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 님, 안녕하세요. 슬기입니다.
연일 비가 내리더니 여름도 쏙 사라진 것 같아요. 너무 뜨거워서 빨리 지나갔으면 했는데, 막상 가니까 조금 아쉽네요 하핫..🌞 왜 항상 지나간 계절은 아쉬움을 남길까요!
올해 시간이 유독 빨리 가는 듯해요. 여러 모로 제게 특별한 해여서 그런 가봐요. 서프라이즈 선물처럼 아이가 찾아오기도 했고, 동료들과 어느 때보다 뜨겁게 일하고 이뤄낸 해이기도 해요. 그리고 제가 프리워커로 일하기 시작한 지 만 4년이 된 해고요. 4년이라는 숫자가 그리 상징적이지 않을 수 있겠지만, 저는 어릴 적부터 한 자리에서 3년 이상을 버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3년마다 한 번씩 권태가 찾아온다고들 하잖아요. 그 권태와 '다 아는 듯한 착각'을 딛고 더 깊이 들어가는 사람이 되고 싶었달까요? 그런데 3년을 지나 4년 넘도록 지금을 지속하고 있는 제가 얼마나 기특한지!
4년 전을 돌이켜 보면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불안해 하고 조급해 하는 제가 떠올라요. 여러 환경이 저와 맞지 않았던 탓도 있었겠지만, 그때의 저는 아물지 않은 상처 같았어요. 작은 자극에도 아프고 상해서 자주 괴로워 했죠. 공격성도 높았던 것 같아요. 공격 대상이 주로 타인이 아닌 스스로에게 향한 게 가장 큰 문제였죠. 자기 혐오와 연민이 뒤엉켜 왜곡된 프레임으로 자신과 세상을 대했어요. (몇 가지 사건만 돌이켜 봐도 이불 차고 싶은 순간이 참 많네요ㅎ.ㅎ...) 그래도 지난한 시간 덕에 굳은 살과 근육을 얻었어요. 그 시간들이 없었다면 갖지 못했을 지금의 내 모습. 앞으로 더 많은 날 동안 여물어 가겠죠?
요 며칠 모처럼 여유 있는 나날을 보내고 있어서 그런지, 괜스레 업무 회고가 하고 싶은 날입니다. 오늘은 인사이트를 줘야겠다는 마음보단 경험 나열을 간단히 해보려고요. GPT가 얼마 전에 제게 자꾸 글을 쓸 때 해석하려 하지 말고 경험하라는 조언을 해주더라고요? (녀석..) 대단하진 않지만, 구독자 님에게 어떤 감응을 전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이번 주 SIDE 몰아보기 👀
■ [NOTE] 프리워커 4년, 전환점 회고록 - 1편 by 슬기
■ [TIP] 김정현의 동분서주 - 여행과 출장 사이, 셀프 워크숍 떠나기
■ [NEWS] 사이드 매거진 2호 <의도적으로 느리게 가는 삶> 발행

프리워커 4년, 전환점 회고록 - 1편

❶ 2022년 6월, 초여름 - 의도치 않은 떠돌이 생활
첫 사회 생활을 시작한 지 딱 3년이 되던 해에, 비자발적 백수(?)가 됐다. 잡지사 에디터로 시작해 커뮤니티 매니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매니저를 거쳐, 비주얼 디렉팅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패션 업계에 뛰어들었다가 뜻밖의 난관에 부딪힌 해. 따지고 보면 그다지 큰 어려움은 아닌데, 그때 내가 느낀 좌절감은 적잖이 컸다. 비주얼 만드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너무 크기도 했고, 워낙 박봉으로 유명한 업계였기에 당시 내가 끌어쓸 수 있는 대출 한도 90%를 끌어다가 시작한 일이었기에. (나는 주말, 연휴, 밤과 새벽 근무 상관 없이 월급 140 정도 받았는데, 이 정도면 감지덕지라는 말을 들었다.)
그 결과가 4개월 만에 팀을 나오는 것이라니. 실패라는 감각보다 더 힘들었던 것은 당장 뭘 해야할지 알 수 없는 막막함이었다. 아니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당장 갚아야 할 빚이었다. 다행히(?) 생존 본능이 막막함을 이겼다. 돌이켜 보면 내 커리어에서 가장 무력한 순간에 나타난 위기가 나를 살렸다. 일단 할 수 있는 건 닥치는 대로 하자는 심정으로 다시 글을 쓰기로 했다. 관심도 없던 HR 기업의 B2B 뉴스레터 작성부터 네이버 블로그 댓글 알바, 크몽 알바, 브런치 카페 알바까지. 감사하게도 비주얼 디렉팅 에이전시 팀에서도 현장 인력이 필요할 때 아르바이트로 나를 찾아줬다.
❷ 2022년 9월, 가을 - 나에게 맞는 안정을 택하는 갈림길
여러 아르바이트를 외주 삼아 생활비를 감당하고 있던 와중에 이력서를 정리하고 제출하는 일도 소홀히 하지 않았는데, 안타깝게도 인력 시장에서 나는 그리 긍정적인 반응을 얻지 못했다. 서른 곳이 넘는 곳에 지원을 넣었는데 서류 문턱조차 넘지 못했으니. 무작정 100곳에 이력서 넣겠다는 오기만 품었다.
그렇게 악바리로 이력서를 쓰는 와중에 세 곳에서 연락이 왔는데, 그 중 한 곳이 사이드 에디터 자리, 한 곳은 이제 막 시작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의 브랜드 마케터 자리(정규직은 아니고 프리워커 형태로 일정 기간 일하는 계약직), 다른 한 곳은 '프레인 (광고대행사)'이었다.
두 가지 선택지가 놓였다.
1) 광고 대행사에서 제때 월급 받으며 남들에게 설명할 수 있는 일을 한다.
2) 사이드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에서 프로젝트 단위로 일한다.
그때만 해도 내 인생에서 홀로 일하는 프리랜서를 하고 싶은 마음은 1도 없었기에 월급이 따박 따박 나오는 광고 대행사를 택하는 쪽이 좋은 선택지처럼 보였다. 남편도 그쪽이 지금으로썬 더 좋지 않겠냐고 제안했고, 무엇보다 나는 실패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정해진 틀 속에 들어가는 게 곧 안정을 의미하지 않음을, 머지 않아 깨달았다. (광고 대행사에서의 면접은 지금도 기억에 남을 정도로 인상적이었다(N)). 그렇게 나는 최종 합격을 거절하고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프리워커의 길을 택했다.
❸ 2022년 10월 - 사이드와의 첫 만남, 그리고 본격 프리워커 데뷔
융, 희, 올리비아와 함께 시작한 사이드와의 인연. 처음 융과 줌으로 했던 인터뷰가 아직도 생생하다. 면접인지, 커피챗인지, 수다인지 가늠이 안 갔던 인터뷰. 그만큼 편안했고 솔직했다. 융은 나를 비롯해 함께 하고 싶은 다른 크루들의 이야기도 했고, 앞으로 그려나가고 싶은 길에 대한 이야기도 꺼냈다. 30여분간의 인터뷰를 마치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보고 같이 하자고 한 거 맞나?' 합격 배지를 받지 않았는데, 이미 배에 탑승한 것 같은 기분으로 며칠을 보내니, 단톡방이 개설됐다. 당시 올리비아와 희는 캐나다에 있었기에, 우리의 첫 만남은 온라인에서 이뤄졌다. 그렇게 사이드와의 여정이 출발을 알리며, 내 인생에 그려보지 않았던 지도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여기서 잠깐!🤚
글을 적다 보니 역시 4년이라는 시간이 짧은 소회로 끝나지 않을 것 같아요..^_ㅜ 최대한 키워드 중심으로 정리해보려던 게, 아무래도 저의 지난 회고는 두세 편으로 나눠 적어야 할 것 같습니다. 아래 영상은 2024년에? 찍은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2024년 3월에 사이드 콜렉티브가 법인이 되며, 그리고 제가 정규직 형태로 크루에 합류하며 융과 나눈 대화가 담겼어요. 프리워커로 일하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의 생각이 담겼는데, 지금 다시 보니 아직도 이 마음으로 일하고 있더라고요.
변하지 않고 지켜온 제 방향성이 대견한 동시에 그걸 지키게 도와준 동료들과 사콜에 참 감사하단 생각이 들어요💙 절대 절대 인생은 혼자 견딜 수 없는 것..<3
회고 후속편으로 돌아오기 전에, 이 영상을 먼저 가볍게 봐주세요 호호..
김정현의 동분서주 - 여행과 출장 사이, 셀프 워크숍 떠나기
사이드 게스트 크루 [김정현의 동분서주] 업무 회고 3편을 공개합니다!
프리랜서는 출장이나 워크숍을 보내줄 회사가 없죠. 하지만 프리랜스 에디터 정현은 오래 꿈꿔온 런던 여행에 ‘셀프 출장’, ‘셀프 워크숍’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현지 호텔에 직접 제안서를 보내 숙박 협업을 성사시키고, 만나고 싶었던 사람들의 인터뷰를 기획해 국내 매체에 제안하기까지. 여행을 하나의 프로젝트로 만들기 위해 직접 명분을 만들고 기회를 찾아 움직인 과정을 담았습니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뭐라도 시도하고 만들어 결국 자신의 기회로 연결한 프리랜서 에디터의 런던 셀프 워크숍을 [김정현의 동분서주]에서 만나보세요!
지난 6월 런던 여행을 다녀왔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14박 15일 간의 여정이었다. 나는 여기에 ‘셀프 출장’, ‘셀프 워크숍’이라는 부제를 달았다. 여행이면 여행이고 출장이면 출장이지, 무슨 셀프 출장에 셀프 워크숍? 여행도 출장도 다녀오고 싶지만 명분도 클라이언트도 부족한 프리랜서 김정현 씨의 안간힘으로 해석해 주시면 어떨까. ‘아무도 안 보내주니 나라도 보내주자’ 싶어 계획한 여름 런던행. 그 준비와 시도 과정을 세 번째 업무 회고에 담았다. 여행과 출장 사이, 에디터의 인사이트 트립은 어떻게 성사됐는가.
[Why] 여행 겸 출장의 확실한 명분이 필요했다
해외 출장이나 워크숍을 가보고 싶었다. 더 넓은 세상에서 만나고, 배우고, 자극받고 싶었다. 특히 런던은 오랜 시간 가보고 싶었던 곳이다. 누구나 알만한 유명 관광지 말고도 각자의 개성과 매력으로 겸비한 로컬 숍과 브랜드, 크리에이티브 피플이 즐비한 도시. 그러나 워크숍을 보내줄 회사가 내겐 없었다. 출장이 필요한 일감을 던져주는 클라이언트도 없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셀프로 직접 보내줘야겠다고. 제안도 검토도 결재도 혼자서 1분만에 가능했다. 문제는 비용도 나 혼자 감당해야 했다는 거다. 항공권에 숙박비에 기타 경비까지 2주 간의 런던행에는 족히 5, 600만원은 들 터. 게다가 ‘내돈내산 출장’이라는 말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었다. 여행과 출장을 가르는 기준은 무엇인가? 그냥 열심히 놀고 온 여행을 생산적인 경험으로 채운 워크숍으로 포장하기란 얼마나 쉬운 일인가. 지금 내가 그렇게 여유 부릴 상황인가… 말하자면 내게는 확실한 명분이 필요했다. 찝찝함 없이 개운한 합리화를 도와줄 명분이.


[What] 용기 내어 제안서를 만들어 보냈다
크게 두 종류의 콘텐츠 제안서를 만들었다. 하나는 현지 호텔에서 숙박을 제공받고 홍보 콘텐츠를 제작하는 파트너십 건. 다른 하나는 런던에 거주하는 인물을 인터뷰해 국내 매체에 싣는 기사 작성 건.
(1) 런던 현지 부티크 호텔의 숙박권을 따내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내가 투숙하고자 하는 6월 중순은 이미 성수기로 접어든 시기인 데다, 냉정하게 말해 1.1만 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보유한 김정현 씨는 파급력 있는 인플루언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대신 도시 라이프스타일을 다루는 에디터, 특히 매력적인 로컬 스팟을 발굴하고 소개하고 기록하는 에디터라는 정체성을 적극 내세웠다.
[So] 중요한 경험과 사례를 얻었다
(...)세상에는 비용을 절약하며 여행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평소 궁금했던 지구 반대편의 사람들을 만나볼 다양한 기회도 있다. 그 방법을 찾기 위해서, 그 기회를 획득하기 위해서 나는 움직였다. 멀리 떠나고 싶다는 욕망과 출장 한번 가보고 싶다는 욕망을 잇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궁리했다. 내가 가진 자원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고 가장 적합한 방식을 찾아 테스트하면서. 제안서를 만들고, 먼저 연락해서, 협업을 성사시키기. 이 과정을 통해 개인적인 휴가를 출장 겸 여행으로 업그레이드하기. 작은 시도가 구체적인 결과물로 실현될 수 있음을 확인한 경험이, 시작부터 끝까지 프로젝트 전반을 내가 주도적으로 기획하고 책임진 사례야말로 이번 런던 셀프 워크숍의 가장 큰 성과다.
✴︎ Writer. 게스트 크루 김정현 (@kimjeonghyeon_)
프리랜스 에디터. 다양한 매체/브랜드와 일하며 주로 도시의 흥미로운 장소와 사람과 콘텐츠를 소개한다. 에세이 『나다운 게 뭔데』를 썼다. 취재와 원고 작성부터 사진 촬영, 토크 프로그램 기획 및 진행, 라이브커머스 패널까지 분야와 형식을 가리지 않고 활동한다. ‘시티털보’라는 이름으로 개인 숏폼 콘텐츠도 만들고 있다.

사이드 매거진 2호 <의도적으로 느리게 가는 삶> 발행!
🍊슬기: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사이드 매거진 2호 <의도적으로 느리게 가는 삶>이 출간 소식을 알립니다🎊 이번 매거진 <의도적으로 느리게 가는 삶>은 저희가 가~장 바쁠 때 제작돼 나왔다는 게 참 아이러니 하지만, (🤣)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느리게'보다 '의도적으로'라는 수식일지 모르겠습니다. Navigator's Letter에서도 읽어보실 수 있지만, 저희는 느리게 가는 삶을 단지 속도의 문제로 보지 않았거든요.
내 삶의 주도권을 타인이나 다른 도구에 내맡기는 게 아니라, 내 의지로 가져오는 것. 그래서 빠름이 기본이 된 이 시대에, 나만의 속도와 자리를 지켜가는 것. 그러한 삶의 태도와 자세를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SIDE 매거진 2호에는 그런 '자기만의 속도를 지켜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사콜 크루들이 흔들리던 시기에 다시 페이스를 되찾은 에세이부터, 묵묵히 자신의 철학과 기준을 지켜나가는 브랜드들, 일부러 번거로운 길을 택한 아티스트들. 세상의 속도가 아닌 '나'의 속도로 살아가는 다능인의 이야기와 함께 구독자 님의 속도를 의도적으로 늦춰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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