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 SIDE 286호: 있는 그대로 보살펴 주는 시간

찬찬히 느긋하게 이 모든 걸 만끽하기

2026.08.19 | 조회 2.61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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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드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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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구독자 님, 영원입니다.

여름을 별로 즐긴 것 같지도 않은데, 벌써 8월 중순입니다. 좋아하는 계절을 이렇게 심심하게 보내줄 수는 없어, 얼마 전 '여름이 가기 전 할 일' 리스트를 적어보았습니다. 

 

  1. 무화과, 복숭아, 체리 잔뜩 먹기
  2.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다시 보기
  3. 8/12 유성우 보기
  4. 망원 한강 수영장 가기
  5. 홈메이드 아이스크림 만들기 ...

 

과일 먹기, 여름 느낌 가득한 영화 다시 보기, 집에서 아이스크림 만들기. 적고 보니 거창한 목표는 하나도 없더라고요. 최근 충분한 휴식을 취하거나 저를 잘 돌보지 못한다는 생각에 힘들어했는데, 리스트를 쓰면서 제가 바란 것들은 지금도 충분히 누릴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요. 

바쁘다고 장보기 배달 서비스를 신청하는 대신에 집 앞 10분 거리의 시장에서 계절 과일을 골라 오는 것, 길게 여행을 다녀오지 못한다고 달력을 째려보는 대신 자주 야외 수영장에 가 여름 햇볕을 쬐는 것. 

남은 여름을 만끽하려면 제법 바쁠 것 같아요. 저는 내일 오랜만에 시장에 가보려고요. 맛있는 복숭아를 사서 아이스크림을 만들어볼 생각입니다. 

구독자 님도 여름이 지루하거나 심심하다면 여름 버킷 리스트를 작성해 보시면 어떨까요? 

 


이번 주 SIDE 몰아보기 👀

■ [PLAYLIST] 두 살이 된 나, 있는 그대로 보살펴 주는 시간 by 킴제이


■ [NOTE] <하우스 아카이브> 기획자의 비하인드 by 융

■ [BONUS] 요즘 리스트 by 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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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살이 된 나, 있는 그대로 보살펴 주는 시간

 

삶은 내가 만들어간다고 생각했다. 계획을 세우고 목표를 설정하고 달렸다. 그러면 증명되는 숫자들이 나라고 여겼다. 출산 후 모든 한 시간마다 일어나서 수유를 하니 시간이 다 무너졌다. 아기 돌이 돼서 좀 잘만 한가 돌상 차린 날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섬망이 온 아빠는 소리를 질렀고 병원에선 아빠를 돌봐줄 수 없다고 했다. 모든 게 무너졌다. 겨우 산후 우울도 이겨냈는데 아빠가 이러면 어떻게 해? 몇 주를 아빠를 붙잡고 따라다녔다. 경찰에도 전화했다가 푸른 새벽에 산이나 들어갔다. 공기라도 좋으면 괜찮아지려나. 절 하나가 있었고 열린 문틈으로 도망쳤다.

절을 하는 방법도 모르고 불교도 모른다. 도망칠 곳이 없다. 냅다 부처한테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용서합니다.”를 말했다.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아빠 얼굴이 도동실 떠올랐다. 삶이 지금 아빠의 얼굴로 배움을 주는 거라면 뭘까. 세상이 찢어지고 팔다리 없이 마음 허우적거려도 너를 사랑하겠냐고. 무슨 일이 있어도 용서하고 사랑하겠냐 세상이 묻는다.

다음엔 아이를 안고 자고 있는 내 뒷모습이 보인다. 없는 책임감까지 싹싹 끌어모아 불안해하는 나를 용서한다. 이제 다 놓아도 돼. 엎드려서 엉엉 울었다. 흔들리는 어깨가 파도친다. 위대한 사랑의 길로 가는 거야.

다 울고 나니 숨이 차분해진다. 빗방울이 왜 네모가 아니야? 저 산은 보라색이어야지! 붙들고 괴로워하고 있었다. 어쩌면 삶이 나보다 더 잘 안다. 눈앞에 펼쳐지는 이 모든 것들을 나는 사랑하고 안아주면 돼. 그리고 다시 보내주면 돼.

회사가 파산했고 더 가벼워졌다. 아기와 방콕으로 떠났고 플라시보 클럽에서 코코와 바리스를 만났다. 두 달간 명상을 하고 몸 감각에 남아 있는 감정들도 풀어나갔다. 그들을 한국에 초대해서 명상 수업을 열었다. 곧 네팔에서 만난다. 같이 수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아빠 덕에 내가 사람들에게 명상을 말한다. 5초 들이마시고 3초 멈추고 7초 느리게 내쉰다. 삶은 내게 모든 걸 준다. 나는 찬찬히 느긋하게 이 모든 걸 만끽한다. 모든 시간이 내 숨결에 맞춰 춤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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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아카이브> 기획자의 비하인드 노트

 

🍵영원: 지난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나흘간 열린 ‘하우스 아카이브’가 멋지게 막을 내렸습니다! ✨ 

예상보다 훨씬 많은 분들이 찾아와 주신 덕분에, 매일 북적이는 풍경 속에서 함께 놀라고 기뻐하며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는데요.

행사가 끝난 뒤 기획자 융은 이번 하우스 아카이브를 두고 “모두가 같은 배를 타고 꽤 큰 모험 하나를 함께 지나온 기분”이라고 이야기했어요. 하나의 아이디어에서 시작해 수많은 사람의 손을 거쳐 만들어진 페어였기에, 끝나고 나니 그 말이 더 다정하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

행사가 시작되기 전에는 “이런 페어는 대체 어떻게 만드는 걸까?” 하는 궁금증과 함께 융의 첫 번째 비하인드 노트를 소개해드렸는데요. 그사이 비하인드 노트가 네 번째 이야기까지 공개되었습니다!

디깅 크루 만들어 몇백 개의 선물을 커스텀한 이야기부터, 모든 행사가 끝난 뒤의 느낌 감정까지. 하우스 아카이브라는 하나의 모험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마무리되었는지 궁금하다면, 기획자 융의 비하인드 노트를 따라가 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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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의 시작이 있다'는 위로, 혹은 용기

습관처럼 들여다보는 SNS를, 문득 멀리 하고픈 날이 있죠.
저는 특히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해질 때'가 그래요. 누군가의 빛나는 순간을 마주하면, 아직 꺼내지도 못한 나의 꿈이 한없이 작아 보이곤 하더라고요. 이럴 땐 오히려 100만 유튜버의 첫 동영상이나, 아직 미숙하지만 패기 있는 누군가의 시작을 보며 '누구나 이럴 때가 있다'는 위로를 얻기도, '나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받기도 해요.

SIDE 매거진 창간호에는 그런 '작은 시작' 이야기들을 담았습니다.
사콜 크루들이 자신의 시작을 돌아보는 에세이부터, 나다운 시작을 그려온 아티스트의 인터뷰, 한 사람의 작은 꿈에서 출발한 페스티벌의 탄생까지. 각자의 방식, 저마다의 속도로 나아가는 다능인의 이야기와 함께 구독자 님의 시작을 만들어보세요!

 


  🔭 보너스 코너! 요즘 리스트 by 영원 

 

🎬 now watching -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유아사 마사아키)

 

여름 버킷리스트에도 적어둔 영화인데요, 몇 년째 여름밤에 꼭 다시 보는 애니메이션 영화입니다. 내용은 아주 단순해요. 같은 대학에 다니는 후배를 좋아하는 주인공이 후배를 따라 밤거리를 걷다 일어나는 기묘하고 환상적인 하룻밤의 이야기입니다.  당차고 조금 엉뚱한 주당인 후배는 걸려오는 술 내기를 호쾌하게 받아들이기도 하고, 소심한 주인공은 후배에게 말을 걸 구실을 찾기 위해 '죽을 만큼 매운 음식 빨리 먹기' 같은 엉뚱한 대회에 참가하기도 해요. 

마치 얕은 잠에 들었을 때 꾸는 엉망진창인 꿈 같은 이 영화를 왜 좋아하냐면, 여름밤 맥주나 하이볼을 한 캔 들고 킬킬거리며 보기 너무 좋은 작품이거든요. 독특한 등장인물들이 계속해서 등장하고, 시청각적 요소들이 환상적이고 쉴 틈 없이 펼쳐집니다. B급 작품을 추구하는 A급 연출이랄까요? 맥주 한 캔 하며 볼 가볍고 유쾌한 영화가 필요할 때 강력히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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