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구독자 님, 해서입니다.
‘속엣말’이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말은 말인데, 음성 기호로서 드러내지 못한 말이지요. 모든 사람이 그렇겠지만, 특히 내향인들의 내면에는 켜켜이 쌓인 속엣말 더미가 존재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더미 안에는 필요에 의해 간직한 말도 있고, 부조리나 배려 없는 환경 때문에 거세된 말도 있지요.
내향인들이 소설 속 인물이거나 만화 캐릭터였다면 ‘작은따옴표’ 혹은 ‘속마음 말풍선’이 매번 따라붙을 텐데요. 늘 메일이나 전화로 업무 연락을 취해야 하고, 담당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걸맞은 인물을 섭외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호감을 끌어내야 하는 내향인 에디터에겐 어떤 속사정이 있을까요?
그 속사정을 다룬 연재물 [극내향 프리워커의 작은따옴표]을 시작하며, 오랫동안 에디터로 버티고 있는 제 이야기를 다뤄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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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내향 프리워커의 작은따옴표]
‘속으로 하는 말’을 적을 때 작은따옴표를 쓰지요. 극내향인 프리워커의 애환과 일하며 겪은 비화들을 표출한다는 의미에서 이번 연재물의 이름을 붙여보았습니다.


00. Prologue: 고독과 연결 사이, 내향인 에디터로 살아남기
구글 검색창에 '내향인'을 입력해 보았다. 연관검색어로 내향인 분양(?), 내향인 관상(!), 내향인 플러팅(...) 등이 나왔다. 죄다 '내향인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 죽겠는' 외향인들이 검색해 봤을 법한 표현들이었다.
이렇듯 성격 유형을 둘러싼 표현들이 뜨거운 담론으로 확장된 지는 한참 됐다. 이미 우리 세대는 자신의 심리 에너지가 어느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가를 밀물과 썰물을 관측하는 것보다도 심도있게 감각하고, 심지어 그 유형에 기대 판단하길 즐긴다. 이런 분위기에서 파생된 각종 밈과 콘텐츠들은 강렬하고 유쾌한 대중 코드가 되었지만, 그것을 흐린 눈으로 소비하는 것만으로도 하루치 사회적 에너지를 다 쓴 기분이 드는 건… 그렇다, 나는 온라인 담화와도 내외하는, 뼛속까지 내향인. (요즘 말로) KTX 타고 스쳐 가도 극내향인으로 판별될 것이다. (16personalities에서 제공하는 무료 성격 유형 검사 기준으로 I 지수가 평균 90~100으로 나온다.)
칼 융은 예상이나 했을까. '내향성'과 '외향성'을 구분하는 심리학적 분류를 만들었을 뿐인데, 현대인들은 양 개념의 스펙트럼엔 관심 없고 그 분류로 사람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데 적극적으로 군다는 걸. 융에게는 미안하지만, 나도 ‘내향적인 이미지’를 방패 삼아 살아가고 있는 인간이라 할 말이 없다. 그 핑계로 주변인에게 연락을 잘 안 하고, 안 만난 지 백만 년인 지인이 백만 명이며, 꼭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의견이나 감정을 드러내려 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을 부끄럽게 여기기보단 당연시하고 있다.
16personalities에서 처음으로 MBTI 검사를 할 때를 생생하게 기억한다. <모르는 사람과 관계를 맺거나 남에게 나를 알리는 것은 매우 부담스럽다>라는 질문 앞에서 '매우 그렇다' 란에 격렬한 동그라미를 그렸다. 과연 그 동그라미를 감흥 없이 넘길 수 있는 내향인이 몇이나 있을까? 숫기가 없다는 이유로 박해(?)받던 지난 어린 시절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지금 상황이 네게 많이 낯설어서 받아들이기 쉽지 않나 보구나!' 하며 사려 깊게 살펴주는 어른은 적어도 내 곁엔 없었단 말이다. 내향성/외향성에 대한 얕은 차원의 구분 짓기에 편견이 일부 수반될지라도, 되려 그 사회적 낙인이 내향인의 비사교적인 속성을 비호하고 인정해 주는 듯하여 묘한 위안을 얻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 글을 한 줄 한 줄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읽어내려 온 내향인 독자가 있다면, 아마도 내 직업을 알고 급히 브레이크를 밟을 것이다. 프리랜서 콘텐츠 에디터. 6년 차인데도, 어딘가 머쓱하고 겸연쩍은 투로 고백하게 되는 내 직업. 내향인의 자격으로 쓰는 이 연재물의 진정성에 그가 약간의 의구심을 갖는다 해도 이상하지 않다.
일단, 늘 일거리를 찾아 스스로 나서야 하며, N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유지해 고정 수입을 내야만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프리랜서로 사는 것도 의아하겠지. 그런데 취재를 위해 어딘가로 나가는 일이 잦고, 메일과 전화로 여러 사람들과 동시 소통하고, 일정에 맞게 콘텐츠를 납품하기 위해 콘텐츠 마감일을 우선순위로 고려해 월간 계획을 세우는 에디터라는 점은 ‘극내향인’에게 도통 어울리지 않는 컨셉처럼 보일 것이다. 내 입장에서 사회적 에너지를 영혼까지 끌어올려야 하는 일인 것도 확실하다. 아직도 부모는 이 직업을, 아니, 그보다도 도대체 어떻게 내가 이런 일을 꾸준히 하는 게 가능한지를 이해하지 못하신다.
일하며 만난 사람들도 비슷하게 느끼는 듯하다. "해서 씨는 지금까지 본 내향인 중에서도 제일 내향인 같아요!"라는 이야기를 왕왕 들었다. 나를 인간적으로 잘 아는 애인이나 친구들에게선 "너 같은 사람이 그런 일을(?) 하면서 살다니, 정말 용하다! 짠하다!" 같은 격려와 위안을 숱하게 듣는다. 그리고 고백하자면, 나도 왜 다른 직업이 아닌 ‘에디터’여야만 했는지 한 마디로 설명을 못 하겠다.
과장 좀 보태서 '이젠 눈 감고도 쓸 수 있는' 섭외 메일이지만 전송하기 버튼을 누르기 전에 벌렁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는 데 5분 이상 할애한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다양한 목적으로 인터뷰해 보았지만 아직도 인터뷰 전날이면 잠을 3시간도 못 이룬다. 초대받은 파티에서 구석을 5분도 벗어나려 하지 않는, 전화로 업무 연락이 올 때 7초는 심호흡을 하고 받는, 업무 외적으로도 몇 번 만난 사람인데 길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치기라도 하면 같은 인사말만 10번 반복하는, 나는 그런 인간이다. 바깥 약속이 일주일에 2건 이상 생기는 게 상당히 불편한 인간, 저녁 6시 이후로는 침대에서 쉬어야 하므로 애인과도 다른 일정을 잡지 않는 인간 말이다.
이 글을 읽을 당신들이 느낄 놀라움과 걱정을 오지랖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도 그 놀라움, 그 걱정을 스스로 느끼며 살고 있다. 에디터라는 업과 극내향인이라는 정체성이 잘 어우러진다고 생각되지 않아 혼란스러웠던 시간이 길었다. 그 혼란이 내가 납품하는 작업물에도 영향을 줄까 봐, 협업하는 이들에게 피해를 줄까 봐 두려웠던 순간은 더 자주 찾아왔다. 남들 모르는 눈물, 남들도 아는 눈물 다 흘려봤다.
그러나 나는 결국 '내향인'이다. 사회성 가동 범위와 한계를 설정하고, 남들과 다른 포인트에서 느끼는 좌절감과 성취감을 유별 아닌 유의미로 여기고, 대체로 부적절하거나 잉여적이라 여겨지는 감정을 필수 에너지원으로 소화하는 데 관심이 지대한 내향인. 내가 내향인이라 느끼는 어려움은 내향인이라 가질 수 있는 자긍심과 같은 뿌리를 공유한다는 의미다. 그 메커니즘은 외향인들에게도 (아마) 비슷하게 적용될 것이다.
나는 '하나의 일'로 내가 언제까지 감내하고 어디까지 겪어낼 수 있는지를 알고 싶어한다. 하나의 일이 ‘내 자신에 관한 열 개의 단서'를 알려 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시간이 걸리고 힘에 부쳐도 낭비라고 생각하지 않으니까. 그러니 속삭임에 가까운 내면의 목소리를 여태 믿고 따라온 것이다. 에디터라는 직업은 그 결과에 가깝다.
물론, 이 에세이가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는 격으로 보일 순 있겠다. 내가 내향인의 대표자라고 할 순 없으니까. 이번 연재에 담길 고백들이 어느 누구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어주리라는 기대 같은 건 나도 걸지 않는다. 그래도 주름 좀 잡아보려 한다. 내향인이 용기를 냈다면 그 용기엔 반드시 ‘그럴 만한’ 이유가 있고, 내 이유에 공감하진 않더라도 내 용기에는 공감할 내향인 친구들은 많을 것이다.

differ <책상 앞에서 만나> 캠페인 비하인드
예시: 2025년 3월부터 사콜은 DESKER의 브랜드 미디어 differ의 웹사이트, 인스타, 유튜브에 콘텐츠를 기획, 제작하며 디퍼의 마케팅 파트너로 함께 하고 있습니다. 올해 초, 새롭게 맡게 된 디퍼를 일년 간 어떻게 운영하면 좋을지 제안을 준비하며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전략 중 하나는 디퍼는 DESKER라는 브랜드의 미디어인 만큼 ‘책상’을 더 전면에 내세워 책상 키워드를 선점하자는 것이었어요. 그렇게 만든 디퍼의 브랜드 정의는 ‘책상 앞 성장하는 사람들을 위한 커뮤니티’. 상반기에는 책상을 무대로 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엮고 발행하며 사람들의 관심을 서서히 예열했다면, 하반기에는 디퍼를 새로운 모습으로 단장하고 본격적으로 사람들에게 알리기 시작했죠.
“differ 웹사이트를 책상 앞에서 성장하고 싶은 사람들이 자주 찾아와 서로 이야기나눌 수 있는 커뮤니티로 만들고 싶어요”
디퍼 담당자 상희님이 맨 처음 사콜을 찾아온 이유였죠. 오랫동안 브랜드 미디어 뿐만 아니라 커뮤니티로서 디퍼를 성장시키고 싶었던 상희님의 미션을 듣고 7월 말부터 10월 말까지 약 4개월의 기간 동안 디퍼 웹사이트를 전면 개편하고, 새롭게 단장한 디퍼를 알리기 위한 하반기 캠페인 준비와 실행을 하는데 많은 공을 들이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온/오프라인 경계 없이 다양한 액션 전략을 수립하며 숨가쁘게 달려왔던 디퍼 하반기 캠페인, 사콜의 열정이 고스란히 묻어났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드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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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하루를 어떻게 기록하고 있나요?
‘나다운 선택’을 이어가고 싶은 사이더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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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첨자 발표(5명): 11월 26일(수) SIDE 인스타그램에서 개별 연락 드립니다.
🔭 보너스 코너! 요즘 리스트 by 해서
💫 today's quote - 박연준, ⟪소란⟫ (난다) p.101
⟪소란⟫에서 정말 사랑하는 꼭지글이 있습니다. 제목은 <바보 이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랍니다. 주변의 말과 속도에 치여, 자기 자신을 지키기 못해 덩그러니 남겨진 적 있는 모든 이들에게 공유하고 싶어요.
“손해 보는 사람들, 좀 느린 사람들, 에둘러 가는 사람들, 도무지 부자가 되지 못하는 사람들, 마음이 약해 세상에 잘 속는 사람들, 사랑할 때 순정한 사람들, 꼼수를 부리지 못하는 사람들, 속은 줄 알아도 허허 웃거나 고개를 숙이고 울 뿐 뭘 못하는 사람들, 허리가 호미처럼 굽어도 쉬지 않고 농사를 짓는 사람들. (…)
우리는 이들을 정말 사랑하지? 사랑 안 하고 못 배기지? 세상의 잣대로 보자면 그들은 그냥 ‘약자’로 불리겠지. 그런데 그거 살 만한 사람들, 가르치려는 사람들, 기득권층이 편의상 이름 붙인 거 아닌가? ‘약자’라는 말도 불쾌해. 우리는 그냥 우리 식대로 ‘바보 이반’이라고 부르자. 세상에는 바보 이반들이 꽤 있고, 그들이 있어 아직 죽을 만큼 나쁘지 않은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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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뉘넛
자극이 많이 되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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