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돌아온 수요일의 이종철, 수종철입니다. 불지옥 잘 견뎌 내고 계신가요? 저는 그냥 먼지가 되었습니다. 회사에 흩날려서 도착하고 집에도 흩날려서 가요. 누가 쓸어 버릴까 봐 걱정입니다. 해결책으로 찬물 샤워를 하는데요. 찬물로 샤워하면 도파민 중독에 좋다고 합니다. 샤워하고 보는 촉촉한 내 모습, 누가 신고하면 어쩌지?
요즘 제가 재택이나 주말 작업을 할 때 배경음악으로 틀어 놓는 유튜브는 주로 이선민 씨와 원이 씨가 나오는 영상들입니다. 알고리즘이 아주 놀아나고 있는데요. 그중 가장 알고리즘이 밀어붙이는 영상은 용주르이용주 채널의 이선민 급습 시리즈입니다.
이선민 씨의 매력에 대해서는 여러 번 언급한 것 같고요. 나 혼자 산다에 나온 것도 다들 보신 것 같더군요(그거 노잼입니다 예고편 수준이에요). 기본적으로 사람이 재밌고 적재적소에서 해결을 해 주는 클러치 능력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모든 게 되돌아보면 코미디언 이용주 씨의 역량이 아닐까 싶어요.
여러분, 피식대학 많이들 보셨죠? 특히 05학번이즈백 할 때. 당시의 스트라이커는 최준 역할의 김해준 씨였지만 이용주 씨도 역할을 아주 잘 소화해 냈습니다. 그다음 피식 쇼에서 메인 MC는 이용주 씨였고, 여기서의 스트라이커는 김민수 씨였습니다. 그다음 잠잠하다 다시 폭발시킨 이선민 급습 시리즈는 사실 축구 이야기를 하는 노포(노팅엄 포레스트 축구 팀을 말합니다 다른 생각하셨나요? 신성한 수종철에서요?) 이용주의 시즌 2에 해당하는 작품이고요. 노포 시즌 1에서 뭔가 어설프지만 귀여운 유영우 씨를 메인스트림에 올려 놓았고, 시즌 2에서 이선민 시대를 열어젖힌 것입니다.
이건 정말 큰 능력입니다. 원이 유튜브에서 PD가 주목을 받았듯(리센느 모든 멤버를 결국 다 띄워 냈습니다) 이용주 씨가 각 인물의 역량을 모두 파악하고 있었다는 뜻이기 때문이죠. 회사의 형태(물론 세 분은 같은 소속사입니다)가 아니라 개인사업자 집단이기 때문에 조금 더 유연할 수는 있지만, 그만큼 콘텐츠를 주류에 올리기가 쉬운 게 아닐 텐데 거의 모든 콘텐츠를 성공시키고 있는 셈이죠. 콘텐츠 주류에 올리기 많이 어렵냐고요? 제 유튜브를 보세요.
이 흐름을 지켜보며 과거의 제 팀이 생각났는데요. 전전전직장에서 처음 페이스북 라이브 및 유튜브 재편집 영상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최초로 영상을 하기 시작할 때죠. 당시 스트라이커 자질이 있는 친구들이 여러 명 있었고 저는 그걸 받쳐 주기만 하면 됐어요. 보조출연자 혹은 디렉터였던 셈입니다.
그런데 바이라인에 취직하고 나서 이게 아무데서나 되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닫고 가장 망가지는 사람이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 결과는 여러분이 일부 아실 거라고 생각하고요. 지금 회사에서의 유튜브는 혼자 떠들고 편집도 직접 하기 때문에 디렉터고 스트라이커고 나발이고 그냥 혼자 다 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지금은 여러 영상에서 보시면 아시겠지만, 전시회 같은 데 가서 혼자 떠들고 하는 일을 합니다. 전시회에 홀로 카메라 켜고 가면 사이버렉카 같을까 봐 웃으며 다니고 있는데요. 예전의 저라면 상상할 수 없었을 일인데, 지난해 처음 전시회에서 영상을 찍자는 팀원의 제안을 받아 그냥 한 겁니다. 그냥 했어요. 그 후 몇 번 같은 포맷으로 촬영하면서, 설명을 하면서 웃기기까지 하는 게 쉽지 않다는 생각을 합니다. 얼굴이 아무리 웃기게 생겨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예요.
최근에는 영상을 보며 매번 반성 중입니다. 특히 얼굴 못생긴 걸 제일 반성 중이에요. 영상을 보신 어머니께 엄마 사과해라고 하니 순순히 사과하시는 걸 보면서, 아 엄마가 보기에도 아닌 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하여튼 요즘은 일반인 중 카메라에 나오는 걸 꺼리지 않는 것이 역량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콘텐츠가 재미있다기보다 저런 데까지 가서 얼굴 깔 수 있는 일반인이 별로 없는 것이죠. 언젠가 다시 이용주 씨처럼 얼굴을 까는 디렉터가 된다면, 꼭 저 사람처럼 해야겠다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이용주 씨는 우선 본인 자체가 웃음이 많고 리액션이 좋습니다. 그리고 선한 사람인 게 느껴져요. 코미디언들은 앞에서 반응이 없으면 정말 힘들어한다고 하던데, 이 사람은 기본적으로 웃긴 걸 잘 찾아내고 성격이 좋습니다. 이선민 구미생가 편을 보면 이선민 가족들에게 얼마나 잘 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그것이 카메라 앞에서라도요.
그리고 이선민 급습 시리즈를 보면 액션캠 하나로 찍는데, 앵글이 정말 미쳤습니다. 미러리스와 폰, 액션캠, 짐벌은 유사성은 있지만 모두 앵글 잡는 방법이 다릅니다. 짐벌이나 미러리스는 빠르게 움직일 수 없고, 폰은 화면이 커서 사람 앞에 들이대면 얼굴을 가립니다. 가장 만만한 액션캠은 다 좋지만 저 중 화질이 제일 별로고 화면이 작아서 실시간 모니터링이 약간 어려운데 이용주 씨는 이 모든 걸 알고 있다는 듯 액션캠을 자유자재로 구사합니다. 콘텐츠 하나만 보실까요?
이선민 씨의 멘트도 웃기지만 저 앵글, 멀쩡한 사람이 진격의 거인이 되었습니다. 그전 김민수 씨 멘트가 끝나자 빠르게 이선민 씨에게 옮기고, 이선민 씨 개인기가 끝나자 카메라를 멀리 뺐다가 당기며 콩트 같은 효과도 주었습니다. 물론 경험에서 온 거겠지만, 이 사람의 천재성을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중에서 가장 뛰어난 역량은 저 사람들의 잠재성을 모두 알아보고 코미디 콘텐츠에, 그것도 아주 편하게 녹인다는 겁니다. 쉽게 웃기는 느낌인데 다른 사람들은 할 수 없는 것이죠. 저는 사실 저때 디렉터 역할을 했다가 회사가 망해 버려서 다시는 여러 부하직원을 가진 팀장이 되지 않기로 다짐했는데요. 저렇게 느슨한 연대가 있다면 언제 다시 한 번 디렉터에 도전에 꽃을 피우지 못한 사람들을 한 번 성공시켜 보고 싶네요.
개인적으로는 독자 여러분이나 제 주변 사람 중에 뭔가 특이한 커리어를 가진 사람들을 찾아서 조명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영상은 부담스러우실 테니 지금 현재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글로 인터뷰를 해 보면 어떨까 싶은데 이게 약속 잡고 만나고 인터뷰하고 쓰는 것까지 보통일이 아니라 차일피일 미루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저에게 보고 싶으신 콘텐츠는 무엇인가요? 누드 아 아닙 원하시는 글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어필해 주시고요. 가능한 범위 내에서(유료 선물 보내 주신 분들 기준으로는 불가능한 범위 내에서도) 작성을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이틀 뒤부터 휴가를 갑니다. 이번 휴가는 전국 이곳저곳을 돌아볼 예정이고요. 휴가 기록들 수종철에서 즐겁게 만나 보실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 그럼 저는 짐 싸러 갑니다. 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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