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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영화공동체 뉴스레터 특별호 : 제 30회 부산국제영화제

2025.10.28 | 조회 18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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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ELM

박찬욱 감독님이 1985년 설립한 서강대 중앙영화동아리, 서강영화공동체의 뉴스레터 FEELM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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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달, 어떻게 보내셨나요, 구독자님? 드디어 중간고사가 끝나고 어느덧 기온도 꽤 많이 쌀쌀해졌어요. 이번 호는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특별호로 준비해봤는데요. 본격적인 영화제 이야기에 앞서, 10월 뉴스레터도 지난 호처럼 제가 인상깊게 들은 그리고 기대하고 있는 영화 사운드트랙들을 간단히 소개하면서 시작해볼게요. 

이번달에 제가 들고 온 사운드트랙은 바로 따끈따끈 막 발매된 날라 시네프로의 <더 스메싱 머신> 스코어예요. 영화는 언제나 제 기대에 실망을 안겨준 적이 없는 베니 사프디 감독의 작품이라 흥미롭게 기다리던 작품인데, 컴포저로 익숙한 이름이 보여 정말 놀랐어요. 바로 굉장한 앨범(들)로 전자음악/실험음악 씬 내에서 나름의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날라의 이름이 적혀 있었거든요. 2021년작 <Space 1.8>, 그리고 <Endlessness>까지 소리 하나하나에 감동이 느껴지는 앨범이니 영화를 감상하기 전에 한 번씩 들어보시는 건 어때요? 앰비언트나 재즈 퓨전을 좋아한다면, 혹은 조금 어쿠스틱하고 나른하기도 한 전자음악이 궁금하다면, 꼭 추천드려요. 더불어 감독 베니의 친형제이자 '사프디 형제'로 함께 작품 활동을 하기도 했던 조쉬 사프디가 신작 <마티 슈프림>에서 <굿타임>과 <언컷 젬스>에서 함께했던 원오트릭스 포인트 네버(다니엘 로파틴/OPN)와 다시 뭉쳤다는 소식이 들려왔어요. 정말 소리에 관한 감각이 뛰어난 두 감독의 행보가 기대 되는 가운데, OPN의 새로운 정규 앨범 소식도 있으니 눈귀 모두 즐길거리가 끊이질 않는 연말이 되겠어요!

 

FEELM 편집장 박민제 

 


 

🍿[특집]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

 

30회 부산국제영화제 |2025.9.17 - 9.26
30회 부산국제영화제 |2025.9.17 - 9.26

 

 

✏️ 30th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 한줄 감상 

 

강례은

<완벽한 집>, 정용기, 2025

소재 자체는 좋았지만, 감독의 편의를 위한 일방적인 설명방식이 몰입을 깬다.

<귀목:피의 혼례>, 키엣 르-반,2025

뜬금없는 전개에 당황스럽기만 했다.

 

 

강시형

<아르코>, 우고 비엔베누, 2025

리빙포인트: 피를 보고 싶을 때는 안전 규정을 어기면 된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섬>, 김명윤, 2025

낭만과 진실의 경계에서 하트로 왜곡된 것은 불꽃 뿐일까?

 

 

김진서

<국보>, 이상일, 2025

현실을 무대로, 인생을 대가로 바꾼 남자

<어리석은 자는 누구인가>, 나가타 코토, 2025

냉혹한 사회 속에서 보호가 전이되는 관계의 구조가 인상적이다

<루의 운수 좋은 날>, 로이드 리 최, 2025 

처음엔 볕이 들지 않았지만 마지막엔 들었다. 그것이 루의 운수좋은날이었다.

 

 

박민제

<마젤란>, 라브 디아스, 2025

정적을 층층이 쌓아올려 완성시킨 폭력의 역사.

<신비로운 플라밍고의 눈빛>, 디에고 세스페데스, 2025

어딘가에 완벽히 빈 곳을 채워줄 퍼즐 조각이 이 영화를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다.

<내 아버지의 그림자>, 아키놀라 데이비스 주니어, 2025 

지금 가장 주목해야 할 스코어의 확장과 균열. 

 

 

안정빈

<제이 켈리>, 노아 바움백, 2025

결국 배우는 기억하는 스크린을 통해 구원받는다.

<고양이를 놓아줘>, 시가야 다이스케, 2025

비워둔 가사. 열어둔 문. 초대되는 과거의 환영.

<지우러 가는 길>, 유재인, 2025

선택은 곧 책임을 진다는 것. 그것이 어떤 선택이든.

 

이천희

<홀리 보이>, 파올로 스트리폴리, 2025

으어(끽..)..으(끽..)어어...으..어...(끽..)..

 

 

 


 

 

문집부장의 한없이 사사로운 두번째 영화제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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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학기 인생 첫 영화제였던 전주국제영화제 MT를 다녀오며 뉴스레터라는 창구를 통해 짧은 소회를 남겨보는 기회(궁금하시다면 전주국제영화제 특별호를 참조!)가 있었다. 그 사이 EBS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 서울여성영화제, DMZ 다큐멘터리 영화제 등 서울 및 수도권에서 크고 작은 영화제들을 경험했지만, 문집부장이라는 직책을 단 채로 다녀온 지난 부산국제영화제 MT는 확실히 다른 영화제들 그 이상의 여운을 남겼다. 전국제 MT 기록과 비슷한 형식으로, 그러나 조금은 다른 마음가짐을 가진 채 이번엔 부국제 MT의 추억을 돌아보려 한다. 부디 흥미롭게 읽어 주시길. 지금부터 무슨 영화를 보았는지는 물론 무엇을 들었는지부터 무엇을 먹었는지까지, 그러나 이번에는 버스가 아닌 KTX 열차 안에서 적어낸, 지극히 사적인 '부국제 체험기'를 여러분과 나누고자 한다. 

 

첫째 날 (9/19)

MT 출발을 앞두고 느지막이 일어나 시내버스 안에서 찰리 XCX와 캐롤라인 폴라첵의 'Everything is Romantic' 리믹스를 반복 재생하다 보니, 어느새 후발대 기차 출발 시간에 맞춰 서울역에 도착했다. 곧이어 오랜만에 부산행 열차를 탄다는 설렘에 심장이 두근두근하는 채로 후발대 인원들과 함께 KTX에 탑승했다. 그런데 어딘가 이상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역방향 열차다. 출발한 지 몇 분이 지나도록 이 사실에 적응은 커녕 받아들이지도 못했지만, 누군가의 탓을 하거나 누군가를 원망하려는 의도는 추호도 없다. 다만 모두들 KTX 탈 일이 있을 때 정/역방향 여부를 꼼꼼하게 확인하고 예매하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는 조언을 덧붙인다. 

MT 첫째 날은 매달 19일 음악을 발매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전자음악 뮤지션이자 나의 디제잉 스승님, 영 다이의 새 EP가 공개된 날이기도 했다. 헤드폰을 낀 채 옆자리에서 자체 단편영화 감상회를 개최한 감상단장님의 아이패드를 슬쩍슬쩍 곁눈질하다가 -동시대 코펜하겐 인디 음악 씬의 혁신적인 사운드를 대표하는- 그룹 헤일로+의 새 앨범까지 듣다 보니 하나둘 부산광역시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열차는 조금 지연되어 6시 10분경에 부산역에 도착했다. 서울 출신의 나를 한없이 움츠러들게 만드는 웅장한 부산역 건물, 그리고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는 친근한 그 이름 '이재모'와 눈인사를 나눈 뒤, 라브 디아스 감독의 신작 <마젤란>을 관람하러 센텀시티로 이동했다. 지하철 1, 2호선을 타고 센텀시티 역에 내리니 해는 어둑어둑 져가고 있고 상영시간에 임박해 영화관 건물에 도착한 나와 감상단장님은 허겁지겁 백화점 에스컬레이터를 뛰어올라 겨우 상영관에 착석했다. 긴 러닝타임를 앞두고 큰 심호흡을 한 뒤 안경을 고쳐 썼지만, 영화는 걱정한 것과 달리 지루하지 않았다. 피곤할 수밖에 없는 일정에 꾸벅꾸벅 졸다 캐릭터와 플롯을 놓치기도 했지만 결코 후회되지 않는 164분이었다. 느릿느릿한 연출과 편집,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려내 더욱 소름 끼치는 폭력이 아주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마젤란의 배가 파도를 부서뜨리던 대양 위의 대기와는 조금 다른, 부산의 서늘한 저녁 공기를 맡으며 우리는 뒤풀이 장소로 뒤늦게 이동했다. 바다와 해변이 보이는 훌륭한 시야와 영공 인원들만으로 채워진 아늑한 분위기. 모두 만족스러웠다. 늦참 이슈로 재밌는 이벤트들을 놓쳐 아쉽기도 했지만, 순식간에 시간이 지나가 어느새 둘째 날 새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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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 (9/20)

자정이 넘어 회식을 마치고 일부 인원들과 2차 장소로 이동했다가 모래사장을 거쳐 숙소로 돌아왔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어느덧 동틀 무렵이 되었고, 그제야 두세 시간 쪽잠을 청했다. 알람 소리에 급하게 일어나서 씻은 뒤에는 숙소 근처에서 간단히 국밥을 해치우고 재빠르게 부산현대미술관으로 이동하는 붉은색 버스에 몸을 실었다. 바로 '2025 부산현대미술과 시네미디어 <영화 이후>' 전시를 관람하기 위해서다. 영상 제작자 존 라프만의 단편 작품들을 루핑(Looping) 상영하는 일정을 확인한 뒤 기막힌 우연에 잠시 황홀해 있다가 후딱 일정을 확정한 것이었다. 총 네 편의 작품 <A Man Diggind>, <Erysichthon>, <Legendary Reality>, <Punctured Sky>을 연이어 감상한 뒤 다시 서면으로 돌아와 '모퉁이 극장'과 '이재모 피자 본점'을 멀찍이서 눈으로 구경만 했다. 비록 빠듯한 일정 때문에 구경하지 못한 부산의 면면들이 궁금하기도 했지만, 일단은 관광객의 입장으로 새로운 길을 거닐기에 최적의 날씨에 크게 감사했다. 

저녁에는 일정을 함께한 감상단장과 간단히 식당에서 식사 후 졸음을 쫓아내기 위한 커피를 들이켜고 센텀시티에서 창원 출신 친구와 만났다. 바로 커뮤니티비프 프로그램  <라 프란시스 후이, 뉴욕현대미술관에서 영화 큐레이터로 살아간다는 것>을 함께 예매했기 때문이다. 뉴욕 MMCA에서 영화 큐레이터로 활동하는 후이의 강연과 관객들과의 질의응답을 통해 국제적인 대형 미술관에서의 영화 큐레이션과 영화 큐레이터가 영화에 접근하는 방식을 어깨 너머로나마 엿볼 수 있었다. 나에게 영화란 무엇인가, 또 직업과 일은 무엇인가 하는 소중하고도 골칫거리 같은 고민들을 오랜만에 다시 꺼내 뒤적여볼 수 있는 뜻깊은 기회였다. 돌아오는 길에는 정신을 번쩍 깨우기 위해 움루의 '엘리베이터 믹스'를 들으며 영공 부원들의 식사 자리로 향했다. 다만 다음날 마음속으로 정한 일정대로 착착 진행하기 위해 이날 음주는 자제하고 곧바로 잠자리로 직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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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날 (9/21)

그런데 어딘가 아쉽다. 해운대 바닷가를 바로 앞에 두고 이렇게 일찍 숙면을 취하다니. 그래서 뒤늦게 충동적으로 혼자 밤산책을 나왔다. 으스스한 도시와 현대인의 삶을 차갑고도 선명하게 그려낸 (앞서 뉴스레터를 열며 소개하기도 한) 원오트릭스 포인트 네버의  <Age Of>, 그리고 해가 진 뒤 달빛 아래서 산책할 때 최고의 메이트인 잼 시티의 <Jam City Presents EFM>을 연달아 들었다. 서울에서 가져온 여러 고민들과 걱정거리를 정리하고 나 자신을 오랜만에 느릿한 걸음걸이에 맞춰 찬찬히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낮에 일어나자 마자 해운대 해변의 고층 건물을 창으로 엿보며 조금은 서둘러 샤워를 했다. 두 번째 부국제 영화 <신비로운 플라밍고의 눈빛>를 보러 센텀시티로 어서 빨리 이동해야 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노력에 비하면) 영화 자체는 실망스러움이 남았다. 다소 고되고 피곤한 일정에도 졸리지 않을 정도로 흡입력 있는 연출과 각본이었지만 그 방식이나 디테일에서는 크고 작은 아쉬움이 느껴졌던 것이다. 그러나 이를 충분히 만회할 만한 앞으로의 일정을 기대하며, 어디선가 추천 받은 카츠집을 들렀다 또다시 지하철과 버스를 환승해 이동했다. 2일 차에도 '부현미'에 방문해 이번에는 학교 친구들과 <힐마 아프 클린트: 적절한 소환> 전시를 관람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사실 이 전시는 정말 많은 기대를 하고 있었던 일정으로, 마음속에선 영화를 뛰어넘는 MT의 메인 일정이나 마찬가지였다. '원자 연작(The Atom Series)'에서 눈물을 찔끔 흘렸을 정도.  스크린 속 이미지로만 보던 클린트의 작품을 생생하게 눈에 담을 수 있는 소중한 체험이자 경험이었다. 다음 영화를 위해 미술관을 떠나는 발걸음이 몹시 아쉬웠을 정도다. 서면에서 다시 잠을 깨기 위한 드립 커피를 순식간에 들이키고 다시 센텀시티를 향하는 정신 없는 일정이었지만, 마지막 영화 <내 아버지의 그림자> 속 듀발 티모시의 숨 막히는 스코어를 듣다 두 번째로 눈물을 흘리고야 말았다. 영화 자체도 이번 부국제에서 예매한 것들 중 단연 가장 완성도 높고 감정적으로도 큰 울림이 있었지만, 티모시의 스코어는 실험적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전통적인 사운드트랙의 문법에서는 벗어나 있으면서도 화면과 끝없이 상호작용 하면서 관객의 감상을 한껏 증폭시키는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여러 모로 영화제와 MT 일정을 마무리하는 최고의 선택이었다 자부한다. 

그리고는 다시 부산역으로 향하는 급행 버스에 몸을 가까스로 구겨놓은 후 서울행 KTX에서 좌석 선반을 꺼내 그 위에 몇 장의 영화 티켓과 미술관 입장권을 보기 좋게 주욱 늘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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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는 도시, 그리고 영공이라는 공동체, 무엇보다 나의 취향과 감상을 배울 수 있는 2박 3일이었다. '부국제'는 나에게 있어 영화제라는 개념의 상징과도 같은 행사로, 늘 멀찍이 떨어져 상상만 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전국제에 이어 부국제라는 영화제, 즉 영화만을 위한 축제에 참여함으로써, 영화와 나의 관계와 나와 극장 사이의 상호작용을 새로이 발견하고 또 그 의미를 고민해 보는 기회를 얻었다. 

 

 

 

에 디 터 |박 민 제

 


 

<이번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특별호에서는 나누다/곱하다 섹션을 쉬어갑니다. 다음 달에 다시 만나요!>

 


 

🍿 감상회 돌아보기

 

🎞️ <5회차 감상회 : 프레스티지> 

 

2025년 9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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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스티지, 2006>

감독 : 크리스토퍼 놀란

드라마, 미스테리, SF, 스릴러 · 영국, 미국 · 130분

영화 <프레스티지>는 19세기 말 런던, 두 마술사 로버트 앤지어(휴 잭맨)와 알프레드 보든(크리스천 베일) 사이의 경쟁과 서사를 보여주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숨은 명작입니다.
원래는 동료였던 그들이 라이벌이 되어 서로를 능가하는 마술을 보여주기 위해 끝없는 경쟁을 벌이며, 그 과정에서 집착과 희생을 보여주고, 끝내 정체성까지 흔들리게 되죠.
<프레스티지>는 마술의 3단계 구조(Preparation – Turn – Prestige)를 그대로 따라가며, 커다란 반전을 선사하여 관객으로 하여금 전율하게 합니다.
공간과 시간을 잘 다루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작품답게 복잡하게 얽힌 서사가 스릴과 긴장감을 극대화해 작품을 감상하는 동안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됩니다.
또한 크리스토퍼 프리스트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프레스티지>는 단순한 마술 영화가 아니라, 화려한 무대 위의 기적 같은 순간 뒤에는 어떤 비밀과 희생이 숨어 있는지, 그리고 인간은 완벽한 예술을 위해 어디까지 스스로를 내던질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흥미로운 작품입니다.
몇 없는 마술 관련 소재의 영화로 평소 마술에 관심이 있는 부원분들은 이 영화를 보고 굉장히 만족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평소에 마술에 관심이 없더라도 부담없이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니 부원분들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감상단장 오혜성



 

우수 한줄 감상

김민서  환상의 이면에 숨겨진 집착과 희생을, 마술처럼 눈부시면서도 잔혹하게 풀어낸 비극의 무대

김태영  과한 집착은 무언가를 보지 못하게 한다

우형선  놀란의 영화에 홀딱 넘어간 시간이었다

 

🎞️ <6회차 감상회 : 게임의 규칙> 

 

2025년 10월 2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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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규칙, 1939>

감독 : 장 르누아르

드라마/코미디/로맨스 · 프랑스 · 106분

<시민 케인>과 함께 영화사상 가장 위대한 작품을 논할 때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장 르누아르의 <게임의 규칙>은, 제2차 세계대전 직전의 프랑스 상류 사회를 배경으로, 몰락 직전의 유럽 문명을 풍자와 연민을 뒤섞어 그려낸 걸작입니다. 인상파 화가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아들이기도 한 장 르누아르는, 휴머니즘과 리얼리즘을 바탕으로 프랑스 영화의 황금기를 이끌었습니다.
영화는 어느 후작의 저택에서 열린 사냥 파티를 중심으로, 귀족과 하인이 뒤섞인 채 각자의 사랑과 배신의 게임을 벌이는 이들의 모습을 그립니다. 이 경쾌한 희극의 표면 아래에는 위선과 허영으로 가득 찬 인간 군상과, 붕괴를 향해 치닫는 시대의 불안이 스며 있습니다. 르누아르는 딥 포커스 촬영과 자유로운 카메라 움직임을 활용해 한 화면 안에 여러 인물의 행동과 갈등을 동시에 담아냅니다. 이는 단순한 기술을 넘어 관객에게 화면 속 관계망을 자유롭게 탐색하고 연결 지을 책임을 부여하는 도덕적 장치로 기능합니다. 인물들은 독립적인 개인으로 존재하면서도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 사회적 관계 속에 놓이게 되며, 이들의 우스꽝스러운 소동은 오히려 그 아래 도사린 계급 갈등과 도덕적 공허함을 더욱 날카롭게 드러냅니다.
개봉 당시에는 사회 비판적인 내용으로 인해 검열과 비난을 받았지만, 이후 영화사적으로 재조명되며 시대를 초월한 통찰력을 지닌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게임의 규칙>은 보이지 않는 규칙이 지배하는, 그리하여 비극이 필연이 되는 세상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영화입니다.

감상단장 박상준


 

우수 한줄 감상

양윤종  의외로 코메디 영화.

유호정  나약한 자는 살아남기 힘든 불란서의 사랑.

이천희  크리스틴 멈춰.

 

 

 

🎞️ <7회차 감상회 : 공동경비구역 JSA> 

 

2025년 10월 27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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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경비구역 JSA, 2000>

감독 : 박찬욱

미스터리/드라마 · 한국 · 110분

박찬욱 감독의 《공동경비구역 JSA》는 비무장지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벌어진 의문의 사건을 다루는 미스터리 영화입니다.
남북한 병사들이 함께 근무하는 경계선 한가운데, 서로를 ‘적’으로만 바라보도록 강요받는 공간에서 한밤중 총격 사건이 발생하며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중립국감독위원회 소속 조사관이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파견되며, 폐쇄적이고 긴장감이 팽배한 공간 속에서 각자의 진술이 조금씩 엇갈리고, 서로의 시선이 교차하면서 사건의 전말을 둘러싼 심리적 긴장이 점점 고조됩니다.
표면적으로는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는 미스터리이지만, 그 이면에는 분단이라는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감정, 체제와 인간성 사이의 갈등, 그리고 그 경계에 선 존재들의 복잡한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이 영화를 감상하다 보면 적대라는 관계를 전제로 한 체제의 구조적 모순과 그 속에 있는 ‘인간’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감상단장 오혜성


 

우수 한줄 감상

윤준영  빗물에 휩쓸리는 작은 꽃이여 편히 쉬어라

정재형  분단 속의 향수

오혜성  분단의 선 위에서 피어난 인간적 우정이, 체제의 비극으로 무너지는 순간의 아이러니를 담은 작품.

 

 

  • 여기서 소개된 글은 2025년 서강영화공동체 문집으로 발간됩니다.  
  • 2025-1 자유 기고는 영공 부원 대상 6월 4일 (수) 23:59까지 받고 있습니다.
  • 여름 방학 기고는 따로 공지할 예정입니다.
  • 기고 방법은 영공 카톡 공지방을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 82기 영공 캘린더 

🎬 9월 27일 (토) ~ 9월 30일 (화) : 제작단 스태프 모집

🎥 10월 31일 (금) ~ 11월 1일 (토) : 제작단 워크샵

🍿 11월 7일 (금) ~ 11월 8일 (토) : 무비올나잇

📰 11월 25일 (화) : 뉴스레터 15호 발행  

🍿 11월 26일 (수) ~ 11월 28일 (금) : 작은 영화제

🎞️ 12월 1일 (월) : 16회차(마지막) 감상회

 


FEELM NO.14 만든 사람들

편집장  | 박민제

교정·교열 | 강시형 도영서 박민제 최아론

에디터    | 강시형 도영서 박민제 최아론

부산국제영화제 | 강레온 강시형 김진서 박민제 안정빈 이천희

사진  | 박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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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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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민의 프로필 이미지

    경민

    1
    about 1 month 전

    이렇게 영화 말고 음악 얘기로 가득 찬 뉴스레터라니 잼시티와 헤일로의 곡이 마음에 드네요 조은 음악 알아갑니다~

    ㄴ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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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님이 1985년 설립한 서강대 중앙영화동아리, 서강영화공동체의 뉴스레터 FEELM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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