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과 함께한 영화제, 그리고 시작된 사랑

FEELM 12번째 이야기 : 서강영화공동체 40주년 기념 작은 영화제 특별호

2025.08.26 | 조회 3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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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ELM

박찬욱 감독님이 1985년 설립한 서강대 중앙영화동아리, 서강영화공동체의 뉴스레터 FEELM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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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워요, 구독자님!

저는 이번 FEELM 12호부터 문집부장으로 함께하게 된 박민제라고 합니다. 설레고 두근거리는 시작을 구독자님과 함께 할 수 있어 너무나도 기쁩니다. 저를 소개하기 위한 이런저런 말 대신 음악 하나를 골라 왔어요. 바로 21세기 지상 최고의 영화음악가 미카 레비의 <졸라> 사운드트랙인데요. 저는 이렇게 실험적인 전자음악을 잘 활용한 영화를 찾아 극장을 늘 헤매고 있답니다. 여러분이 즐겨 듣는, 혹은 너무 듣기만 해도 너무 벅차올라 감히 재생 버튼에 손을 대기도 겁나는, 그런 영화음악은 무엇인지 궁금해요. 아무튼, Here We Go!

 

 

그럼 본격적으로 이번 뉴스레터를 시작하기에 앞서 방학 동안 어떤 소식들이 구독자님을 기다리고 있었는지 간단히 살펴볼까요? 먼저 김예빈 에디터가 지난 작은 영화제 80기 제작단의 GV 기록을 준비했어요. 이달의 곱하다 섹션에서는 박세은 부원이 영화 산업의 IP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나누다 섹션에서는 이현서 부원이 <러브레터>를, 장한슬 부원이 <마미>를 소개해요. 그럼 즐길 준비 되셨나요? 

 

FEELM 편집장 박민제 

 


 

 

🎬 영공소식

 

GV 기록과 함께 지난 작은 영화제의 추억을 함께 돌아봐요. 각 작품의 감독님들과 질의응답의 기록을 뉴스레터에 담았어요. 문집부 에디터들이 정성 들여 준비한 에디터 노트도 놓치지 마세요!


📽️ 서강영화공동체 40주년 기념 

⚖️ 작은 영화제 : 시소⚖️

80기 제작단 GV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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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 일시 6/4(수) 18:00~22:00

상영 장소 KT&G 상상마당 시네마 

 

 

 <Bicycle Diary>

 

“길에서 하루를 보내는 세연의 앞에 혁이 불시착하고, 세연은 혁을 원래 있던 곳으로 돌려 보내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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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단

감독 천세연 | 공동연출 박혁 | 공동제작 최재혁

미술부 윤영서, 안지은, 임유나

제작부 신동주, 이연우, 김민석

촬영부 김준범, 이정민, 조혜인

 

Editor's Note

이재연 | 한 번 떠나온 이상 떠나가야만 한다. 떠남 아닌 돌아감은 없고, 귀행歸行도 여행旅行이다. 비행기를 기다리던 소년은 자전거와 함께 점멸했다. 잘 가요, 그 한 마디를 크리스마스 소원처럼 남긴 채.

박민제 | ‘돈’도 ‘밥도’ 모르는 누군가가 당신 앞에 떨어진다면? 그를 어디까지 바래다 줄 수 있으신가요?

 

감독 천세연
감독 천세연

 

어떻게 시작된 영화인가요?

원래 20페이지 시나리오였는데, 아무도 좋아해 주질 않아서요. 그걸 바탕으로 즉흥 연기를 10번 쌓아가면 어떻게 나올까 궁금해서 배우도 모집했었어요. 배우도 안 구해져서 결국 제가 직접 연기했죠.

 

즉흥 연기로 이루어진 영화다 보니 편집이 어려웠을 것 같은데요.

촬영이 끝난 당일에 편집해서 배우들과 봤어요. 그걸 바탕으로 다음 회차 방향을 잡았죠. 총 12회차 찍었고, 초반엔 8시간짜리였던 걸 40분까지 줄였어요. 이걸 기반으로 지금 장편으로도 편집 중이에요.

 

'Bicycle Diary'라는 제목은 어떻게 정해졌고,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

원래 20페이지 시나리오 제목이 그거였어요. 영화 제목은 다를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그런데 중간에 제가 한 번 기어가는 연기를 했고, 자전거가 메타포로 자리 잡으면서, 민트색 의상과 자전거로 톤을 맞췄고 제목도 그대로 가져갔어요. 총 12회차를 찍었고, 제목은 촬영 초반에 결정되었던 것 같아요.

 

" 즐겁게 영화 봐주시고 귀한 질문들도 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마음 같아서는 당장 자전거가 돼서 한분씩 등 위에 태워 드리고 싶네요. 언젠가 그럴 수 있도록 열심히 연마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지켜봐 주세요! "

 

 


 

<천사들은 도서관으로 모인다>

 

“생이라는 고통 속으로 추락한 해인은 영원에게서 벗어나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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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단

각본·연출·편집 박소영 

촬영감독·음악 홍태화 | 촬영 이현서 | 동시녹음 하현지 | 조명 한수빈

PD 이채원 | 현장보조 김서진, 임윤상

미술 김난, 김현서, 박서연 스크립터 전유빈, 이민서

 

Editor's Note

이재연 | 날개옷을 훔쳤다고 해서 영원히 함께하자는 뜻은 아녔어. 다음 두레박이 내려올 땐 다시 돌아가 주겠니? 나의 아름다운 선녀, 지겨운 천사에게.

김민서 | 해인과 함께 영원히 천사로 남고 싶었던 영원. 해인에게 영원은 어떤 존재였을까.

 

 

왼 : 감독 박소영  |   배우 김지혜 (해인 역)
왼 : 감독 박소영  |   배우 김지혜 (해인 역)

 

 

이 영화를 어떻게 만들게 되었는지?

소영 큰 생각이 있었던 건 아니었어요.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고, 어떻게 만들까 고민하다가 우연히 본 책 <사신 치바>에서 “천사들은 도서관으로 모인다”는 문장을 봤어요. 이걸 보고 영상으로 만들면 재밌겠다 싶었어요.

 

소품, 미술, 영화에 등장하는 작품들 하나하나에 신경쓰신 게 많이 보이더라고요.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런 세세한 부분들을 어떻게 선정하고 어떤 의도로 넣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소영 이 영화는 미술적으로는 일본 영화 스타일을 많이 참고했어요. <피크닉>이나 <경심> 같은 작품들이요. 칙칙한 분위기를 내려고 옛날에 쓸 법한 소품을 썼습니다. 카프카 『소송』은 독서 모임 장면에서 부조리에 대해 이야기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선정했어요. 카프카가 막막하고 얽히고 설킨 이야기를 많이 하니까요. 또 중간에 나온  <라탈랑트>는 해인과 영원의 관계의 단서를 제공할 수 있는 영화였어요.

 

확실히 일본 영화 느낌이 많이 나더라고요. 평소에도 일본 영화에 관심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 감독님이 생각하는 일본 영화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소영 일단은 칙칙한 거 자체가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좀 어딘가 기괴하고 엉뚱한데 그게 나쁘게 보이지 않고 그냥 재밌어요. 그리고 일본에는 히키코모리라는 게 있잖아요. 그런 문화가 되게 잘 퍼져 있다. 작품에서도 보이는 것 같아요. 사실 제가 에반게리온을 좋아하거든요. 근데 그 에반게리온에 나타나는 서늘한 연출들이 되게 마음에 들어서 제 작품에도 자연스럽게 반영되었던 것 같네요. 지금도 느껴질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처음 시나리오를 썼을 때는 피드백 과정에서 스태프 분들께서 이거 너무 에반게리온 같다고 해서 수정을 10번 이상 해서 색채를 최대한 덜어내려고 했습니다.

 

‘영원’은 해인에게 어떤 존재인가요?

소영 해인의 트라우마를 형상화한 캐릭터예요. 말을 하지 않는 것도 의도적이었고요. 트라우마를 형상화한다면 내면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드러나는 것 같아서요.

 

 


 

 <KAFKAESQUE>

 

“어느 날 아침, ‘나’는 뒤숭숭한 잠자리에서 깨어났을 때 자신의 머리에 뿔이 달린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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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단

각본·연출·편집·음악 윤상훈

제작지원 박서현 | 스크립터 박서현

촬영감독 선효원 | 퍼스트 진선혜

조명감독 김민송 | 음향감독 박장효 | 미술감독 한윤서

 

Editor's Note

박민제 | 예고도 없이 ‘나’에게 찾아온 뿔 한 쌍. ‘나’ 위에서 내려다보며 뿔은 무엇을 목격하고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

강시형 | ‘부조리하다’는 말로 이 모든 문제를 담아내는 것이 가장 부조리하다.

 

 

감독 윤상훈
감독 윤상훈

 

 

이 작품을 구상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첫 영화를 연출할 당시엔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가?"에 대한 확신이 없었고, 그로 인해 방향을 잡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던 중 밴드 쏜애플 보컬이 쓴 글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현대인은 ‘자기소외’라는 만성증에 시달린다는 내용이었죠. 신체, 정신, 생각, 기호 같은 개인적 특성들이 점점 빛을 잃고, ‘스펙’ 같은 사회적 잣대가 그것들을 대체한다는 말이 와닿았습니다. 그 글에서 출발해, 단순한 자기소외를 넘어서 세상에 대한 염증과 그 염증을 반복하는 자기혐오까지 담고 싶었습니다. 농담만을 소비하는 사회에서 희화화와 냉소 아래 조용히 썩어가는 사람들에 대한 문제 의식이 이 작품의 출발점입니다. 결국 우리는 이 사회의 피해자이자 동시에 가해자일 수 있다는 모순적인 인식에서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서현의 뿔에서 피가 흐르는 장면으로 영화를 여는데요.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

원래는 서현이 도망치는 장면으로 시작했지만, 편집 단계에서 관객이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를 예감할 수 있는 장면으로 바꿨습니다. 인물이 정면을 바라보는 설정을 통해 기묘한 분위기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동시에 이 인물이 앞으로 겪게 될 내적 감정의 핵심을 상징적으로 제시하고 싶었습니다.

 

영화 제작 중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한정된 예산으로 찍는 게 가장 힘들었습니다. 이번엔 40만 원이라는 한정된 예산 안에서 제작해야 했습니다. 수족관은 3시간만 대여할 수 있었고, 스태프 분들이 장비를 대부분 처음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현장에서 교육과 촬영을 동시에 진행해야 했습니다. 결국 시나리오 일부를 수정하며 타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누군가 왜 그렇게 돈을 쓰면서 영화를 만드냐고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명확한 답은 저도 모르겠군요. 공상과 백일몽, 흥미로운 이야기, 누군가의 독백에서 그칠 것을 어딘가에는 있을 법한 것으로 변환시키는 것. 이것이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아마 하고 싶은 이야기가 남아있다면, 그리고 그 이야기를 남이 들어주기를 바란다면 앞으로도 영화를 계속할 것 같습니다. 감독 혼자만 재미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관객들도 몰입할 수 있도록, 더 나은 재담꾼이 되어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GV 기록 전문은 이번 겨울에 발간될  『2025 서강영화공동체 문집』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 록  | 김 예 빈

 

 

 


✖️ 곱하다 

박세은 부원이 IP 기반 콘텐츠라는 영화 산업의 최근 트렌드를 소개하고 그 문제점 전망까지 짚어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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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영화업계에서는 리메이크, 리부트, 속편 중심의 제작이 활발하다. 전년도 박스오피스 상위 10편은 모두 기존 IP에서 나왔을 뿐더러, 할리우드 주요 스튜디오 영화의 약 60%가 기존 IP 기반이다. <인턴>의 한국판, <드래곤 길들이기> 실사 리메이크, <판타스틱4>와 <슈퍼맨>과 같은 슈퍼히어로 IP의 리부트처럼 기존 작품을 새롭게 재해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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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러한 흐름은 스트리밍 플랫폼 확산과 코로나19로 인한 관람 문화 변화에서 비롯됐다. 영화관 대신 집에서 영화 관람이 가능해지고 티켓 가격 상승으로 ‘값어치 있는 영화’에 대한 소비자의 판단이 엄격해졌다. 제작사들은 과도기적인 상황에서 안정적 수익과 마케팅 비용 절감을 위해 검증된 IP를 선호하게 되었고, 기존 팬층과 새로운 세대 모두에게 매력적인 속편과 리메이크에 투자하는 것을 택했다. 글로벌 진출을 위해 현지 문화에 맞춘 리메이크화 또한 이들의 전략이었다.

 IP 기반 작품은 완성도 측면에서 강점이 있지만 창의성 부족, 소재 고갈 등의 비판이 따른다. 특히 팬 커뮤니티에서는 “단지 돈 벌려고 만든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The Australian은 리부트, 속편, 프랜차이즈 중심의 제작 방식을 “창의성 부족”으로 지적하면서도 독립영화들이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28년 후> 각본가 Alex Garland는 프랜차이즈 과잉이 창작 피로를 유발한다고 지적했고, Financial Times는 오리지널 콘텐츠가 여전히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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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후에도 IP 중심 제작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를 개선하려면 오리지널 콘텐츠 육성과 제작 전략의 양면성이 필요하다. 픽사처럼 기존 IP로 흥행을 이어가면서 <소울>, <엘리멘탈> 같은 신작으로 창의성을 확보하거나, A24처럼 독창성으로 브랜드화한 사례가 해법이 될 수 있다. 또한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한 마케팅 지원 확대와 더불어, IP 중심 제작에서 벗어나려는 제작자들을 위한 환경 구축이 절실하다. IP 안정성과 창의성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 영화산업의 미래 과제가 될 것이다.

 

부 원 |박 세 은

 

 


➗️ 나누다 

이현서 부원이 구독자님에게 <러브레터>를 소개해요.

장한슬 부원이 구독자님에게 <마미>를 소개해요.


사랑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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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레터, 1995>

감독 : 이와이 슌지

로맨스 · 일본 · 1시간 57분

 

“잘 지내시나요? 저는 잘 지냅니다.”

누군가 나에게 묻는다면, 당신은 사랑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어온다면, 나는 마음에 담아둔 한 편의 영화를 꺼내 놓을 것이다. 이와이 슌지 감독의 1995년 작, 영화 <러브레터>,

사랑은 수많은 영화의 주제가 된다. 어떤 영화는 사랑의 아름다움을, 또 어떤 영화는 그 슬픔, 심지어는 질투와 분노, 비극을 담아내기도 한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러브레터>가 세대를 넘어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에 오래오래 남는 이유는 분명하다. 이 영화는 온전하고 순수한 사랑의 감정을 조용히, 그러나 깊이 있게 드러낸다. 1시간 57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 안에, 우리는 사랑을 만나게 된다.

이야기는 눈길에 산행을 나섰다 사고를 당한 남자 ‘후지이 이츠키’의 추도식 이후 그의 여자친구인 ‘와타나베 히로코’가 우연히 졸업앨범에서 발견한 이츠키의 옛 주소로 편지를 보내게 되면서 시작된다. 반대로, ‘후지이 이츠키’라는 여성은 모르는 이름으로부터 온 편지를 한 장 받게 된다. ‘잘 지내십니까’라는 짧은 인사가 담긴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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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당황스러운 마음에 편지를 무시하려 하다가도, 끝끝내 호기심을을 이기지 못하고 고민 끝에 답장을 작성한다.

“저는 잘 지냅니다. 당신은 잘 지내시나요?.”

그렇다. 이 영화에는 얼굴이 똑같은 두 여자와, 반대로 이름이 똑같은 두 남녀가 등장한다. 그리고 이들의 사랑이 편지를 통해 얽히고 다시 풀어지는 그 모든 감정의 교차 속에서, 당신은 예상치 못한 순수한 사랑의 본질과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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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러브레터>를 처음 본 것은 중학교 3학년 여름밤이었다. OTT도 성행하지 않던 시절, 불현듯 겨울영화가 보고싶어져 집에 있는 DVD 박스를 뒤적거렸다. 그 속에서 찾은 오래된 <러브레터> DVD를 홀로 감상한 밤은 내게 잊지 못할 감정의 선을 남겼다. 당시는 배우 나카야마 미호가 '히로코'와 '이츠키' 두 주인공을 모두 연기했다는 사실조차 몰랐을 만큼 어린 나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이 내게 줄 수 있는 모든 감동은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때로는 씁쓸하고, 때로는 오해받으며, 때로는 엇나가고, 때로는 훌쩍 다가왔다가, 또 말도 없이 멀어지곤 했던, 그 모든 사랑.

올해 <러브레터>는 개봉 30주년을 맞았고, 2025년 1월 1일에는 이를 기념한 재개봉이 있었다. 1월 말 영화가 내려가기 전, 극장을 찾았다. 무덥고도 시원했던 어린날날의 여름밤을 기억하며. 그리고 공교롭게도 그날 하늘에서는 함박눈이 펑펑 쏟아졌다. 영화 속 장면처럼—사랑이 메아리치던 겨울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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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모든 날에도 <러브레터>의 순수한 사랑이 깃들기를 바란다.

깊지만 무겁지 않은, 차갑지만 시리지 않은, 한없이 잠잠하고 포근한 눈송이 같은 사랑이.

 

 

 

부 원 |이 현 서

 

 

 

 


 

사랑은 구원이 아닐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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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미 Mommy, 2014>

감독 : 자비에 돌란

드라마 · 캐나다 · 2시간 18분


“사랑과 구원은 별개예요.”

보호시설의 담당 직원이 ADHD를 가진 소년 스티브를 퇴소시키며, 그의 엄마 디안에게 건네는 말이다. 충동적이고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는 아들을 둔 엄마 디안의 진실된 사랑과는 별개로, 구원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것. 이는 곧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의식이기도 하다. <마미>의 서사는 결국 사랑과 구원은 함께 갈 수 있는지에 대한 하나의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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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우리 여전히 사랑하지?”

“우리가 제일 잘 하는 게 사랑이잖아.”

엄마와 자식 간의 사랑이라는 가장 원형적이고 본능적인 감정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사랑만으로는 버틸 수 없음을 영화는 집요하게 보여준다. 스티브의 돌발 행동은 디안의 일상을 조금씩 무너뜨리고, 생활은 갈수록 팍팍해진다. 관객은 스크린 밖에서 디안의 고통을 이해하며, 그녀가 내리는 결정이 결코 스티브를 향한 사랑의 포기가 아님을 안다. 하지만 스티브는 불안하다. 엄마가 자신을 떠날까 봐, 더 이상 사랑하지 않게 될까 봐 끊임없이 확인을 요구한다. 그것은 어쩌면 사랑이 반드시 구원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감지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스티브도 알고 있다. 사랑만으로는 세상의 잣대와 제약, 그리고 자신을 둘러싼 현실을 이겨내기 어렵다는 것을.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는 특별하다. 서로에게 가장 깊숙이 뿌리 내린 감정이면서도, 때로는 가장 날카로운 상처가 되기도 한다. 말 한마디가 심장에 비수를 꽂기도, 사랑과 증오가 맞닿은 듯 엉켜 있기도 하다. <마미>는 그런 관계의 복잡성과 애증을 정면으로 그려낸다. 어쩌면 우린 모두 그 관계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 때로는 사랑을 확신하지 못하고, 때로는 사랑이 무거워 숨이 막히기도 한다. 이야기 속 인물들이 세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어려운 것처럼, 현실 속 우리도 마찬가지다. 사랑을 의심하고, 현실 앞에 굴복한다. <마미>는 그런 우리에게 말한다. 그런 사랑도 결국엔 사랑이고, 현실의 무게에 짓눌린 사랑이라고 해서 사랑이 아닌 것은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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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실험적인 화면비다. <마미>는 전통적인 와이드스크린 대신 1:1의 정사각형 화면비를 택한다. 처음에는 다소 갑갑하게 느껴질 수 있으나, 이는 인물들이 처한 현실의 좁고 거친 틀을 상징한다. 사회의 시선 속에 갇혀, 서로의 사랑 속에서도 쉽게 숨 쉴 수 없는 스티브와 디안의 모습. 화면은 철저히 인물에게 밀착되어 있다. 

그러나 영화는 특정 장면에서 이 화면비를 넓힌다. 특히 오아시스의 ‘Wonderwall’이 흐르는 가운데, 스티브가 두 팔로 화면의 양옆을 밀어내듯 비율을 넓히는 장면에선 관객 역시 스티브와 함께 자유를 만끽하고 호흡한다. 사랑과 희망의 감각이 터져 나오는 해방의 장면에서 관객은 함께 카타르시스를 경험한다.

사랑과 구원에 관한 질문에 결국 <마미>는 이렇게 답한다.

사랑이 모든 걸 구원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사랑하기에 구원할 수 있고, 구원했기에 더 깊이 사랑할 수 있다고.

 

 

부 원 |장 한 슬

 

 


 

  • 뉴스레터에서 소개된 글은 2025년 서강영화공동체 문집으로 발간됩니다.  
  • 다음 달 자유 기고는 영공 부원 대상 9월 16일 (화) 23:59까지 받고 있습니다.
  • 기고 방법은 영공 카톡 공지방을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 82기 영공 캘린더 

🎬 9월 4일 (목) ~ 5일 (금) : 동아리 거리제 (신입부원 추가모집) → COMING SOON 🍿

🍿 9월 6일 (토) ~ 8일 (월) : 부산국제영화제 MT 2차 참가신청 기간 → COMING SOON 🍿

📚 9월 8일 (월) ~ 10일 (수) : 스터디장 추가 모집 기간 → COMING SOON 🍿

🔥 9월 12일 (금) : 개강총회 → COMING SOON 🍿

▶️ 9월 15일 (월) : 첫 감상회 → COMING SOON 🍿

🍿 9월 19일 (금) ~ 21일 (일) : 부산국제영화제 MT → COMING SOON 🍿

 

 


FEELM NO.12 만든 사람들

편집장    | 박민제

교정·교열 | 강시형 박민제

에디터  | 강시형 김예빈 이재연 박민제

객원 에디터  | 박세은 장한슬 이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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