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DE 261호: 하지 않으면서 해내기

연재 에세이 [극내향 프리워커의 작은따옴표] 01편 by 해서

2026.02.25 | 조회 3.15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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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능인 커뮤니티 사이드, Since 2020 😇 𝗦𝘁𝗮𝗿𝘁. 𝗜𝗻𝘀𝗽𝗶𝗿𝗲. 𝗗𝗿𝗲𝗮𝗺. 𝗘𝘅𝗽𝗹𝗼𝗿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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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구독자 님. 해서입니다. 지난 11월에 [극내향 프리워커의 작은따옴표]의 프롤로그를 선보인 이후, 해가 바뀌었더라고요. 이제야 첫 번째 글을 소개하려니 멋쩍은 기분도 드는데요. 그래도 시작에 의의를 두며, 천천히 제 ‘속엣말’을 풀어보고자 합니다.

어쩌면 이 글이 어떤 이에겐 변명으로 비치거나, 또 어떤 이에겐 고백으로 다가갈 수도 있어 보입니다. 기왕이면 고백으로 닿아서, 고백인 김에 저와 비슷한 누군가에게 용기도 줄 수 있으면 좋겠네요.

관계에 (아직도!) 서툰 프리랜서의 시행착오와 처세들, 앞으로도 하나씩 풀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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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NTENTS] 01. 하지 않으면서 해내기 by 해서

■ [NEWS] 재형의 트레바리 클럽 OPEN!

■ [NEWS] 에쿠스 램프 프리오더 OPEN! designed by 재성

■ [EVENT] 사이더이벤트😇 책 <팀장의 탄생>

■ [보너스 코너] 요즘 리스트 by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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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내향 프리워커의 작은따옴표] ‘속으로 하는 말(속엣말)’을 적을 때 작은따옴표를 쓰지요. 극내향인 프리워커의 애환과 일하며 겪은 비화들을 표출한다는 의미에서 이번 연재물의 이름을 붙여보았습니다.

 

01. 하지 않으면서 해내기

오는 연락을 재깍재깍 받는 것. 내겐 어려운 일이다. ‘무음 모드’로 생활하고 있다. 연인이나 가족, 친한 친구 몇몇은 나의 이런 성향을 알아서, 단번에 통화 연결이 될 것이란 기대를 저버린 지 오래다. n회차의 시도에 겨우 전화가 성사되어 갑갑함을 진정시키는 상대방을 감지할 때면, 나도 양심이 있는 인간이니 민망함과 미안함을 느낀다.

 

최소한 진동 모드라도 해놓고 살라는 핀잔을 여기저기서 듣기도 했고, 진지하게 고려해 보기도 했다. 그들의 목소리에서 순전히 내 안위를 걱정하는 마음이 전해지는 날엔 부채감에 어쩔 줄 모르겠다.

 

그러나 나를 찾는 소리는 그게 사람의 음성이든 진동이든 버겁다. 일과 전혀 관계없는, 사적인 연락도 접근을 막을 만큼 연결감의 전원을 반쯤 꺼두고 사는 것. 아이러니하게도 프리랜서로서 살아남는 내 전략이 이 ‘거리두기’였다면, 어떻게 들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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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내향 프리랜서’로 지내면서 가장 어려운 문제는 그룹화시킬 수 없을 만큼 산발적으로 분포하고 확장되는 인간관계였다.

 

클라이언트와의 관계는 일회성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n차 협업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잦기에 맺고 끊음을 명확히 할 수 없다. 명확히 하지 않다 보면 자연스럽게 관계의 농도가 달라지기 마련. 해마다 몇 번은 만나는 친구 사이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고, 자발적으로 서로의 재능을 녹여 협업물을 기획하고 제작해 보는 자리도 적잖게 만들어졌다.

 

SNS 안에서의 인맥도 마찬가지다. 만나고자 하는 의지를 대단히 갖고 있지 않더라도, 비교적 느슨했던 온라인 관계는 얼마든지 구체적인 만남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나는 인물, 작품, 프로그램, 브랜드 등을 관찰하며 리스트업 해두는 게 필수 역량인 ‘콘텐츠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다. SNS 탐방이나 낯선 계정을 팔로우하는 행위를 일상으로 삼아야 한다. 메일에 비해 직접적이고 사적인 연락망처럼 느껴지는 인스타그램 dm 기능 역시 프로젝트에 적합한 특정인을 섭외하려면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신중하고 선택적인 관계 맺기가 추구미지만, 메일, 전화, dm, 댓글 등 타인과 접할 수 있는 모든 창구를 열어둬야 하는 것이다.

 

운이 좋다고 해야 할지, 그런 식의 연결로 인터뷰를 진행하거나 메일로 소통을 진하게 나누고 나면 인간적인 호감도 쌓이는 경우도 꽤 생기곤 했다. 무심히 피드를 스크롤 하면서 좋아요 표시 정도로만 연결될 수 있던 사람과도 대소사를 챙기고 응원을 하는 사이로 관계가 업그레이드된다. 의외로 내향인인 내게도 흔한 일이었다.

 

모두 좋은 사람들이었다. 전부 내가 선택한 만남이다. 그렇다 보니 ‘이런 일을 해서 너무 힘들어요’ 하며 주변에 피로를 호소하는 건 직업의식에도, 나와 함께해준 사람들의 노력과 애정에도 배반하는 일이라고 어느 정도는 생각한다.

 

내가 연락과 소통에 피곤함을 느끼는 부분은 만남의 빈도나 상대방과의 케미랑 상관없을지도 모르겠다. 일 얘기를 하다가 발전된 사이에선 필연적으로 ‘먹고 사는 일’이나 ‘업계의 움직임’, ‘업계 사람’에 대한 대화를 나눌 수밖에 없고, 바로 그 점이 나를 소진하도록 하는 경향이 있다. ‘도시 생활’이나 ‘창작’, ‘소비 취향’이라는 카테고리 안에 웬만한 대화 주제가 수렴되기 때문이다. 그런 경험에서만 접할 수 있는 활력들(이를테면, 경쟁의식, 성장의식, 동료의식)도 물론 좋다. 다른 이들의 모습에서 영감을 얻어 내 작업 태도를 성찰하기도 하고 배울 점을 찾기 위해 진지하게 상대의 이야기를 듣기. 결코 내게 마이너스이기만 한 건 아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돈을 벌고 돈을 세고 돈을 쓰는 일을 중심에 두는, 세련된 화법으로 나의 이미지와 내 능력을 설계하고 증명하는, 스스로를 고용하고 착취하는 시스템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현대인의 굴레를 재차 확인하게 될 수밖에 없을 때. 씁쓸해지는 감정을 추스르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프리랜서지만 무음모드로 지내는, 아무와도 연락하고 싶지 않을 땐 가족을 비롯해 정말 누구의 연락도 받지 않는 ‘의도적인 거리두기’는 바로 이런 배경에서 시작됐다. 각종 자극을 수용하는 감각기관을 ‘일과 의무’, ‘걱정’, ‘욕망’에만 쓰고 싶지 않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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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누군가의 연락을 받지 못할 때 나는 시를 쓰거나 읽고 있었을 것이다. 서재 안에 들이치는 빛이 시간에 따라 색과 깊이와 각도가 달라지는 것을 관찰하고 있을 것이다. 내게 진짜로 중요한 누군가의 안부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행복하거나 슬픈 과거를 떠올리고 있을 것이다. 속이 실하게 찬 알배추를 쥐고 찜을 할지 국을 끓일지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동네 마트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과일값을 비교하고 있을 것이다. 산책을 하며 들장미와 이웃사람, 텃새가 된 철새들, 각종 남의 집 강아지들을 구경하고 있을 것이다. 어떤 진열대 앞을 서성거리며 그립거나 사랑하는 이를 떠올렸을 것이다. 본가에 내려가 사랑하는 강변을 걷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나를 일꾼이나 누군가의 상대역으로만 쓸 생각이 없다. 가고자 하는 장소와 순간 속에 자기 자신을 두는 것. 몰입의 대상을 자유롭게 선택하는 것. 무언가를 하지 않는 나 역시 내 인생의 귀빈이란 것.

 

‘본격적으로 커리어 관리를 해야만 할까?’, ‘이 일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가치에 더 중독되어 볼까?’, ‘돈을 착실히 모아볼까?’ 하는 여러 현실 고민 앞에서 나 역시 불안을 느낀다. 그러나 고개를 젓고 무음모드를 유지한다. 내향인이면서 프리랜스 에디터로 생계를 유지하기로 결정한 근원적인 이유를 잊지 않기로.

 

시간과 장소, 조직에 얽매이지 않고 돈을 자유롭게 벌겠다는 게 아니었다. 내 결심은 적게 벌더라도 시간과 장소, 조직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선언 쪽에 가까웠다. 그래서 내겐 부정하기 힘들 정도로 내 일을 애정하는 측면도 있다. ‘하지 않겠다’는 나를 응원하고, 그런 나를 먹여 살렸으니까. 그런 나를 응원하는 친구들과 그렇게 살게끔 돕는 어른들을 만날 수 있었으니까.

 

‘하지 않고 만나지 않겠다는 김해서’와 ‘해내고 연결되는 김해서’가 불화하는 듯 보여도, 오랫동안 공존할 수 있던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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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형의 트레바리 클럽 OPEN!

사이드 콜렉티브 크루 재형이 클럽장을 맡은 트레바리 '일과 삶을 구조화하는 목표 실천 클럽'이 오픈했어요!

4개월 동안 진행되는 이 클럽에서는 4권의 책을 읽으며 '내 삶을 어떻게 더 주체적으로 운영할 것인가' 고민하고, 이를 바탕으로 매달 각자의 목표를 실천하는 [목표모임]을 함께 운영할 예정이에요. 

재형은 작년에도 사람들을 모아, 자발적으로 목표모임을 운영하곤 했는데요,
혼자서 고민하기보다 함께 서로의 목표를 나누고 응원할 때
목표는 현실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지는 것 같아요.

 • 목표를 세워도 흐지부지 끝나버려, 끝까지 가져가는 경험이 필요하다면
 • 읽고, 생각하고, 실제로 실행까지 해보고 싶다면
 • 독립적인 삶을 꿈꾸지만, 실행의 리듬이 잘 잡히지 않는다면

재형의 첫 번째 트레바리 클럽에 함께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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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스 램프 프리오더 OPEN! designed by 재성

에쿠스 램프(EQUUS Lamp)는 사이드 콜렉티브 크루 박재성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조명입니다.

100% 재활용 플라스틱의 투시성과 표면 패턴을 조명으로 확장해, 말의 해를 기념하는 상징적인 ‘말’을 빛의 오브제로 구현했습니다. 재활용 플라스크의 결이 은은하게 비치는, 지속가능성과 상징성을 함께 담은 작업입니다.

제품은 로우리트콜렉티브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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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더이벤트😇 책 <팀장의 탄생>

왜 좋은 팀을 만들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빌 게이츠는 단호하게 말합니다.
“결국 기업의 싸움은 ‘사람’의 싸움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을 어떻게 운영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키(key)입니다.”

페이스북 인턴으로 시작해 1~2명 작은 팀의 팀장을 거쳐
메타 부사장까지 오른 ‘줄리 주오’가 전하는 팀장의 역할.

좋은 리더를 꿈꾸고 좋은 팀을 만들고 싶은 구독자 님에게 이 책을 추천드려요!

 

✔ 책 소개: <팀장의 탄생>

실리콘밸리식 최고의 팀장 수업

10여 년 전, 메타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자랑하는 스타트업이었다. 빠르게 확장하는 조직에서 어린 나이에 팀장이 된 저자는 ‘관리’라는 역할 앞에서 불안과 압박을 동시에 느꼈다. 막연하게만 생각했던 관리자의 업무를 마주하며 탁월한 팀장은 어떤 사람인지, 팀을 탁월하게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등을 여러 선배 팀장에게 묻고 책을 읽고 실제로 경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내용을 자신과 같은 고민을 할 후배 팀장을 위해 이 한 권의 책에 정리했다.

이 책의 12개 챕터는 초보 팀장에서 베테랑이 될 때까지 시간 순서대로 정리되어 있다.

1. 관리란 대체 무엇인가
2. 팀장 승진 후 첫 3개월
3. 작은 팀을 어떻게 이끌까?
4. 좋은 피드백의 기술

 

✔이벤트 선물: <팀장의 탄생> (5명)

  • 추후 당첨자에게 성함, 연락처, 주소 정보 받아 전달

 

✔️이벤트 참여 방법:

  • 인스타그램 댓글로 🚀 이모지만 달아도 참여 완료!
  • 인스타그램 @sideseoul@thequest_book 팔로우하면 당첨 확률 UP!

 

✔️이벤트 기간:

  • 이벤트 마감: 3월 3일(화) 오전 11시
  • 당첨자 발표(5명): 3월 4일(수) SIDE 인스타그램에서 개별 연락 드립니다.

🔭 보너스 코너! 요즘 리스트 by 해서

 

💿 now playing -
Lana Del Rey - Chemtrails Over The Country Club

라나 델 레이의 노래를 좋아합니다. 그중에서도 이 곡은 발표된 2021년부터 반복해서 듣고 있지요. 계절을 타지 않는 곡입니다. 꿈속 애인에게 속삭이는 것처럼 몽환적이고 낭만적인데요. 특히 다음 가사를 사랑해요. I'm not bored or unhappy/ I'm still so strange and wild/ I'm in the wind I'm in the water /Nobody's son nobody's daughter

 

📚 now reading -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문학동네)

영화화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책을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십 대 초반에 읽고, 처음 펼쳐보았는데요. 모처럼 짜릿한 독서 경험을 했습니다. 괴물의 일그러진 표정에서, 절규에서, 외로움에서 저의 일면이 보였거든요.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기분, 주류에 섞이지 못해 흔들리는 존재감, 폭주하는 증오심과 자기혐오를 경험해 본 적 있다면 쉽게 공감하고 몰입할 수 있을 거예요. 과거엔 절제를 모르는 미친 박사와 그가 낳은 괴물 이야기 정도로 읽었지만, 삼십 대에 펼쳐본 ⟪프랑켄슈타인⟫ 속 박사와 괴물은 제게 완전히 다른 경험을 선사했습니다.

요즘 ⟪폭풍의 언덕⟫도 영화화되면서, 에밀리 브론테의 작품도 주목받고 있다지요? 질풍노도의 시기, 다른 어떤 ‘좋은 말’로도 위안이 되지 않던 때, 노골적이고 야하고 어두운 감정의 구렁텅이로 담금질해주는 문학 작품이 되려 가깝게 느껴졌더랬죠. 영화도 좋지만, 원작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으니 여러분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 덧붙이자면, 이런 책을 읽을 때 Lana Del Rey의 곡들을 들어보세요. 아주 멋진 테마곡이 되어 준답니다!

오늘 사이드 레터 어떻게 읽었나요?
잠시만 시간을 내어 의견을 보내주세요.
사이드는 여러분의 소중한 피드백으로 성장합니다! <3

해보고 싶은 거 다 하고 살아요 ☺
SIDE에선 의심 대신 응원을,
현실적인 이유로 반대하기 전에
함께 이룰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합니다.
다양한 색깔을 지닌 여러분의 스펙트럼이 펼쳐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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