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DE 234호: 사라지는 것을 사랑하는 법

비디오그래퍼 수현이 기록한 서울의 흔적

2025.08.20 | 조회 4.14K |
0
|
SIDE의 프로필 이미지

SIDE

다능인 커뮤니티 사이드, Since 2020 😇 𝗦𝘁𝗮𝗿𝘁. 𝗜𝗻𝘀𝗽𝗶𝗿𝗲. 𝗗𝗿𝗲𝗮𝗺. 𝗘𝘅𝗽𝗹𝗼𝗿𝗲.

첨부 이미지

구독자 님, 안녕하세요. 수현입니다.

 

봄에 인사드렸는데, 어느덧 한 계절이 지나 다시 소식을 전하게 되었네요. 유난히 무더운 여름, 모두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지난 뉴스레터에서는 ‘태국 여행 큐레이션’을 통해 저만의 여행을 소개해 드렸는데요. 이번에는 조금 다른 ‘여행’ 이야기를 전해보려 합니다.

멀리 떠나는 여행도 좋지만, 때로는 곁에 있는 이야기가 더 깊은 여운을 남기곤 해요.
오늘은 제가 오랜 시간 머문 동네, 홍제동 이야기를 나눠보려 합니다.

첨부 이미지
첨부 이미지
첨부 이미지

사라지는 것을 사랑하는 법

저는 스무 살에 상경한 이후 줄곧 서울에 머물렀습니다. 네 번의 이사를 했지만, 늘 ‘홍제동’이라는 울타리 안에서만 살아왔어요. 특별한 인연이 있는 동네는 아니었습니다. 그저 대학 근처에서 자취방을 구하다 보니, 위치나 가격이 적당해 선택한 곳이었죠. 이십 대 초반에는 동네에 특별한 애정을 갖지 않았습니다. 막 어른이 된 저는 활기차고 새로운 동네에 대한 로망이 있었거든요. 그러다 세계여행을 떠났고, 3년 뒤 서울로 돌아왔을 때 다시 홍제동에 자취방을 구했습니다. 여전히 이 동네가 가장 저렴했으니까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홍제동은 전혀 다르게 보였습니다. 동네 뒤편으로는 산이 펼쳐져 있고, 따릉이를 타고 공원을 따라 달리다 보면 20분 만에 한강에 도착할 수 있어요. 산이 많아 개발이 더딘 이곳은 서울 같기도, 서울 같지 않기도 한 독특한 정서를 품고 있죠. 최근에서야 카페 몇 곳이 생기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힙한 카페’ 하나 없는 이 동네가 오히려 반골 기질 가득한 제 성향과 묘하게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이곳은 저도 모르게 애정을 품게 된 동네가 되었어요.

 

하지만 그런 홍제동도 조금씩 변하고 있습니다. 제가 두 번째로 살았던 집에서 나오게 된 배경엔 재개발 확정 소식이 있었어요. 이사 한 달 전쯤이었을까요? 저희 집은 언덕 꼭대기에 있어 마지막 차례였지만, 이미 아랫동네는 하나둘 허물어지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점심 약속에 급히 나서던 길. 무너지는 집을 바라보고 계시던 한 할아버지를 마주쳤습니다. 그분이 단지 동네 주민인지, 그 집에 살았던 분인지 알 수는 없었어요. 제가 함부로 안타깝다고 말할 수도 없는 장면이었죠. 다만 그 풍경을 바라보며, 저는 ‘흔적’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수십 전만 해도 무너지는 문을 통해 아이들이 학교를 향해 달려 나갔을 것이고, 직장 상사의 압박에 시달린 가장이 얼큰하게 취해 비틀거리며 문을 잡고 집에 들어섰겠죠? 아이들이 모두 떠난 남겨진 어느 노부부가 시장에 때마다 나섰을 문일지도 모르고요. 건물은 무너져도, 건물에 깃든 시간은 무너지지 않더군요. 그리고 여전히 살아있는 시간 속에는 사람이 머문 흔적도 남더라고요.

 

첨부 이미지

대학 시절, 미술 교양 수업 중 교수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불에 타거나 훼손이 심한 문화재일지라도 그 자리에 그대로 보존하는 이유는, 사라진 부분을 보며 상상하는 힘을 기르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때는 잘 와닿지 않던 말이 이제서야 깊이 이해됩니다. 사라지는 것을 안타까움이나 연민의 시선으로만 보는 게 아니라, 무력함에 머무르지 않고 상상력을 더해 새로운 창작으로 이어갈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 흔적을 마음에 고요히 담는 일이라 느꼈습니다.

 

서울은 종종 저에게 찬란하지만, 쓸쓸한 도시처럼 느껴집니다. 새로 생겨나는 건물들과 사라지는 것들이 끊임없이 교차하는 이곳. 그래서 더 사랑하게 되고, 그래서 더 안타까운 도시. 저는 카메라를 들고, 최근 재개발이 확정된 홍제동의 또 다른 마을을 찾아갔습니다. 무너진 건물 앞에서 약간의 두려움도 있었지만, 그곳을 걸으며 사진을 찍고, 기록했습니다. 이것이 기록의 힘이고, 상상력을 보태는 작업, 사랑하는 도시를 위한 저의 작은 표현이니까요.

 

사진을 인화해 바라보다가, 떠나는 것들을 애써 붙잡지 않기로 했습니다. 대신, 슬픔 속에서 나만의 시선과 상상으로 기억하고 나아가보려고요.

 

여러분은 어떤 ‘사라짐’을 기억하고 계시나요?
그 기억은, 어떤 상상으로 다시 살아나고 있나요?

첨부 이미지
첨부 이미지
첨부 이미지

 

첨부 이미지
첨부 이미지
첨부 이미지

사이더가 바라본 사이드 👀

봄과 여름을 지나 가을 바람이 솔솔 불어오니 문득 궁금해졌어요. 사이더들은 사이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이에요. 그래서 몇 가지 질문을 준비했습니다! 아래 버튼 혹은 위 이미지를 눌러서 사이드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과 느낌을 나눠주세요. 아주 주관적일수록 매우 좋습니다. 작고 소소한 의견도 대환영! 적극적인 주접은 매우 x1000 환영! 💓 물론 아쉬움을 나눠주셔도 좋아요!

다음주 레터가 발행될 때까지 일주일 동안, 의견을 남겨주신 분들 중 5명을 추첨해 이제 어디서도 구할 수 없는 👕사이드 티셔츠를 선물로 드릴게요!

첨부 이미지
첨부 이미지

#사이더이벤트😇  책 <영혼 없는 작가>

첨부 이미지

매년 노벨 문학상 후보자로 거론되는 세계적인 이중언어 작가 '다와다 요코'의 대표작 <영혼 없는 작가> 를 소개합니다!

 

<영혼 없는 작가>는 산문과 픽션이 뒤얽힌, 전통적인 장르를 벗어난 단편집으로 반복되는 일상 속 언어와 사유에서 벗어나 다른 언어로 이동하고 낯선 사유를 만나는 다와다 요코의 문학 세계를 가장 또렷하게 보여주는 책이에요. 2011년의 초판의 개역 증보판으로, 독자들의 열렬한 복간 요청이 있던 만큼 알라딘 북펀드에서도 650% 의 펀딩률을 달성하기도 했죠.

 

<영혼 없는 작가>와 함께, 언어와 세계의 경계에서 태어나는 사유의 순간을 경험해보세요!

 

✔ 책 소개: <영혼 없는 작가>

독일어와 일본어로 글을 쓰는 이중 언어 작가. 얼핏 범상해 보이는 세계의 기호를 독창적인 시선으로 해독해 나가는 유심한 관찰자. 모(국)어와 외국어의 문턱을 넘어 다니며 몸의 감각으로 낯선 언어의 세계를 유영하는 유목민. 엄격하고 절제된 사유로 신화적 상상의 안팎을 넘나드는 샤먼. 40년 가까이 작품 활동을 하며 세계적으로 가장 뜨거운 작가 중 한 사람으로 자리매김한 다와다 요코를 설명하는 화려한 수식어들이다. 그의 이름을 문학사에 알린 대표작이자, 언어와 사물에 대한 작가 고유의 사유가 집약되어 있는 『영혼 없는 작가』 개역 증보판이 출간된다.

 

이번에 선보이는 『영혼 없는 작가』는 2011년 독문학자 최윤영 교수의 기획 및 번역으로 처음 출간되었으나 오랫동안 절판 상태로 있었던 『영혼 없는 작가』 초판본의 개역 증보판이다. 초판본에는 열네 편의 글이 수록되어 있었는데, 이번 새로운 판본에는 ‘다와다 유니버스’의 중요한 조각 아홉 편이 추가되었다.

 

전체 스물세 편의 글은 다와다 요코가 독일어로 쓴 『유럽이 시작하는 곳』(1991), 『부적』(1996), 『해외의 혀들 그리고 번역』(2002) 등 세 권에서 다와다 문학의 정수를 보여주는 단편들을 가려 뽑았으며, 그중에서도 몽환적이고 에세이적인 사유가 돋보이는 초기 대표작 『부적』 열여섯 편은 전부 번역해 실었다. 최윤영 교수는 이번 개역 증보판을 작업하며 새로운 단편들을 번역하는 작업과 함께 기존 번역문도 전면적으로 다시 손질했으며, 다와다 요코의 세계를 개괄하는 해설도 제공해 독자에게 풍성한 해석의 여지를 열어준다.

 

✔️이벤트 선물: <영혼 없는 작가> (5명)
 - 추후 당첨자에게 성함, 연락처, 주소 정보 받아 전달

 

✔️이벤트 참여 방법:
 - 이 책을 읽고 싶은 이유를 댓글로 달아주세요!
 - SIDE 인스타그램 @sideseoul 을 팔로우하면 당첨 확률이 높아집니다.

 

✔️이벤트 기간:
 - 이벤트 마감: 8월 26일(화) 오전 11시
 - 당첨자 발표(5명): 8월 27일(수) SIDE 인스타그램에서 개별 연락 드립니다.

오늘 사이드 레터 어떻게 읽었나요?
잠시만 시간을 내어 의견을 보내주세요.
사이드는 여러분의 소중한 피드백으로 성장합니다! <3

해보고 싶은 거 다 하고 살아요 ☺
SIDE에선 의심 대신 응원을,
현실적인 이유로 반대하기 전에
함께 이룰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합니다.
다양한 색깔을 지닌 여러분의 스펙트럼이 펼쳐지길.

👨‍🍳👩‍🏫👨‍💻👩‍🌾👨‍🔧👩‍🔬👩‍🎨🏓🛹

 


 💫 사이드와 더 가까워지는 곳

 SIDE.COMMUNITY
웹사이트 인스타그램

SIDE.Collective.
웹사이트인스타그램

*협업 제안은 아래 메일 주소로 부탁드립니다.

📧 side@sideuniverse.xyz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SIDE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제일 먼저 댓글을 달아보세요 !

다른 뉴스레터

© 2025 SIDE

다능인 커뮤니티 사이드, Since 2020 😇 𝗦𝘁𝗮𝗿𝘁. 𝗜𝗻𝘀𝗽𝗶𝗿𝗲. 𝗗𝗿𝗲𝗮𝗺. 𝗘𝘅𝗽𝗹𝗼𝗿𝗲.

메일리 로고

도움말 자주 묻는 질문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특별시 성동구 왕십리로10길 6, 11층 1109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라이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