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DE 258호: 그림자를 인정하는 시간

어둠 속을 통과하는 우리의 자세

2026.02.11 | 조회 2.63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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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능인 커뮤니티 사이드, Since 2020 😇 𝗦𝘁𝗮𝗿𝘁. 𝗜𝗻𝘀𝗽𝗶𝗿𝗲. 𝗗𝗿𝗲𝗮𝗺. 𝗘𝘅𝗽𝗹𝗼𝗿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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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 님 안녕하세요, 융입니다. 

사이드는 멤버 9명이 일주일간 발리 여행을 다녀왔어요. 제가 너무 사랑하는 곳이라 좋아하는 경험들을 함께 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는데요, 그 꿈을 이번에 이루게 되었습니다. 어제 바로 돌아와서 모두 몸이 천근만근이라 본격적인 레터는 여러분에게 양해를 구하고 내일 보낼 예정인데요. 이상하게 새벽에 눈이 떠지더라고요.

이번 발리 여행에서 제가 느끼고 마주한 감정들이 있어요. 그것을 꺼내게 한 것도 지금 생각하면 발리의 마법이었으려나 싶어요. 부끄럽고 당당하진 않아서 감추고 피하고 싶었던 감정들이기도 하거든요. 여행 끝에 동료들이 써준 편지를 몇 번씩 다시 읽으며 오랜만에 브런치에 에세이를 썼습니다.

☯️ 음양 기호를 보면 어둠 속에도 빛이 있고, 빛 속에도 어둠이 있어요. 

어둠과 그림자에 대한 이야기예요. 혹시나 그림자의 시기를 통과하고 있는 분이 있다면 저의 이야기가 작은 위로가 되기를. 이번 여행이 사이드에게 어떤 전환점이 되어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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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을 통과하는 우리의 자세

"우리의 삶은 온전히 우리의 것이 아니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타인과 연결되어 있다. 과거와 현재 속에서. 그리고 저지른 죄와 베푼 모든 친절이 우리의 미래를 만들어낸다." - 클라우드 아틀라스 중

빛으로 가득 찬 시기가 있었다. 끝이 보이지 않던 어두운 기간을 내 나름의 방식대로 용기 있게 헤쳐나간 뒤 나간 곳에서 나는 혼자서도 온전했다. 내가 사랑했던 많은 것을 잃어버린 뒤였으나, 그 자리에서 내가 찾은 것은 수많은 일에도 불구하고 내 곁을 지켜주던 얼굴들과 강하게 발현하기 시작한 내 안의 빛이었다.

그 빛은 놀라울 정도로 많은 것을 끌어당겼다. 융지트라는 내가 사랑하는 나의 집, 곁에 있기만 해도 영감이 되는 새로운 관계, 내가 작가로서 만들어가는 나의 일을 끌어당겼다. 회사, 관계, 일로부터 독립하며 내 일상의 모습은 완전히 달라졌고, 내가 꿈꾸던 삶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희망찬 시작의 기운과 강렬한 에너지가 내게서 뿜어져 나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래서 거쳐온 과정을 나누기 시작했다. 믿었던 세계가 무너진 뒤에도, 가장 지켜내고 싶었던 내 안의 순수함이 뭉개지고 짓밟히고 상처받는 일이 생긴 뒤에도, 이렇게 나만의 해상도를 높일 수 있는 거라면, 당신도 할 수 있다고. 그러니 스스로를 조금 더 믿고 용기를 내라고.

내 이야기가 한두 권의 책이 되며 열심히 알리려고 하지 않아도 나의 서사가 내게 스포트라이트를 부여했다. 주변으로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운명처럼 느껴지는 인연들이 생겼다. 함께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고, 같이 일도 하게 되고, 끈끈한 관계가 이어지며 나의 부족을 다시 찾았다. 아끼는 사람들의 경계를 넓히고, 내게 보이는 그 사람의 반짝거림을 비춰주는 것이 기쁘고 즐거웠다. 일할 기회이든 한발 나아갈 용기를 주는 일이든, 실질적 도움의 형태로 응원하고 싶은 사람을 응원한다는 것에서 효능감을 느꼈다. 무엇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었다. 아빠의 갑작스러운 죽음 뒤로 언제나 이별과 죽음을 가까이 두고 사는 내가 내 시간을 가장 잘 쓰는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서 기꺼이 기쁘게 하는 일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 큰 기회가 들어왔고, 이전보다 분주해졌다. 독립적인 개인에서 여럿이 모인 콜렉티브 형태로 일을 하게 되었고, 이제 3년 차를 지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좋은 성과도 많이 내고 축하할 일이 많은데도 이상하게 지난 1년이 너무 힘들었다. 어느 순간 고립되는 기분과 외로움이 잦아졌다. 이런 게 사람들이 그리도 얘기하던, 창업은 우주여행을 하는 것과 맞먹을 정도로 어렵고 힘들다는 리더의 자리라는 걸까. 자꾸만 다른 곳으로 도망치고 싶었고, 충만하게 가득 차올라 애쓰지 않아도 흐르던 사랑이 자꾸만 움츠려 들고 위축되는 것을 느꼈다. 날카로워지는 나의 자세에 부끄럼을 느끼고, 최선의 태도를 보이지 못한 나를 나무라며 스스로를 더 깊은 곳으로 몰아세웠다.

이미 나는 어렵게 길고 긴 어둠의 터널을 통과해 왔는데, 그 끝에서 찾은 빛의 세계 안에서도 왜 그러고 있냐고. 말없이도 행동으로 고요하게 풍요로움을 끌어당긴 경험이 있으니 성숙하게 행동하라고. 일단 침묵하고 스스로 해결하라고. 자꾸만 늘어나는 해야만 하는 일들을 감내하는 동안 튀어나오는 모난 모습들에 이전과 다른 나를 자책하길 반복하면서 내가 나를 미워하기 시작했다. 내가 자꾸만 희미해지는 것 같아 갈구하지 않던 인정욕구까지 올라왔다. 나도 여기에서 애쓰고 있다고. 내가 보이지 않느냐고. 어떤 그룹의 대표이거나 작가, 무언가를 이루는 정체성으로서의 정혜윤이 아니라 그냥 여기 존재하고 있는 나는 보이지 않느냐고. 내가 하는 일들이 당연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나를 자꾸만 갉아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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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나의 모습을 잊지 않기 위해 자꾸만 돌아가던 발리에 이번에 함께 일하는 사콜 멤버들 8명을 데리고 다녀왔다. 아무리 사이드가 선물하는 여행이더라도 바쁜 사람들이 일주일 동안이나 시간을 내준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알아서, 각자의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어서, 이번 여행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술 한잔씩 기울이며 시간을 보낸 어느 밤, 함께 일하는 슬기가 고민을 고백하고, 나도 나의 마음을 조금 털어놓는 자리로 이어졌다. 옥상에 둘러앉아 고백했다. 그동안 많이 외로웠다고. 이번 여행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환상적인 시간을 보내고 있는 와중에 끝을 이야기하는 사람이라니. 내 생각을 글로 정리하는 것은 잘해도, 말로 곧장 내 마음을 설명하는 것에는 서툴러서 잘 전달이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오히려 분위기를 무겁게 만든 것은 아닌가 계속 걱정이 되었다. 내 모습이 당황스러울 수도 있었을 텐데, 마음을 고백하고 다음날과 다다음날에 걸쳐 사콜 멤버들은 사이드에 대한 생각과 앞으로의 장면들, 사이드가 개선할 수 있는 부분들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이번 발리 여행에서 내가 발견한 것은 놀랍게도 두려움이다. 용기를 얻기 위해 반복적으로 찾아가던 곳에서 나의 두려움을 마주했다. 신뢰했던 관계에서 깊은 상처를 겪고, 믿었던 세상이 무너지는 과정을 통과해 오며 단단하게 뿌리를 내리는 시간을 거친 뒤에도 또다시 마주하는 두려움이라니. 상처받는 것이 두려워 마음을 닫고 싶지 않다고 이전부터 다짐해 왔으면서 나도 모르게 쪼그라들었던 것 같다. 아끼는 관계를 또다시 잃어버릴까 봐. 내가 사랑한 세계가 또다시 무너질까 봐. 나 홀로 남겨져서 이 힘들었던 과정을 전부 다 다시 해야 할까 봐 무서워하는 마음. 영원의 한 조각 속을 살고 있는 우리이기에 모든 것은 유한하고, 그래서 "지금, 여기, 함께" 있는 순간을 온전히 축하하고 즐기고 싶은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가진 것이 많아지자 또다시 혼자 남겨질 것이 두려워 쉽게 상처받고 움츠러드는 나를 알아차렸다.

언젠가부터 내 빛이 사그라든 것만 같다고 내 상태를 고백하고 멤버들은 제각각의 방식으로 내게 사랑을 보여주었다. 명백히 보이는 사랑의 증거들을 눈앞에 두고도 이상하게 마음 한편이 자꾸 아리고 힘들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계속 생각해보고 있는데 조금은 알 것 같다.

지난 몇 년간 나는 독립의 세계로 아끼는 사람들을 인도하기 위해 나눌 수 있는 것이 많았다. 나의 경험과 서사, 새롭게 일하는 방식, 안정적인 수익, 안전한 커뮤니티까지. 그런데 이미 이것이 충분히 충족된 멤버들에게 나는 무엇을 더 나눌 수 있을까. 어딜 가나 자연스럽게 리드하는 역할을 맡았고, 무언가를 지키고 책임지거나 강해져야 했던 시간이 너무 길어서였을까. 이제는 내 책임과 짐을 함께 나누겠다는 동료들의 말이 고맙고 사랑스러우면서도, 이상하게 마음처럼 잘 흡수되지 않았다.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지켜주거나 버티는 쪽으로 존재하는 데 너무 익숙해져서 내가 지킴을 받는 쪽으로 있어도 된다는 감각이 아직 몸에 덜 익은 것 같다. 그래서 고마우면서도 낯설고, 조금은 아팠다. 나누기를 좋아하는 나인데, 이제는 더 이상 예전과 같은 방식의 나눔이 아니라 다른 형태의 순환을 배워야 할 시기다. 여전히 나눌 수 있는 것은 많겠지만, 그 방식은 달라질지도 모른다.

발리 여행의 끝에 동료들은 내비게이터 문양이 그려진 다이어리 안에 각자 편지를 적어주었다.

"산타나 숙소 근처 낭만 가득한 바에서 들었던 말처럼, 우리 2026년은 why not이랑 life is long이 가득한 한 해가 되었으면 해. 준비하느라 수고 많았고 고마워!" - 찬종

"무언가를 내어준다는 것이 희생이 아닌 순환의 과정이란 걸 이미 알고 있던 융님, 늘 내어주다가 어느새 많이 닳아버렸던 걸까요. 그저 희생하는 마음이 아닌, 우리 모두 기꺼이 내어주고 또 기꺼이 받아들이 나는 마음이 움직임으로 시작된 것 같네요." - 해찬

"융님이 융님이어서 참 좋아요. 부드럽지만 강인하고 전체의 숲 같다가도 100년의 깊이가 있는 나무 같기도 하고, 고요하게 빛나는 별 같으면서도 신나게 반짝 거리는 은하수 같은 존재의 융님! 사콜이를 만들고 각자가 각자다울 수 있게 우주를 만들어줘서 감사해요." - 다연

"그간 혼자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걸어왔지만 앞으로는 그 짐을 우리가 함께 나눠지며 융도 좀 더 가볍게 예전처럼 훨훨 날아다닐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조차도 의심하는 나의 가능성을 반짝일 수 있게 용기와 응원을 나눠주어 고마워. 올해 각자만의 속도와 방식으로 함께 한 발 한 발 걸어 나가 보자! 많이 사랑해 융." - 예시

"이런 조직에 함께 할 수 있게 해 줘서 고마워. 융도 조금만 더 융의 마음과 이야기를 우리에게 나눠줬으면 좋겠어. 우리는 항상 융의 편에 있으니까 이번 여행을 계기로 융에게도 기억에 남는 변화가 시작되길." - 재형

"내 안에서 잠들어 있던 감각을 다시 불러내 준 것처럼 이번에는 내가 곁에서 융의 감각을 다시 살리는데 도움이 되고 싶어. 친구로서도, 함께 일하는 동료로서도, 그리고 우리를 이끄는 대장으로서 많이 고맙고 또 고마워." - 재성

"우리는 앞으로 어떤 모양으로 함께 하게 될까. 함께는 무조건일 것 같아서.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스스로와 서로가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우리를 선망하는 사람들에게 당당한 모습으로 서로를 위하고 사랑하며 살아가면 좋겠다." - 모연

"누구에게나 갈증의 시기는 오는 것 같아. 그 사람이 나약해서 그런 게 아니라 우리는 모두 유한한 존재잖아. 그 갈증의 시기에 물 한두 방울만 있어도 해소가 될 때도 있지만 어느 때엔 완전히 소진돼서 폭우 같은 비를 맞아야 해갈되는 것 같아. 어쩌면 융은 후자와 같은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게 아닐까? 시작은 융으로부터 비롯됐지만, 우리가 지속되고 나아가는 건 함께야." - 슬기

이 다이어리를 벌써 3번째 반복해서 읽고 있다. 읽을 때마다 엉엉 눈물이 난다.

최선을 다해 나의 부족한 모습을 각자의 방식으로 끌어안으려는 동료들을 보며, 부끄럽고 미안함을 느끼는 동시에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을 뽑으라'던 앞선 리더들의 현명한 말이 떠올랐다. 내가 그동안 쌓아오고 만들어낸 세계가 여기에 있구나. 나는 빛으로 둘러싸여 있구나.

언제든 혼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감각을 잠시 접어두고... 조금은 긴장을 풀고 여기저기 많이 기대 봐도 되는 걸까. 너무 아끼는 만큼 잃어버릴까 봐 여전히 아프고 무섭지만, 그런 일이 또다시 생긴다 할지라도 적어도 내 마음을 아끼지는 말아야지. 나중에 또다시 상처받는 일이 생긴다고 하더라도 최선을 다해 사랑을 퍼부은 시간은 결코 후회한 적이 없으니.

예전의 정체성을 버리고 또다시 새로운 정체성을 갈아입을 때라는 걸 이번 여행이 알려주는 듯하다. 각자의 다양성이 환영받고 존중받는 세계를 만들고 싶어 나 혼자 리드하는 것이 아니라 방향을 제시하는 '내비게이터'로 내 직급을 직접 이름 붙였듯이. 또다시 용기를 내서 새롭게 흘러간다면, 오히려 내가 진짜로 바라왔던 대로 각자 빛을 내면서도 서로에게 그 빛을 내어주는 우주를 비로소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여전히 고민되고 해결해야 할 현실적인 문제들도 많지만 나는 또 방법을 찾아낼 거라고 말해주는 듯하다.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드러낸 여행이었다. 어둡고 부족한 면이 드러나는 시기가 있을지라도, 그것이 꼭 나의 해결해야 할 '문제'나 스스로를 자책하는 방식으로만 생각되지는 않기를. 흠이 없이 완벽해지는 것이 우리의 목적이 아니니까. 빛 속에도 어둠이 있고, 어둠 속에도 빛이 있다. 그것이 통합되었을 때 우리는 더 성숙한 자아로 나아갈 수 있다. 내가 가진 결핍과 나의 모난 모습들을 드러낸 뒤에도 사랑받을 용기. 내가 먼저 나의 그림자를 수용하고 내가 바라는 최선의 내 모습이 되기 위해 다시 노력하는 용기를 다시 내보려고 한다.

자기 의심에서 벗어나 사랑과 빛이 느껴지는 쪽으로 몸을 돌린다. 역시 한 사람 한 사람이 별이고 우주다. 서로의 빛과 에너지를 감싸고 응원하며, 때로는 주고 때로는 받으며 인생이란 여정을 함께 걸어간다. 혼자라고 느껴지는 순간에도 누구도 결코 혼자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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