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 Remember us 🫂

서강영화공동체 뉴스레터 특별호 : 26회 전주국제영화제

2025.05.27 | 조회 757 |
1
|
첨부 이미지

 

구독자님! 강렬한 태양이 인사하고 푹푹 찌는 짙푸른 여름이 찾아왔어요. 81기 문집부장으로 뉴스레터에서 마지막 인사를 드려야 할 시간이 왔네요. 80기부터 1년간 문집부장을 하며 많은 영공인을 만났어요. 문집과 뉴스레터를 만들기 위해 이야기들을 모으며 지내다 보니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버렸네요. "무슨 영화 좋아하세요?"라는 질문으로 시작한 대화는 어느새 영화뿐 아니라 이야기를 함께 만들어가는 ‘사람’과 ‘공동체’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졌고, 그 속에서 저는 더 깊은 연결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제 취미는 ‘영감 수집’인데요. 영공을 통해 영감이 되어주신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기록하고 나누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배우고, 덕분에 일상도 한결 더 풍성해졌어요. 뉴스레터를 만들면서 받은 이야기들 하나하나가 지금의 저를 채워준 귀한 장면들이었습니다. 마음 속에 간직할게요. 📮

2025년 상반기 마지막 뉴스레터는 ‘영화제’ 특별판으로, 5월 초 연휴에 다녀온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이야기를 담았어요. 부원들의 상영작 한줄 감상, 박민제 에디터의 전국제 MT 후기, 강시형 에디터의 ‘다시 민주주의로’ 섹션 소개, 박상준 부원이 전하는 인상 깊은 작품까지 다채롭게 준비했습니다. 🌈

우리 영공만의 축제, ‘서강영화공동체 40주년 기념 작은영화제’가 6월 2일부터 4일까지 3일 동안 캠퍼스 안팎에서 펼쳐집니다.  청년광장에서 즐기는 여름밤 야외 상영 <코코>, 강의실에서 만나는 강원도의 어촌 마을 풍경 <아침바다 갈매기는>, KT&G 상상마당 시네마에서 선보이는 영공 제작단의 작품들까지-! 영공의 이야기와 열정을 담은 영화들이 기다리고 있어요. 끝까지 함께해 주세요!

뉴스레터는 여름의 끝에서 다시 돌아올게요. 그때 다시 만나요, 구독자님. 🌳

 

🎶Remember Us 🎸💀

 

FEELM 편집장 김예빈 

 


 

🍿[특집] 26회 전주국제영화제 📽️

 

26회 전주국제영화제 |2025.4.30 - 5.9 
26회 전주국제영화제 |2025.4.30 - 5.9 

 

 

✏️26th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한줄 감상 

 

강시형

<잡종>, 제롬 유, 2024

길 잃고 죽어가는 개와 다시 길을 찾고 살아남은 인간이 주는 감동과 불편

<고독의 오후>, 알베르 세라, 2024

많은 이의 사랑과 격려를 받는 화려한 투우사와 고독하게 죽는 소들의 오후

<호루몽>, 이일하, 2025

산다는 것은 살아남았다는 것, 살기 위한 투쟁의 역사가 전하는 삶의 의미

 

 

김준범

<적이 온다>, 요시다 다이하치, 2023

파란약을 삼켜도 어찌하겠어요. 적(赤)은 분명히 오고있는데.

 

 

박민제

<베일리와 버드>, 앤드리아 아널드, 2024

필름과 아이폰, 그리고 베리얼의 노이즈로 더욱 선명해지는 깃털의 펄럭임

<가을이 오면>, 프랑수아 오종, 2024

엇갈리는 정체성을 풀어나가는 죽음이라는 손가락

<그라운드 제로로부터>, 가자의 영화감독들, 2025

시간의 경과 없이도 먼지로 일상을 뒤덮는, 그래서 공포스러운.

 

박상준

<시나리오> 장 뤽 고다르, 2024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영화는 끝나지 않는다, 영화가 끝나기 전까지 죽음은 우리를 갈라놓지 못한다.

<Echoed Silence> 이장욱, 1988

비좁은 곳에서 산산이 맥동하는 이미지의 소리 없는 외침.

<오후 풍경> 이장욱, 2013

다가오는 풍경, 달아나는 시선.

 

박세하

<가끔 구름>, 박송열, 2018

현실은 낭만을 좇고, 낭만은 현실을 좇는다. 

 

최재혁

<광합 파트1>, 이장욱, 2025

두 개의 영사기에서 발현하는 이미지의 조각들이 점멸하며 새겨진다

<뜬소문>, 에반 존슨/개일런 존슨/가이 매딘, 2024

둥둥 떠다니는 소문 속 잡히지 않는 허상만이

<하나는 적고 둘은 좋아>, 오딜롱 로페스, 1970

부르주아는 많고 영화는 좋아

 

 

 


 

 

 

신입 에디터의 한없이 사사로운 첫 영화제 기록

 

 

첨부 이미지

 

구독자에게 당장 5시간 30분이란 시간이 주어지면 무엇을 하겠는가. 바로 전주에서 인생 첫 영화제를 경험한 뒤 집으로 올라가려는 내게 주어진 물음이었다. 그 물음에 대한 답으로, 지난 2박 3일간의 영공 전주국제영화제 MT를 돌아보려고 한다.

 

첫째 날 (5/3)

나름 수도권 거주자라지만, 비-서울 주민에게 문화 생활이란 참으로 달콤하고도 가혹한 일이다. MT 하루 전인 5월 2일, 방배동에서 열린 룡 Ryong과 영다이 Yeong Die의 공연을 보고 부랴부랴 서둘러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곧 챙기는 걸 깜빡하게 될) 세면 도구를 꺼내고 각종 전자기기를 충전시키니, 설렌 마음이 부풀어 올라 잠에 드는 데 꽤 애를 먹었다.

선발대의 용산역 집합 시간은 오전 9시 40분. 오로지 KTX를 타기 위해 광역버스에 지하철까지 거치는 여정은 8시에 시작되어야 하니, 늦어도 7시엔 기상해야 한다. 졸린 눈을 비비며 준비물 체크리스트를 하나하나 지워 가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다.

최근 수강하고 있는 디제잉 워크샵을 위해 골라 놓은 곡들을 무작위로 재생하다 보니 어느새 서울역, 그리고 용산역. 연휴 첫 날 목적지행 열차 시간을 확인하는 수많은 인파 사이에서 익숙한 영공의 얼굴들이 보이고, 전주행 KTX 열차에 탑승한다. 역방향 좌석이라 당황했지만, 그리고 누가 봐도 가족을 위한 4인 좌석에 3인 가족과 합석하게 되어 뻘쭘했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레코드박스와 에이블톤 사이를 오가니 어느새 전주역이다. 생각보다 서늘한 대기와 서울보다 낮은, 그래서 시야가 편안한 건물들이 우리를 맞아 준다.

영화제에 도착했으니 바로 영화관으로 이동, 하지는 않는다. 첫 영화로 비틀즈의 푸티지를 활용했다는 <오늘 우리가 했던 말>을 예매했으나 부원들과의 점심 식사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 수수료 천 원을 내고 취소한 뒤이기 때문이다.

몇몇 부원들과 콩나물국밥, 칼국수 등 사이에서 헤매다 누군가의 입에서 나온 짬뽕이 첫 점심 자리를 차지하곤 결국 물짜장 엔딩. 식사를 마치니 전주에서 꼭 방문하고 싶었던 ‘후로기오피스’ 영업 시간이 되어 다시 한껏 들뜬다.

아기자기한 공간 곳곳에 각종 진(zine)과 귀여운 소품들, 재기발랄한 티셔츠와 나를 유혹하는 음반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업새미 upsammy의 EP와 클로핑크 Klofink의 앨범을 손에 들고 나오니 (진짜) 영화제 첫 영화까지 시간이 조금 남는다.

함께 식사했던 부원들과 만나 카페에서 데이빗 린치에 관해, 코엔 형제에 관해 소소한 수다를 떨다 보니 어느새 전북대학교 삼성문화회관까지 이동하기에 빠듯한 시간이다. 버스 몇 정거장 거리에 위치한 그곳에서 곧 <계엄령의 기억>이 상영될 예정이었다.

일반 상영관과는 비교 불가한 스케일의 공연장에는 컵홀더도, 머리 받침도 없었지만 2시간 남짓의 작품을 즐기기엔 충분했다. 그러나 단도직입적으로, 영화는 실망스러웠다. 마르셀루 후벵스 파이바의 회고록이라는 매력적인 소재에도 불구하고, 깊이 없는 연출과 부족한 인물 묘사가 아쉬웠다.

그럼에도 나는 아직도 이 영화를 떨쳐내지 못하겠다. 아마 태평양과 50년이라는 거리를 두고 나와 이 영화가 ‘계엄령’이라는 ‘기억’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일 테다. 영화의 원제처럼 나도 “여전히 여기 있”을 것인데, 우리 모두의 기억은 과연 어떻게 되는가 하는 질문에 답을 찾아야만 한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급히 극장을 빠져나와 (고백하건대, 허기 때문에 차마 크레딧을 끝까지 기다리지 못했다.) 영공 부원들과의 단체 식사를 위해 객사의 한 이자카야로 향한다. 각자 첫 영화에 대한 소회와 다음 영화들에 대한 기대를 나누고 나니 어느덧 숙소.

그러나 숙소 앞 ‘느낌 좋은’ 술집을 발견, 2차를 결정한다. 수제 맥주와 함께 이런저런 영화 이야기를 나누고서도 부족했는지 숙소 휴게실에 들어와서도 그렇게 한 시간을 더 떠들다 뒤늦게 잠을 청해 보는 2박 3일의 첫 날 밤이다.

 

둘째 날 (5/4)

영화를 취소했다. 영화제 둘째 날 기록을 이렇게 시작해도 괜찮을까? 그러나 상영일 하루 전까진 취소 수수료가 부과되지 않는다는 중요한 팁을 남긴다면?

그토록 고대하던 팔레스타인 관련 영화 두 편을 예매하는 데 모두 실패한 뒤 ‘에이드리언 마틴’이라는 이름만 믿고 울며 겨자 먹기로 잡은 마고 내시의 영화를 보러 숙소를 나서기엔 무리였다. 전날 취침 시간이 3시였으니 말이다.

11시 직전 느지막이 일어나 대충 점심을 때운 뒤 오후 취소표를 기다릴 심산으로, 지도에 저장해 두었던 ‘포도시커피’로 이동한다. 과제를 한답시고 꺼낸 노트북으로 전국제 예매창을 새로고침하다 프랑수아 오종 감독의 신작 <가을이 오면>의 취소표를 확보하는 데 성공. 포기 않는 새로고침은 역시 배신하지 않는다.

다시 후로기에 들러 (얼마 전 개봉한 영화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에 음악이 삽입되기도 한) 에티오피아 뮤지션 에마호이 시게 마리암 게브루 Emahoy Tsege Mariam Gebru의 위인전을 구매한 후 감상한 두 번째 영화는 기대 이상이었다.

인물들을 가로지르는 여러 정체성을 죽음이라는 소재로 흥미롭게 풀어낸 수작이라는 인상을 받아 저녁 식사 자리로 향하는 길 내내 얼굴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좋은 영화 한 편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걸음걸이의 경쾌함이란 어디까지인 걸까?

평소 입에 잘 대지도 않던 한식이 어째서인지 계속 수저를 부른다. 어느덧 시간은 저녁 8시, 영화끈 짧은 나는 그새를 못 참고 음악을 찾아 떠난다. 목적지는 영화제 기간에 맞춰 전주에서 열린 클리크레코드/디엣지 디제이들의 단합 세션.

놀랄 만한 가격의 하이볼을 주문한 뒤 들은 음악은 그닥 놀랍지 않아 일찍 객사 나들이를 마쳤다. 오히려 부원들과의 술자리로 이동해서 들은 7080 가요가 훨씬 더 놀랍게 들리는 밤이었다.

다큐멘터리 <내언니전지현과 나>에서부터 디제이 판게아 Pangaea에 이르기까지, 이날도 새벽 2시까지 종잡을 수 없는 대화를 계속하다 일행들의 이장욱 감독전 관람 이슈로 급하게 숙소로 돌아온다.

 

셋째 날 (5/5)

그리고 오고야 만 마지막 날. 느지막이 일어날 생각이었지만, 잘못 맞춘 알람 덕에 이날의 운명이 완전히 뒤바뀌게 된다. 글쎄, 상영 시간 직전에 그렇게 목 놓아 울부짖던 팔레스타인 가자 감독들의 영화 <그라운드 제로로부터>의 취소표를 잡은 것이다. 역시 끈질긴 새로고침은 배신하지 않는다.

급히 짐을 챙겨 영화관으로 향하니 영화제에서의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객사 거리로 발을 내딛고 있다. 서둘러 도착한 상영관의 좌석에는 전동 리클라이너까지 설치되어 있다.

하지만 불행은 꼭 이런 곳에서 시작되지 않던가. 너무도 편안하게 마련된 잠자리에서 눈을 부릅뜨고, 혀를 깨물면서 영화에 온전히 집중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집회 발언과 SNS 게시물 속에만 머물던 가자의 ‘현장’, 무엇보다 그곳에서 살았고 살아가고 살아갈 사람들의 ‘모습’을 마주할 수 있는 뜻깊은 순간의 연속이었다. 영화가 그 언제보다도 더 애틋하게 느껴지는 2시간이었다.

그 때문인지 불가항력적으로 밀려오는 피로에도 다음 영화를 쉽사리 취소하지 못하고, 그 어느 때보다도 영화와 극장을 믿게 되었다. MT 3일 차, 그리고 내 첫 영화제를 마무리하는 영화는 <베일리와 버드>.

순전히 사운드트랙으로 참여한 뮤지션 베리얼 Burial의 사운드트랙을 조금이라도 먼저 듣고자, 국내 정식 개봉을 기다리지 못하고 곧바로 예매한 영화였다. 물론 애정하는 배우 프란츠 로고스키가 출연한다는 사실도 한몫했고.

각본과 연출에는 조금의 아쉬움이 남았지만 내 발걸음을 극장으로 이끌었던 음악과 배우, 적어도 두 포인트에서는 최고의 매력을 선보인 작품이었다. 베리얼 특유의, 크래클 노이즈 위로 피치가 가공된 보컬 샘플이 반복될 때면 온몸에 전율이 일었고 로고스키 특유의, 입안 가득 사탕 한 움큼 머금은 듯한 발음에는 홀리듯 현혹되었다.

여러모로 내가 경험한 전주국제영화제를 잘 요약해 주는 마지막 감상작이었다.

 

걸작을 위한 자리는 미리 마련되어 있지 않다. 영화사에 오르내리는 이름이나 멧 갈라를 누비는 이름도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시네마에 대한 사랑을 확인시켜 줄 계기는 끝없이 마련되어 있다. 이는 내가 경험한 전주라는 도시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서강영화공동체 또한 마찬가지다.

그렇게 전주의 명물이라는 초코파이를 든 손을 힘차게 휘저으며 시외버스터미널로 향한다.

 

 

 

에 디 터 |박 민 제

 

 

 


 

 

 

‘선을 넘지 않는’ 민주주의 비판: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다시, 민주주의로’ 섹션과

<슬로바키아의 희망: 주자나 차푸토바>에 대한

비판적 고찰

 

 

서론

 

2025년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이하 ‘전국제’)는 ‘우리는 늘 선을 넘지(Beyond the Frame)’라는 슬로건과 함께 총 224편의 국내외 작품을 상영하며 독립성과 실험성을 표방했다. 전국제는 슬로건을 통해 영화의 형식적 경계를 넘고자 하는 문화적 실천을 자임하면서 동시에 ‘다시, 민주주의로’라는 제목의 특별전을 통해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다큐멘터리 6편을 상영했다. 이 섹션은 2024년 한국의 비상계엄 사태를 계기로 기획되었고, 전 세계 민주주의의 위기와 회복 서사를 다룬 작품들로 구성되었다. 하지만 전국제는 표면적으로는 형식적, 정치적 경계 허물기를 지향하면서도 정작 민주주의라는 체제를 이데올로기적으로 절대화하는 한계를 드러냈다.

 

영화제 슬로건과 민주주의 담론

 

전국제는 그간 상업적 영화 산업과 기존 영화 언어를 넘어서고자 하는 예술적 시도를 통해 독립영화의 산실로서 자리를 잡아왔다. ‘우리는 늘 선을 넘지’는 단순히 금기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규칙을 비판하고 새로운 예술적 가능성을 탐색하겠다는 선언이었다. 실제로 그동안 전국제는 성소수자, 이민자, 노동자 등 사회적 소수자와 정치적 갈등을 다룬 작품을 적극적으로 소개하며 급진적 미학과 사회비판을 결합해왔다. 그러나 이번 특별전은 전국제가 예술적으로는 경계를 허물려 했지만 이데올로기적으로는 특정 선은 넘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즉, 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근본적 의문은 제기하지 않은 것이다. 상영작들은 모두 현존하는 자유민주주의의 내부 위기 혹은 권위주의적 후퇴에 대한 우려를 담고 있다. 그러나 대의제의 근본적 한계나 다수결의 역설 등 민주주의 제도의 구조적 문제에는 침묵한다.

‘다시, 민주주의로’ 섹션은 세계 민주주의가 잠시 탈선했을 뿐 본래 궤도로의 복귀가 가능하다는 회복 서사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필리핀, 수단, 슬로바키아, 미국, 브라질, 노르웨이 등 6개국의 사례는 독재, 극우주의, 극단적 혐오 담론에 맞선 시민들의 노력과 민주적 가치의 복원을 주제로 삼았다. 이러한 구성은 민주주의를 도덕적 선으로 가정하고 그 위기를 외부의 악한 세력(독재자, 극우 정치인, 음모론자 등)의 일시적 공격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이 이분법적 구도는 문제를 지나치게 단순화한 것에 불과하다. 민주주의 자체에 내재된 한계, 예컨대 다수의 폭력, 포퓰리즘, 합리적 토론의 결핍 등은 은폐된다. 관객은 이러한 작품들을 통해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감정적으로 경험하게 되지만 이는 오히려 정서적 자기만족이나 상대적 안도감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슬로바키아의 희망, 주자나 차푸토바>

 

첨부 이미지

제목 : Prezidentka (2024)

감독 : 마렉 술릭

다큐멘터리 · 체코, 슬로바키아 · 1시간 48분  

 

‘다시, 민주주의’ 섹션의 작품 중 하나인 <슬로바키아의 희망, 주자나 차푸토바>는 이러한 민주주의 회복 내러티브의 정점에 있다. 영화는 대통령이 된 시민운동가 출신 인권변호사 차푸토바가 부패 정치와 싸우지만 결국 정치적 피로와 위협 속에 퇴장하게 되는 과정을 다룬다. 서사 구조는 ‘도덕적 지도자 (영웅적 개인)’이 부패한 구조와 맞서 싸운다는 전형적인 영웅 서사 구조다. 이는 관객에게 감동과 연민을 유도하지만 동시에 민주주의가 집단적 자기 통치임을 망각하게 만든다. 차푸토바가 경험한 모든 고통은 민주적 절차 안에서 일어났고 그녀의 퇴장은 체제 외부의 강압이 아닌 내부의 정치적 비효율과 무력감, 다수의 냉소 속에서 벌어진 것이었다. 민주주의의 구조적 한계를 다루어지지 않고 차푸토바의 신념과 희생을 전면에 부각시킨다. 그럼으로써 정치적 책임을 집단이 아닌 개인에게 귀속시키고, 민주주의 위기를 ‘영웅의 부재’로 환원시킨다.

민주주의는 신성화를 통해 자유와 평등, 인권 등 선한 가치를 담는 그릇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실제 제도로서의 민주주의는 다수의 지배, 시간성의 왜곡, 포퓰리즘 등 문제를 내포한다. 민주주의가 옳은 선택을 보장하기는커녕 ‘합법적 파시즘’까지도 생산할 수 있는 구조다. <슬로바키아의 희망, 주자나 차푸토바>는 민주주의 체제의 이러한 모순을 짚지 않은 채 모든 문제의 원인을 ‘악한 세력’에게 돌리고 차푸토바를 선한 인물로 이상화하는 데 머문다. 그러나 슬로바키아 사회에서 벌어진 권력의 교체, 정당 간 경쟁, 시민의 투표 참여 등은 모두 민주적 절차 내에서 이루어진 일이었다. 결국 문제는 ‘민주주의의 위기’라기보다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한 결과조차 부정적인 현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게다가 영화는 영웅적 개인을 내세우는 과정에서 관객으로 하여금 시민의 집단적 자치보다 도덕적 리더에 의존하려는 충동을 느끼도록 자극한다. 현실에서 민주주의는 느리고 복잡하며 갈등이 필연적인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그 복잡성을 영웅의 실패로 환원한다. 이로 인해 관객은 ‘슬픈 영웅의 이야기’를 감상하고 동정하지만 실제 사회 구조나 제도 변화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게 된다.

 

첨부 이미지

 

결론

결과적으로 전국제의 ‘다시, 민주주의로’ 특별전은 예술을 통해 정치적 담론을 제기하는 시도였지만 정작 민주주의를 신성한 가치로 미화하고 체제 비판을 금기시함으로써 반급진적 태도를 취했다. ‘우리는 늘 선을 넘지’라는 슬로건은 급진성을 주장했지만 민주주의 자체를 넘는 상상은 철저히 억제되었고 민주주의 밖의 정치 패러다임은 일체 고려되지 않았다. 이는 단지 특정 영화제의 한계가 아니다. 오늘날 지식인, 예술가, 시민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신성한 민주주의’라는 이데올로기를 보여주는 하나의 예시일 뿐이다. 민주주의를 외치는 행위가 어떠한 정치적 책임이나 구체적 실천도 동반하지 않은 채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다시, 민주주의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다시, 현실로’ 돌아와야 한다. 단순히 민주주의의 회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재구성 혹은 초월을 상상해야 한다.

 

 

 

에 디 터 |강 시 형

 

 

 


 

➗️ 나누다 

박상준 부원이 구독자에게 <광합 파트1>를 소개해요.

 


 

 

<광합 파트1>

 

첨부 이미지

 

제목 : 광합 파트1 (2025)

감독 : 이장욱

단편  ·  한국 · 15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고대하던 ‘이장욱 감독전’을 감상했다. 해당 회차에서는 감독의 데뷔작인 <Echoed Silence>, 싱어송라이터 이민휘의 ‘정거장’ 뮤직비디오 (다만 감독은 이 작업물을 ‘뮤직 필름’으로 부르기를 선호한다고 한다), 그리고 두 대의 16mm 영사기를 사용한 라이브 필름 퍼포먼스 작업 <광합 파트1>을 포함하여 총 다섯 편의 작품이 함께 상영되었다. 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광합 파트1>에 대해 조금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어둠 속, 두 대의 영사기가 스크린 좌우에 화면을 하나씩 비춘다. 연출자가 필름을 직접 긁어내자, 두 화면에 빛의 조각들이 춤추듯 나타난다. 필름을 긁는 행위는 옵티컬 사운드에도 적용되어 이미지뿐 아니라 소리로도 변환된다. 다만 이미지와 사운드 사이에는 약 1초 (26프레임)의 시간차가 존재한다. 그렇게 다소 눈이 아플 정도로 현란하게 뿜어져 나오는 빛과 투둑거리는 소리가 극장을 채우고, 어느 순간 이민휘의 음악 ‘침묵의 빛’이 흘러나온다.

첨부 이미지

작품의 제목 ‘광합’은 식물의 광합성을 연상시키지만, 말 그대로 빛(光)을 합쳤다(合)는 의미로도 읽힌다. 영제인 ‘Photosynthesis’ 역시 식물의 광합성을 뜻하는 단어이나, 두 이미지(Photo)를 합치는(Synthesis) 행위로 읽힐 수 있다. 서로 다른 둘을 합치는 것. <광합 파트1>은 서로 다른 요소들이 만나 관계를 맺는 방식에 대한 탐구를 수행한다.

이 작품에서 발견되는 관계의 양상은 여러 층위에서 섬세한 차이를 보인다. 가장 먼저, 두 대의 독립된 영사기가 스크린 좌우에 각각의 화면을 비추어 하나의 작품을 구성한다. 이는 근원부터 독립적인 두 실체가 만나 하나의 전체를 이루는 관계의 방식이다. 나아가 영화를 이루는 핵심적인 요소인 이미지와 사운드의 관계 또한 특별하다. 이 둘은 단순히 나란히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필름을 직접 긁어내는 동일한 행위에서 함께 탄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적 간극을 통해 분리되어 독립적인 존재로 기능하게 된다. 빛의 조각들과 투둑거리는 소리는 마치 같은 시간에 태어났지만 고유의 삶을 살게 되는 쌍둥이 형제처럼,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각자의 흐름을 따른다.

여기에 이민휘의 음악 ‘침묵의 빛’이 더해지며 또 다른 차원의 관계가 형성된다. 이 곡은 이 영화를 위해 새로 작곡된 것이 아닌, 이미 완성되어 있던 독립적인 작품이다. 감독 스스로도 이 영화가 ‘침묵의 빛’에 대한 일종의 대답으로서 만든 것이라고 밝힌다. 이는 단순히 영상과 음악의 만남일 뿐 아니라 스크린 위에 실시간으로 만들어지는 동적인 매체와 이미 완성된 정적인 매체가 만나 하나의 작품 안에서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제시한다.

이처럼 <광합 파트1>은 두 개의 화면, 이미지와 사운드, 영상과 음악 등의 다층적인 요소들의 결합을 통해, 함께 있으면서도 개별성을 잃지 않는 관계의 미학을 영화적으로 구현한다.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에 종속되거나 뒤섞여 불분명해지지 않고, 각자의 고유함을 지키며 독립적인 존재로서 관계 맺는 것이다. 이는 합쳐져 있지만 언제든 따로 떼어내어 생각할 수 있는, 말하자면 공존과 개별성이 동시에 발현되는 양자역학적 성질을 지닌다.

사용된 음악의 제목이 ‘침묵의 빛’이라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애초에 빛에는 소리가 없으므로 빛이 침묵하는 것은 당연할 터인데, 구태여 ‘침묵의 빛’이라 명명함으로써 그 반대 상태인 ‘소리 내는 빛’, 즉 사운드와 이미지가 붙어 떨어지지 않는 상태를 반어적으 로 상기시킨다. 이는 곧 이 작품에서 이미지와 사운드가 어떻게 연결되면서도 분리되어 관계 맺는지를 암시하는 기능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첨부 이미지

결론적으로 <광합 파트1>은 단순히 시청각적인 체험을 넘어 관계 자체에 대한 깊은 탐구인 것이다. 이미지와 사운드를 비롯한 서로 다른른 것들을 동등한 위상으로 제시하여 관계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한다. 이 작품은 ‘침묵의 빛’이 단순히 사운드트랙으로 삽입된 영상물이거나, 그 반대인 뮤직비디오가 아니다. 둘은 서로에게 종속되지 않은 채 작품 안에서 대화하며 화합한다. 하나의 영사기로 화면을 분할하는 대신 두 대를 사용해 독립적인 두 화면을 만들고, 이를 하나의 스크린에 비추어 하나의 작품으로 구성하는 방식은 이러한 관계의 미학을 영화적으로 구현해낸다. 나아가 이 작품이 라이브 퍼포먼스라는 점은 영화와 현실의 관계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부 원 |박 상 준

 

 

 


 

🎬 영공소식

 


 

COMING SOON

📽️ 서강영화공동체 40주년 기념 🎇

⚖️ 작은 영화제 : 시소⚖️

 

 

첨부 이미지

 

 

여름의 시작, 영공의 40주년을 기념하는 축제가 시작됩니다! 🎊

2025년 6월 2일부터 6월 4일, 3일간 모두 다른 장소에서 

다양한 영화 관람을 하실 수 있습니다! 

단편부터 장편까지,

독립영화부터 상업영화까지,

청년 광장, 강의실, KT&G 상상마당 시네마 영화관을 누비며 영화를 즐겨보세요 🍿

영공 부원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참여 가능합니다 🔥

 

"구독자, 불확실한 세상 속에서

영화를 보고 대화를 나누며,

시소(SEE-SAW)를 타고 균형을 찾아 나가보세요."  

 

 

🎬 Program Note

 

[Day 1] <코코>

 

첨부 이미지

 

제목 : 코코 (2017)

Coco

애니메이션· 미국 · 1시간 45분 

 

상영 일시 6/2(월) 20:00~21:50 (약 110분)

상영 장소 서강대학교 청년광장

 

작품 소개

‘죽음’에 대해 생각해본 적 있는가?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에게 죽음은 삶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 않는다. 우리는 살아가고 있고, 죽음은 이를 종결시키는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언젠가 죽음을 마주했으며, 또 마주하게 된다. 매일을 살아가는 우리의 뒤편으로 망자는 끊임 없이 생겨난다. 그렇다면 죽음은 무엇이고, 먼저 떠난 이들은 어디로 향하는 것일까?

<코코>는 이 물음에 애니메이션의 천진함과 음악의 경쾌함으로 답한다. 음악을 사랑하지만 금기시된 가정에서 자란 소년 미겔은 우연히 '망자의 땅'에 도착하고, 그곳에서 죽은 가족들을 만나며 꿈과 가족, 그리고 '기억'의 의미를 탐색한다.

이 작품에서 기억은 관계를 이어가는 힘이며, 사랑을 지속하는 방식이다. 6월의 여름밤, 잊고 지냈던 누군가를 떠올리며, 미겔과 함께 죽은 자들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보자.

김 유 진

 

유의 사항

  • 상영은 정시에 시작됩니다.
  • 야외 상영으로 지정 좌석 없이 자유롭게 착석 가능합니다.

 


 

[Day 2] <아침바다 갈매기는 (GV) >

 

첨부 이미지

 

제목 : 아침바다 갈매기 (2024)

드라마/가족 · 한국 · 1시간 53분

 

상영 일시 6/3(화) 18:30~20:30

상영 장소 서강대학교 정하상관 311호 (J311)

* 상영 후 박이웅 감독과 관객과의 대화(GV) 예정

 

작품 소개

강원도 양양 남애항. 사라져가는 어촌의 고요함 속에서, 서로 다른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마주친다. 젊은 어부 용수, 외국인 아내 영란, 아들의 행방을 좇는 판례, 침묵 끝에 돌아온 형락과 선장 영국. 이들은 말보다 시선으로, 갈등보다 침묵으로 서로를 바라본다.

<아침바다 갈매기는> 단순한 지역 이야기나 가족 드라마를 넘어, 이주노동자, 지방소멸, 세대갈등이라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상처를 조용히 응시한다. 박이웅 감독은 선언이 아닌 감각으로, 인물과 바다를 통해 그것을 살아낸다. 이 영화는 기억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다.

갈매기 한 마리 수면 가까이 낮게 비행하듯, 이 영화도 소리 없이 감정을 통과한다. 그리고 잔잔한 물결 속에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을 질문 하나를 남긴다.

조 유 정

 

유의 사항

  • 최대 수용 인원 60명입니다.
  • 좌석은 선착순으로 배정됩니다.
  • 상영은 정시에 시작됩니다.

 

[Day 3] 작은영화제

 

상영 일시 6/4(수) 18:00~22:00

상영 장소 KT&G 상상마당 시네마 (지도

 

 

작품 소개

 

 <Bicycle Diary>

 

“길에서 하루를 보내는 세연의 앞에 혁이 불시착하고, 세연은 혁을 원래 있던 곳으로 돌려 보내주려 한다.”

 

첨부 이미지

 

제작단

감독 천세연 | 공동연출 박혁 | 공동제작 최재혁

미술부 윤영서, 안지은, 임유나

제작부 신동주, 이연우, 김민석

촬영부 김준범, 이정민, 조혜인

 

 

 

<천사들은 도서관으로 모인다>

 

“생이라는 고통 속으로 추락한 해인은 영원에게서 벗어나보고자 한다.”

 

첨부 이미지

 

 

제작단

각본·연출·편집 박소영 

촬영감독·음악 홍태화 | 촬영 이현서 | 동시녹음 하현지 | 조명 한수빈

PD 이채원 | 현장보조 김서진, 임윤상

미술 김난, 김현서, 박서연 스크립터 전유빈, 이민서

 

 

 

 <KAFKAESQUE>

 

“어느 날 아침, ‘나’는 뒤숭숭한 잠자리에서 깨어났을 때 자신의 머리에 뿔이 달린 것을 깨달았다.”

 

첨부 이미지

 

제작단

각본·연출·편집·음악 윤상훈

제작지원 박서현 | 스크립터 박서현

촬영감독 선효원 | 퍼스트 진선혜

조명감독 김민송 | 음향감독 박장효 | 미술감독 한윤서

 

 

 

 

<project_NAI>

 

“멀지 않은 미래, 한 연구소에서 인간과 유사한 AI 안드로이드 ‘NAI’가 개발된다. 그러나 어느 날, 한 연구원이 NAI를 데리고 사라진다.”

 

첨부 이미지

 

제작단

감독·각본·편집 박주영 조감독 최민준 | 스크립터 황은상 연출팀 강인영, 강은혜, 이미르

프로듀서 문승재 | 제작실장 황일영 | 제작회계 서윤형

촬영감독 김태겸 | B카메라 윤경식 촬영팀 장동우, 백건, 정진우, 김민서 | DIT 장세윤

조명감독 윤창희 | 조명팀 임연상, 류성윤

동시녹음 정명우 | 음향팀 김락기 미술감독 장혜원

소품 유서연 | 의상 정민서

DI brightercolor studio | 믹싱 임현민, 이규진 | 음악 조윤희

장소제공 산내음물내음황토펜션 | 장비제공 영화크루 ‘달나라원정대’

제작지원 서강영화공동체

 

 

 

<거북이 귀신 이야기(龜神傳)>

 

“매일 거북이와 산책하는 노인이 자신을 야산에 묻어달라는 부탁을 한다. 그에게는 어떤 이야기가 있는 것일까.”

 

첨부 이미지

 

제작단

각본·감독·편집·DI 홍태화

촬영감독 박지민 | 촬영 김건호

동시녹음 주민교 | 조명/VFX 박준영 조연출 김현지

스크립터 전유빈, 서윤형 | FD 서윤형 미술·애니메이션 김성은

 

 

 

유의 사항

* 각 영화 상영은 공지된 시간에 이루어질 예정입니다.

* 지정 좌석 없이 자유롭게 착석해주시면 됩니다.

 

 

 


 

 

🎥 영화 제작의 뒷이야기: 제작단 워크숍

  • 제작단장 노순범님의 인터뷰를 중심으로 –

 

첨부 이미지

 

지난 5월 9일, 서강영화공동체의 제작단 워크숍이 진행되었다. 이번 제작단 워크숍은 교육 시간을 거친 후 직접 짧은 영화를 만들어 보는 과정까지 포함되어 있어, 기존에 진행되었던 워크숍과 차별성을 보였다.

제작단 워크숍의 계획된 타임라인은 대략적으로 다음과 같았다. 처음 1시간 동안 장비 사용법과 프로덕션 과정에 대한 기본적인 교육이 이루어졌다. 이후 새벽 4시까지 단편 영화 촬영이 진행되었고, 이어서 새벽 5시까지 편집 작업이 이루어졌다. 마지막으로 촬영한 영화를 감상하는 시간을 가지며 워크숍이 마무리되었다.

필자는 이번 워크숍의 타임라인과 진행 과정을 들으며, 밤샘 촬영도 마다하지 않는 참가자들의 열정과 노력에 관심이 생겼다. 이러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제작단 워크숍을 이끈 제작단장 중 한 분이셨던 노순범님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Q. 이번 제작단 워크숍의 기획 의도와 목표는 무엇이었나요?

A. 안녕하세요. 서강영화공동체 제작단의 취지는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도 영화를 한 번 만들어보자”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제작단원분들을 위한 최소한의 장비 사용법을 교육하는 시간이 필요하고, 그것이 워크숍입니다. 이번 워크숍 역시 본 취지를 따랐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느낀 워크숍은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느낌이었어요. 현실적으로 제작단 촬영은 학기가 끝난 방학 때 많이 이루어지거든요. 그냥 눈으로 슬쩍슬쩍 보는 정도로는 본 촬영을 할 때 기억이 안 나는 경우도 많고, 사용법을 알려준 후 "알아서 찍고 싶은 것 찍어보세요~" 라고 해봤자 영상 촬영 자체가 처음인 분들은 뭘 찍어야 할지조차 모르거든요. 그래서 기존의 워크숍처럼 1시간 남짓으로 끝내지 말고, 한 번 질릴 때까지 장비를 다뤄보면서 까먹지 않게 몸으로 배우는 것이 목적입니다. 또한. 워크숍 때 샷 몇 개 찍고 그냥 폐기 해 버리기도 아까워서, 기왕이면 정말 짧은 영화를 하나 만들어보자고도 생각했어요. 게임처럼 재밌게 운영하는 것이 기획 의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Q. 워크숍은 어떻게 진행되었나요? 그 과정에서 참가자들이 가장 많이 배울 수 있었던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우선 제작단장인 저와 소영님이 장비 사용법과 기본적인 프로덕션 과정 교육을 진행한 뒤, 다음으로 각 팀별로 촬영과 편집을 하고, 마지막으로 다 같이 감상하는 순서로 진행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참가자분들은 장비를 다루는 방법과 효율적인 프로덕션 과정을 몸소 느끼며 배웠을 거예요. 개인적 소망으로는 영화를 만드는 게 정말 재밌는 일이라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Q. 앞으로 워크숍과 관련해서 추가로 계획하고 있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A. 학기마다 새로운 임원진들이 나오기 때문에 이후에는 어떻게 될지 저로서는 알 수 없네요. 이번 워크숍도 처음 시도해 보는 것이기에 잘 될 수도 있고, 반응이 좋지 않을 수도 있을 거예요. 그 부분을 잘 고려해서 후에 워크숍이 어떻게 변할지는 다음 제작단장님이 현명하게 이끌어 주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Q. 순범님이 개인적으로 영화 제작을 통해 얻은 경험에 대해 말해주실 수 있나요? 앞으로 영화 제작과 관련하여 어떤 계획이 있으신가요?

A. 저는 20살 때 다른 학교에서 영화 연출 전공을 했었습니다. 이후 군대에 가고 영화가 제 길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수능을 다시 봤고, 지금 서강대에 다니고 있습니다. 근데 전 막상 제 영화를 한 번도 찍어본 적 없이 지레 겁만 먹고 영화감독의 꿈을 포기했었어요. 이건 좀 비겁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서강대학교에 좋은 학우들과 함께 영화를 찍었습니다. 학우들 작품에 많이 참여했고, 저도 연출을 세 번 했네요. 연출을 해보고 느낀 점은 다른 작업에서는 느낄 수 없는 스트레스가 완성한 후 희열로 치환된다는 점이에요. 정말 중독적인 일입니다. 제가 평생 영화를 찍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일단 원 없이 찍어보고 싶은 생각입니다. 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계속 영화를 찍을 거고, 도저히 삶이 영위 안된다 싶을 때 추억으로 남겨 두겠죠.


이번 제작단 워크숍은 단순히 장비 사용법을 배우고 영화를 촬영하는 것을 넘어, 영화 제작의 즐거움과 가능성을 몸소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특히 제작단장분들의 열정적인 기획과 진심 어린 노력은 참가자들에게 영화 제작의 매력을 깊이 깨닫게 해주었을 것이다. 그가 말했듯이, 영화 제작은 때로는 스트레스로 가득 차지만, 그 모든 과정이 희열로 바뀌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앞으로도 이런 워크숍이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더 많은 사람들이 영화 제작의 즐거움을 발견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에 디 터 |김 민 서

 

 

 


 

 

 

🍿 감상회 돌아보기

 

🎞️ 9회차 감상회 <안녕하세요> 🎞️

 

 

💨💴📺🧽🤐

 

2025년 5월 1일 (목)

 

Good Morning

영화 정보 | 오즈 야스지로

1959 · 코미디/드라마/가족 · 일본 · 94분

 

첨부 이미지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라니깐 어른들이 더 한대요. 안녕하세요, 날씨 참 좋네요, 아 그러셨어요?” “하하, 그 말은 정답이죠. 하지만 그런 말은 누구나 하죠. 의외로 그런 말들이 사실은 쓸데없는 말이 아니지 않을까요? 만약 그런 말들이 전혀 없다면 인정도 없고 살맛도 안 나는 세상이겠죠. 어쩌면 이 세상은 낭비가 있어 더 좋은 게 아닐지.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장 뤽 고다르,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그리고 오즈 야스지로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감독들입니다. 하지만 앞선 두 감독의 영화와는 달리, 오즈의 영화에는 그 어떤 거창한 것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번 감상회 영화인 <안녕하세요>에 나오는 위 대사처럼 그의 영화들은 일상적인 상황, 소리, 대사들로 이루어져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의 영화에서 우리는 살아가며 주목하지 못했던 일상의 소중함을 마주하곤 합니다. <안녕하세요>는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세계, 정감 넘치면서도 스산한 어른들의 세계, 세대와 세대간의 여러 관계들, 생의 아름다움과 삶의 무게, 소소한 사랑 이야기까지, 오즈의 영화가 선사하는 것들을 모두 경험할 수 있는 입문작으로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작품입니다. 처음 이 영화를 보면서 영화의 일상에 저의 일상을 겹쳐보았을 때, 영화의 세계가 저의 세계와 합일했던 순간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그 특별한 순간을 꼭 여러분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감상단장 양태현

 

우수 한줄 감상

염승욱 쓸데없기에 쓸만한

김혜림 안녕하세요, 우리는 언제부터 하고 싶은 말을 뒤에 숨기게 됐을까요?

김준범 뿡뿡뿡 뿡 뿡뿡뿡뿡

 

 

 

🎞️ 10회차 감상회 <어둠 속의 댄서> 🎞️

 

💃🏻👁👦🏻🏭

 

2025년 5월 8일 (목)

 

Dancer in the Dark

영화 정보 | 라스 폰 트리에

2000 · 범죄/드라마/뮤지컬 · 덴마크, 독일, 네덜란드, 이탈리아, 미국, 영국, 프랑스, 스웨덴, 핀란드, 아이슬란드, 아르헨티나, 노르웨이, 대만, 벨기에 · 140분

 

첨부 이미지

 

최고급 신파영화. 그 어떤 퇴적된 감정도 남김없이 발산하는 영화. <어둠 속의 댄서>는 제가 보면서 펑펑 운 영화 중 하나입니다.세상 모든 일들이 억울하게 흘러가는, 위태로운 상태에 놓인 한 여인이 있습니다. 심지어 유전병으로 인해 점점 눈까지 멀어가는 그녀에게 이제 남은 것은 하나뿐인 아들. 아들만큼은 같은 유전병을 앓지 않길 원하는 그녀는 공장에서 차근차근 돈을 모아 수술을 준비합니다. 너무나 거친 바깥세상이지만, 희망과 행복을 놓지 않은 채 그녀는 살아갑니다.여기까지만 보시면 <어둠 속의 댄서>의 줄거리는 {비극 속에서도 희극을 꿈꾸는 아름다운 이야기}라고 생각될 겁니다. 그러나 미리 경고드리는데, <어둠 속의 댄서>를 다 보시고 나서 멘탈을 온전히 붙잡고 계실 분은 아마 몇 안되실 겁니다. “불행 포르노 아니냐”라는 비판까지 있을 정도의 이 영화는 결코 쉽게 추천드릴만한 영화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의 감정적 분출은 관객으로 하여금 어느 순간 영화에 이입하게 된 자기 자신을 보게 만들죠. 2000년 칸 영화제에서 훌륭한 성과를 낸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어둠 속의 댄서>, 모두가 반길 수는 없겠지만 즐겁게 감상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상단장 심효민

 

우수 한줄 감상

안정빈 눈 먼자의 비극이 아닌 한 어머니의 비극

박한울 지치고, 분하고, 슬프고

이천희 시계태엽 오렌지의 주인공이 되는 기분

 

 

 

🎞️ 11회차 감상회 <러시아 방주> 🎞️

 

🚢🏛️🖼️🎻🌫️

 

2025년 5월 12일 (월)

 

Russian Ark

영화 정보 | 알렉산더 소쿠로프

2002 · 드라마/판타지/역사/미스터리 · 러시아, 독일, 일본, 캐나다, 핀란드, 덴마크 · 99분

 

첨부 이미지

 

흔히 영화를 편집의 예술이라고 합니다. 20세기 초반 쿨레쇼프와 에이젠슈타인을 필두로 한 소련의 영화 학자들은 촬영된 숏들을 편집해서 새로운 의미를 창출해내는 몽타주 이론을 발명했고, 이는 향후 영화 이론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편집을 한다는 것은 숏에 내재된 시간성을 임의로 조작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타르코프스키와 같은 감독들은 몽타주 이론에 반대하여, 롱테이크를 기반으로 영화와 관객 사이의 시간적 간극을 최소화하는 특유의 영화 미학을 구축하였습니다.타르코프스키 이후 러시아에서 가장 주목받는 영화 감독인 알렉산더 소쿠로프는 영화 <러시아 방주>에서 이러한 롱테이크 영화 미학을 극한까지 밀고 나가 영화의 역사에 한 획을 그었습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에르미타주 박물관에서 촬영된 이 영화는, 99분의 러닝타임 동안 컷 없이 단 하나의 숏으로만 진행됩니다. 소쿠로프의 카메라는 춤을 추는 듯한 아름다운 움직임으로 러시아의 역사를 경유하며, 관객들을 영화의 시간으로 초대합니다. 원테이크 촬영이 <러시아 방주>가 이룩한 성취의 전부였다면, 이 영화를 상영할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이 영화는 무엇보다 문화의 과거, 현재, 미래에 관한 영화입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이방인과 소쿠로프의 대화를 따라가다가, 소름끼치는 엔딩을 마주하게 되면 비로소 떠오르는 우리의 문화에 관한 생각들이 여러분의 세계를 확장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저는 굳게 믿습니다.

감상단장 양태현

 

우수 한줄 감상

안정빈 표류하던 카메라가 마주한 인생이라는 망망대해.

박민제 흘러 가는, 그러나 노를 젓지 않는, 항해의 위태로움

정재형 나의 나라가 아닌 곳에서 흐르는 문화

 

 

 

🎞️ 12회차 감상회 <캐롤> 🎞️

 

🤶🏻🎄🛍️ 📷🚗

 

2025년 5월 15일 (목)

 

Carol

영화 정보 | 토드 헤인즈

2015 · 드라마/로맨스 · 영국, 미국, 호주 · 118분

 

첨부 이미지

 

사랑에 빠져본 적 있나요? 저는 있습니다. 그 순간, 마치 시간이 멈춘 듯, 제 온 존재가 단 하나의 시선에 사로잡혔습니다. 무의식에 이끌린 몸은 오직 그 하나만을 향해 움직였고, 매혹이라는 이름의 찰나 속에서, 하늘은 제게 달콤한 햇살을 내려 축복이라도 건네는 듯했죠. 그 감정을, 그 황홀한 순간을 저는 단 한 번, 스크린 위에서 온전히 마주한 적이 있습니다. 마치 카메라가 제 마음을 훔쳐 프레임 하나하나에 옮겨놓은 듯한 장면이었습니다. 영화의 제목은 <캐롤>이더군요. 사실 <캐롤>은 제가 오래전부터 간절히 보고 싶어했던 영화입니다. <캐롤>에는 제가 가장 사랑하는 배우, 케이트 블란쳇이 나오기 때문이죠. 게다가 영화의 사랑스러운 정조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포스터와 스틸컷들, 그 하나하나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저는 이미 매료되고 말았죠. 하지만 <캐롤>이 진정 관객들을 사로잡는 힘은 거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이 영화는 사랑에 빠지는 찰나의 순간을 놀라울 만큼 섬세하고도 탁월하게 그려냅니다. 어쩌면 영화 전체가 그 주름진 한 순간을 2시간 동안 천천히 펼쳐 보이는 것만 같아요. <캐롤>은 제게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다가왔고, 지금도 제 마음 한켠에 보물처럼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 보물이 여러분의 것이 되었으면 합니다. 사랑이라는 말로는 다 담기지 않는 그 감정의 결을, 이 영화가 조용히 당신에게 속삭여줄지도 모릅니다.

감상단장 심효민

 

우수 한줄 감상

김가일  빨강이 가장 아름다운 영화

정주아 흘러가는 감정을 순간에 붙잡아두는 영화

심효민 다른 이들은 보이지 않는다. 오직 그녀만 보인다. 그 순간은 멈춘 듯이, 영원할 듯이 내 뇌리에 남는다.

 

 

 

🎞️ 13회차 감상회 <택시> 🎞️

 

🚖💿🐠💵🌹

 

2025년 5월 19일 (월)

 

Taxi

영화 정보 |자파르 파나히

2015 · 코미디/드라마/다큐멘터리 · 이란 · 82분


 

첨부 이미지

 

영화의 역사는 검열의 역사와 함께 진행되어 왔습니다. 과거 할리우드에는 ‘헤이즈 오피스’라는 검열기관이 있었고, 한국에서도 군사정권 하에서 영화가 검열된 바 있습니다. 이러한 기관들의 검열 사항들에는 선정적인 묘사, 폭력적인 연출 등이 있는데 이 중에서도 가장 강력하게 검열을 받은 것은 현 체제 또는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이었습니다. 시대가 지남에 따라 ‘표현의 자유’라는 개념이 확장 되면서, 대부분의 국가에서 예전보다 자유로운 방식으로 사회를 비판하는 영화를 제작할 수 있게 되었지만, 아직 그렇지 못한 국가도 있습니다. 2010년, 이란의 영화 감독 자파르 파나히는 ‘국가 안보에 위협을 도모하는 내용을 선전했다’는 혐의로 정부로부터 20년 동안의 영화 제작 금지 처분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 영화의 제목인 <택시>에 몰래 카메라를 숨겨 테헤란의 거리를 돌아다니며 영화를 찍었고, 베를린 영화제 황금곰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영화 <택시>는 아마 억압과 통제로 가득찬 사회에서 카메라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가장 훌륭한 대답일 것입니다. 파나히는 카메라가 <택시>의 내부에서 세계를 바라볼 수 밖에 없다는 한계를, 독창적인 영화적 형식에 녹여내어 가뿐히 뛰어넘습니다. 꿋꿋이 전진하는 카메라의 감동을, 영화가 사회에 가하는 묵직한 충격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감상단장 양태현

 


 

우수 한줄 감상

박민제 맥시마이즈 유어 앤수지애즘

김가일 얼마나 더 숨어야할까

안정빈 카메라는 빼앗을 수 없다

 

 

 

🎞️ 14회차 감상회 <멀홀랜드 드라이브> 🎞️

 

🎥💤🤦🏻‍♀🎭🔚

 

2025년 5월 22일 (목)

 

Mulholland Drive

영화 정보 |데이비드 린치

2001 · 드라마/미스터리/스릴러 · 프랑스, 미국 · 147분

 

첨부 이미지

 

몽환(夢幻)을 악몽(惡夢)으로 바라보는 광인, 데이비드 린치. 그가 빚어낸 기괴한 걸작이 하나 있으니, 바로 21세기 최고의 영화 중 하나인 <멀홀랜드 드라이브>입니다. <멀홀랜드 드라이브>는 상술했다시피 여러 매체에서 21세기 최고의 영화로 가장 많이 꼽히는 영화인데요, 이에 호기심이 생겨 영화를 관람한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그런 분들로부터 항상 듣게 되는 말이 있으니, 바로 “어렵다”입니다. 실제로 <멀홀랜드 드라이브>는 굉장히 어려운 영화입니다. 이를테면 전반부에 여러 미스터리한 장면들이나 거의 초현실에 가까운 장면들에 대해 영화는 전혀 설명을 해주지 않습니다. 영화의 구조 또한 어려운 난이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데요, 전반부에서 30분 남짓의 후반부로 전환이 일어나면 인물들은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전개를 처음 접한다면 당연히도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겠죠. 이런 어려운 영화의 태도에 어떤 이들은 비난을 날리겠지만, 저는 그 이유로 이 영화가 걸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의 역할은 해답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수많은 제언을 하며 영화라는 이름의 넓은 그물망을 형성하는는 것이죠. 2000만 명의 사람이 봤다면 2000만 개의 <멀홀랜드 드라이브>가 탄생하도록 두는 겁니다. 전 이번 감상회를 통해, 여러 편의 <멀홀랜드 드라이브>를 많은 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감상단장 심효민

 

우수 한줄 감상

안정빈 환상으로 유예한 현실과 마주할 순간.

김준범 영화를 보면서 너무 감명받아 저도 중간에 꿈을 꾸러 가고싶었습니다.

김가일 쉽지 않다

 

 

 

🎞️ 15회차 감상회 <홀리 마운틴> 🎞️

 

† 🐸🐜⛰️🔞

 

2025년 5월 26일 (월)

 

The Holy Mountain

영화 정보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

1973 · 스릴러/판타지 · 멕시코 · 114분

 

첨부 이미지

 

이 영화는 지나치게 비도덕적입니다. 이 영화는 지독하게 변태적입니다. 이 영화는 터무니 없이 역겹고 더럽습니다. 이 영화는 무척이나 신성모독적(보는 분에 따라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입니다. 한 마디로 정리하면, 이 영화는 ‘미친 영화’입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바로 이 영화,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 감독의 <홀리 마운틴>은 영화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컬트 영화의 걸작으로 당당히 자리 잡았습니다.<홀리 마운틴>은 최고의 컬트 영화임과 동시에, 최고의 풍자 영화이기도 합니다. 종교학을 전공한 조도로프스키는 먼저 풍자의 화살을 신들에게 겨누고, 신들을 통과한 화살은 제국주의, 자본주의, 전체주의의 역사를 지난 다음 다시 신화로 회귀하여 끝내 ‘환영’이라는 과녁에 명중합니다. 마치 한 세기가 지나 성인용으로 재해석된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보는 듯한 이 신비로운 여정과 세계를 그는 그 누구보다 창의적이고 완벽하게 구축하였습니다. 벌써 이번 학기의 마지막 감상회입니다. 첫 감상회 영화 <플레이어>의 추천글에서 이번 학기의 감상회 컨셉이 ‘다양성’이라고 소개했었는데, 여러분들도 그렇게 생각하셨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영화가 특이하다고 느끼지 못하셨던 분들도, <홀리 마운틴>을 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입니다. 새로운 자극을 원하시는 분들께 이번 감상회는 놓칠 수 없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감상단장 양태현

 

우수 한줄 감상

김가일 와 지옥가고싶었는데 이거 보고나니까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안정빈 다른 행성에도 미친 놈들이 많구나

백아영 사고력이 눈에게 당한 사기극

 

 

 

🎞️ 16회차 감상회 <엘리펀트> 🎞️

 

🐘🏫🔫🩸

 

2025년 5월 29일 (목)

 

Elephant

영화 정보 |거스 반 산트

2003 · 범죄/드라마/스릴러 · 미국 · 81분

 

첨부 이미지

 

"영화는 한 편의 시다." 예전에 제 지인 한 분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후술 할 이 영화의 추천글을 쓰자니, 전 이 말이 계속 생각이 나네요. 이번 학기 마지막 영화로서, 여러분들께 시 한 편을 마련해 보았습니다. 바로 거스 반 산트 감독님의 영화, <엘리펀트>입니다. <엘리펀트>는 1999년 실제 미국에서 일어난 콜럼바인 고교 총기난사 사건을 배경으로 한 영화인데요, 놀랍게도 줄거리는 이게 전부입니다. 참담하기 이를 데 없는 이 실화 사건을 영화로 서술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감독인 거스 반 산트는 희대의 참신하면서도 탁월한 선택을 했으니, 바로 서사를 없앤겁니다. 그 어떤 서사로도 이 모순적인 참극을 제대로 표현할 수는 없겠으니, 차라리 서사를 포기하고 말겠다는 거죠. (영화에 사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카메라는 그 외의 것들에 더 신경 쓰고 있습니다.) 영화는 ‘모름’의 상태를 유지합니다. ‘앎’을 내세우는 순간, 이 사건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편견이 생긴다는 전제가 깔리니, 아무것도 모르는 무(無)의 상태에서 바라보겠다는 것이지요. 마치 영화 자체가 모든 껍데기를 벗은 채, 알몸의 상태로 사건에 다가가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이러한 영화의 태도는 기어코 가장 참혹한 순간에서마저 아름다워 보이기까지 하죠.아름다운 비극의 영화, <엘리펀트>. 마지막 감상회에 걸맞은 영화라고 확신합니다.

감상단장 심효민


 

우수 한줄 감상

안정빈 인과율의 부재. 분명 아침만 해도 화창한 어느 날이었다.

임희연 영화같은 삶을 꿈꿨는데 영화같은 삶이 뭐지 하고 생각하게 됐다

최재호 어설픈 피아노에 대한 거부감이 공포에 패배했다

 

 

 

  • 여기서 소개된 글은 2025년 서강영화공동체 문집으로 발간됩니다.  
  • 2025-1 자유 기고는 영공 부원 대상 6월 4일 (수) 23:59까지 받고 있습니다.
  • 여름 방학 기고는 따로 공지할 예정입니다.
  • 기고 방법은 영공 카톡 공지방을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 81기 영공 캘린더 

▶️ 3월 14일 (금) 개강총회 완료

🍿 3월 28일 (금)~29일 (토) 무비올나잇 완료

📽️ 5월 3일 (토)~5일 (월) 전주국제영화제 MT  완료

🎥 5월 9일 (금)~10일 (토) 제작단 워크숍 완료

🔥5월 29일 (목) 마지막 감상회 → COMING SOON 🍿

🎉 6월 2일 (월)~4일 (수) 40주년 기념 작은영화제 → COMING SOON 🍿

⏸️ 6월 5일 (목) 종강총회 → COMING SOON 🍿

 


FEELM NO.11 만든 사람들

편집장    | 김예빈

교정·교열 | 강시형 김민서 박민제 이재연

에디터    | 강시형 김민서 박민제 이재연

객원 에디터  | 박상준

영화제 기획팀 |  김유진 조유정  

전주국제영화제 | 강시형 김준범 박민제 박상준 박세하 최재혁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싶다면?

 

 

영공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뉴스레터를 알리고 싶다면?

'공유하기' 버튼을 눌러 링크를 공유해주세요.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FEELM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1개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 KJB의 프로필 이미지

    KJB

    2
    약 1년 전

    문집부장님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다음 문집부장 되실 분도 홧팅

    ㄴ 답글

다른 뉴스레터

© 2026 FEELM

박찬욱 감독님이 1985년 설립한 서강대 중앙영화동아리, 서강영화공동체의 뉴스레터 FEELM입니다.

뉴스레터 문의sogangfc.drive@gmail.com

메일리 로고

도움말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채팅으로 문의하기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특별시 송파구 위례광장로 199, 5층 501-2-31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라이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