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사이드 이슬기입니다.
저는 특히 가을 아침을 참 좋아해요. 차갑고 가벼운 공기를 한껏 들이켜면 뇌가 깨어나는 기분이 들거든요. 저희 동네엔 오전 7시~8시 사이에 문을 여는 카페가 몇 군데 있는데요.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을 사서 동네 한 바퀴를 크게 돌면, 눈 비비고 일어난 새들의 지저귐이 얼마나 반가운지 몰라요.
아침 산책하기 정말 좋은 계절이에요. 여름만큼 화려한 색은 아니지만, 잔잔하고 차분한 가을의 색을 누리는 재미가 쏠쏠하답니다. 완전히 다 뜨지 않은 아침 해에 살짝 채도가 낮은 장면들을 보는 것도 제법 낭만적이고요. 무엇보다 사색하고 회고하기 좋은 날들이죠. :)
늦게 뜨는 해에 눈이 잘 떠지지 않는 요즘이지만, 구독자님 도 평소보다 조금만 일찍 일어나 아침 산책을 즐겨보세요. 짧게 지나가는 가을이 아쉽잖아요! 🤎


마침내, 너의 계절에
사람은 모두 자기만의 목소리가 있을까? 아니, 나에게도 목소리가 있을까? 20대엔 무엇보다 그게 가장 궁금했다. 세상 사람 모두 자기만의 소리를 뽐내거나 일부러 감추고 심지어 때에 따라 변조도 하는데, 나는 누군가를 흉내내는 것조차 영 어설펐다. 특히 첫 직장을 다니던 막내 에디터 시절엔 더욱 그랬다. 자주 혼났고, 설득하기보다 단념이 잦았다.
그때부터 아침을 일찍 깨우는 버릇이 들었다. 새벽 어스름이 걷히기 전, 파르스름한 빛을 뚫고 나와 지하철역을 향해 걸으면 불안이 조금 가셨다. 대부분의 사람이 눈을 뜨지 않은 시간에 일터로 향하는 어른들. 나도 그 틈에 껴서 어쩐지 숭고해졌다. 그 시간에는 누구도 입 밖으로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묵묵히 걸음을 옮기거나 잠잠히 눈을 감고 자리에 앉아 씻기지 않은 잠을 잤다. 그때만큼은 어떠한 소리도, 활자도 아닌, 오로지 코로 들어오는 차가운 공기만이 내가 살아있는 존재임을 상기시켰다. 그 감각이 참 좋았다. 동료들보다 한두 시간 일찍 출근해 기획안을 준비하다가도 떠오르는 해의 위치에 따라 기우는 사물의 그림자를 살피며 나는 목소리를 꺼내는 대신 감각을 깨웠다. 도무지 소리를 낼 줄은 몰라서 그저 관찰하고 배꼽 끝까지 숨을 채웠다 뱉길 반복했다.
그러나 한낮의 시간이 찾아오면 세상은 온통 소리로 가득찼고, 나는 또다시 목소리들 사이에서 길을 잃길 반복했다. 좌표를 가늠조차 할 수 없던 그때. 나는 동료들의 기획안과 글을 시기하고, 유독 나에게 엄하고 모진 상사를 원망하고, 궁극에는 스스로를 추궁하고 비난하며,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설 도리밖에 없었다. 세상의 모든 것이, 심지어 보도블럭 사이에 핀 잡초마저 자기만의 시간으로 나아가는데, 나 혼자 여전히 출발점에 선 기분은 지금도 생생하다.
그 감각으로 나는 몇 년간 주눅들어 있었다. 첫 회사를 나오고 난 후로도 한동안, 나는 나를 목소리 없는 인어로 규정하며 눈에 띄지 않기 위해 애썼지만, 그때는 몰랐다. 내 안에 용솟음치는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나의 순수를 아끼고 응원하던 이들이 있다는 것을. 얼마 전 독립 출판물을 만들고서야 알았다. 지금의 동료들과 함께 준비해 나간 ‘퍼블리셔스 테이블’ 부스에서 자리를 지킬 때, 누군가 쭈뼛 다가와 말을 걸었다.
“슬기 에디터 님, 저 ㅇㅇ이에요.” 그녀의 이름과 얼굴은 어렴풋했지만 회사에서 진행한 독자와의 만남 행사는 기억이 났다. “저 그때부터 줄곧 슬기 님 글을 좋아했어요. 언젠가 책 내실 줄 알았어요.” 계절이 오면, 때가 되면, 싹이 나고 꽃이 피는 게 당연하다는 듯 그녀는 나의 시간을 이미 믿어왔던 것이다. 코끝이 찡했다. 눈에 눈물이 고일까 나는 서둘러 손을 흔들며 과장된 감사를 전했다.
독립 출판 페어에서 다 팔지 못한 책을 온라인 주문으로 판매할 때도, 내가 지나온 여러 직장 동료들은 선뜻 구매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인사를 남겼다. 그들은 모두 하나같이 내게 ‘언젠가 책이 나올 줄 알았다’고 했다. 그들이 반가운 발자취를 남기고 간 자리. 덕분에 나는 그 자리에 앉은, 잊고 있던 시절의 나를 본다. 할 수만 있다면 수세미로 문질러 지우고 싶던 처음의 나. 가진 재능이라곤 성실함이 전부였던 나.
그때엔 좀처럼 꺼내지 못했던 말을 건넨다. 넌 참 아름답게 빛나고 있어. 심지 굵은 촛불처럼 쉬이 사그라들지 않았어. 너는 어느 때보다 느릿하게 떠오르는, 그러나 어느 아침보다 눅진한 빛을 뿜는 늦가을 아침처럼, 분명 나아가고 있어. 무엇보다 결국에는 세상의 끝, 네 안에 있는 목소리를 쟁취할 거야. 마침내 너의 계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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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 사이더 구독자님에게 가장 먼저 알립니다. 사이드가 드디어! 실물 매거진 제작을 하기로 결심했어요. 개인적으로는 2017년부터 오랫동안 꿈꿔왔던 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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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월 출간을 목표로 작업을 시작하며, 가장 중요한 사이더 여러분의 의견을 받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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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더이벤트😇 책 <국보>
꿈을 좇아, 치열하게 살아본 시간이 있나요?
오늘 소개할 소설 『국보』는 일본에서 천만 관객을 사로잡은 동명 영화의 원작이자 예술과 인간, 전통과 현대의 변화 사이에서 끝없이 몸부림치는 인물의 이야기에요. 가부키라는 낯선 주제를 다루지만 어쩌면 이 소설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해요.
오늘도 꿋꿋이, 자신의 길 위에서 분투하는 사이더 여러분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
✔️ 책 소개: <국보>
2019년 ‘예술선장문무과학대신상’, ‘중앙공론문예상’ 동시 수상!
일본에서 출간 후 100만 부 이상 판매된요시다 슈이치의 기념비적 작품
2025년 6월에 일본에서 개봉한 영화 〈국보〉는 천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일본 영화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오늘날 주류에서 한발 밀려난 ‘가부키’를 소재로 다룬 이 영화는 일본 문학계를 대표하는 요시다 슈이치의 장편소설 《국보》를 모티브로 삼았는데, 원작인 소설도 출간 후 100만 부 이상 판매될 만큼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다.
소설을 통해 저자는 잊혀 가는 ‘가부키’ 문화를 되살리는 한편, 완벽한 연기와 춤, 무대를 만들어내고자 혼신의 힘을 다하는 인물들을 통해 예술의 극치에 다다른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보게 한다. 특히 저자는 소설을 통해 주변으로 밀려난 가부키 배우의 삶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누구나 원하는 장밋빛 인생은 결코 쉽게 오지 않음을 함께 보여줌으로써 우리가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되돌아보게 한다. 영화로 다 담아내지 못한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의 치열한 삶을, 그들이 흘린 땀과 눈물, 그리고 좌절과 기쁨의 순간을 소설을 통해 살펴보자.
✔️이벤트 선물: <국보> (5명)
- 추후 당첨자에게 성함, 연락처, 주소 정보 받아 전달
✔️이벤트 참여 방법:
- 인스타그램 댓글로 🎭 이모지만 달아도 참여 완료!
- 인스타그램 @sideseoul 과 @i_am_needlebook 을 팔로우하면 당첨 확률이 높아집니다.
✔️이벤트 기간:
- 이벤트 마감: 11월 11일(화) 오전 11시
- 당첨자 발표(5명): 11월 12일(수) SIDE 인스타그램에서 개별 연락 드립니다.
[디퍼 x 쑤파클링 레모네이드] desk BAG EVENT!
해찬의 말: 우선.. 저는 항상 들고다니는 백팩 말고 다른 가방은 들고다니지 않았는데요!
그런데 디퍼 X 쑤파클링 레모네이드 데스크 백은 너무너무 추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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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백 매면, 어깨 고쳐맬 일 사라집니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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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물 (한정수량 총 25명)
• 오렌지와 블루 중 랜덤으로 한정판 데스크백이 발송됩니다.

지난주, 올리비아의 레터 〈아빠가 혈액암 4기래요〉에 따뜻한 마음으로 답해주신 사이더 여러분, 고맙습니다. 여러분이 남겨주신 한 문장 한 문장 모두 읽어보며, 그 마음을 모아 올리비아에게 전했어요. 세상은 늘 밝지만은 않지만, 하나둘 전해지는 온기가 누군가의 하루를 조금은 따뜻하게 덮어주고 있는 것 같아요.
전해주신 감사한 마음 중 몇 편을 함께 나눠보아요.🕯️
여러분이 보내주신 후기는 사이드 디스코드에 연동되어 있어요. 후기가 들어올 때마다 자동으로 사이드 디스코드에 제일 먼저 알람이 온답니다. 그만큼 여러분의 피드백을 소중히 받고 있어요. 앞으로는 보내주시는 반응들도 함께 전할게요!
올리비아 님의 솔직한 이야기가 저에게도 위로와 힘이 되었습니다. 특정 부분이나 좋았다라기보다는.. 올리비아 님의 힘이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쓰는 사람이 용기를 내면, 읽는 사람도 그 용기를 받게 되는 것 같습니다.올리비아 님 아버지의 회복과 건강을 기원합니다. 진심으로, 이 시간들이 '그땐 그랬지' 할 수 있는 시간이 되리라 믿어요...!! 또한 올리비아 님도 마음과 신체가 모두 건강하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이야기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From. SIDER berry__min
올리비아님의 진심이 느껴지는 글을 읽고 처음으로 응답을 남겨봅니다. 독자들을 위해 글써주시고 건강과 평온을 기원해주셔서 정말로 감사드려요. 감히 위로를 건네드리기조차 조심스럽지만, 올리비아님과 아버님 응원하고 기원하겠습니다.
From. SIDER sevensys
올리비아님 3년 전쯤에 사이더x 핍스 명상 클럽으로 봤었던 사이더 에코라고 합니다 오늘 메일을 받고 마음이 아프고 또 나눠주신 것에 감사해서 댓글을 달아요. 몇 달 전 사이드와 막 출간한 제 책을 콜라보하기도 했는데 사실 저는 책을 내고도 계속 불평불만만 마음에 안고 살았어요 제 삶과 출간 사실이 하나도 감사하지도 않았고요. 그런데 오늘 메일을 읽고 정신을 다시 잡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힘든 가운데서 일상을 다시 바라보고 또 그것을 타인과 함께 나눌 줄 아는 올리비아님은 이미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아버지 건강과 올리비아님의 일상을 함께 기도할게요! 응원과 위로를 멀리서나마 보냅니다! 그리고 오늘 이야기 함께 나눠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From. SIDER 에코
올리비아 님 안녕하세요. 개인적인 이야기 나눠주셔서 감사해요. 저도 최근 엄마가 암진단을 받아 항암을 진행하고 있는 터라, 눈물로 하루하루를 보냈거든요.엄마와 아빠란 무엇일까요. 지금 저에겐 듣기만 해도 눈물 나고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존재예요.엄마 아빠를 지켜야 한다는 마음과, 내 삶을 잘 살아야 한다는 책임감과막연한 두려움과 무서움으로 뒤엉킨 채 살고 있는 것 같아요.올리비아 님이 어렵게 털어놔 주신 이야기가 많은 분들에게 힘이 될 것 같아요. 제게도 그랬어요.고장난 것처럼 눈물이 줄줄 흐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가요.최선을 다하고 가족과 나를 돌봤으면 합니다. 어쩌면 이 글을 적고 있는 지금 제가 제게 하는 다짐 같아요.올리비아 님도 건강하시고 평온하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아버지도 쾌차하시길 응원할게요.올리비아 님 고생했고, 고생하고 있고 잘 하고 있다 꼭 말씀드리고 싶어 의견 남겨요.
From. SIDER syoon
회사에서 일하는 중에 메일을 잠시 켰습니다. '혈액암4기'라는 키워드에 눈이 밟혀 사연자의 글을 읽어 나갔습니다. 어머님을 보내시고 상심을 크실텐데 아버님 건강까지 악화되어 옆에서 간호하시고 챙기시느라 몸과 마음 고생이 많으셨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그런 과정중에서도 건강의 중요성을 느끼고 실천해나가시는 모습이 보기 좋고 응원하게 되네요. 그리고 아버님의 건강이 호전 되길 먼 곳에서 짧게나마 기도 해봅니다.
(...후략)From. SIDER jsp1529
🔭 보너스 코너! 요즘 리스트 by 해찬
💿 now playing - 잊혀진 계절 by 이용
여행을 간다거나 좋아하는 시간을 보낼 때, 딱 맞는 노래를 들으면 행복이 더해지는 경험. 한 번쯤 있지 않나요? 저는 음악이 더해져 아름다워지는 순간을 정말 좋아해요. 그래서 날씨/감정 별로 구체적인 플레이리스트를 짜기도 하죠. (ex. 구름슬금 해 뜬 날 공원 벤치에서, 어둑어둑 간간이 차가 지나는 거리 ... )
그리고 이 노래는 정말 고마워요. 언제 이 노래를 들으면 가장 마음이 차오를지 알려줬으니까요.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 노랫말 따라, 시월의 마지막 밤에 이 노래를 틀었어요. 차가운 공기와 깨끗한 하늘에 몸과 마음이 깨끗해지는 기분을 여전히 음미하며, 십일월의 낮에도 이 노래를 듣고있어요.
📽️ now watching - 비긴 어게인
여러분의 영화 스펙트럼은 어떤가요?
저는 영화 선택에 굉장히 보수적인데요, 영화를 보고 싶을 때면 늘 보던 영화 5개를 돌려가며 봐요. 그래도 여전히 새롭고 짙은 감동을 느끼는 편입니다. 주인공을 바라보는 시선이 볼 때마다 바뀌거든요.
그리고 무엇보다, 좋아하는 장면은 봐도봐도 질리지 않아요. 영화 속 그레타가 X를 마음에서 떠나보내며 음성 사서함에 남기는 Like a fool _ Keira Knightley 장면을 볼 때면, 나와의 관계, 주변과의 관계를 소중히 돌아보게 돼요. 이 영화를 다시 찾는 큰 이유일지도 몰라요.
💫 today's quote - We've gotta dance!
앞서 소개한 영화 비긴 어게인의 대사인데요!
노래를 듣던 중, 그레타가 댄에게 말해요. "지금 당장 춤춰야겠어요."
댄이 대답하죠, "뭐? 그래 지금 당장 춤추러 가자!"
내가 무언가를 원할 때, 언제 어디서와 상관없이 좋다고 답하는 친구.
상상만 해도 고맙고 행복해요.
저도 누군가에게, 어떤 순간에. 그런 친구가 되고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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