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구독자야, 유 오롸잇?
잘 지냈어? 어느새 5월이다…! 한 달에 한 번씩은 보내려고 했는데, 4월이 정신없이 후다닥 지나가버렸지 뭐야🫠
그동안 나는 5년 만에 돌아간 영국 직장인 생활에 적응 중이었어. 이제 동료들이랑도 좀 친해졌고, 출퇴근 지옥철에도 어느 정도 익숙해졌어. 내가 타는 지하철 노던라인이 특히 문제 많기로 유명해서 기대를 확 낮추고 타다 보니, 오히려 정상으로 운영되면 감사할 정도야.
구독자도 일상 잘 보내고 있었지?
오늘은 오랜만에 영어 얘기를 해 보려고 해. 영국 회사에 출근한 이후 나의 영어 실력에 현타가 자주 오는 요즘, ‘영어가 과연! 영국 산다고 늘까????’에 답해볼게.
민의 자전거 장소…
얼마 전 집 근처에서 하우스메이트를 마주쳤어. 그 친구가 나한테 물었거든.
“Where are you coming from?”
그냥 어디 갔다 오는 길이냐는 아주 평범한 질문이잖아. 한국어였으면 1초 만에 대답했을 질문.
근데 나, 영국살이 도합 9년차… 갑자기 머리가 하얘지는 거야.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이거였어.
“민이 자전거 빌리는 곳까지 데려다주고 오는 길이야.”
근데 일단 ‘공용 전기자전거 세워두는 곳’을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는 거야. 가만 생각해보니 한국어로도 딱히 “그거!” 싶은 단어가 없더라고? 따릉이 세워두는 곳? 자전거 스테이션? 자전거 거치대? 뭐 어쩌구저쩌구…
그리고 더 큰 문제는 ‘데려다주고 오다’였어.
‘Pick up’은 마중 나가는 거잖아. 그럼 데려다주는 건 뭐지? Drop off? 근데 사람을 어디에 내려주는 것도 아니고, 자전거 타러 가는 길을 같이 걸어가준 거니까 drop off도 아닌 것 같고…
그래서 내가 기껏 한 말이…
“Min’s bike place…”
민(남편)의 자전거 장소.
그리고 한참을 더듬거리다가 한 말이
“The opposite word of pick up!!!”
마중 나오다의 반대말.
그 친구는 워낙 온화하고 똑똑한 친구라 대충 알아들은 것 같았어. 근데 내 심장은 이미 바닥으로 쿵 떨어지고 말았어.

나 이런 말도 못해??????? 샤갈!!!! 샤갈샤갈!!!!
영어라는 건 참 이상해. 평소엔 내가 이제 제법 영어가 능숙해진 것 같다가도, 이런 아주 사소한 순간에 갑자기 초급반으로 끌려 내려가거든. 마치 누가 내 영어 레벨 바닥에 숨겨둔 비상 버튼을 누르는 것처럼.
여전히 쭈그러드는 순간 - 영쿡 악센트
예전에도 말했듯이, 나는 영국에 살면서도 외국인과 많이 교류한 편은 아니었어. 내가 의도적으로 배타했다기보다는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되더라고😂
내 경험상 오래 가는 관계로 이어진 건 결국 한국인, 혹은 아시아권 친구들이 많았어. 약속도 비교적 잘 지키고, 마음을 여는 속도도 나랑 비슷했거든. 반면 영국 친구들은 겉으로는 정말 친절한데 막상 깊은 관계로 들어가는 문은 잘 안 열어주는 느낌이 있었고, 유럽 친구들도 약속이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았어.
그나마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까지는 여러 외국인과 데이트하며 영어를 썼어. 하지만 한국으로 돌아가 한국인 남편을 만나고, 다시 영국으로 온 이후부터는 외국인과의 교류가 더 줄었지. 그나마 제일 친한 친구가 대만 친구라 그 친구하고만 영어를 쓰는 정도였어.
그러니까 ‘영국에 산다’는 말만 들으면 매일매일 영국인 친구들과 펍에서 맥주 마시며 하하호호할 것 같지만, 현실은 집에서 남편이랑 한식 먹으며 나는솔로 보는 거라는 말~씀!
너무 고립된 것 같아 취업되기 전에 집 근처에 작업실을 구해서 그곳에서 친구들을 좀 사귀었거든. 그 친구들과 저녁을 먹은 적이 있었어. 정말 오랜만에 비아시아권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니까 괜히 신기하더라고.
근데 그중 한 명이 50대 영국언니였는데, 그날따라 기분이 많이 들떠 보이시더라고. 내가 뭐라고 말하자 그 언니가 갑자기 말했어.
“너 프랑스 살다왔니? 너한테 프랑스 억양이 있어!”
프랑스 억양…?

솔직히 말하면 억양은 내가 굉장히 긁히는 부분이야. 마음속 어딘가에 “내가 하는 영어는 영국 억양이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거든. 그래서 한국식 억양은 최대한 피하려고 하고, 나름 영국식으로 말하려고 노력했는데…
결과: 프랑스 억양. 샤갈.
영국 초반에는 불가리아 억양이 있다는 말도 들은 적 있어. 불가리아 억양이 뭔지는 아직도 몰라. 내가 한국에서 태어나 영국에 와서 프랑스와 불가리아 사이 어딘가를 떠도는 영어를 하고 있다니. 이쯤 되면 거의 유럽 연합형 억양 아니냐고.
물론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들끼리도 서로 악센트 얘기를 많이 해. 내 상사는 캐나다인이라 영국 애들에 비해 혀를 훨씬 많이 굴려서 말하거든. 그가 없을 때 다른 영국 애가 장난으로 그의 캐나다 악센트를 따라 한 적도 있어.
근데 신기한 건, 영어권 사람들끼리 서로 악센트를 흉내내는 건 장난으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지만, 비영어권 사람의 영어 악센트를 따라하는 건 훨씬 조심스러운 분위기야. 그건 참 다행이라고 생각해.
한국에서는 외국인이 한국어하는 억양을 성대모사처럼 따라하는 경우가 있잖아. 예전엔 나도 그게 얼마나 무례하게 느껴질 수 있는지 몰랐어. 근데 내가 당사자가 되어보니까 알겠더라고.
내 말투는 그냥 내 말투인데, 누가 그걸 우스꽝스럽게 따라하는 순간 갑자기 내 입이 작아지는 느낌이 들어. 말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워지고, 내가 지금 이상하게 말하고 있나? 싶어져.
나는 나름 그들의 말투에 가까워지려고 애쓰고 있는데, 그 완전하지 않음을 딱 짚어 들킨 기분이었어.
만약 내가 “그래, 나는 한국식 억양으로 영어하는 사람이야” 하고 받아들인 상태였다면 덜 긁혔을지도 몰라. 근데 나는 아직도 마음 한구석에서 영국식 억양을 입고 싶어 하거든.
모국어가 내 몸이라면, 외국어는 내가 의식적으로 골라 입는 옷 같아. 모국어는 이미 내 몸에 착 달라붙어 있으니까 누가 뭐라고 해도 그냥 나야. 근데 외국어는 다르더라고. 내가 오늘은 이렇게 말해야지, 이 단어를 써야지, 이 억양은 조심해야지 하면서 하나하나 챙겨 입는 옷 같은 거야.
그런데 나는 나름 영국 스타일로 차려입었다고 생각했는데, 누가 와서 “어? 프랑스 스타일인데?”라고 말한 느낌이랄까. 당황스러웠던 것 같아. 내가 이상한 말을 해서라기보다, 내가 애써 입은 옷이 내가 의도한 대로 보이지 않았다는 게 괜히 민망했던 거지😳
그래서 영어공부를 다시 시작했냐면…
그런데 말이야.
이렇게 영어 때문에 현타를 맞고, 억양 때문에 쭈그러들고, ‘민의 자전거 장소’ 같은 말을 하고 다니면 영어공부를 할 만도 하잖아?
근데 이상하게도… 전혀 안 하고 있어.

영어공부를 더 해야겠다는 생각은 정말 많이 해. 적어도 영어 콘텐츠라도 더 봐서 영어에 노출되는 시간을 늘려야겠다고 생각해. 내 안에는 늘 영어 압박감이 장기 중 하나처럼 붙어 있어. 위장, 간, 폐, 영어 압박감. 이렇게 네 개가 같이 사는 느낌.
근데 현실은?
매주 오은영의 결혼지옥 챙겨보고, 나는 솔로 보고, 금쪽같은 내 새끼 보고, 한국 유튜브 보면서 밥 먹고, 남편이랑 한국 드라마 보고, 책도 한국어책으로 읽어.
너무 편하거든. 그리고 티비프로 하나라도 놓치면 심장 한구석이 간질거리며 금단현상이 일어나…😳
한국어 콘텐츠는 단어를 찾아볼 필요가 없잖아. 누가 한숨만 쉬어도 그 한숨 안에 담긴 사회적 맥락, 부모님과의 관계, 직장 스트레스, 미묘한 자존심까지 다 느끼지. 대사가 조금만 이상해도 “아 저 작가 너무 작위적이다” 하고 평가할 수 있어. 이게 바로 모국어의 권력 아니겠어?
반면 영어 콘텐츠는 아무리 재밌어도 머리 한쪽이 계속 일을 해.
‘방금 저 농담은 무슨 뜻이지?’ ‘저 표현은 처음 듣는데?’
그러다 결국 보다 말고 핸드폰으로 딴짓을 하고 있지.
나는 왜 영어에 마음을 닫았을까
영국 생활 초기 한 4년 동안은 그래도 적극적으로 영어공부를 했어. 영국 드라마를 보고 받아쓰고, 따라 말하고, 단어를 찾아보고. 영어 단어를 적은 메모지가 방 한 벽을 가득 채우곤 했지. 그때 생활영어를 정말 많이 배웠어.
근데 이제 좀 영어에 익숙해지니 공부하는 것에 느슨해지다가 마음이 확 닫힌 계기가 있었어. 2020년에 Black Lives Matter 운동*과 Stop Asian Hate*흐름을 가까이서 접하면서 내 안에서도 뭔가 확 깨어난 느낌이 있었거든. 예전에는 영국에 있으니까 영어를 못 하는 내가 작아 보였어. 근데 점점 생각이 바뀌더라고.

잠깐. 내가 왜 이렇게까지 쭈그러들어야 하지?
나는 한국어를 이렇게 잘하는데. 나는 내 언어로 농담도 잘하고, 글도 쓰고, 뉘앙스도 읽고, 싸울 때도 논리적으로 싸울 수 있는데. 그냥 이 나라의 공용어가 영어라는 이유만으로 왜 나는 늘 부족한 사람이 된 것처럼 느껴야 하지?
그때부터 영어에 대한 감정이 단순한 열등감에서 반감으로 바뀐 것 같아.
‘아, 한국어가 세계 공용어였으면 좋겠다.’
‘영어권 애들은 이런 마음고생 안 하겠지? 자기들이 얼마나 큰 특권을 갖고 있는지 알까? 너무 당연해서 모르겠지. 아 열받아’
‘우리나라에서는 왜 이렇게 영어 잘하는 사람을 우대할까?’
이런 생각이 자꾸 올라왔어. 그때 영국 산 지 7년째였고, 삶의 질 팍팍한 여기서의 삶이 지긋지긋해져가고 있었어. 외로움도 눈덩이처럼 불어나서 이젠 한국이 그리워 미칠 것 같았지.
1년 더 꾸역꾸역 참고 견뎌 영주권을 받자마자 회사를 바로 관두고 2021년 한국으로 돌아갔어.
그때 또 하나의 결정타가 있었어. 코로나 시기라 한국으로 돌아가 2주간 격리를 해야 했거든. 그때 바로!!!!
나는솔로와 오은영 티비프로그램을 알아버린 거야!!!!
그 이후 나는…
영국에 와서까지 그 프로그램들을 보고 있어. 참 충실한 시청자야.

근데 또 영국으로 왔네
하지만 말이야.
아무리 내가 한국어 세계를 사랑하고 영어권 문화에 반감이 생겼다 하더라도, 한국 회사의 근무환경은 정말 참을 수가 없더라고. 이미 영국 회사의 단맛을 봤기 때문에 버티기가 너무너무 힘들었어.
정시에 퇴근하고, 정해진 휴가를 눈치 안 보고 쓰고, 규칙보다 자율성이 먼저인 환경이 얼마나 소중한지!!! 한국에 돌아가서 다시 한 번 깨달았어.
야근하는 게 미덕으로 여겨지고, ‘해야 된다’, ‘하지 말라’란 규칙이 수시로 생겼다가 바뀌는 게 숨이 막혔어. 무엇보다 무서웠던 건 한국 회사를 다니면서 이런 삭막한 문화에 내가 서서히 주저앉고 있었다는 거야. 분명 더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걸 아는데, 한국에서 회사원을 하면 그걸 그저 ‘환상’이라고 여기며 무겁게 가라앉을 것 같았어.
따박따박 들어오던 월급의 달콤함에 눈을 거의 감을 뻔했지만, 결국 다시 부릅뜨고 그만둬버렸지. 아마 한국에서만 쭉 일했다면 그런 환경을 당연하게 여기고 적응했을지도 몰라. 근데 이미 영국의 널널한 근무환경을 맛본 뒤라 면역력이 극도로 약해져 있었던 거지.
그렇다고 이런 환경을 무릅쓰고 최고의 회사원으로 성공하거나 프리랜서로 성공할 야심도 없었어.
결국 겨우 따낸 영주권을 이용해 다시 영국을 택했고, 겨우겨우 취업한 끝에 원하던 근무환경의 직장인이 되었어.
근데 그 말은 즉슨… 나. 또 영국땅을 밟은 거잖아.
이 나라에서 계속 살아가려면 영어를 ‘잘’ 쓰는 게 나에게 훨씬 유리하다는 뜻 아니겠어?
결국 이렇게 길게 주절주절 말했지만 결론은 하나야.
아무리 한국을 좋아한다고 해도, 한국에서의 단점이 영국에서의 단점보다 크다고 느껴서 그 누구도 아닌 ‘내가’ 당분간 살 곳을 영국으로 선택했잖아. 그러니까 아무리 반감이 들어도 다시 온 만큼 영어를 다시 잘 하는 게 낫겠다…😭
영국에 오래 살수록 늘어난 이상한 능력들
근데 신기한 게 있어. 영국에 오래 살수록 영어가 폭발적으로 늘었다기보다, 이상한 생존 능력이 생겼어.
1_잘 알아듣는 척 하기
못 알아듣는 게 10이라면 그중 7은 그냥 넘어가.
“Ah yeah.” “Definitely.” “I see.” “That makes sense.”
이런 식으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적당히 반응하는 거야.
물론 그 대답이 전혀 맞지 않는 타이밍일 때도 있어. 어색한 공기를 나도, 상대도 느낄 수 있어. 하지만 우리는 그냥 넘어가 ^^
영국은 날씨도 흐리지만, 이런 어색함도 흐릿하게 지나가는 편이거든^^^
정말 너무 중요한 이야기일 때는 “Sorry, I didn’t understand”라고 말하지만 웬만한 스몰토크에서는 그냥 대충 넘기게 돼. 매번 못 알아들었다고 말하면 대화가 자주 멈추니까.
가끔 한국 친구랑 같이 어딜 가서 안내자가 한 말을 실컷 듣고 나와. 그러면 친구가 묻지.
‘그러니까 뭐 하라는 거지?’
나는 아주 당당하게 대답해.
‘몰라! 그냥 알아듣는 척했어ㅋㅋ’
2_단체 대화에서 유체이탈
1:1로 말할 때는 잘 알아듣는데, 영국인 여러 명과 함께 말하기 시작하면 난 어느 순간 표정만 그 자리에 있고 영혼이 나가 있게 돼. 그들이 하는 말 하나만 못 알아들어도 그 이후 대화는 뭔 말인지 못 알아듣게 되거든. 이건 단순히 언어문제가 아니라 사회, 문화배경을 알아야 이해할 수 있는 게 많거든.

누군가 농담을 하고 다 같이 웃으면 나도 웃어. 무슨 말인지 모르지만 웃음 타이밍은 기가 막히게 잘 따라가게 돼. 그리고 이젠 피곤하니까 뭔가 알아들으려고 중도에 질문을 하거나 집중하려고도 잘 안 해. 그냥 딴생각하거나 핸드폰 하곤 하지😌
3_빨라지는 눈치
한국에 있을 땐 눈치가 좀 없는 편이었던 것 같아. 개인주의도 심하고. 근데 영국에서 적응하다 보니, 눈치가 점점 빨라지더라고.
일단 내가 하는 영어 실력에 자신이 없으니까 비언어적 능력과 동물적 감각이 발달해. 비언어적으로 그 사람이 나를 알아들었는가, 나와 대화가 되고 있는 건가를 끊임없이 느끼게 돼. 영국생활초기에 특히 이런 능력이 순식간에 는 것 같아.
상대방의 눈동자, 입 모양, 제스처 등을 잘 파악하게 되더라고. 동시에 나의 비언어적 소통 실력도 일취월장하게 돼. 손으로 허공을 휘휘 저으며 소통하고, 아니면 손을 강력하게 흔들고, 이해가 되면 고개를 강하게 끄덕였다가, 알아듣는 척 미소를 지으며 ‘저 사람이 내가 알아들은 척하는 거 모르겠지?’ 하고 스윽 눈치를 보는 거지.
상대방 표정, 말의 속도, 웃음 타이밍, 주변 사람들이 보이는 반응 같은 걸 보면서 “아 지금은 진지하게 대답해야 하는구나”, “아 이건 그냥 흘려보내도 되는 말이구나”를 감으로 익히게 됐달까.
영어 실력도 늘었지만, 생존 감각은 훨~~~~~~~~씬 많이 늘었다고 볼 수 있어.
이걸 성장이라고 해야 할지 잔기술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사회성 하나는 늘 수밖에 없더라ㅎㅎ
영어 잘 하는 건 더 이상 주소지가 아닌
그래서 내가 요즘 확실히 느끼는 건 이거야.
아무리 영국에 살아도 내가 매일 한국 콘텐츠를 보고, 한국어로 일기를 쓰고, 남편이나 친구들과 한국어로 얘기하면 영어가 절대 늘지 않더라고! 반대로 한국에 살아도 영어권 친구들과 어울리고, 영어 콘텐츠를 보고, 영어로 일한다면 영어는 훨씬 많이 늘 거야.
내 친한 친구들 중에 영어권 국가에서 나처럼 살아본 적이 없는데 말할 때 영어가 더 자연스럽게 튀어나오는 친구들이 있어. 오히려 내가 그 친구가 쓰는 영어 단어를 물어볼 때가 많아 ㅋㅋ 걔네는 책도 영어로 읽는 거 좋아하고, 영어권 애들과 많이 대화하고, 영어 관련 콘텐츠 위주로 보더라고…
예전이었다면 외국에 사는 것 자체가 그 나라 언어환경에 푹 빠지는 일이었을지도 몰라. 근데 요즘은 인터넷이 너무 발달했잖아😇 런던에 살아도 한국에서 유행하는 방송을 보고, 한국 팟캐스트를 듣고, 뉴스레터를 보며 한국 트렌드를 실시간으로 알 수가 있지. 몸은 영국에 있는데 생활권은 한국일 수 있는 거야.
심지어 GPT나 클로드 같은 인공지능도 이젠 한국어를 얼마나 잘 알아들어? 굳이 영어로 물어보지 않고 아주 자세히 한국어로 물어봐도 찰떡같이 알아듣잖아. 일할 때도 한국어로 클로드와 작업해. 영어 메시지도 얼마나 잘 고쳐주는지 몰라.
그래서 오히려 동료들과 영어로 하는 문자 소통은 완벽해졌다니까! 덕분에 동료들이 실제로 만나서 나랑 대화할 때 문자랑 말하는 능력에 차이가 커서 속으로 많이 놀랐을 거야😂
근데 한국어를 끊을 수가 없는 게 회사에서 한국어 베이스로 클로드를 쓰니까 다른 동료들이 못 알아봐서 더 암호 같고, 사생활도 보호되는 것 같아 좋더라고.
예전에는 회사에서 내 화면에 한국어가 보이면 괜히 숨기고 싶었거든. 그런데 이제는 조금 달라졌어. 내 화면에 빼곡한 한글을 보면서 “그래, 나는 이 언어를 이렇게 자유롭게 쓰는 사람이야” 하는 생각이 드는 거야.
영어를 못해서 부족한 사람이 아니라, 한국어라는 엄청난 도구를 하나 더 가진 사람.
이렇게 생각하니…
더욱더 영어를 안 쓰고 싶어지네? 😂
그래도 다시 마음을 열어보기로
하지만 그래도 내가 실제로 말하는 영어 실력을 늘리려면 어쨌든 나 스스로 노력해야 하지 않겠어?
영어에 대한 반감이 있다 한들, 내가 지금 선택한 곳은 어쨌든 영어가 모국어인 곳인걸!
그래서 요즘은 영어를 향한 마음을 다시 좀 열어보려고 해

예전처럼 “영국에 사니까 영어를 완벽히 해야 해!”라며 나를 몰아붙이고 싶진 않아. 그렇다고 한국어가 짱이라는 마음으로 영어를 닫으면 그것도 영국 사는데 현명한 대처는 아닌 것 같아.
그냥 이렇게 생각해보려고. 영어는 나를 증명하는 시험지가 아니라, 여기서 조금 더 편하게 살기 위한 도구라고.
내가 영어를 더 잘하면 회의에서 내 의견을 더 정확히 말할 수 있고, 동료들이랑 더 깊이 친해질 수 있고, 집 근처에서 하우스메이트를 만났을 때 “민의 자전거 장소…” 같은 비극을 조금은 줄일 수 있겠지.
물론 계속 문법이건 단어 실수를 하겠지. 나는 또 어느 날 “the opposite word of pick up” 같은 새로운 창작 영어를 뱉겠지. 하지만 뭐 어쩌겠어. 그게 외국에서 사는 나의 현실인걸.
중요한 건 그 순간마다 너무 쭈그러들지 않는 것 같아. 나 영어 못해서 바보인 게 아니라, 그냥 영어로 말 좀 할 줄 아는 한국인인 거니까.
나도 영어권 사람들이 영어하듯 잘하는 한국어가 있으니까! 물론 요즘엔 번역투가 많이 섞였지만… 그래도 걔네보단 잘하잖아😆 그 사실을 잊지 않으면서, 동시에 내가 선택한 이 나라의 언어에도 다시 애정을 쏟으려고 해.
아주 조금씩. 무리하지 않고. 내 속도로.
물론 이번 주에도 나는솔로와 결혼지옥은 놓치지 않았지. 못 끊어.
대신 영국 요리 티비쇼 마스터셰프 새 시즌을 보기 시작했어. 이것만으로도 꽤 큰 한 걸음 아니겠어?
한편으로.. 오늘 저녁엔 남편이랑 <모두가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를 볼 예정이야. 영어에 마음을 열겠다고 했지, 한국어 세계를 떠난다고는 안 했다구😚 요즘 너무 재밌게 보고 있는 우리의 활력소거든ㅎㅎㅎ
그럼 이만 쓰도록 할게! 구독자(이)도 재미있게 읽었기를 바라며…
공감하면 댓글이나 답장 부탁해 ㅎㅎ
안녕!!
2026년 5월 10일
수수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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