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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

1.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싶다가 얻게 된 횡재🧧

박람회 통역 겸 가이드 체험기

2025.03.25 | 조회 37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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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영국이 어땠냐면의 프로필 이미지

그래서 영국이 어땠냐면

워홀출신 8년차 런더너의 이런저런 소소한 영국생활 이야기

안녕 구독자 잘 지내고 있어? 드디어 첫번째 글을 쓴다... 너무 오랜만이라 글쓰기 실력이 퇴화한 것 같아😅 그래도 몰입해서 잘 써볼게! 

오늘은 나의 첫번째 단기알바 통역 이야기를 해볼까해. 때는 작년 12월. 한 해가 다 가는데 여전히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서 심장이 벌렁거리던 때야. 급하니까 한국일이라도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에 영국에 사는 한국인이라면 모두가 아는 그 커뮤니티, <영국사랑> 구인구직란에 들어갔어.

 

 

흔히 올라오는 한식당 알바광고 사이에 통역알바글이 눈에 띄더라고. 다가오는 1월에 런던에서 열리는 에듀테크박람회에서 3일간 일할 통역사를 구한다는 글이었어. 클릭해보니 한국일치고 페이가 센 거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하고, 한 세션당 2시간씩이라고 했어. 근데 한 세션에 30만원이라는 거야. 그럼 세션 3개만 해도 90만원! 하루에 90만원을 벌 수 있다니! 3일 전부 일하면 90 x 3 = 270만원!! 영국 프리랜서일도 아닌데 3일에 이렇게 많이 준다면 당연히 지원해야하지 않겠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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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하기

지원하려면 이력서에 사진을 넣어서 보내라고 하더라고. 흠... 영국에서 나이와 사진을 공개하지 않는 이력서에 익숙했던 터라 좀 꺼려졌어. '얼굴을 본다는 건가?' 게다가 지금 내 이력서는 디자인 경력 중심이라 이력서를 아예 다시 만들어야 했지. 

다시 영작하고, 디자인하는 것도 모자라 통역관련된 경력을 어떻게든 짜내야 하다니...너무 귀찮았어. 하지만, 영국에 온 지 4개월이나 됐는데 소득은 없고, 살떨리는 전기세는 매분매초 늘어나고 있었어😨 숨 한 번 쉬고 키보드에 손을 올렸어. 

정말 다행인 건 요즘 우리에겐 GPT가 있다는 거야🥹 영국 온 이후로 자주 쓰고 있어. 나는 여기서 공부를 안 했고 워킹홀리데이로 일하면서 영어를 쓰기 시작해서 격식있는 영어를 잘 못 쓰거든...구직할 때 이보다 더 효율적인 도구가 없더라고! G 투더 PT🙏! 이력서, 커버레터, 이메일 다 잘 써줘서 항상 고마워하고 있어. 그래도 뻔하지 않게 써야하니 먼저 초고를 썼어. 돌이켜보면 한국에 3년 사는 동안 그래도 번역/통역 일을 한 적이 있었어. 러쉬코리아 문서를 번역한 적도 있고, 퍼스널컬러 통역일을 두 달 한 적도 있었어. 이런 경력을 촤라락 쓴 다음 GPT에게 다듬어달라고 부탁했고, 디자인은... you know, 디자이너가 디자인 처음부터 제대로 하려면 하루종일 걸리거든. 구글에서 사진이 포함된 이력서 템플릿 중 괜찮은 양식을 보고 그냥 후다닥 따라했어. 이렇게 귀찮음을 꾹 누르고 이력서를 만들어서 보냈어.

근데 연락이 없는 거야. 떨어졌나보다 했지.

그렇게 새해로 넘어가려던 순간, 12월 31일에 연락이 왔어. 

 

비디오콜

늦게 연락드려 죄송하다고, 줌(Zoom)으로 대화를 하자고 하시네.
떨리는 마음으로 줌에 접속하니 한 여자분이 나타나셨어. 하얀 얼굴에 까만 뿔테 안경을 쓰고, 포니테일로 머리를 정갈하게 묶은 채 셔츠를 입고 계셨어. '나 = 회사에서 높은 사람' 느낌이 확 들더라고. 딱딱해보일 수 있는 외모와 달리, 환한 미소와 상냥한 말투로 편안한 분위기가 조성됐어. 앞으로 이 분을 L님이라고 할게.

"제가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친절 또 친절입니다. 저는 잘 웃고 친절한 사람만 뽑습니다."

"이건 면접이 아니고, 하는 업무에 대해서 자세히 들어보시고 수수님도 이 일을 하실 수 있는지 알아보는 시간이에요. 이 업무는 단순한 통역이 아니라 가이드도 해야 해요. 통역은 오신 분들이 질문이 있을 경우 대신 해주는 정도일 뿐, 가이드 역할이 더 커요. 한국에서 런던까지 교육업계 종사자분들이 멀리서 오시는 만큼 저희가 주는 자료는 꼭 숙지하고 계셔야 해요. 한 팀당 최대 15명까지 가이드하셔야 하고, 한 세션당 두 시간이에요.

근데 저희가 세션을 다 드릴 수는 없어요. 오시는 분들이 많아서 가이드분도 많이 뽑지만 안타깝게도 오시는 분들 시간대가 겹쳐서 저희가 보장할 수 있는 건 딱 한 세션이에요. 그리고 저희가 한국 베이스 회사다보니 한국 계좌로 돈을 드려야 해요. 이런 조건에도 괜찮으시면 저희랑 같이 일해요."

😳 헐! 
😳 헐! 

세션이 하나면... 30만원... 근데 3.3% 원천징수... 게다가 한화로 받는다니... 이것저것 따져보기 시작했어. 집에서 박람회 장소까지 1시간 넘게 걸리고, 아침부터 모이는 거라면 일찍 출발해야 하고, 그전에 자료 공부하는 시간까지 합하면... 세션만 2시간이지, 8시간은 되지 않을까 싶더라고. 흰 셔츠도 준비하라는데 그것도 사야하거든. 너무 고민이 됐어. 

 

이 돈 받고 이 정도 일할 가치가 있을까?

 

얻을 수 있는 건, 네트워킹과 경험치였어. 그분은 이걸 계기로 영국에 올 때마다 통역일을 더 줄 수 있다고 하셨어. 나 말고도 다른 통역사도 여러명 뽑는다고 하니 이참에 영국 사는 한국사람들과도 더 알게 되겠지. 흠... 근데 난 이미 런던에 오래 살아서 한국친구들이 많은데 굳이..? 

반감이 마구 올라왔지만 결국 그냥 하기로 했어. 4개월간 집에 고립되어 있던 터라 조금이라도 돈 벌면서 사람 좀 만나보자는 마음으로 제안을 수락했어. 

 

박람회 D-2

일단 박람회를 간략히 설명하자면, 교육업계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박람회라고 해. 전세계 교육종사자들이 매년 이 박람회에 와서 교육관련테크 트렌드를 보고 네트워킹도 쌓는 이벤트래. 한국 학교에서도 많이 온다고 하더라고! (박람회 실명은 왠지 조심스러워 일단 생략할게. 궁금한 사람은 댓글로 물어봐줘.) 박람회는 1월 중순 수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열렸어. 근데 L님이 통역자 단체톡에서 그 주 월요일에 E모 대학교에서 열리는 AI관련 강연도 참가해달라고 하더라고. 왠지 대학교 홍보용으로 이 업체와 학교가 제휴를 맺은 거 같았어. 강연에 참석하면 교통비와 식비로 10만원(약 £50)을 준다고 하는 거야. 오... 10만원? 일 안하고 그냥 강연 들으러 가는 건데 얼마나 값진 돈이야~! 근데 그 대학교까지 알아서 오라는 거야. 그 학교는 런던 말고 다른 지방에 있었거든. 검색했더니 기차표가 왕복 £33(약 6만원)... 그럼 10만원  받아도 교통비 빼면 고작 £17(약 3만원)? 또 고민되더라. 분명 하루종일 걸릴 텐데 3만원 벌겠다고 갈 가치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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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것도 그냥 갔어🤣 내가 얼마나 답답했는지 알겠지? 꽉 막힌 상황에서 너무너무 벗어나고 싶었어. 콧바람 한 번 내쉬고 냅다 기차표를 예매했어. 

근데 다음날 L님이 셔틀버스를 예약했다며 런던 시내에서 무료로 다같이 갈 수 있다는 거야🤦‍♀️ 기차표는 환불 불가여서 돈은 날릴 대로 날리게 되었어. 기차를 타고 가면 기차역에서 대학교까지 길이 복잡했거든. 셔틀버스로 가는 게 훨씬 나았어. 거기다가 강연은 오후 3시였는데 오전 11시까지 시내로 오라고 하더라고. 나중에 런던으로 오면 저녁 7시쯤이라고 하는데 그럼 하루 전부를 쓰는 거지. 자꾸 계산하게 됐어. 10만원의 가치가 있는 건가? 아침 11시-오후 7시까지라면 한국에서 최저시급으로 받는 것보다 못한 금액이더라고. 런던 교통비는 또 얼마나 비싼데... 

찝찝한 마음으로 강연을 보러 갔어. 강연 보러 온 사람들은 나처럼 박람회에서 통역을 맡은 사람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오신 선생님들도 계시더라. 한 15명이 모여서 셔틀버스를 타고 갔어. 세 시간 걸려서 도착한 대학교에서 강연을 들었는데... 솔직히 말해서 안 들어도 될 것 같았어. AI시대에 맞춰 그 학교에서 어떤 분야를 연구하고 있는지 설명했거든. 근데 이미 내가 아는 것들이 많았어. 한국에서 인공지능 스타트업에서 일할 때 인공지능 트렌드에 대해 많이 공부했었거든. 일반적인 지식 위주여서 강연을 안 들어도 충분히 박람회 준비를 할 수 있을 거 같았어.  강연이 끝난 뒤 대학교 투어를 시켜줬는데 이것도 그닥 인상적이지 않았어. 연구실 자체만 보여주고 딱히 구체적인 실험 결과나 데모를 보여주는 것도 없었어. 가장 화가 났던 점은 식사할 시간이 제대로 없었고, 준다고 했던 간식도 못 받은 채 하루종일 돌아다녔다는 점이야. 난 배고프면 예민해지는 사람이거든. 계속 정신승리하려고 좋게 생각하려고 했지만... 자꾸 괜히 온 것 같은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어. 최저시급만도 못한 돈을 받겠다고 내 아까운 시간과 체력을 쓰다니...

이 기분은 다음날인 화요일까지 이어졌어. 가이드를 하기 위해 받은 자료에는 업체에서 선정한 8개 부스에 대한 사업과 제품을 설명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어. 마음이 복잡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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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계 종사자분들은 지성인이니 내가 관련용어와 예상질문을 영어로 능숙하게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거야. 그러려면 이 자료를 꼼꼼히 보고 영어 연습을 해야 하는데... 근데 하루종일 공부하면 10시간 정도 걸릴 테고... 내일 장소까지 가려면 새벽 6시에 일어나야 하고.. 세션이 오전 10시-12시까지라고 하지만 집에 도착하면 오후 한두시가 되겠지? 복장을 위해 산 셔츠는 £20였어.. 교통비 £6... 이걸 위해 들인 돈과 시간을 합치면 임금 30만원이 과연 정당한 돈일까? 아침, 점심도 못 먹을 텐데?

 

내가 들이는 시간에 비해 받는 돈이 부당하다는 생각  vs 능력 있어 보이고 싶은 욕망이 충돌했어. 세션을 2개라도 받았다면 60만원이니 이런 생각이 들지 않았을 텐데!!

이렇게 투덜거리면서 아침부터 밤 11시까지 거의 12시간 공부했어😅😂 거대한 박람회장이 그려진 지도에 방문할 8개 부스를 표시하고, 부스 방문 순서를 익히고, 8개 사업을 하나하나 조사했어. 중요한 영어단어는 다 적어놨지. 너도 그렇지? 다른 누구보다 한국인 앞에서 영어 쓰는 게 제일 긴장되잖아. 내 문법과 발음을 평가당할 거란 사실이 너무너무 긴장됐어. 전문적으로 보여야 한다는 생각에 바지와 셔츠는 다림질까지 했어. 잠도 안 오더라고. 

 

D-Day

드디어 다음날. 무거운 눈꺼풀로 깜깜한 새벽 6시에 허둥지둥 박람회 장소로 향했어. 통역하러 온 사람들은 15명 정도였어. 월요일에 강연 보러갈 때 만난 사람들도 몇 명 있었어. 현장에서 만난 고용담당자로는 L님과 여자 한 분이 더 계셨는데 알고보니 그 분이 그 회사 대표님이시더라고! 비디오콜을 했던 L님은 2인자셨던 것 같아. 당연히 대표는 남자겠거니 했는데 의외로 여자 두 분이 이끄는 회사인 걸 보고 대단하다고 생각했어. 그 분들은 우리 통역사들에게 마이크, 15개의 수신기가 담긴 주머니와 번호가 적힌 깃발을 나눠주셨어. 나는 4번을 받았어. 4번이 적힌 깃발에 마이크까지 받으니 가이드가 되었다는 게 실감나더라. 와우, 내 인생에 가이드란 일까지 하게 되다니! 참 신기해 인생. 한층 더 고조된 마음으로 어제 하루종일 정리했던 문서를 보며 연습했어. 낯선 지성인 15명을 이끌어야 한다는 사실에 자꾸만 가슴이 탁 막히더라고.

드디어 10시. 서서히 한국인이 우르르 나타났어. 

"자 서울초등 4팀 여기로 오세요. 4번 가이드분 나오세요!"

오마이갓. 심장이 벌렁거렸지만 애써 당당한 척하며 인사했어.

"안녕하세요! 이번에 가이드를 맡게 된 김수수라고 합니다!"

내가 맡게 된 초등학교팀은 주로 30대분들에 한두명이 50-60대처럼 보였어. 다들 같은 학교에서 오신 건 아니고 섞여 있더라고. 일단 주머니에서 15개의 수신기를 빼서 나눠드렸어. 나는 방송인처럼 마이크를 셔츠 카라부분에 고정시켜 놓고, 선생님들은 한쪽 귀에 헤드폰을 꽂으셨어. 분명 나와 선이 연결되지 않았는데 내가 말하는 게 잘 들린다고 하시더라고. 새삼 기술의 발전에 감탄했어. '그래 딱 2시간만 있으면 이제 다 끝이야.' 하며 긴장되는 마음을 스스로 달래고 가이드를 시작했어. 넓디넓은 건물 출발지에서 부스장까지 가는 동안 박람회에 대해 설명하고, 오늘 돌아볼 부스 8곳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했어. 

부스장은 어마어마하게 넓었고, 아침 10시인데도 이미 세계에서 날아온 여러 사람들로 북적거렸어. 일산 킨텍스나 서울 코엑스같은 장소였거든. 다행히 미리 지도에 동선을 표시해놨던지라, 어렵지 않게 부스를 찾아다닐 수 있었어. 인쇄해온 대본을 보면서 조잘조잘 설명했어.

"첫 번째로 보실 곳은 뉴질랜드 회사가 만든 라이터의 툴박스라는 제품입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글쓰기 능력을 향상시키는 플랫폼인데요. 가장 큰 특징으로는... 어쩌구 저쩌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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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신기하게도... 재밌더라! 난 역시 외향인인 거야! 어릴 때는 참 개인주의를 지향했는데 나도 참 많이 변했어. 이제는 여러 사람들을 이리저리 이끌고, 내가 배운 걸 설명하는 게 재밌...네? 지금 뉴스레터에서도 말이 많잖아? 가이드는 말을 많이 해야하니까 신나더라고🤣 집에만 있었는데 새로운 사람들 만나서 끌고 다니니까 에너지가 샘솟았어. 현재 구직 중인 일자리로 주니어를 이끄는 리드 역할을 하고 싶었기에 마침 잘 됐다 싶더라고!

가장 걱정했던 영어로 질문하는 일도 막상 상황이 닥치니까 말이 술술 나왔어. 그냥 뻔뻔하게! 15명의 한국인이 한쪽 귀로 내 영어를 하나하나 듣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너무 부담스러웠지만, 시선을 그냥 부스 담당자에게 두고 말하니까 괜찮더라고! 내 안의 영어경찰 입을 막아놓고 문법이 틀리건 말건 무조건 큰 소리로 영어를 내뱉었어. 응. 내뱉었다는 표현이 정확해. 투두두둑.

- What is your product's greatest strength?  이 제품의 가장 큰 장점이 뭐에요? - What makes your product different from the competitors?  당신들의 제품이 경쟁사와 뭐가 다른가요?

근데 선생님들 중에 영어를 잘 하는 분도 계셨어. 알고보니 그 분들이 팀 대표로 영어를 쓰는 역할로 왔다고 하더라고. 난 그런 줄도 모르고 내 역할을 무시하는 줄 알았어. 어떤 젊은 여자선생님과  잠깐 기싸움했거든🤣 분명 내가 질문을 하고 있는데 자기가 끼어들어서 질문을 해서 기분이 좀 안 좋았거든... 알고보니 그 분은 그 분의 역할을 하려고 했던 거였어 ㅎㅎㅎ

별 탈 없이 8개 부스를 무사히 잘 돌고는 원래 출발했던 곳으로 돌아왔어. 하, 그래도 잘 끝났다! 개운한 마음으로 모두와 인사를 마치고, 수신기와 마이크를 반납했어. 그때 어떤 통역사분과 대화를 하게되어 근처 펍에서 점심을 같이 먹게 됐어. 일도 끝났으니 가벼운 마음으로 그 분과 이런저런 수다를 떨며 점심을 먹었어. 이제 집에 가려는데 앗, 내가 가져왔던 파일과 분홍색 펜이 없는 거야. 내가 뽑아놨던 대본지도 안 보이더라고.

내가.. 내 물건에 애착이 많거든. 남들은 신경 안 쓰는 사소한 물건들을 특히 소중히 여기고 오래 쓰는 걸 좋아해... 그래서 그 분과 헤어지고는 다시 박람회장으로 돌아갔어. 화일과 분홍펜을 찾으러! 뭐 바로 옆이라 돌아갈 만했지.. 그치?

현장으로 갔더니 근데 글쎄! 몇몇팀이 늦게 오게 되서 통역사가 더 필요해졌다며 내게 시간이 있냐고 물으시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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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물건들과 대본은 못 찾았지만, 그 대신 세션 하나를 더 얻어 60만원을 벌게 된 거야! 요 며칠간 품고 있던 불만이 순식간에 사라졌어. 이 정도면 일할 만하지. 그럼!

오후 3시에 다음 팀이 온다고 해서, 나는 대본이 없어졌으니 다시 업체측에서 제공한 쪽대본을 보며 준비하고 있었어. 앗, 근데 다음 팀이 더 늦게 오게 되서 대표님이 말씀하시길,

"기다리는 시간이 많아졌으니 세션 3개 비용으로 쳐드릴게요."

OMG!
OMG!

 

자 그럼 계산해보자면, 월요일 강연참석비 10만원 + 세션 3개 3 x 30만원 = 100!!!!! 무려 백만원을 번단 말인가!!! YES!!!

얼마나 단비같은 소식이던지... 내가 만약 내 물건에 애착이 없었다면 이 기회를 날릴 뻔 했던 거야🤣 어마어마하게 좋은 타이밍이었어. 사실 오랜만에 연락온 친구가 그날 오후에 보자고 한 약속을 거절했었거든. 피곤할 거 같아서... 만약 약속까지 있었다면 이 기회를 날렸겠지? 

회사원을 나오고서 '인생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를 자주 실감해. 경제적으로 불확실한 와중에 이런저런 기회가 오더라고~ 전날까지는 돈없어서 허덕이다가 다음날엔 갑자기 일을 받아 싱글벙글하고. 결국 돈은 생겼다가도 없어지고, 없어졌다가도 생긴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아. 그렇다면 돈이 없건 있건 내 마음에 평점심을 유지하는 게 내가 행복해지기 위한 방법이라는 걸 깨달았어. 응. 그냥 깨닫기만 했어 일단은. 실천은 진행 중^^

오후에 맡은 팀은 중고등학교 선생님들이셨고, 젊은 분들 위주였어. 그 분들을 똑같은 코스로 무사히 잘 안내해드리고 예상과 달리 오후 5시쯤 수월하게 끝났어. 우연한 기회로 전날 하루종일 공부한 보람을 듬뿍 느끼며 하루가 마무리됐지.

 

느낀 점

내가 영국으로 다시 돌아온 이유가 한국 업무환경이 답답해서였거든. 그래서 웬만해선 '영국사랑'에 들어가서 한국일을 구하지 않으려고 했었어. 한국회사를 일반화하긴 그렇지만 한국은 정해진 근무시간을 초과해서 일하는 게 당연하게 여겨지고, 문제가 생기면 아랫사람 탓하고, 업무 외에도 규칙이 너무 많다고 느꼈어.  

조급해져서 구하게 된 이 한국업체 또한 이 특징과 크게 다르진 않았어. 일의 강도와 근무환경이 빡셌다고 생각해. 이틀 단기알바였지만 실제 근무시간보다 간접적으로 들었던 시간이 더 많았어. 교통시간, 공부시간 등. 특히 가장 힘들었던 점은 강연을 보러 간 날 참가자에게 식사나 간식을 제공하지 않았다는 점이야. 밥을 거르는 게 당연한 듯한 느낌이었어. 나중 에피소드로 나올 영국 로레알 알바에서는 기대도 안 했는데 점심까지 제공해줬거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엔 운좋게 돈을 더 벌어 해피엔드가 되었어. 만약 예정대로 세션 하나만 했다면 노동을 착취당한 느낌이 들었을 것 같아. 결국엔 강도가 센 만큼 돈을 정당하게 주면 '음, 할 만 하군!'이 되는 것 같아. 

영국에 와서 이렇게 한국분들을 위해 원데이 가이드일을 하게 된 점은 참 생소하고 특별한 경험이었어. 구독자(이)도 영국에서 정말 일감이 필요하다 싶으면 영국사랑에 한 번 들어가봐! 뜻밖에 재밌는 경험 혹은 빡센 경험을 하게 될지도 모르지😉 

그럼 오늘 뉴스레터는 여기까지 쓸게. 오랜만에 쓰는 터라 글을 잘 썼는지 잘 모르겠지만, 재밌게 읽었기를 바라. 다음주에 만나❤️

 

수수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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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혜린의 프로필 이미지

    혜린

    0
    9 months 전

    너무 멋져요 쑤쑤❤️❤️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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