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구독자 님, 예시입니다.
한 해를 갈무리하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어서인지 2025년의 나를 되짚어보는 시간을 가지고 있어요. 최근에 저는 내향적인 성향을 가진 나를 오랜 사회생활을 해오며 외면해 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요. 구독자 님은 어떤 성향의 사람인가요? 나의 성향을 잘 이해하고 활용하며 일을 하고 삶을 살아가고 있나요?
내 안의 솔직한 이야기를 한다는 건 참으로 큰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오랜만에 용기를 내어 자기 고백적인 글을 한 편 써보게 되었습니다. 큰 변화는 작은 용기에서 시작된다고 믿으니까요. 내향인인 나를 인정하고 내가 편히 숨 쉴 수 있는 방식으로 살아가게 되면 삶은 어떤 모양으로 달라지게 될까요? 오늘의 글이 그 변화의 첫 시작이 되기를 바라며 오늘의 뉴스레터를 시작해 볼게요 😊


하고 싶은 게 많은 내향인의 고백
나는 세상에서 내가 제일 어렵다. 내가 원하는 걸 알아채 주고, 내가 하고 싶어 하는 것을 해주었다고 생각했는데도 종종 몸과 마음에 생채기가 난다. 이게 아니었나? 그럼 내가 원했던 건 뭐였지? 뒤엉켜 버리는 생각들이 삶의 수면 위로 두둥실 떠올라 버린다. 나대로 살지 못해 제일 괴로운 건 단연 내 몸뚱아리다. ‘어딘가 좀 불편한데’라는 생각이 이어지고 이어지다가 결국 몸 구석구석에서 열꽃이 피고 나서야 깨닫는다. 아, 또 내가 나를 돌보지 못했구나. 한 해의 끝을 향해 달려가는 시기에 지난 열 달을 돌아보자면, 내 마음의 정원을 잘 가꾸는 한 해를 보내자고 다짐했지만 실패한 날들이 많았던 것 같다. 나를 지킬 수 있는 건 나밖에 없다고, 그러니 나를 많이 사랑해 주자고 늘 마음먹지만 여전히 나는 나의 편에 서기보다 남의 편에 서는 날이 더 많았나 보다.
올해는 유독 내 속도와 에너지에 대해 생각하는 날들이 많았다. 해야 할 일들이 많은데 빠르게 일을 처리하지 못하는 내가 답답하고, 장독 밑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쉴 새 없이 에너지가 빠져나갈 때마다 나약한 나를 마주하는 것만 같아 괴로웠다. 이 괴로움의 근원지를 찾아내고 싶다는 마음이 절실했다. 무수한 생각이 이어지다 최근에 생각지도 못했던 도착지에 도달하게 되었는데 그건 바로 ‘내향인’이라는 나의 성향이었다.
그렇다. 나의 MBTI는 INFJ. 에너지의 충전지가 내면에 있고,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하는 I 성향이다. 학창 시절부터 그랬다. 쉬는 시간에 친구들은 복도로, 운동장으로 뛰어나가 놀 때 나는 늘 책상 앞을 지켰다. 혼자 이어폰을 끼고 노래를 듣거나 노트에 글을 끄적이거나 잠을 잤다. 대학교에 입학을 하고 나서도 내 일상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친구들과 함께 수업을 듣고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공강 시간만 되면 도서관 4층 내가 가장 좋아하는 구석 자리로 쪼르르 달려갔다.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그 공간에 혼자 들어앉아 책 읽는 시간은 지금 생각해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었다.
말보다 글을 쓰는 것이 편한 사람이고, 마음속의 말을 쉽게 꺼내지 못하는 성향이다 보니 중학교 때 가장 친했던 친구가 내게 했던 아쉬운 소리는 아직도 기억이 난다.
“난 내 얘기를 너에게 다 하는데, 넌 왜 네 얘기를 안 하는 거야?”
친한 친구로서 할 수 있는 당연한 얘기였기에 그녀의 말이 이해가 갔지만 그 이후로도 나는 친구의 바람대로 쉽게 내 얘기를 하는 친구로 바뀌지는 못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이런 내향적인 성향은 불편하고 바꾸고 싶은 결함으로 종종 느껴졌다. 빠르게 의견을 제시하며 아이디어를 내고, 협업하는 다양한 사람들과 좋은 밍글을 만들어 가며,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말로서 설득해 내야 하는 기획자의 일을 하면서 물 밖을 나온 생선처럼 숨이 막혔다. 잘 해내야 한다는 마음으로 수년간 버티며 훈련한 덕에 이제는 클라이언트 앞에서 곧잘 제안서 발표를 하지만 훈련이 거듭된다고 나의 성향 자체가 바뀌는 것은 아니었다.
광고 회사에서, 스타트업에서, 그리고 회사를 독립해 혼자 일하면서도 나는 나를 잘 이해하고 활용하며 일을 했을까? 생각해 보면 그렇지 못했던 것 같다. 주어진 기회들을 모두 놓치고 싶지 않아 내 에너지의 한계를 애써 무시했다. 내가 즐겁게 숨 쉴 수 있는 적절한 속도를 이해하지 못했다.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하는 줄로만 알았지 그 시간이 나의 에너지를 충전하는 시간이라는 것조차도 알지 못했다. 하고 싶은 게 많은 다능인으로서 여전히 다른 사람들보다 내 그릇의 크기가 작다는 것은 참으로 애석하고 슬픈 일이다. 그러나 이제는 이런 나를 받아들이기로 한다.
빠른 속도를 원하는 세상이지만
빠르게 달리지 않아도 괜찮다.
나의 속도대로 걸어도 충분하다.
말을 하기 전 침묵을 고르는 나의 신중함을,
한참을 머물며 곱씹는 나의 섬세함을,
그 속에서 피어나는 다정함을
이제는 부디 사랑해 주기로 한다.
p.s : 중학생 때 친했던 선배가 지어줘서 너무 좋아했던, 아직도 강렬히 기억에 남아 있는 삼행시를 마지막으로 띄우고 갑니다🙃


사이드 매거진에 목소리를 더해주세요!
지난주에 소식 전해드렸듯, 사이드의 첫 실물 매거진 제작을 시작합니다!
사이드 네비게이터 융에게는 2017년부터 품어온 오랜 꿈이기도 해요.
사이드의 이야기, 그리고 다양한 사이드 프로젝트를 꿈꾸고 실현해온 사이더들의 여정을
이제 손에 잡히는 매거진으로 만날 수 있을 거예요.
좋아하는 마음에 귀 기울이는 사이드와 사이더의 이야기로 완성될 이 책에
구독자 님의 목소리를 더해주세요! ☺️✨
인생을 스스로 디자인하는 사람들을 위한 매거진, SIDE.
2026년 1월 출간을 목표로 작업을 시작하며, 가장 중요한 사이더 여러분의 의견을 받습니다. 💗
사이드 매거진을 향한 응원, 보고싶은 콘텐츠, 사이드에게 하고싶은 말 등
자유로운 의견을 남겨주세요!
여러분이 보내주신 의견은 SIDER's Comments 섹션에 실릴 수 있습니다.
실물 매거진에 실리는 경우 별도로 연락을 드리며, sideproject.co.kr 에서 활용 가능한 포인트를 증정합니다 🎁
융: 특별한 소식을 전합니다! 사이드 마스 1기 멤버였던 이지님의 노마드워커 커뮤니티 노마드랑이 무럭무럭 자라 노마드 리트릿을 진행합니다. 최근 사이드버스에서 소울게이징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킴제이님과 마스 5기 멤버였던 두솔님도 프로그램으로 참여합니다! 첫 프로그램들은 매진되어 추가 프로그램을 기획했다고 해요. 궁금하신 분들은 노마드랑 인스타그램에서 확인해보세요!

융: 프리워커가 되면 가장 고민되는 것 중 하나는 일이 몰릴 때 쉬는 시간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는 겁니다.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존재하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일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자 단점이에요. 평일 낮에 전시장에 갔다가 밤에 일하는 식으로 내 시간을 내가 조율할 수 있다는 유연성이 있지만, 그만큼 나의 시간과 우선순위를 내가 잘 관리하지 않으면 마감일이 몰리고 바쁜 기간에는 나를 소진시키는 형태로 일이 돌아가기도 합니다.
적다보니... 저의 스타트업 시절을 떠올려보면, 꼭 프리워커 뿐만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일하고 있는 모든 분들이 겪고 있는 문제 같아요. 시행착오를 겪어야지만 각자의 노하우를 찾을 수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내 몸과 마음의 에너지와 체력을 채우는 방법을 스스로 알고 있으면 필요한 순간에 나를 지켜낼 수 있고, 그렇게 지속성이 생기는 것 같아요. '쉼'은 쓸모없는 시간이 아니라 지켜내야할 시간이에요.
사콜은 올 한 해 정말 바쁘게 달려왔어요. 그리고 요즘은 재정비하는 기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11-12월은 의도적으로 조금 쉬어가기 위해 새로 들어오는 일들은 받지 않고 있어요. 아직은 정리할 게 많아서 여전히 바쁘긴 하지만 조금씩 여유를 찾고 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이 많은 것은 변함이 없지만, 그렇다고 마냥 바쁘고만 싶지는 않아요. 그리하여 오늘, 일부 멤버들과 함께 잠시 쉼을 찾아 떠납니다.
이름부터 마음이 가는 '치유의 숲'에서,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이 있는 '수덕사'에서 회복의 리듬을 찾아올게요. 여러분도 아주 잠깐이라도, 느리고 차분한 쉼을 쉬는 시간들이 있기를 바라요. 충남 예산에서의 이야기는 조만간 또 전해드릴게요!
슬기: 지난 10월, 사콜 크루 10명이 함께 준비하고 참여했던 퍼블리셔스 테이블 2025! 어느 때보다 바쁜 시기에 참여했던 페어라, 지금 다시 떠올려도 정말 웃기고 재밌는 기억이 많아요. 주변에서 다들 "아니, 이 와중에 책을 만든다고? 퍼블리셔스 참여한다고!?" 하며 놀랐던 그 페어.... (ㅋㅋㅋ) 우당탕탕 그날을 떠올리며 크루들의 회고를 정리했어요. 현장에서 인사 나눈 사이더들도 정말 많았는데, 시간상 오지 못했던 분들은 후기로 그날의 재미를 슬쩍 둘러봐보세요. 이 후기 글을 보면, '내년엔 나도 독립 출판 내볼 수 있겠다'는 용기가 생길 겁니다! (확신의 눈 🤓) 하고 싶은 의지만 있다면 우린 뭐든지 할 수 있다!

#사이더이벤트😇 책 <일에 마음 없는 일>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볼거리’가 넘쳐나는 시대.
읽지 않는 시대에 ‘읽히는 글’을 쓰기 위해 자기만의 길을 걸은 기자가 있습니다.
종합일간지 안에서 매일의 기사 대신,
인문교양 뉴스레터 인스피아를 발행하며
새로운 방식을 실험한 김지원 기자의 책 『일에 마음 없는 일』.
어제와 같은 일 안에서도 다른 가능성을 만들어낸 솔직한 기록을 담았죠.
내 일을 통해 나 자신, 독자, 세상과 더 깊이 연결되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드려요!
✔️ 책 소개: <일에 마음 없는 일>
레거시 미디어에서 책 읽고 해찰하는 뉴스레터 「인스피아」를 기획하고 내놓기까지
‘기사 안 쓰는 기자’로 보낸 4년의 이야기
사건을 빠르게 취재하고 글을 생산해 독자에게 매일의 ‘새 소식(NEWS, 뉴스)’을 전한다, 이것이 ‘기자’를 떠올릴 때 따라붙는 설명이다. 그렇지만 모든 사건 사고가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시대, 또한 기사 말고도 볼거리, 읽을거리가 넘치는 시대, 그래서 아무도 기사를 읽지 않는 시대에 저자는 묻는다.
“아무리 열심히 써도 그것이 닿지 않는 목소리라면 왜 쓰는 것인가?”
기자 적성에 대한 의심과 재미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바람 끝에, 지우고 또 지워 ‘쓰는 사람’, 글로 사람을 만나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손에 쥐고, 저자는 허락되지 않은 틈새를 찾아 쓰는 기회를 만든다. 서가를 오가며 독특한 관점의 책을 찾고, 주장과 논쟁 사이를 유영하며 아무도 생각지 못한 결말까지 도달하는 ‘한 끗 다른’ 글로 읽는 사람들과 연결되고자 시도한다. 4년이라는 시간, 1만여 명의 독자와 나눠온 인스피아라는 경험을 돌아보며 저자는 오늘날 미디어 생태계, 읽기와 쓰기의 미래, 그리고 우리 일의 의미까지 여러 갈래의 생각을 펼쳐 보인다.
✔️이벤트 선물: <일에 마음 없는 일> (5명)
- 추후 당첨자에게 성함, 연락처, 주소 정보 받아 전달
✔️이벤트 참여 방법:
- 인스타그램 댓글로 📮 이모지만 달아도 참여 완료!
- 인스타그램 @sideseoul 과 @nextwave_pub 을 팔로우하면 당첨 확률이 높아집니다.
✔️이벤트 기간:
- 이벤트 마감: 11월 18일(화) 오전 11시
- 당첨자 발표(5명): 11월 19일(수) SIDE 인스타그램에서 개별 연락 드립니다.
🔭 보너스 코너! 요즘 리스트 by 예시
💿 now playing - A compilation of Bon Iver's Greatest songs
찬기가 느껴지는 가을과 겨울 사이. 저는 벌써 겨울 준비를 시작했나봐요. 몇 일 전부터 겨울이면 아침마다 트는 본 이베어의 노래를 듣기 시작했어요. 특히 유튜브에서 ‘Bon Iver Greatest Hits’라는 플레이리스트를 좋아하는데 열차 차창 밖으로 펼쳐진 설원을 바라보며 끝없이 달리는 영상을 보고 있으면 마치 겨울 여행을 떠나온 기분이 든답니다 ❄️
📚 now reading - 정성갑 <집을 쫓는 모험>
사고 (buy) 싶은 집이 아니라, 살고 (live) 싶은 집에 대해 생각하는 요즘이에요. 이런 집을 사야 한다는 얘기는 많은데 왜 내가 살고 싶은 집에 대한 이야기는 없을까 라는 호기심에 펼친 책인데요. 15년 간 다양한 형태의 집으로 6번의 이사를 하며 집을 모험하는 이야기가 담긴 에세이입니다. 내가 살고 싶은 집을 고민하는 분이라면 추천하고 싶은 책!
💫 today's quote - “이야기 속에 살아라. 그것이 럭셔리한 인생이다.”
정성갑 작가님은 에디터 출신인데, <집을 쫓는 모험>에 이어령 선생님을 인터뷰한 이야기가 나와요. 그때의 인터뷰가 인상 깊었다며 알려준 문장이 바로 “이야기 속에 살아라”였습니다. 더 간편하고, 쉬운 것이 도처에 널려 있는 세상이지만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풍요로운 이야기 속에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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