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콘텐츠는 HBR의 Don’t Let Perfectionism Slow You Down에서 영감을 얻어 저의 사례와 관점을 담아 공유드립니다.
삶에서든 커리어에서든 완벽을 추구하는 성향은 꽤 큰 도움이 되고 그래야만 하는 순간에는 특히나 빛을 발하곤 합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되거나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 중요한 정책, 제도, 프로세스를 발표하는 것이나 사람의 생명과 관련된 일들을 수행할 때는 특히 그렇죠.
저도 개인적으로 완벽주의 성향이 꽤 짙은 사람인데요. 대학원에서 학술지나 학위논문과 같이 비교적 개인적인 작업일 때에는 완벽을 추구하는 것이 필요하고, 결과적으로도 긍정적인 평가나 결과가 따라왔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특정 영역에서 완벽이 요구되는 일을 수행하다 보면 모든 일에서 완벽을 추구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팀이나 조직으로 함께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이러한 완벽주의가 실용적인 동기보다는 성과를 저해하는 장애물로 바뀔 수도 있습니다. 팀이나 조직, 개인적인 일에서조차도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있고, 서로의 일이 서로의 일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나의 완벽은 다른 사람에게는 지연 혹은 불확실성에 따른 불안함으로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죠.
오늘 콘텐츠는 완벽을 추구하는 성향을 버려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완벽을 올바르게 추구하기 위한 세 가지 전략에 대해서 이야기할 예정입니다. 완벽을 올바르게 추구한다는 것은 전략적인 관점에서 ‘완벽’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올바른’ 때와 방법을 찾아나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스스로 세 가지의 질문을 해볼 수 있고,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추구해야 하는 완벽의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 전략 : 목표 중심으로 판단하기
- 실행방법 : 기대효과(편익)와 투입할 리소스(노력) 비교하기
2. 빠르게 시작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 전략 : 불완전하게 시작하기
- 실행방법 : 기획과정을 시작에 포함시키기, 유용한 도구(AI 등)를 최대한 활용하기
3. 언제 끝내야 하는가?
- 전략 : 완벽하지 않아도 끝내야 할 때 끝내기
- 실행방법 : 초기 피드백 요청하기, 팔부능선에서 다시 한번 피드백 요청하기, 딜리버리 시점을 기준으로 완벽의 수준 맞추기
전략 1: 목표 중심으로 판단하기
조직에서 속해서 일을 하든, 개인 비즈니스를 하든 대부분의 경우 완벽의 기준은 나의 내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목표에 있습니다. 예술과 창작과 같이 ‘나를 표현하는 것’자체가 일인 경우에는 일의 목표와 나의 내면의 기준이 동일할 수도 있겠지만요.
완벽주의 성향을 가지게 되는 데에는 다양한 요인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저 같은 경우에는 스스로 맡은 모든 일에 있어 제가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의 결과물을 만들고 싶다는 욕구가 강하게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중요한 것은 ‘무엇을 위해 이 일을 하는가?’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대규모 프로젝트를 고민하든, 회의록 작성과 같은 작은 규모의 일이든 이 일을 하는 목적은 무엇인지, 이 일을 통해 얻어지는 결과는 무엇인지 고민해 보는 것입니다.
노력 대비 편익 비교하기
이때 적용해 볼 수 있는 전략(의사결정의 방법)은 기대효과(편익)와 투입할 리소스(노력)을 비교해 보는 것입니다.
이 방법은 우선순위를 선택하는 것과도 유사합니다. 지금 해야 하는 일의 편익의 수준을 정성적으로 혹은 정량적으로 작성하고, 그에 따라 내가 투입할 노력을 정의해 봅니다. 혹은 내가 생각한 노력의 수준과 그 노력이 가져올 편익을 비교합니다.
예를 들어, 회의록을 작성하는 일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회의록을 정리하는 것이 그 자리의 한 마디 한 마디가 기록될 필요가 있는지, 의사결정된 내용과 향후 계획만 공유되면 되는지에 따라 내가 투입할 노력이 정해집니다. 회의를 참석한 사람에게만 공유되면 되는 회의록이라면 의사결정된 내용에 대한 리마인드와 앞으로의 계획, 혹은 각자가 실행하기로 한 항목에 대해 공유하면 될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내가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회의록이 아니라, 회의록을 볼 사람들에게 완벽한 회의록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것입니다.
전략 2 : 불완전하게 시작하기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사람들의 시작은 느린 경향이 있습니다. 실제 일부 연구에서는 완벽주의적 걱정은 미루는 행동과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결과물에 대해 완벽을 추구하는 성향은 스트레스와 불안으로 이어지고, 이는 일을 회피하는 것으로 관리됩니다. 이렇게 미루다가 지나간 시간을 통해 완벽주의 성향은 더욱 공고해집니다. 악순환이죠.
이러한 악순환을 끊기 위해 필요한 것은 단순하지만 어려운 불완전하게 시작하기입니다. 즉, 미루지 않고 일단 시작하는 것이죠.
저의 경우에 불완전하게 시작하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의 그림이 그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무언가를 시작하는 것이 망설여졌고, 이는 내가 할 수 있는가 없는가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었습니다. 더불어 완벽한 기획을 통해 시작한 후에 발생할 수 있는 변수를 최대한 통제해놓고 시작하고 싶었던 것이죠. 그러면 당연하게도 기획에 투입되는 시간은 늘어나고, 시간이 늘어날수록 더 완벽한 기획을 하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앞서 이야기한 악순환이 시작됩니다.
기획과정을 시작에 포함시키기
이런 경우 불완전하게 시작하는 방법은 기획의 일부를 프로젝트의 시작으로 포함시키는 것입니다.
문제의식을 포함한 목적과 기대효과 정도를 구체화한 후, 이해관계자들과 대화하며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구체화하거나, 실행계획을 구체화하는 것이죠. 이 과정에서 스스로 불안해하는 요소(완벽의 수준) 같은 것들이 정리되고, 이해관계자들과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으니 이후 프로젝트 수행에서는 훨씬 수월해짐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의 요구사항이 명확해지니 결과물도 더 좋아질 것이고요.
유용한 도구를 최대한 활용하기
제가 활용한 또 다른 방법은 ChatGPT와 같은 인공지능 도구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입니다.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경향은 타인의 평판에 대해서도 많이 신경 쓰기 때문인데, 이러한 도구는 그런 리스크를 지지 않으면서도 시작을 위한 아이디어를 논의할 수 있습니다. 단순한 질문(너무 단순해서 다른 사람과 논의하기에는 스스로 창피하다고 생각할 만한)에서 시작해도 괜찮습니다. 질문이 구체적이지 않으면 때론 너무 일반론적인 대답을 해주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답변도 시작하는 입장에서는 충분히 도움이 되니까요.
전략 3 : 완벽하지 않아도 끝내야 할 때 끝내기
완벽함을 추구하는 경향은 보통 결과물을 공개하는 순간이 왔을 때 도드라지게 드러납니다. 저도 무언가가 완성되고 공개할 준비가 되었다고 말하는 것은 어려웠지만(지금도 쉽진 않지만), 인내심 있는 리더분들 덕분에 (성과를 창출하는 데 해가 되는 경우의) 완벽주의 성향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리더는 업무를 요청하거나 지시할 때 완성된 결과물을 가져오기를 기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기대를 명확하게 이야기하는 리더가 드문 것도 사실이죠. 그렇기에 한 가지의 명확한 시점과 두 가지의 자의적인 시점을 기준으로 우리는 완벽주의를 관리해야 합니다.
딜리버리 시점을 기준으로 완벽의 수준 맞추기
일은 일반적으로 누군가에게 혹은 어디에게 딜리버리되는 것으로 완료됩니다. 신문은 인쇄될 때까지, IT 제품의 기능은 배포될 때, (대부분 새로운 시작으로 바로 이어지지만) 일단은 종료됩니다. 예외적인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업무는 딜리버리 시점이 해당 업무가 가져야 하는 완벽의 수준을 설명해 줍니다.
‘언제까지 딜리버리 되어야 하는가?’에 따라 정말 완벽한 결과물이 필요한지, 아니면 속도나 효율성, 혹은 지속적인 개선과 같은 측면을 우선시하는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를 기준으로 매니저와 이야기해 볼 수도 있고요. 만약 프로젝트나 작업 중간에 딜리버리되는 시점이 바뀐다면 우리가 목표로 한 결과물은 어떻게 변화할지 이야기해 보세요.
만약 조직 내에서 구조조정을 시급하게 실행해야 하는 경우는 딜리버리 날짜와 관계없이 완벽한 상태에서 진행되어야 하겠지만, 새로운 기술 트렌드와 시장 기회를 포착해 빠르게 신사업의 가능성을 시도하는 경우에는 완성도보다는 어떤 것을 검증하기 위한 실험인가에서 시작해 속도와 효율을 중요시해야 하겠죠.
매니저가 아침에 업무를 요청하며 이따 점심시간 끝나고 보자고 한다면, 매니저의 기대치는 딱 3시간의 기대치일 것(이어야 할 것)입니다. 그 3시간의 기대치가 무엇인지 이야기해 주지 않는다면 물어볼 수 있습니다.
초기 피드백 요청하기
매니저라면 초기 피드백을 받을 시점을 포함해 명확한 지시를 내려야 하고, 업무를 할당받는 경우에는 초기 방향성을 얼라인하기 위한 시점이 언제가 좋을지 질문해야합니다.
첫 커리어에서 첫 컨설팅 프로젝트를 진행했을 때, 관련 산업, 정책 동향을 조사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사실 동향이라는 것이 조사를 하면 끝이 없어서 동향조사를 하는 목적이 명확해야 범위를 설정하고 필요한 만큼만 할 수 있는데, 그 당시의 저는 뭐가 필요할지 몰라 굉장히 폭넓은 조사를 진행했었습니다. 이후 제가 조사한 내용의 극히 일부만이 실제 보고서에 활용되었습니다. 나머지는 딱히 필요는 없는 내용이었죠.
만약 초기에 제가 대략적인 목차나 조사할 항목의 리스트를 초기에 검토 받았다면, 혹은 팀장님이 명확한 범위를 정의해 줄 수 있었다면 불필요한 리서치는 하지 않아도 됐을 것입니다.
팔부능선을 넘을 때 다시 한번 피드백 요청하기
초기에 피드백을 요청해서 실제로 수행할 내용이나, 초기 산출물에 대한 얼라인이 되었다면, 방향성은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프로젝트가 어느 정도 진행된 후에는 보고서와 같은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일에 집중하게 되고, 때론 부족한 부분이 눈에 들어오기도 합니다. 이때 필요한 것은 ‘얼마나 더 해야 할지’에 대해 피드백 받는(혹은 하는) 일입니다.
초기 피드백이 방향성에 대해 합의하는 시간이라면, 팔부능선에서의 피드백은 완성도에 대해 합의하는 시간입니다. 매니저가 생각하는, 혹은 실제로 필요한 완성도(완벽의 정도)는 우리의 생각과 다를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전략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완벽의 기준은 나의 내면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대부분의 경우 우리가 10점을 생각한다면 7점 혹은 8점이면 충분할 수 있습니다. 나머지 2-3점을 올리기 위해 투입되는 시간은 대부분 그만큼의 효용을 가져다주지 못합니다. (물론 필요한 순간이 있습니다!)
스스로 판단하기 어려울 때는, (첫 번째 전략에서 정의한 편익을 달성하는 것을 기준으로) 매니저에게 이 정도면 괜찮은지, 아니면 충분한지, 더 필요한 것이 있는지 물어보세요!
우리가 완벽을 추구해야 하는 순간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이 우리가 늘 완벽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더불어 내가 완벽하게 일을 수행하는 것이, 반드시 탁월한 성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님을 받아들일 필요도 있는 것 같아요. 늘 나의 최선이 다른 사람 혹은 조직의 최선이 아닐 수 있듯이요.
완벽주의 성향이 짙은 사람의 경우 이 두 가지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오늘 공유한 세 가지 전략과 여섯 가지 방법을 통해 앞으로 적절한 수준의 완벽을, 적절한 때에, 적절한 방법으로 추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번아웃 없이 오래다니는 것이 조직 입장에서도 이득이 아닐까요…?)
🙏🏻 오늘의 콘텐츠가 일상의 수많은 고민들 중 하나라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되어주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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