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구독자 님, 사이드 크루 디자이너 재형입니다.
6월이 왔는데, 여전히 밤은 선선해서 기분 좋은 날들이 이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여름을 좋아해서 늘 무더운 여름을 기다리곤 하는데, 이번 여름은 조금 늦게 와도 꽤 기분 좋은 날들이 계속되고 있네요 :)
이번 에세이를 쓰면서 지난 시간들을 되돌아봤어요. 지금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한 지 벌써 5년 차가 되었더라고요. 구독자 님은 3년 전, 5년 전 어디에 계셨나요? 다들 이 시기가 되면 ‘앞으로 나는 어디에 있을까,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잘 가고 있는 게 맞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저 또한 요즘 그런 시기를 지나고 있어요.
그래서 그런지, 최근에는 일과 약간은 거리를 두고 바라보려 하고 있어요. 최근에 들은 문장 중 너무 인상 깊었던 게 있는데요. “행복은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낭비한 시간”이라고 하더라고요. 이 문장을 들었을 때, 저는 ‘와, 맞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고는 좋아하는 이들에게 “나랑 시간 낭비하러 갈래?”라는 이상한(?) 제안을 하곤 한답니다.
구독자 님은 충분히 시간을 낭비하고 계신가요? 어쩌면 너무 낭비 없이, 꽉꽉 채워서 살아내려 했던 시간들에 약간의 낭비가 필요하지 않았을까요? 기분 좋은 날씨를 만끽하는 요즘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
[야생의 디자이너로 살아남기] 2편 - 각자의 시장
28살이었던 것 같다.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던 취직을 고민했던. 뒤늦게 이력서 양식을 찾아, 실패인지도 경력인지도 모를 나의 지난 시간들을 나열했다. 한때 자랑스러웠던 시간들이 A4 종이 위 한 줄이 되어 평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언젠가 작은 종이 한 장에 나를 담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자신했던 어린 청춘은 갔다. 남 밑에서 일하는 게 싫다던 나도 각고의 시간을 지나, ‘안정적’이라고 불리는 무언가를 원했다. 어쩌면 꽤나 논리적인 판단이었다. 28살이 넘으면 취직이 어려울 거라 생각했고, 그 해가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많았다. 이른 나이에 사업을 하면서 그동안 알고 지냈던 인생의 선배, 형, 누나들에게 도움을 구했다. 내가 해왔던 일들에 대한 인정을 바랐던 것일지도 모른다. 나의 지난 시간들을 알아주고 인정해 주는. 그들이라면 내가 어떤 길을 가야 할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분명 많은 것을 해오며 보낸 시간이었지만, 막상 사회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지 잘 그려지지 않았다. 왠지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때는 그랬다.
물론 그때도 일을 안 하는 것은 아니었다. 나에게도 작업을 맡기는 클라이언트들이 있었고, 그 일을 열심히 했고 좋아했다. 과연 그 일을 지속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었다. 누군가는 ‘외주’라고 부르는 일들이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단어가 주는 어감과 뉘앙스를 좋아하지 않는다) 창작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시기들이 더러 있을 것이다. 학생일 때도 주변 친구나 지인, 가족들에게 일을 의뢰받기도 할 것이고, 회사 입사 전이나 퇴사 후 갭이 생겼을 때 종종 일을 부탁받기도 할 터이다.
아는 형의 소개로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디자인 스튜디오와 커피챗을 할 기회를 얻었다. 많이 알려진 곳은 아니었지만, 사회문제 해결을 표방하는 디자인 스튜디오였고, 세계 각국에 지사가 있는 회사의 한국 지사였다. 당장 채용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내가 해왔던 일들과 내가 앞으로 하고자 하는 일들의 방향성이 잘 맞다고 생각했고, 그곳이라면 언젠가 채용이 열렸을 때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들뜬 마음으로 그들의 사무실에 들어갔다. 그 자리를 함께해 주심에 감사를 표하며,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일을 해왔는지, 그리고 이곳에서 어떤 일들을 할 수 있을지 설명했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였는지 그들은 내게 냉소적이었다. 그들은 내가 해온 일들, 하고 있는 작업들을 두고 ‘우리는 그런 일 안 해요’라고 했다. 마치 내가 하는 작업들이 아무 의미 없는 일인 것처럼. 그러고는 이름만 들으면 알 법한 유수 기업들과 했던 사회 공헌 프로젝트들을 나에게 소개했다.
그 자리를 나오면서 생각했다. 각자의 위치에 맞는 각자의 시장이 존재하는구나. 그들은 ‘그런 일’ 안 한다고 했지만, 그 일을 내가 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일들은 그들이 할 수 없는 일이다. 아마 내 작업을 무시했던 말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기를 바란다) 그들 정도의 규모가 되면 더 큰 프로젝트를 받아야만 회사를 유지할 수 있으니. 그럼에도 내게 작업을 맡기는 사람들과 기업들, 그리고 그 프로젝트들 또한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일들이었다.
나는 자리를 나오고서는 나의 시장을 개척해 나가겠다고 결심했다. 내가 원하는 건 더 큰 시장이 아니었다. 나를 필요로 하는 자리에 내가 있는 것.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내가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독립을 준비하는 이들이 종종 내게 물어본다. 어떻게 일이 들어오는지. 그 방법은 어찌 보면 간단하다. 내 서비스 혹은 상품이 팔릴 수 있는 시장에 나를 내보이면 된다. 본인이 그만큼 실력이 안 돼서 독립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러면 본인의 실력을 필요로 하는 시장에 나를 내보이면 된다.
다양한 이유로 28살의 나는 취직을 하지 않았고, 그들이 말한 ‘그런 일’들을 하며 산다. 독립 디자인 스튜디오라는 이름으로, 때로는 프리랜서라는 이름으로, 또 어떨 때는 외주라고 불리며. 그들과는 다른 자유롭고 말랑한, 나만의 시장에서 나는 나를 필요로 하는 가치 있고 의미 있는 파트너들과 일한다. 그들은 지금도 내가 할 수 없는 작업들을 그들만의 방식으로 잘해 나갈 것이다. 다들 각자의 위치에서 가치 있다고 여기는 것들을 해나가면 된다. 꽤나 시간이 지난 지금도 나는 종종 그때가 생각난다. 내게 가치 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알게 해준, 그 자리를.
🪸 Begin with flow in SIDEVERSE | 프로그램 후기
지난 주 사이드버스에서는 아워플래닛과 사이드콜렉티브가 공동 주최한 전시와 큐레이션이 진행됐어요. 더불어 다양한 사이더들이 참여한 다섯 가지 프로그램도 열렸습니다. 함께해주신 많은 분들 감사드려요!🙏🏻 오늘은 지난 주, 사이드버스에서 진행된 프로그램 기록을 전해봅니다.
앞으로도 사이드버스에서 벌일 재미난 일들에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Wave & Flow - 루프탑 요가와 핸드팬 with 융 & 민경
Deep Dive in Magazine - <샘이 깊은 물> 디깅 워크숍 with 슬기
New Salt Movie & Talk - 우리가 사랑한 항해 with 수민
Aqua Motion - 루프탑 바레와 싱잉볼 with 올리비아
나의 바다를 담다 - 포트럭 + 팬던트 목걸이 만들기 with 아워플래닛 & 아세도라
🎮 𝐝𝐢𝐟𝐟𝐞𝐫 𝐬𝐭𝐚𝐠𝐞 with 멜트미러 신청하기! (~6/18)
📌 『MELTMIRROR의 작업세계 분해하기』
6월의 디퍼 스테이지에서는 게임 개발자이자 실리카겔과 새소년의 뮤직비디오 연출자, 멜트미러 작가를 모시게 됐습니다. 이번 디퍼 스테이지는 조금 특별한 시간을 펼쳐보려 해요! 멜트미러 작가가 디퍼를 위해 직접 개발한 TRPG(Tabletop Role-Playing Game)를 함께 플레이하며 그의 독창적인 작업 세계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이번 디퍼 스테이지에서는 단순한 강연이나 토크를 넘어, 관객이 즉흥적으로 함께 공동 창작하는 방식으로 멜트미러의 작업 세계를 더욱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을 거예요!
📌 이런 분들께 추천해요.
▫️ 멜트미러의 작업 방식과 창작 세계가 궁금한 사람
▫️ 게임을 활용한 스토리텔링과 기획 방식에 관심 있는 사람
▫️ 상상력을 경험과 작업으로 전환하는 방법에 영감을 얻고 싶은 사람
▫️ 이야기 구조와 설정을 설계해 세계관을 만들고 싶은 사람
▫️ 게임 메커니즘을 활용해 콘텐츠를 기획하거나 확장해보고 싶은 사람
📌 일시 및 장소
▫️날짜 : 2025년 6월 25일 (수)
▫️시간 : 16:00 ~ 21:00
* 18:00 - 19:00: 자유롭게 휴식 및 식사
* 이번 세션은 멜트미러 작가가 개발한 TRPG 게임을 그가 직접 진행합니다.
▫️장소 : 데스커 라운지 홍대
▫️티켓 : 36,000원(행사 당일, 오전 10시부터 데스커 라운지 홍대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 참여자들에게는 디퍼 툴킷이 선물로 제공되며, 행사 당일에 데스커 라운지 홍대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데스커 라운지 홍대는 ‘일하는 사람들의 연결고리’를 컨셉으로 한 유료 워크 라운지입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운영되며, 최대 36명이 함께 일할 수 있는 공간과 함께 간단한 음료 및 다과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디퍼 스테이지 참가자에게는 행사 당일 하루 동안 공간이 제공됩니다.
📌 신청 방법
아래 버튼 혹은 위 이미지를 눌러 신청해주세요!
신청은 6월 18일(수) 23:59까지!
🏢 에피소드 신촌 캠퍼스 OPEN!
✨ 청춘의 이야기가 쌓이는 동네, 신촌에 에피소드 신촌 캠퍼스가 오픈했습니다!
에피소드는 기본적인 주거 문제부터 ‘나다운’ 방을 위한 가구, 따로 또 함께하는 공간, 마음의 여유를 주는 서비스까지 고민하는 도시 생활 경험 브랜드에요. 강남, 성수, 용산, 신촌 등 서울 곳곳에 위치해 많은 사람들의 리빙&라이프를 돕고 있죠.
에피소드 신촌 캠퍼스에서는 무엇이든 꿈꾸고 배우며 함께 도전하는 393명의 청춘이 모여 하나의 커뮤니티를 이뤄요. 서로 다른 시선과 가능성을 가진 이들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상상은 더 빠르게 현실이 될거에요. 따로 또 같이 살아가며 만들어가는 당신의 에피소드를 시작해 보세요!
#사이더이벤트😇 책 <독립은 여행>
여러분에게 이 책을 소개할 수 있어 정말 기뻐요! 융의 <독립은 여행>이 6쇄를 찍었습니다! 🥳📚 <독립은 여행>은 2020년, 관계와 집, 그리고 회사로부터 독립하며 다시금 ‘나’를 찾아간 융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에요. 어쩌면 커다란 불안함이 가득할 시기에, 도리어 나만의 균형을 만들어간 그녀의 생각과 걸음은 불안한 마음을 용기로 바꾸는 좋은 영감이 될 거예요! <독립은 여행>과 함께, 나를 찾아 떠나는 사이더분들의 여행을 응원해요!
✔️ 책 소개: <독립은 여행>
『퇴사는 여행』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작가 정혜윤에게 2020년은 변화의 시간이었다. 모두의 일상을 뒤흔든 바이러스가 아니더라도 그동안 겪지 않았던 변화의 폭풍 속으로 내던져진 시간이었다. 우선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냈다. 오랫동안 아끼고 사랑했던 기억을 버리기란 쉽지 않았다. 가까운 사람들이 걱정할 정도로 공허한 시간을 흘려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음의 회복은 이겨내려고 애쓸 때보다 새로운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때 찾아온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만드는 변화, 작가는 새로운 키워드를 ‘독립’으로 정했다.
아끼던 관계로부터 독립한 작가는 ‘혼자 살기’를 결심하며 가족의 품으로부터 독립했다. 코로나 시대로 일의 ‘뉴 노멀’을 고민하며 회사로부터도 독립했다. 관계, 집, 회사로부터의 독립 3종 세트! 그 시작은 ‘융지트’라고 이름 붙인 작가만의 공간이었다.
어디에도, 누구에게도 묶이지 않은 채로 혼자서 자유롭게 행복한 시간. 모든 것이 급변하는 시대에 의미 있는 일과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어쩔 수 없이 감행하게 된 작가의 ‘독립’ 이야기. 스스로 용기를 심어주고 믿어주고 사랑한 이야기.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잊고 싶지 않은 마음. 미래의 내가 흔들릴 때, 중요한 것을 상기시키길 바라는 마음으로 쓴 한 권의 책. 작가의 독립 이야기가 홀로서기를 앞둔 당신에게 작은 힘이 되어줄 것이다. 지나간 나날에 안녕을 고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다가올 당신의 ‘독립’을 응원해줄 것이다.
✔️이벤트 선물: <독립은 여행> (5명)
* 추후 당첨자에게 성함, 연락처, 주소 정보 받아 전달
✔️이벤트 참여 방법:
- 이 책을 읽고 싶은 이유를 댓글로 달아주세요!
- SIDE 인스타그램
✔️이벤트 기간:
- 이벤트 마감: 6월 17일(화) 오전 11시
- 당첨자 발표(5명): 6월 18일(수) SIDE 인스타그램에서 개별 연락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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