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이 가는 길을 환하게 비춰줄게요

서강영화공동체 뉴스레터 HELLO WINTER GOODBYE 2024

2024.11.26 | 조회 5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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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0기 문집부가 전하는  

     2024 마지막 인사

 

구독자, 어느새 약속했던 2024 뉴스레터 7번의 발행이 이번을 마지막으로 모두 끝났어요. 2024년도 마무리가 되어 가는데요. 아직 실물 문집 출판이 남았지만 2024년 뉴스레터 마지막 호를 맞이해서 문집부원들이 연말 인사를 드려요. ☃

 

🌈 문집부장 · 편집장 김예빈 

요즘은 글 쓰는 것보다 좋은 글 모으는 걸 더 즐기는 예빈입니다. 뉴스레터도 처음이고 출판도 처음이라 막막한 부분이 많았는데요. 좋은 문집부 사람들과 활발하게 참여해주신 영공 부원 분들 덕분에 무사히 7번의 뉴스레터를 잘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좋은 걸 모으는 게 취미인 저에게 기회가 찾아왔고 그걸 잡아서 소중한 경험을 만들어 갈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하고 싶은 걸 다 하는 성격에 일을 많이 벌렸고 정신 차려보니 시간이 훌쩍 가버렸네요. 뉴스레터 마지막을 제가 사랑하는 영화로 장식할 수 있어서 기쁘기도 합니다. 2024년은 저물어 가지만 우리에게는 새로운 2025년이 올 겁니다. 늦지 않았습니다. 구독자도 하고 싶은 일에 주저하지 않고 힘껏 도전하면서 즐겁게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차가운 겨울에도 뜨겁게 살아갑시다! 내년에 나올 2024 서강영화공동체 문집도 많이 사랑해주세요. 💞

 

⚛️ 에디터 강시형 

안녕하세요, 문집부 에디터 강시형입니다. 이렇게 저렇게 살다보니 연말이 다가왔네요. 단순히 영화 보는 것이 좋아서 서영공에 들어왔고, 글 쓰는 일이 재밌어서 문집부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데 이번 학기 마지막 뉴스레터로 인사를 남기려니 기분이 묘합니다. 여러 말들이 떠오르는데 제 감정을 표현하는 글은 잘 쓰지 않아서 그런지 정리가 잘 안되네요. 그래도 한가지 확실하게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참 감사하다는 것입니다. 제가 쓴 글을 봐주셔서, 그리고 여러 다양한 글을 기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홍보 하나만 하자면 내년에 실물 문집이 발간될 예정입니다. 모두들 재밌게 읽으실 수 있도록 문집부에서 잘 만들테니까 많이 봐주시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뉴스레터를 구독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드리며 인사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에디터 김유진

안녕하세요! 문집부 에디터 유진입니다. 날씨도 부쩍 추워지고, ‘마지막’ 시험, ‘마지막’ 수업, ‘마지막’ 뉴스레터… 이런 여러 ‘마지막’들을 마주하니 이제는 정말 연말임이 피부로 느껴지네요. 벌써 뉴스레터도 마지막이라 소감을 쓰고 있다니 기분이 오묘하고요. 저는 요즘 저를 돌아보는 것에 시간을 쏟고 있는데요. 저는 영화를 좋아하게 되기 전부터, ‘듣기’ ‘말하기’ ‘쓰기’를 좋아하는 아이였던 것 같아요. 국어 시간을 가장 기다리고, 발표라면 누구보다 먼저 손을 들고, 백일장에 빠짐 없이 나가고. 그래서 영공을, 문집부 활동을 통해서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마주하는 것이 더욱 즐거웠습니다. 뉴스레터를 준비하면서 영화에 대한 애정이 가득 담긴 다양한 글을 누구보다 먼저 읽을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어요! 내년 초 중으로 발간될 2024 문집도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그동안 뉴스레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에디터 박소영

최근 들어 여기저기서 왜 요즘엔 글을 쓰지 않느냐는 질책을 받고 있습니다. 참 우습지만 바쁘다는 변명을 해봅니다. 우린 영화 동아리지만, 문집부이니 글을 다룹니다. 요즘 글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돌이켜봅니다. 영화와 글 각자 나름의 언어로 사람들을 사로잡지만, 모순적이게도 영화를 직접 만들어보니 글이 그리워집니다. 영화에 깊이 빠지다 보면 글을 쓰고 싶어지고, 또 글에 빠지면 영화에 푹 담가지고 싶습니다. 둘 다 하면 될 것을..

마지막 인사를 이런 식으로 합니다. 서영공에서 글을 남기고, 또 다른 분들의 글을 만져볼 수 있어 즐거웠습니다. 영공과 작별하더라도 전 아마 계속 영화와 글을 붙잡고 놀고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은 또 어떤 마음을 가지셨을지 궁금하네요. 그럼 또 봅시다.

 

✒️ 에디터 배제우

여러 번의 고민이 담겨서 인지, 글에는 말로는 전달되지 않는 진심과 울림이 담겨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글들이 하나 둘 완성되어 가는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것은 제게 너무나도 귀중한 경험이었습니다. 부원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뉴스레터 함께 만들어갈 수 있어 좋았습니다. 내년에 나올 실물 문집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그동안 뉴스레터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행복한 연말 보내세요!

 

 


 

➗️ 나누다 

김예빈 에디터와 김유진 에디터가 

구독자에게 겨울 향기가 나는 영화들을 소개해요. 

 


 

김예빈 에디터가

구독자에게 소개하는 

찬실이는 복도 많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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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찬실이는 복도 많지, (2019)

감독 : 김초희

드라마/로맨스/판타지 · 한국 · 1시간 36분

 

 

<좋아하는 것에

진심을 다하는

모든 이에게> 


 

구독자, 무언가에 푹 빠져 열정을 다해본 적이 있는가? 그때만큼 벅차고 설레는 순간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시간이 지나고 나면, 마치 겨울 바람이 불어오는 듯한 공허함과 무기력이 밀려오기도 한다. 나도 그랬고,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의 주인공 찬실이도 그랬다.

찬실이는 모든 걸 제쳐두고 영화에 온 마음을 쏟았다. 그러나 함께 작업하던 감독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인해 실직하게 되었고, 그렇게 사랑하던 영화를 더는 할 수 없게 되었다. 영화에 대한 희망은 차가운 겨울처럼 사라져 얼어붙었다. 대표에게서 "PD는 얼마든지 대체 가능하다."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찬실이의 마음은 더욱 얼어붙었다. 그녀는 소중하게 여기던 영화 자료들을 버리려 할 만큼 절망에 빠졌다. 그 감정들을 피하기 위해 김영이라는 남자를 통해 사랑을 채우려 하거나 소피네 집 가정부로 들어가 무의미한 청소와 요리를 반복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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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찬실이를 감싸던 은은한 노란빛은 김영, 주인집 할머니, 소피, 장국영을 거쳐 겨울의 달빛처럼 더욱 깊어졌다. 상황이 아무리 차갑게 변해도 찬실이는 깊이깊이 고민하며, “우리가 믿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을 찾기 위해 애썼다. 영화의 마지막은 노르웨이 기차의 시선으로 설원을 지나는 것으로 끝난다. 그녀는 끝없이 이어질 것만 같았던 겨울에서 새로운 하얀 도화지를 쥐고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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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영화를 스무 살이 되던 해, 방황하던 겨울에 처음 보았다. 지금은 사라진 아카데미극장에서 만났다.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된 영화다. 영화를 보면 찬실이는 “집도 없고 돈도 없고 남자도 없고” 고군분투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그녀 곁에 많은 이들이 있었다. 그들은 찬실이가 어두운 밤의 터널을 지나 따뜻한 달빛을 마주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영화는 끝났지만 그 모습을 보며 나도 힘을 얻었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는 영화에서 시작해 영화제, 영화관, 그리고 영화라는 공간 자체에 이르기까지 나를 쉼 없이 살아가게 만든 원동력이 되었다.

그때도 난 찬실이와 무척 닮았다고 느꼈는데, 지금 보니 더 닮았다. 희망을 잃어버린 모습까지도 그렇다. 찬실이가 영화에 대한 희망을 잃은 것처럼, 나도 희망을 잃어버렸다. 좋아하는 일들을 하면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번아웃은 계속 반복되었던 지난 날, 다시 찬실이를 찾게 되었다. 

주인집 할머니의 “난 오늘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아. 대신 애써서 해.”는 마음에 새겼지만, 장국영의 “정말 원하는 게 뭔지 깊이깊이 생각해 봐.”라는 조언은 잊은 채 살아가고 있었다. 현재에만 매몰되어 미래가 보이지 않았다. '이것만 끝나면 생각해 봐야지.'라는 마음으로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고 있었다. 예전엔 하고 싶은 것이 많아 괜찮았지만, 지금은 잘 모르겠다. 하루 하루를 그냥 살아낼 뿐이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를 처음 보았을 때의 불타는 열정이 그립지만, 그때의 나는 지금과 같을 수 없다. 

그러다 <시네마 천국>의 한 대사가 떠올랐다. 

“토토, 네가 영사실 일을 사랑했던 것처럼 무슨 일을 하든 네 일을 사랑하렴.” 

지금 이 순간, 하고 있는 것에서 의미를 새롭게 찾는다면, 다시 따뜻한 불씨가 피어오르지 않을까. 아니면 우리를 비추는 달빛처럼 은은한  마음도 충분히 괜찮다고 여기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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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겨울 바람이 조금씩 불어오는 이 시기에, 구독자도 좋아하는 것에 진심을 다하며, 그 속에서 따뜻한 빛을 찾길 바란다. 어떤 겨울이 찾아오더라도, 그 속에서 희망의 씨앗을 발견하기를. 영화에서 겨울이라 할머니가 집에 들인 죽어가는 식물이 따뜻한 곳에서 꽃을 다시 피운 것처럼 찬실이는 할머니를 만나 꽃을 활짝 피웠다. 구독자도 그렇게 구독자만의 봄을 만나 꽃을 피울 수 있기를 바란다.

 

 

에 디 터 | 김 예 빈

 

 


 

김유진 에디터가  

구독자에게 소개하는

드라이브 마이 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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ドライブ・マイ・カー

영화 : 드라이브 마이 카, (2021)

감독 : 하마구치 류스케 

드라마 · 일본 · 2시간 59분

 

 

<아픔을 가지고 살아가는 법>  

 

겨울이 오면 생각나는 영화가 있는가? 나는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가 떠오른다.

영화를 고르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양하겠지만, 나는 좋아하는 배우의 필모그래피를 따라 영화를 보는 경우가 잦다. <드라이브 마이 카>도 그렇게 접하게 된 영화다. 그래서 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주연 배우 니시지마 히데토시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내가 본 니시지마의 필모그래피는 드라마 <어제 뭐 먹었어>와 드라마 <부인은 취급주의>이다. 니시지마는 <드라이브 마이 카>를 포함한 세 작품 모두에서 남편을 연기한다. 그의 외적 이미지와 걸맞게, 니시지마는 생각이 많고, 언뜻 스토익하게 보이는 남편 역할을 정말 잘 소화한다. 많은 감정을 뒤로하고 담담하게 대사를 뱉는 표정과 목소리가 그와도, 그의 역할과도 아주 잘 어울린다.

배우의 목소리. <드라이브 마이 카>는 목소리를 비롯한 다양한 소리의 사용에 능한 영화이다. 특히 ‘고요함’에 대한 활용이 탁월하다. 배경 음악을 최소한으로 사용하며, 영화를 이루는 소리가 차 소리, 숨소리, 옷 바스락거리는 소리, 말소리 등 가공된 것이 아닌 소리들이 대부분인데도 전혀 영화가 비어 있다거나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간간이 인물들이 아무런 대사도 치지 않고 주변 소리와 숨소리만 들릴 때, 그 고요함 자체로 영화의 분위기가 된다. 눈이 소복하게 쌓여 온통 하얗게 보이면서도 왠지 모를 포근함이 느껴지는 겨울의 풍경처럼, 이 영화의 음향은 새하얗고 포근하다.

 

사운드트랙도 이러한 영화의 분위기를 담아내고 있다. 프롤로그가 끝난 뒤 부드럽게 깔리는 메인 곡 “Drive My Car”는, 영화의 진행 속에서 같은 멜로디를 골자로 하여 인물의 감정이나 성격에 따라 변주 되어 다시 등장한다. 손끝을 시리게 만드는 추운 공기를 연상케 하지만, 또 동시에 그 시린 손에 따스함을 쥐어 주는 것 같은, 조심스러운 위로가 느껴지는 멜로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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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영화를 ‘소통’에 대한 이야기로 해석하고 싶다. 영화 속 소통은 ‘가후쿠와 미사키의 관계’와 ‘가후쿠의 각본’을 통해 나타난다.

영화 초반, 가후쿠와 미사키의 대화는 운전석과 뒷좌석에서,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이루어진다. 가후쿠는 고용주이고 미사키는 고용인이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는 상하관계가 있다. 평등한 대화보다는 가후쿠의 질문과 미사키의 답변으로 이루어진 수직적인 대화이다. 하지만 다카츠키로부터 죽은 아내인 오토의 이야기를 듣고 난 뒤 가후쿠는 조수석에 타기 시작한다. 원래는 자신의 자리였던 운전석과 아내의 자리였던 조수석. 이제 운전석에는 미사키가 앉아 있고 가후쿠는 그 옆에 나란히 앉는다. 그때부터 둘은 ‘소통’ 하기 시작한다. 서로의 이야기를 나눈다. 서로 다른 삶과 경험을 가진 두 사람이 툭툭 던지듯 자신의 아픔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그럴 때가 있다. 괜히 나의 아픔을 아무 일 아니라는 듯이, 아무 사소한 일인 듯이 가볍게 이야기하게 될 때. 왠지 그렇게 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될 것만 같아서. 그들에게서도 그러한 감정이 느껴져, 오히려 건조하고 차분한 말투가 더욱 서글프게 다가왔다.

가후쿠와 미사키의 관계 변화는 좌석의 위치뿐만 아니라 손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자신들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차 안에서 나눈 뒤 두 사람이 함께 담배를 피울 때, 차 선루프 위로 뻗은 두 사람의 손이 나란히 앵글에 잡힌다. 또한 눈밭에서 더러워진 미사키의 손을 잡고 위로 끌어올리는 가후쿠의 모습이 클로즈업되기도 한다. 그들이 평등해지고, 아픔을 나누고, 서로에게 위로가 될 것임을 그들의 손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가후쿠의 각본은 포스트모더니즘적(탈구조적)으로, 다양한 언어를 뒤섞는 연출을 사용한다. 서로 다른 국적을 가진 배우들은 가후쿠의 지시에 따라, 감정을 전혀 넣지 않은 채 대본 리딩만을 반복한다. 개막 전, 배우들은 연습실에서 ‘소통’하지 못한다. 표정 속 감정을 읽을 수도 없고, 심지어는 수어를 사용하는 인물도 있어 음성을 들을 수조차 없다. 그래서 배우들은 자신이 맡은 역할이 어떤 것인지에만 집중하게 된다. 이렇게 대화의 일반적 요소들을 모두 버리고 계속 헛도는 듯하다가 마침내 가후쿠가 자신을 마주하게 됨과 함께 극은 막을 올리고, 무대 위에서는 모두 ‘소통’하게 된다. 타인과 진정으로 통하기 위해서는 나 자신을 인지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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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브 마이 카>는 3시간 동안의 운전과도 같다. 가후쿠의 운전 기사인 미사키의, 아주 안정적이고 잠을 깨우지 않는 운전. 러닝타임 내내 잔잔하고 안정적으로 진행되지만 멈추지는 않는다. 잠깐, 신호 대기를 할 정도, 의자에서 고쳐 앉을 정도의 정적만 군데군데 존재할 뿐. 금세 또 부드럽게 가속하며 흘러가는 영화다.

그래서 더욱 특정 대사가 좋았다고 말하기가 어렵다. 모든 대사가 영화 전체의 흐름과 맥락에서 기능하고, 그 속에서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그래도 <드라이브 마이 카>를 관통하는 대사를 꼽자면 僕たちはきっと大丈夫だ。(분명 우리들은 괜찮을 거야.) 결국 이 영화는 괜찮지 않아도 살아가야만 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자신의 아픔 때문에 ‘괜찮지 않은’ 가후쿠가, 또한 ‘괜찮지 않은’ 미사키에게 우린 분명 괜찮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가후쿠도 처음에는 자신의 아픔에 매몰되어 여유가 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그의 각본 속 ‘바냐 아저씨’의 감정과 마주하고 나서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 자신의 괜찮지 않은 부분들을 말하고, 돌아보고, 나누고, ‘내가 지금 괜찮지 않다’는 것을 절실하게 확인한 다음 서로에게 위로를 건넨다.

내가 <드라이브 마이 카>를 좋아하는 것은 바로 이것 때문이다. 아픔이나 고난을 이겨내라고 하지 않는 점. 그 모든 아픔을 겪었으나 이를 버리지 않고, 아픔을 가진 채 그 모습 그대로 살아가는 인물들의 모습. 나의 아픔과 괴리되지 않고 나 자체로 ‘그런 사람’이 되는 것에 대한 이야기. ‘이겨내라’고 이야기하지 않는 것으로 이 영화는 관객에게 치유의 방식을 제시한다.

지금껏 해결하지 못했고, 도대체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막막한 아픔을 가진 독자가 있다면, 이번 겨울엔 <드라이브 마이 카>가 전하는 위로의 말을 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에 디 터 | 김 유 진

 


 

🎬 영공소식

 

1. 지나간 영공 

 

✒비평 특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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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영화 비평가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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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6일 서강영화공동체에서 서강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강선형 교수를 초청하여 비평 강연을 진행하였다. 간단한 자기소개로 시작된 강연은 강선형 교수의 영화 비평에 대한 견해와 비평가로서의 삶에 대한 이야기로 이루어졌다.

가장 먼저 영화를 취미로 좋아하는 것과 소위 ‘영화 덕후’라 불리는 영화를 깊게 파고드는 것 그리고 영화 비평을 하는 것을 분리하여, 자신의 인생이 취미에서 덕후를 거쳐 현재의 평론가 자리에 이르렀음을 설명하였다. 취미나 덕후와 영화 비평가의 차이는 결국 영화 비평은 영화로부터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일이라는 것이었다.

근본적인 정의와 함께 영화 비평에 대한 설명을 하면서, 영화 비평(Film criticisim)의 어원이 임마누엘 칸트의 순수 이성 비판(Kritik der reinen Vernunft)의 비판(Kritik)에 있음을 소개하였다. 그리고 영화 비평은 비판이지 평가가 아니고, 절대적인 정답 같은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으며, 작가의 외부적 요소에 국한해서 분석하는 것만을 정답으로 여기는 태도도 경계해야 함을 주장했다. 또한 소설사 배명훈의 소설 《타워》 사례 등을 인용하여 특정한 견해에 절대성을 부여함에 따라 발생하는 문제를 지적하고, 영화 비평에서의 절대적 답의 부재에 대해 강조하였다.

영화 비평의 본질에 대한 설명 이후에는 전문적인 비평가가 되기 위한 과정에 대해서 설명하였다. 우선 비평 실력 향상을 위해서는 글 쓰는 연습, 책 많이 읽기, 영화 많이 보기 등 일견 당연해 보이는 것들을 해야 함을 말했다. 다만 중요도에 있어 글을 쓰는 연습을 먼저 많이 하고, 그 다음 책을 많이 읽고 마지막으로 영화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비평가라는 직업을 갖기 위해서는, 가령 평론가협회의 상을 수상하거나 문단에 등단을 하는 등의, 적절한 자격을 갖추어야 함을 얘기하였고, 그러면서 자신이 영화 비평을 하게 된 과정을 소개하였다. 처음 영화 제작을 하고자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영화 전공으로 입학을 하였으나, 영화 제작자의 길이 자신과 맞지 않음을 확인한 이후 철학과 대학원에 진학하여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하게 된 과정을 설명하였다.

정식으로 영화 비평가가 된 이후의 삶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이상적으로 영화 비평이 지향해야 할 점을 설명하면서도, 현실적으로 직업으로 비평을 하는 일과의 괴리에 대해서도 빠짐없이 설명하였다. 가령 원하는 영화에 대해서, 원하는 글만 쓰는 것이 아니라 의뢰를 받아서 선호와 무관하게 영화 비평을 해야 하는 등 일이 많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전체적인 영화 비평에 대한 강연이 끝난 이후에 다양한 질문에 답하는 시간도 가졌다. 강연에 참가한 학생들은 주로 비평가라는 진로를 추구함에 있어 갖는 고민들을 물어보았고, 이에 대해 강선형 교수는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학생들의 고민에 답을 해주었다.

대표적으로 나온 질문은 다음과 같다. 영화 비평가의 권위와 그로 인한 대중의 편향을 어떻게 줄일 수 있는지, 평론가협회의 상을 수상하기 위한 질문들,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 것의 장단점 등 전체적으로 비평가로서 살아가는 것 혹은 비평가가 되는 것에 대한 질문들이 이어졌다. 그리고 영화를 비평함에 있어 영화 내적인 요소만을 분석하는 것과 감독의 성향이나 삶 등 외부적 요소를 결합하여 영화를 분석하는 것 사이의 갈등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 여러 질문들에 답을 하는 과정에서 강선형 교수는 비평을 하는 것은 쉽지 않고, 정답이 없는 만큼 모두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글이란 것도 존재하지 않지만 자신의 독특한 시각을 설득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함을 역설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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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형 교수의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영화 제작의 길을 포기하게 되었을 때, 그리고 다시 비평가로서 영화를 다루는 직업을 갖게 되었을 때의 이야기가 영화를 좋아하지만 직업으로서 영화를 다루는 것을 망설이는 사람들과 영화 비평가라는 직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많은 울림을 주는 시간이었다. 개인적으로 영화 비평을 취미 삼아 하고는 있지만 직업으로 삼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고 살아왔고 여전히 직업 평론가가 될 마음은 없음에도, 이번 강연을 들음으로써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 영화 평론가라는 직업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의 낭만을 엿볼 수 있어서 좋았다.

 

에 디 터 | 강 시 형

 

 

 

🎞️ 10회차 감상회 

<네이키드 런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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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ked Lunch

데이빗 크로넨버그

1991 · 판타지/드라마/SF · 캐나다, 영국, 일본

1시간 55분 · 청불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은 지금까지 인간의 폭력, 섹슈얼리티, 정신의 파괴를 꾸준히 탐구해왔습니다. 그런 그에게 윌리엄 S. 버로스의 소설 <네이키드 런치>와 버로스 본인의 삶은 굉장히 혹하는 소재였을지도 모릅니다. 동명의 원작 소설은 기존의 글을 무작위로 오려 붙여 새로운 글을 만드는 일종의 실험소설이기 때문에 내용을 파악하기 어려운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독자는 우연성에 기대어져 만들어진 이 글의 맥락을 독자 본인의 상상력과 통찰력을 총동원해서 이 글을 각자의 방식으로 이해합니다. 그렇다면 창작자는 과연 무엇을 창작하는걸까요?크로넨버그는 이런 괴작에 작가의 삶의 이야기를 덧붙여 창작자와 창작이라는 것에 대해 탐구합니다. 소설을 쓰는 마약중독자 윌리엄의 정신적 파괴를 폭력과 섹슈얼리티, 신체개조와 같은 크로넨버그의 특기를 살려 표현하는 영화 <네이키드 런치>는 창작이라는 것에 대해 많은 질문을 던집니다. 마약에 취해 어그러진 정신상태에 기대어 무언가를 창작한다면, 그 창작물은 순수하게 창작자 본인이 창작한게 맞을까요? 그 창작물이 창작자가 표현하고 싶은 것을 표현할까요?

감상단장 노순범

 

베스트 한줄 감상

양태현 환각과 창작의 자기파괴적 공생관계

이정민 금욕적인 척 하던 문란한 마약중독자의 불쾌한 환상

심효민 너무 징그럽다

 

🎞️ 11회차 감상회 

<경마장 가는 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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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마장 가는 길

장선우 

1991 · 로맨스/드라마 · 한국

2시간 21분 · 청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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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한국 영화로 찾아왔습니다. 장선우의 <경마장 가는 길>은 놀랍습니다. 이런 영화가 존재하는 사실 그 자체로도 놀라울 뿐더러, 외설적인 동어반복이 끊임없이 거듭되는데도 차고 넘칠 정도로 재미있게 다가오지요. 영화는 기승전결 구조를 무시한 채 산발적인 대화들로 하여금 진행됩니다. 때문에 포스트모더니즘 담론을 불러일으킨 영화로도 확고한 위상을 지니게 되지요. 하지만 영화가 더 놀랍게 다가오는 이유는 바로 영화가 선사하는 웃음에 있습니다. 다소 불편하게 느껴지는 그들의 대화는 너무도 어처구니가 없어서, 실소 또는 폭소가 작품을 보는 내내 입가에 맴돌곤 합니다. 식자층의 위선과 맹목적인 모습을 해부하는 것은 물론 거부감이 들기도 하겠지만, 참을 수 없는 즐거움이 샘솟을 수도 있겠습니다. 욕망에 휩싸인 인간이 끝끝내 마주한 공허와 그저 허공에 떠돌뿐인 언어의 유약함을 체감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제법 재미있는 경험이 될 것입니다.

감상단장 최재혁

 

베스트 한줄 감상

김숭산 한 가닥 논리가 얼마나 유약한지

심효민 문성근말투를내반드시죽여버리겠다

양태현 3000번의 정사로도 채워지지 않을 공허



🎞️ 12회차 감상회 

<신이 되기는 어렵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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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udno byt bogom

알렉세이 게르만

2013 · 드라마/SF · 러시아

2시간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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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되기 이전에 이 영화를 보는 것 자체가 어렵습니다. 영화를 감상할 기회를 갖기도 어렵고, 3시간이라는 시간동안 지옥같은 영화 속 세계를 체험하는 것도 어렵습니다. 그리고 영화 속 세계는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이라고 말하지만, 이 곳이 인간 문명의 모습이 아니라고 부정하기도 정말 어렵습니다. 이 영화에 드라마는 없습니다. 뚜렷한 전개 없이 그저 광기가 지배하는 외계행성의 마을에서 피로감과 무기력감을 느끼는 주인공 돈 루마타를 보여줄 뿐입니다. 마치 중세시대 인간 사회처럼 보이는 이 외계 행성에서, 성간여행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적으로 진보한 지구에서 온 루마타는 마치 미래를 아는 선지자의 입장에 있습니다. 하지만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 이 마을 주민들의 삶의 방식을 바꾸기는 불가능합니다. 알렉세이 게르만은 사유의 부재가 곧 광기와 같은 것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을지도 모릅니다.

감상단장 노순범


베스트 한줄 감상

심효민 이토록 새로운 영화, 이토록 고요한 영화, 이토록 끔찍한 영화. 세 시간의 감상이 아닌 체험의 영화. 나는 관조자가 아니라 참여자였다. 문명화 되지 않은 지구는 얼마나 참혹한 지를 보여주는, 알렉세이 게르만의 지극히 창의적이면서도 개인적인 영화이다.

 

 

🎞️ 13회차 감상회 

<멍하고 혼돈스러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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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zed and Confused

리처드 링클레이터

1993 · 코미디 · 미국

1시간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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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 없는 무의미의 축제. 멍하고 혼돈스러운 나날들. 우리가 반추하는 젊음은 과연 어떤 지점에 놓여 있을까요. 지금껏 본 적 없는 난장판이 여기에 있습니다. 특별한 유기적인 연결도, 이야기의 완결성도 이곳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저 그들의 난장이 계속될 뿐이죠. <멍하고 혼돈스러운>은 1976년 히피 문화가 성행하던 미국의 한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합니다. 초반부를 언뜻 보다보면 이를 평범한 하이틴 영화로 오해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지만 영화는, 시종일관 우리의 예상을 빗나가게 될 것입니다. 이곳의 학생들은 끊임없이 일탈과 쾌락을 쫓으며, 하염없이 흐르는 락 음악은 쉴 새 없이 흔들리는 젊음의 단면을 더욱 부각시킵니다. 리듬에 몸을 맡기며 영화를 즐겨내다 보면, 이러한 물음이 자연스레 떠오르게 될 것입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무의미를 그저 즐겨낼 순 없을까?” 하고 말이죠. 당연하게도 우리는 이 질문을 끝내 소화해내지 못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방식으로 존재하는 영화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이제 영화 속에 스며들어 광란의 젊음을 즐겨내봅시다. 오직 지금만이, 우리가 온전하게 존재할 수 있는 시간일테니까요.

감상단장 최재혁

 

베스트 한줄 감상

Anna the wave of nostalgia was insane in this one

정주아 유독 길었던 밤, 영원히 어른은 되지 않을 것 같았던 날.

박진영 쉴새없이 흔들리는 지금이 바로 청춘

 

 

2. 다가올 영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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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기 무비올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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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시 : 2024년 11월 29일 (금) 오후 8시~2024년 11월 30일 (금) 오전 10시

 

🔔 80기 종강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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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 2024년 12월 5일 (목) 오후 6시 

📍 장소 : J311

 

  • 여기서 소개된 글은 이번 겨울에 실물 잡지 《FEELM 공동체》로 발행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2024 서강영화공동체 문집 

《FEELM 공동체》 자유 기고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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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ELM NO.7 만든 사람들

편집장    | 김예빈 

에디터    | 강시형 김예빈 김유진 

교정·교열 | 강시형 김예빈 김유진 박소영 배제우 

 

80기 FEELM 뉴스레터를 함께 한 사람들  

편집장    | 김예빈 

에디터    | 강시형 김예빈 김유진 박소영 배제우 

객원 에디터 | 정소현 주민교 홍태화 최재혁 노승민 김숭산 김연신 김현호 

부국제 특집 |  김상현 김선아 김예빈 김유진 유제원 이재혁 최재혁

교정·교열 | 강시형 김예빈 김유진 박소영 배제우 

감사한 사람들 | 조유정 김선아 김연국 김상현 김영아 노순범 임세인 최재혁 

                       그리고 80기 모든 영공 부원  


 

2024 마지막 뉴스레터가 끝났습니다.  

80기 영공 활동도 거의 끝나갑니다.

수고한 영공인들에게 연말 인사를 보내주세요.

to. 영공 from. 영공 (보내는 사람은 익명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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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 문집 발간되면 뉴스레터로 소식 전할게요!  (2025.2 예정)  80기 서강영화공동체 뉴스레터 FEELM을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구독자, 2024년 한 해 잘 마무리하시고 

건강하고 즐거운 연말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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