 : 16:00 ~ 21:00
* 18:00 - 19:00: 자유롭게 휴식 및 식사
* 이번 세션은 멜트미러 작가가 개발한 TRPG 게임을 그가 직접 진행합니다.
▫️장소 : 데스커 라운지 홍대
▫️티켓 : 36,000원(행사 당일, 오전 10시부터 데스커 라운지 홍대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 참여자들에게는 디퍼 툴킷이 선물로 제공되며, 행사 당일에 데스커 라운지 홍대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데스커 라운지 홍대는 ‘일하는 사람들의 연결고리’를 컨셉으로 한 유료 워크 라운지입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운영되며, 최대 36명이 함께 일할 수 있는 공간과 함께 간단한 음료 및 다과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디퍼 스테이지 참가자에게는 행사 당일 하루 동안 공간이 제공됩니다.
📌 신청 방법
아래 버튼 혹은 위 이미지를 눌러 신청해주세요!
신청은 오늘 밤 23:59까지!
🦭 사이더 토록의 핸드메이드 제품텀블벅 오픈 예정 (6/23~)
앤젤 사이더들이라면 주목!😇🪽
사이더 토록 님이 오랫동안 준비해온 앤젤코어 북커버와 해달둥둥 인형이 텀블벅 펀딩 오픈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 전해드립니다! 모두 토록님과 토록님 핸드 메이드로 정성 들여 만든 제품들이에요.
특히 해달둥둥 인형이 바쁜 하루 속에서도 소중한 무언가를 지키고 싶은 마음, 글을 읽고 쓰며 하루 중 나를 위한 시간을 만들고 싶은 마음을 응원하는 존재죠. 🦦
북커버는 사이즈 조절, 수납 포켓, 손잡이까지 더해져 읽는 순간의 편안함과 아름다움까지 모두 챙겼다고 해요!
나만의 시간을 귀엽고 다정하게 만들어가고 싶은 분들은 토록 님의 텀블벅 펀딩 소식을 알림 신청해두고 놓치지 마세요! ♥️
#사이더이벤트😇 책 <완전히 새로운 지정학 수업>
왜 GDP는 높아졌지만 행복은 멀어질까요? '국가'라는 개념 자체가 허구일 수도 있다면 어떨까요?
오늘은 우리들의 일반적인 사고의 틀을 깨주는 책을 소개해드릴게요. 우리는 "국경은 안전을 보장하고, 대륙은 자연스럽게 나뉘며, 국가는 정체성을 말해준다"고 믿어왔지만 이 책은 그 믿음의 근거부터 의문을 제기합니다. 지금껏 아무도 묻지 않았던 질문을 던지죠.
이 책과 함께 당연하게 받아들여온 생각에 의문을 제기하고,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을 더해보아요!🌎
✔️책 소개: <완전히 새로운 지정학 수업>
“가장 기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순간 대륙은 곧 해체되기 시작한다”
‘누가, 언제 왜, 지구의 땅과 바다에 선을 그었나?’, ‘아시아를 유럽과 구분 짓는 산이나 강은 어디인가? 있기는 한 건가?’, ‘국경 분쟁은 왜 끊이지 않는가?’, ‘지구상 어느 나라에도 소속되지 않는 땅이 존재할 수 있을까?’
지금껏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왔던 것들에 대해 《완전히 새로운 지정학 수업》은 질문을 던진다. 지리, 정치, 역사 등 다양한 지정학적 요인을 통해 땅 위의 인류가 세상을 그간 어떻게 이해했는지 심층 분석하고 세계 문제에 대처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서다. 대륙, 국경처럼 눈에 보이는 지리적 요소뿐만 아니라 국가, 주권, GDP처럼 인간이 스스로 만들고 사용한 개념이 그동안 우리 눈을 얼마나 가려왔는지 파헤친다. 그러한 진실을 바탕으로, 세계 지정학에서 언제나 주목받는 주요 국가인 러시아, 중국, 아프리카를 새롭게 이해하도록 돕는다. 첫 장부터 완전히 새롭게, 동시에 가장 정확하게 지정학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이 책을 통해 지금껏 상상했던 지리적 감옥에서 벗어나보자.
✔️이벤트 선물: <완전히 새로운 지정학 수업> (5명)
- 추후 당첨자에게 성함, 연락처, 주소 정보 받아 전달
✔️이벤트 참여 방법:
- 이 책을 읽고 싶은 이유를 댓글로 달아주세요!
- SIDE 인스타그램
✔️이벤트 기간:
- 이벤트 마감: 6월 24일(화) 오전 11시
- 당첨자 발표(5명): 6월 25일(수) SIDE 인스타그램에서 개별 연락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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