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여행기

행복의 섬

2026.08.19 | 조회 16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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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돌아온 수요일의 이종철, 수종철입니다. 지금 울릉도에서 육지로 돌아가는 배에서 이 글을 씁니다. 이것은 역시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저의 울릉도 여행기입니다.

 

울릉도를 선택한 건 별 의미 없었습니다. 계속 더우니까 이럴 거면 뭐 하러 동남아 가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고요. 그래도 휴가라 어디에 좀 가둬뒀으면 좋겠어서, 한 번도 안 가본 울릉도를 고른 겁니다. 제주도요? 거긴 재벌들이 가는 데잖아요.

 

포항까지 생고생해서(중간에 차가 고장 났어요) 운전해서 도착했습니다. 배를 타는데 제 생각보다는 크더군요(배 사진은 마지막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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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드디어 고립이 시작되나 인터넷 비싸다 하고 있었는데 해상에서도 폰이 계속 터집니다. 아니 근데 지금 보니 1기가 3천 원이면 안 비싸네요? 멍청한 녀석.

저기서도 폰 터지고 있었습니다
저기서도 폰 터지고 있었습니다

이것은 배라기보다는 움직이는 클럽이었습니다. 야외에서는 포차 겸 클럽을 했고요(사진 없음). 실내에서는 미사리 라이브 카페 같은 공연이 있더군요. 안주가 비싸서 저는 그냥 깡술로 맥주 한 캔만 먹었습니다. 저는 늘 왜 이런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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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도망칠 데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디에도 사람이 있었고 술을 팔고 있었어요. 한적하게 밤바다를 보며 책 읽고 글을 읽는 건 불가능합니다. 고립은 일찌감치 포기하고 멜라토닌 먹고 잠을 청했습니다.

시세가 약간 있지만 못 먹을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물론 저는 못 먹었습니다
시세가 약간 있지만 못 먹을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물론 저는 못 먹었습니다

그러나 술을 마시고 뒤늦게 들어온 남성분 한 분이 정말 세상이 부서져라 코를 골기 시작했습니다. 멜라토닌을 먹어도 저는 수면 유지가 잘 안 되는 편이라 깼다가 다시 자는데요. 다시 입면하기가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코 고는 소리도 개빡치는 소리였는데 드르르르르를라라라라라라러로로로로로롱 이런 스타일이었어요. 저 마지막에 로로롱이 빡쳐요. 뉘신지 모르겠지만 치료받으셔야 됩니다. 본인을 위해서도요.

 

하여튼 이렇게 얻어맞은 채로 절반쯤만 자고 일어났더니 5시 30분쯤이었고요. 50분에 배가 도착한다고 하더군요. 입도하는 장면을 보기 위해 밖으로 나갔는데 안갯속 위 바다, 그 속에 숨은 산, 정말로 아름다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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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는 내리자마자 있었는데요. 배 시간에 맞춰서 운행하는 5-4번 버스가 있습니다. 울릉도 버스는 1번과 11번은 시계 방향, 2번과 22번은 반시계 방향이고 3, 4는 특수 노선(거기만 감), 5-1, 2, 3, 4는 저 버스들의 음영 지역을 다닙니다. 그러니까 1, 11, 2, 22를 타면 섬을 무조건 돌 수 있습니다. 배차 간격이 길지만 시간표와 정확히 같은 시간에 도착하기 때문에 여행지 들어갈 때 나올 때 계획을 잘 짜면 기다리는 일이 없긴 뭐가 없어 하루 종일 기다리네-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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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는 마을버스였는데 저 큰 캐리어 27인치를 들고 탄 돈 아까운 남자.

 

첫날 여행지는 모두 산이었습니다. 숙소인 저동에서 도동으로 오는 길은 해안 산책길로 이어져 있는데요. 그걸 모르고 산꼭대기를 넘어서 왔습니다. 어쩐지 아무도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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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올라왔는데 이런 걸 이제 보여주면 어쩌냐고요.

저기 길 있는데 상남자스럽게 정상으로 직진
저기 길 있는데 상남자스럽게 정상으로 직진

약 1시간 30분여를 등반하고 정자에 뻗었는데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었습니다. 캡처로 대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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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여행지는 봉래폭포입니다. 산입니다. 아름답긴 한데 3층으로 나뉘어져 있고 가까이 못 가게 막아놔서 오 폭포군 하다 말았습니다.

 

이후 겨우 1시가 되어서 숙소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숙소 가는 길은 작은 식당들이 있는 골목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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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생각하는 미니 족발과 좀 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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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는 가격(4만 원대)치고 괜찮았습니다. 특히 바닥이 깨끗했어요. 테이블이 없으면 밥 먹을 때 바닥에 퍼질러 앉아서 먹어야 하기 때문에 바닥이 중요합니다. 에어컨 TV 상태도 모두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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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음도 가다가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새를 보았습니다. 여기선 흔한 것 같더라고요. 그 새 아니면 뭐 어쩌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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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도 산입니다. 관음도인데요. 울릉도는 바다 한가운데 갑자기 산이 뽷!! 이런 지형이 대부분입니다. 그중에서도 제일 아름다운 것 같아요. 등반에 20분 정도 걸렸습니다.

 

이때까지 제가 공복이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저는 원래 하루에 한 끼만 먹는데 여행지에 가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일정이 새벽 6시에 시작됐기 때문에 12시간을 굶으며 산을 탄 게 됐네요. 저도 몰랐어요. 제가 이렇게 강한 인간이라는 것을.

 

원래 계획은 다 엉망이 됐는데요. 울릉도 관광지 대부분이 전망대인데, 안개 끼는 날씨라 전망대 가면 돈 낭비가 되기 때문에 굳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죠. 제 대만 여행기 보신 분 있으실지 모르겠는데요. 저는 타이베이 101 타워에 4만 원 내고 들어가 안개만 보다가 온 기억이 있습니다. 아이고 내 돈. 밥 먹고 택시 타고 하는 돈 아껴서 갔는데!

 

제가 가진 드론 중 가장 큰 것도 갖고 갔는데 비 올 때 날리면 회로가 타버리기 때문에 그냥 무거운 사람 됐습니다. 체중과 더하면 약 90kg의 부하를 갖고 산을 세 개나 공복으로 올라간 셈이네요. 인간병기급이었군요 제가. 나한테 함부로 하는 애들 니네 다 조심해라. 종마 바키가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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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입니다. 첫 일정으로 천부 해중전망대에 왔고요. 잠수함처럼 아래에 구멍을 뚫어 거기 사는 물고기 구경하는 곳입니다. 앞으로의 수족관은 다 이런 형태가 돼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 와중 물고기를 보며 맛있겠다고 생각하는 무서운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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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일정으로 나리분지를 가려고 버스 기다리고 있는데 할아버지가 키우는 강아지가 할아버지 화장실 간 후 사주경계하는 장면입니다. 귀엽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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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분지는 칼데라 분지라고 하더군요. 갔다 와서 글 쓰는 지금 알았습니다. 실제 움막집도 전시돼 있었는데요. 1940년대 한국이 이렇게 못살았나 싶었는데 저 움막 지나니 흔한 한옥이 나왔습니다. 구들장 수로 다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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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도가 또 화근이 됐습니다. 10시 방향 주차장에서 일정이 시작되는데요. 5시 방향 산마을식당까지 20분이 채 안 되는 거리입니다. 그럼 반시계 방향으로 1시 쪽, 다시 10시 쪽으로 오면 40~50분이면 되겠군이라고 생각을 하지 않겠어요 보통? 실제로 가보니 5시부터 10시까지는 2시간 이상이 걸렸습니다. 저는 1시로 쭉 가다가 포기하고 그냥 걸어서 산을 또 넘어 해안으로 갔습니다. 이쪽으로도 한 두어 시간 걸었고요. 우연히 볼 생각 없었던 고강도 콘크리트 호텔을 보았습니다. 울릉도 명소 중 하나인데 사람이 많은 동쪽이 아닌 서쪽에 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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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구멍으로 들어가고 싶다
저 구멍으로 들어가고 싶다

다 내려와서 산을 보니 얼척없다는 생각만. 저 산은 울릉도에서 제일 높은 성인봉은 아니고요. 그 곁가지 중 하나인 송곳봉이라고 합니다. 제가 살면서 본 산 중 가장 아름다웠습니다. 특히 송곳봉과 그 옆 산에 난 구멍으로 날아서 들어가 보고 싶지 않습니까? 비 안 오면 저 대신 드론이라도 통과시켰을 텐데 하며 걸어서 걸어서 버스 정류장까지 갔습니다. 이때 이미 2만 보를 돌파했어요.

 

뛰어난 수익모델
뛰어난 수익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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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툰작가 ㅋㅋㅋ
웨툰작가 ㅋㅋㅋ

그다음 일정으로는 황토구미에 있는 울릉도 등대를 보고 왔고요. 울릉도 내에서 전망대 중에 최고의 비경이라고 하지만 다른 전망대는 못 가본 관계로 그렇다고 치겠습니다. 이때는 안개가 살짝 걷혔고, 이 등대는 모노레일을 운영합니다. 비교적 편하게 갈 수 있더군요. 물론 인터넷에는 걸어서 올라간 척했습니다.

등대에서 내려오고 나니 7시쯤이 되어서 일정을 마무리하고 저녁 먹으러 갔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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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무려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에 먹던 스모프 치킨이 있는 겁니다. 충격적이죠. 찾아보니 경북 경남에는 꽤 있고요. 서울에도 강동구 쪽에 두 개가 있어요. 그러나 강동구 갈 일이 경북 올 일보다 적기 때문에 오늘은 이걸 먹자 했는데 다들 이 근처에서 초등학교 다녔는데 7시에 재료 소진돼서 마감하셨다고 합니다. 눈물 난다… 내 추억 돌려내… 식사는 평범하게 따개비국수 뭐 그런 거 먹었습니다. 음식에 대해선 보여드릴 게 없네요 하도 안 먹어서.

 

예림씨 로그아웃을 하고 가셨어야죠
예림씨 로그아웃을 하고 가셨어야죠

밤에 별미로 독도소주 일반 판매 버전(고급 버전은 여러분 집 앞 편의점에도 팝니다) 한 잔 했고요. 일반 버전도 비쌉니다. 병당 2500원이었어요. 그렇게 슬프게 잠들고 오늘 일어나자마자 배를 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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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올 때도 상남자답게 캐리어 들고 버스에 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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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기사님 저거 있으면 말을 해줬어야죠 테토남 아니라 빡대가리 됐잖아요.

울릉도 매력 있네요. 오기도 쉽고 작아서 버스 타고 다니기에도 괜찮았어요. 배는 불편하게 앉아서 가는 쾌속선과 편하게 누워서 느리게 가는 배가 있으니 일정에 맞춰서 선택하시면 되겠네요. 저라면 다음에는 입도할 때는 침대칸, 육지로 갈 때는 쾌속선을 타고 갈 것 같습니다. 그리고 KTX를 타고 복귀하면, 2박 3일 일정이 충분히 가능할 듯싶네요. KTX 역에서도 셔틀을 운행 중이니 시간만 잘 맞추면 아무 때나 쉽게 올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내년에는 공항이 운영을 시작하니 더 쉽게 오실 수 있겠네요. 근데 여객기 운영하면 그 돈이면 제주도 가지 이야기 분명히 나온다.

 

제주도 다니던 밴데 현재는 울릉도로 운영
제주도 다니던 밴데 현재는 울릉도로 운영
기념품 돌아오는 길 터미널에 다 있습니다
기념품 돌아오는 길 터미널에 다 있습니다

무엇보다 울릉도의 매력은 사람이 아닐까 싶습니다. 모든 상인이 친절하진 않았습니다만 대부분 밝고 친절했고요. 1인 식사도 안 된다는 유튜브들과 달리 되는 곳이 많았습니다(별로 좋아하는 눈치는 아니었어요). 특히 관광객들이 제가 어디서 본 관광객들보다 더 행복했어요. 웃고 있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저도 그래서 많이 웃고 평소에 싫어하는 스몰토크도 많이 했습니다. 사실 딸 소개받고 싶어서 많이 했습니다. 저는 원래 어머님들이 좋아하는 편이긴 한데 이번에는 모든 어머님들이 좋아해 주셔서 사랑 듬뿍 받고 갑니다. 하지만 딸은 소개해 주지 않았습니다. 어머니 사랑 말고 딸을 주십시오. 그러나 어머님들 말고 젊은 여성분들은 여전히 저를 경계했습니다. 물론 육지에서보다 훨씬 덜했습니다. 회사의 허락을 받아 한 달간 울릉도 살기 같은 걸 하면 베필을 만나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예상해 봅니다.

 

하여튼 여러분 울릉도 2박 3일 혹은 3박 4일 코스로 추천드립니다. 저처럼 인간병기 되지 마시고 천천히 쉬엄쉬엄 다니시면 제주에 준하는 즐거움을 얻으실 수 있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위 썰들은 유튜브에도 무편집으로 올려놨는데 재미없으니 보지마시기 바랍니다.

 

 

저는 지금 다른 숙박객분들이 모두 낮잠에 드신 것 같아 눈치 보여서 그만 쓰도록 하겠고요. 다음 주에는 일반 뉴스레터로 돌아옵니다. 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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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란바로트로키

    0
    1일 전

    독도에는 독도새우가, 울릉도에는 울릉새우가 있지 않나요. 긴 밤 지 새우 고 무거운 집 들고 산 많이 타신 산 타 할아버지.

    ㄴ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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