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구독자 님. 예시입니다.
지난 뉴스레터를 쓰고 벌써 세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네요. 그간 무탈히 잘 지내고 계셨나요?
저는 정리와 비움의 시간을 보내며 無의 상태로 새로운 한 해를 시작했어요. 지난 레터에서 보셨겠지만, 내향인인 나를 인정하고 내가 편히 숨 쉴 수 있는 방식으로 살아보고 싶다는 결심을 하게 됐거든요. 왠지 모를 큰 용기라는 것을 낸 뒤로 無의 상태가 된 것이 불안하기도 막막하기도 했지만, 완전히 0은 아닐 거라고, 아니 0이어도 괜찮다고 계속해서 스스로 다독여주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렇게 생긴 빈 여백의 공간에 그동안 제 삶에서 멀어졌던 것들에 다시 손을 내밀기도 했고요.
지난주 슬기의 레터에서 보셨겠지만, 2월 초에는 사콜 멤버들과 일주일 동안 발리 워크샵을 다녀왔답니다. 여행 중 다리를 접질리는 바람에 여행의 절반은 숙소에서 멤버들이 신나게 노는 모습을 구경하며, 발리에서 하고 싶던 많은 것들을 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그것만으로도 좋았습니다. 챙김이 필요한 사람이 된 덕택에 제 속도에 맞춰 걸어주는 동료들의 애틋함을 진하게 느끼며 일상의 감사함을 안고 돌아오게 됐거든요.
여행에서 돌아와 병원을 갔더니 발목 인대 두 곳이 부분 파열되었으니 한 달간은 이동을 자제하며 운동은 절대 금지라고 하더군요. 여행에서도 괜찮았던 마음이 서글퍼지는 대목이었습니다. 1월 한 달 동안 제가 가장 열심이었던 건 요가 수련이었어요. 매주 4-5번씩, 하루에 두 타임씩 수업을 들을 정도로 몸과 마음을 수련하는 데 집중했었거든요. 그런데 한 달 동안 요가 금지라니. 열심히 수련하며 연습해 온 동작들이 다시 도루묵이 될 거라 생각하니 아찔한 마음이 앞섰습니다. 한 달 만에 요가를 다시 가게 되면 수련을 하지 못한 시간만큼 제 몸은 다시 無가 되어 있겠죠. 1월 내내 괜찮다고 다독였던 것처럼 다시 또 스스로 되뇌어봅니다. 괜찮다고. 다시 시작하면 된다고. 또다시 시간을 들이면 능숙해지는 시간이 찾아올 거라고. 어쩌면 올해는 無의 상태를 담담히 받아들이는 연습을 계속해 나가며 그 시기를 즐기는 한 해가 될지도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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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NTENTS] 좁고 깊은 삶을 산다는 것 by 예시
■ [TIP] 직장 다니며 프리랜서로 길 찾기 by 희
■ [NOTE] 해찬의 일기 - SIDE in 발리 #2
■ [보너스 코너] 요즘 리스트 by 예시


좁고 깊은 삶을 산다는 것
작년 한 해 동안 나는 내내 ‘깊이’에 목말라 있었다. 분명히 열심히 살았는데, 이상하게 남는 게 없다는 기분. 일 년 내내 무언가를 했는데도 그게 내 안에 차곡차곡 쌓이는 느낌이 아니라, 자꾸만 휘발되는 느낌이었다. 에너지는 사방으로 흩어지고, 머릿속에는 계속 뭔가를 넣고 있는데 밑 빠진 장독처럼 줄줄 새어버리는 기분. 하나의 일이 끝나면 또 다른 숙제가 기다리고 있었고, 그 숙제가 끝나면 또 다음 것이 와 있었다. 숨 돌릴 틈 없이. 그래서 한 해를 돌아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 어떤 것 하나에도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구나.’ 왜 이렇게 모든 게 온 사방으로 증발해 버리는 걸까 고민하던 중에 꼭 필요한 한 권의 책을 만났다. <좁고 깊게 산다는 것에 관하여>.

“좁고 깊은 삶이란
누구 혹은 무엇에 몰두하든지 주변의 필요 없는 것을 버리고
그 대상에 온전한 관심을 쏟는 삶이다”
저자는 오랜 시간 수도승으로 살며 자신의 스승으로부터 얻은 깊은 가르침을 전파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 이 책을 펼치기 전에 나는 좁고 깊은 삶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좁고 깊은 삶을 살기 위해 나는 어떤 것에 집중해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며 알게 됐다. 내 삶이 얕아진 건 단지 할 일이 많아서가 아니라 내 인식이 계속해서 흩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라는걸.
‘좁고 깊은 삶’을 빼앗는 문제의 주범, SNS
요즘 우리는 가만히 있어도 끊임없이 무언가를 보게 된다. 인스타그램을 켜면 피드가 끝도 없이 내려가고, 유튜브는 알고리즘이 다음 영상을 자동으로 틀어준다. 레퍼런스를 찾으려고 피드를 내리다가 어느새 전시 정보에 꽂혀서 검색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애초에 내가 찾으려던 건 잊어버린 채로. 이처럼 정보가 무한히 쏟아지는 SNS는 사람들이 점점 더 집중력을 잃어가는데 일조하는 아주 강력한 주범이다. SNS를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인식의 통제권을 내가 아닌 주변 환경에 빼앗겨 버린다. 내가 선택해서 본 게 아니라 보이는 것을 따라가는 상태. 그 상태가 지속되면 우리의 주의는 계속해서 산만해질 수밖에 없다.
프리랜서일수록 ‘좁고 깊은 삶’이 필요하다
나는 지금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다. 정해진 출근 시간도 없고, 정해진 공간도 없다. 24시간 동안 내가 어디에 있을지, 언제 일할지를 스스로 정한다. 이건 내가 원했던 자유였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자유 안에서 나는 자주 산만해졌다. 바쁠수록 이는 극에 달했다. 누군가를 만나고 있을 때도 일 관련 연락이 오면 바로 답을 하고, 밥을 먹으면서 메일을 처리하고, 머리를 말리다가도 메시지를 보내곤 했다. 그렇게 여러 가지의 일을 동시에 하면서 결국 그 무엇 하나에도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는 기분을 느낄 때가 종종 있었다. 회사를 다닐 때는 그래도 출근이라는 물리적인 장치가 있었다. 영화관에서는 영화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지듯 회사는 그 공간 안에서는 일에 몰입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마련된다. 하지만 프리랜서는 다르다. 내가 있는 곳이 곧 일하는 곳이 된다. 다양한 일이 벌어지는 환경에서 삶과 일의 경계 없이 일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내 인식의 통제권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좁고 깊은 삶’을 위한 가장 중요한 핵심
나의 인식은 내가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마음에 존재하는 다양한 영역 중 내 인식을 어디에 둘 것인지 스스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주변 환경 혹은 누군가에게 내 인식이 휘둘리도록 내버려두어서는 좁고 깊은 삶을 살 수 없다. 인식이 마음속 특정한 영역으로 반복적으로 향하면 그곳으로 더 많은 에너지가 흐르고 그 영역은 강해진다.
‘좁고 깊은 삶’을 만들어주는 2가지 도구, 집중과 의지
💡 집중 = 인식을 다른 곳으로 옮기겠다고 의도적으로 선택하기 전까지 어느 한 곳에 붙들어두는 능력
의지 = 주어진 시간 동안 모든 에너지를 하나의 지점을 향해 보내는 것
좁고 깊은 삶을 만들기 위해서는 매일 반복하는 일을 정해 집중력과 의지력을 키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꼭 매일 반복하는 일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 그래야 매일 실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동안 집중을 ‘오랫동안 하나만 하는 능력’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꼭 긴 시간이 아니어도 괜찮다는 걸 알게 됐다. 몇 분이든, 짧은 시간이든 내가 의도적으로 선택해서 그 일에 인식을 두고 있다면 그 역시 집중이었다. 의지는 더 명확했다. 한번 시작한 일은 끝을 낼 것. 끝냈다면, 부족한 부분은 없는지 한번 더 손을 볼 것. “이 정도면 됐지”에서 멈추지 않는 마음을 가질 것. 이불을 펴는 데서 끝내지 않고, 조금 더 단정하게, 조금 더 정돈된 상태로 만들어보는 일. 설거지를 미루지 않고 그 자리에서 마무리하는 일. 놀랍겠지만, 사소해 보이는 이 반복이 내 의지력과 집중력을 조금씩 단단하게 만들어준다.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다시 시작한 모닝페이지
나는 집중력을 높이기 위한 첫 번째 수련으로는 모닝페이지를, 의지력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는 매일 아침 이불 개기를 선택했다. 모닝 페이지는 11월부터 2권의 노트를 썼다. 매일 내 집중력을 점수로 매겨 스승님에게 숙제하듯 제출했다는 저자의 이야기를 보고, 나도 다이어리 끝 빈 공란에 매일의 집중력 점수를 매기고 있다. 1월에 못 쓴 날들도 많고 온전히 집중하지 못해 점수가 낮은 날도 많지만 계속해서 반복해 수련하다 보면 집중력과 의지력이 조금씩 향상될 거라 믿는다.


구독자 님은 좁고 깊은 삶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어떤 것을 시작해 보고 싶나요?
올해 같이 집중력과 의지력을 키워보는 한 해를 보내지 않으실래요? 😊
[TIP] 직장 다니며 프리랜서로 길 찾기 by 희
구독자 님은 지금,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나요?
어쩌면 ‘좋아하는 일’은 꼭 본업이어야만 하는 건 아닐지도 몰라요.
삶의 커다란 목표였던 직장을 다니면서도, 마음 한편에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은 뭘까?’ 고민하고 있다면 스토리 크리에이터 희가 전하는 ‘직장 다니며 프리랜서로 길 찾기’ TIP 을 들어보세요.
지금은 4년 차 전업 프리랜서, 그 전 2년 동안은 회사와 프리랜서를 병행하며 방향을 찾아온 희의 이야기가 구독자 님에게 힌트와 용기가 되어줄 거예요! ✨
[해찬의 일기] SIDE in 발리 #2
사이드 크루의 발리 여행, 두 번째 이야기!
발리에 도착한 다음 날,
융 대장이 준비한 코스를 따라 우붓 곳곳을 뽈뽈뽈 돌아다녔어요.
이른 아침 숙소 테라스의 풍경부터 과장 조금 더해 사람 키만 한 영수증,
그리고 현지인들의 일상적인 모습까지.
해찬의 시야에 들어온 작은 이야기들을 모아봤습니다.
발리에서 만난 장면이지만,
한국에서도 느낄 수 있는 마음들인 것 같아요.
오늘 구독자 님의 하루에 여행자의 설렘이 더해지길 바라요! 🗺️🧳
🔭 보너스 코너! 요즘 리스트 by 예시
💿 now playing - 시규어 로스
지난달에 연남동에 위치한 ‘Tilt(틸트)’라는 청취 공간에서 시규어 로스의 음악을 듣고 왔습니다. 최북단 얼음의 나라인 ‘아이슬란드’ 밴드여서인지, 겨울의 찬 바람에 가장 먼저 꺼내들게 되는 곡인데 음악에만 몰입해 들을 수 있는 공간에서 들으면 어떨까 궁금했거든요. 기묘한 영화에 입장하는 것만 같은 입구부터 음악과 곁들일 수 있는 차 한 잔, 기승전결이 느껴지는 섬세한 선곡까지 완벽한 시간이었습니다. 요일별 다른 리듬으로, 다양한 아티스트의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데요.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노래가 큐레이션 되는 날, 꼭 한 번 경험해 보시기를 추천해요.

📚 now reading - 임경선 <교토에 다녀왔습니다>
오래전 읽었던 책인데 다시 읽고 싶어 펼치게 됐습니다. 누군가는 여행 에세이로 이 책을 읽겠지만, 전 이 책을 브랜딩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교토에 살았던 경험이 있는 저자의 눈으로 담은 교토다움을 볼 수 있거든요.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천 년의 세월이 담긴 교토라는 도시가 일관되게 품어온 그 정서를 참 많이 애정합니다.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않는 것을 간직한 이야기들을 읽으며 내가 이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내가 살고 싶은 삶의 태도와 참 많이 맞닿아 있구나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됐습니다.
📽️ now watching - 할머니가 죽기 전 백만장자가 되는 법
이번 설 연휴에 보게 된 넷플릭스 영화입니다. 우연히 예고편을 보다가 지나친 이 한 줄에 나중에 봐야 할 영화 리스트에 넣어뒀었죠. “어르신들은 무엇보다 간절히 원하지만 자식들이 절대 주지 않는 게 뭔 줄 알아? 바로 시간이야” 사촌이 할아버지 간병 후 집을 상속받은 것을 보고 대장암 말기 판정을 받은 할머니를 간병해 드리기 시작한 손자와 할머니의 이야기인데 눈물 버튼일 줄은 알았지만 더 많이 눈물 흘린 것 같네요. 마지막 엔딩에서는 꺼이꺼이 광광 울어버렸다능. 태국 광고 특유의 따뜻함을 좋아하는데, 이 영화에서도 그 따뜻함이 느껴져서 더 좋았던 영화였어요 🍎
💫 today's quote - Quiet people have the loudest minds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의 명언으로 알려진 문장인데, 저는 박진영과 싸이가 심사위원으로 출연했던 ‘라우드’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이 문장을 알게 됐어요. 조용한 사람의 내면이 가장 소란스럽다는 뜻으로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다른 내면의 힘, 특별함에 대한 문장이라 제게 큰 용기를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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