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2B 테크 영업

20화. 나, ○○ 출신인데?

대기업에서 쌓은 경험과 성과는 스타트업에서도 재현될 수 있을까?

2026.11.06 | 조회 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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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뭐 하는 회사예요?

이직한 회사에서 어찌어찌 겨우 고객 미팅을 잡았습니다.

지금은 고객들이 AI를 활용해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미팅에 참석하지만, 그 당시에는 회사나 제품을 전혀 모르는 고객에게 처음부터 설명해야 하는 미팅도 많았죠.

그때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이겁니다.

"그래서 뭐 하는 회사예요?"

'그러게, 우린 뭐 하는 회사지? 나라고 제대로 아나?'

속으로 생각하면서도 PPT 소개자료를 펼치며 열변을 토합니다.

그러면 줄줄이 나오는 질문이 있습니다.

"레퍼런스는요?"

"한글 자료는 없나요?"

"이 기능은 되나요?"

"구축은 누가 해줘요?"

어디를 가나 비슷하게 받는 질문입니다.

그런데 뭐 하나 자신 있게 답해줄 만한 게 없죠. 이렇게 다 없다고 말해도 되나 싶습니다.

그러면서 점점 검토 대상에서 제외되는 일에도, 거절에도 익숙해져 갔죠.

그전에 다녔던 회사는 IT 부서 담당자라면 대부분 아는 회사였다 보니 이런 경험이 거의 없었습니다.

자료도 있고, 파트너도 있고, 서비스팀도 있고, 이미 고객 레퍼런스도 많다는게 얼마나 고마운건지 몰랐던거죠.

게다가 기존 회사에는 내부 시스템도 착착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너무 잘 갖춰져 있어서 오히려 관리할 게 많고, 이러면 언제 고객만나 영업하라는거냐고 투덜댔었죠.

요즘은 테크기업들이 사용하는 도구가 상당히 비슷해졌습니다. CRM이나 업무관리 시스템도 AI기반 SaaS를 도입하면 되죠. 그런데 막상 활용하려고 보면 고객 정보도, 누적된 영업 데이터도, 제대로 된 프로세스도 부족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뭘 도입해야 하나, 뭐부터 해야 하나도 어렵죠.

그 과정에서 많은 걸 느낍니다.

'내가 안다고 생각했던 게 아는 건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게 정말 할 수 있던 건가?'

인지부조화가 오죠.

나 나름 자신 있었는데,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물론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지지만, 그때마다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이렇게 다르지?


기존 회사에서 가져온 건?

요즘은 전 세계를 상대로 비즈니스를 하려는 한국 스타트업이 많아지고, 아시아 시장에 막 진출하는 해외 테크 스타트업에 합류하는 동료들도 있습니다.

밖에서는 새로운 기술과 비전으로 보이지만, 안에서는 왜 매출이 적냐, 왜 파이프라인이 없냐는 소리가 매일 오갑니다. 영업이 마케팅도, 파트너십도, 데모도 다 해야 일이 되는 하루하루일 겁니다.

그 압박을 이겨내며 성과를 만들어가는 창업가와 리더들을 만나면 경력과 나이를 떠나 존중하게 됩니다.

이런 일을 겪어본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사람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압니다.

사람이 중요하지, 그걸 누가 모르냐고요? 광고 카피가 아닙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스타트업도 조직을 확장할 때 경력자를 찾습니다.

기존 대기업에서 시스템과 구조, 전략과 고객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새로운 조직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하죠.

외국계 테크회사도 현지 고객 네트워크가 있고 파트너를 잘 아는 경력직이라면 빠르게 영업성과를 낼 수 있을 거라 기대합니다.

그런데 생각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분명 이전 회사에서는 좋은 실적을 냈던 사람입니다. 본인도 자신 있었고, 회사도 기대했겠죠.

그런데 그 경력이 증명해주는 것은 어디까지일까요?

한 가지 구분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 사람이 이전 회사에서 잘했던 일과, 지금 회사에서 해야 하는 일이 정말 같은가?

생각해보면 이전 회사에서의 성과가 모두 개인의 힘으로 만들어졌던 건 아닙니다.

잘 알려진 브랜드와 고객 레퍼런스, 검증된 제품, 마케팅과 SE, 파트너 조직이 있었죠. 제품을 구매할 예산과 고객의 기존 사용 경험도 있었을 겁니다.

물론 그 안에서 복잡한 이해관계를 정리하고, 고객과 관계를 만들고, 경쟁을 이겨 계약을 만든 건 분명 개인의 역량입니다.

하지만 그걸 가능하게 했던 환경과 팀을 혼자 만들어낸 건 아니죠. 그 팀이 그대로 옮겨온 것도 아니고요.

2008년 Groysberg, Lee, Nanda의 연구에서도 우수한 증권 애널리스트들이 다른 회사로 옮긴 뒤 기존 성과를 유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확인됐습니다. 특히 지원 역량이 약한 조직으로 옮기거나 동료 없이 혼자 이동한 경우 성과 하락이 컸습니다.

테크 영업에 관한 연구는 아닙니다만, 개인의 성과가 생각보다 조직의 역량과 관계가 있다는 점은 생각해볼 만합니다.

그렇다고 빅테크 출신이 스타트업에 맞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오히려 큰 조직에서도 아무도 하지 않던 일을 처음 만들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고객에게 필요한 사업을 직접 구축했던 사람이라면 전혀 다르겠죠.

그래서 어느 회사 출신인지, 과거 실적이 얼마인지뿐 아니라 실제로 무엇을 해봤는가가 중요하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 사람이 새 회사에서도 같은 일을 하게 될 것인지도 봐야겠죠.


한 사람에게 기대하는 세 가지

채용하는 회사가 경력자에게 기대하는 것은 크게 세 가지인 것 같습니다.

고객 네트워크 확충, 영업성과, 그리고 조직·시스템 구축과 전략 수립입니다.

그런데 이 세 가지는 성과가 나오는 시점도 다르고, 때로는 한 사람의 시간을 놓고 충돌하기도 합니다. 회사는 이 모든 걸 한 사람이 해주길 바라면서도, 정작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는 정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첫째, 고객 & 파트너 네트워크입니다.

경력자가 기존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는 회사로 옮겼다면 그나마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기존에 알던 협력업체나 고객이 새로운 회사에도 적합하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을 많이 보았습니다. 도메인이 달라질 수도 있죠.

기술도 바뀌고, 고객도 이직하고, 담당 부서와 구매 목적도 달라집니다.

기존 고객에게 연락하면 미팅은 잡아줄 수 있겠죠. 오랜 관계가 있으니까요.

그런데 그 고객에게 지금 우리 제품이 필요할까요?

관계는 이어지지만, 매출까지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초기 시장에서는 한두 건의 의미 있는 레퍼런스만 만들어도 대단한 성과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때 필요한 역량은 사람을 많이 아는 것만이 아니라, 그 관계를 통해 새로운 문제를 발견하고 우리 제품을 살 이유가 있는 고객을 다시 찾아가는 능력이겠죠.

둘째, 영업성과입니다.

새로운 기술을 이해하고, 자기소개부터 다시 하고, 협력업체와 파트너십을 맺고 교육한 뒤 기술지원과 문서작업까지 직접 하는 것과, 이미 제품을 알고 있는 고객을 만나 장애 대응이나 가격협상부터 시작하는 건 영업에 대한 인식 자체가 다릅니다.

이전 회사에서는 Pipeline을 관리하고 계약 가능성을 높이는 일이 중요했다면, 새로운 회사에서는 의미 있는 Pipeline이 어떻게 만들어질지부터 고민해야 할 수 있습니다.

고객이 왜 구매해야 하는지, 어떤 업무에 적용할 수 있는지, 누구에게 어떤 자료를 보여줘야 하는지, 실제 구축은 가능한지까지 확인해야 하고 거기에 필요한 자료와 지원 체계도 만들어야 하죠.

그런데 회사에서는 빠른 시간 안에 매출과 Pipeline이 얼마나 증가했는지를 물어봅니다.

조바심은 늘어나는데 성과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죠.

그렇다고 마냥 기다릴 수도 없습니다. 스타트업은 시간이 곧 돈이니까요.

그래서 여기서는 성과를 보는 기준도 달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처음 몇 달 동안은 매출과 Pipeline의 증가뿐 아니라, 어떤 고객에게 팔 수 있는지 알아내고 실제 계약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는지도 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첫 석 달 동안 반복될 만한 Use Case를 확인했는지, 실제로 함께 제안할 파트너가 생겼는지, 구매 가능성이 있는 고객을 찾아냈는지 같은 걸 볼 수 있겠죠.

반대로 미팅은 수십 번 했는데 여전히 누구에게 무엇을 팔아야 하는지 모른다면, 바쁘게 일한 것과 사업이 앞으로 나아간 건 다른 이야기일 겁니다.

매출 목표를 줄이자는 게 아닙니다.

시장에 진입하는 단계인지, 이미 검증된 시장을 확장하는 단계인지에 따라 성과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우선순위를 구분해야 한다는 겁니다.

셋째, 조직 구축과 전략 수립입니다.

가장 큰 차이가 여기서 나오는 것 같습니다.

기존에 잘 갖춰진 영업조직에서 성과를 내는 일과, 아직 없는 영업조직을 만들어가는 일은 다릅니다.

작은 회사에서는 어디에 집중해야 할지 방향을 정하면서 직접 고객도 만나고, 파트너도 만들고, 사소한 문서작업과 CRM 구축까지 해야 합니다.

마케팅에 필요한 내용도 고민해야 하고요.

그런데 여기서 더 중요한 게 있습니다.

그 일을 매번 혼자 잘하는 것과, 다른 사람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또 다르다는 겁니다.

고객에게 통했던 설명을 자료화하고, 성공한 PoC를 레퍼런스로 만들고, 다른 팀원도 같은 이해도를 가지고 고객을 만나도록 만들어가는 건 다른 이야기죠.

앞에서 말한 CRM도 그렇습니다.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닐뿐더러, 그 안에 고객 정보와 영업 경험이 쌓이고 실제로 활용되게 만드는 건 또 다르니까요.

생각해보면 회사가 경력자, 특히 리더십에게 기대하는 세 가지는 만들어내야 할 결과도 다릅니다.

고객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사람은 새로운 사업기회를 만들어내야 하죠.

영업성과를 내는 사람은 그 기회를 실제 계약으로 만들어야 하고요.

조직을 구축하는 사람은 자신이 없어도 다른 사람들이 성과를 낼 수 있는 팀을 만들어야 합니다.

앞의 두 가지는 개인의 성과로 드러나지만, 마지막은 조직에 남아야 하는 성과입니다.

그리고 성장하는 회사는 이 세 가지 역량이 모두 갖춰져야겠죠.

쉽게 정리하자면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을 정할 줄 알고, 그 후엔 궂은일도 직접 하면서, 결국 다른 사람도 잘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거죠.

와, 좋은 말 다 들어있습니다.

똑똑한데 겸손하고, 행동해야 하는데 인내해야 하고, 성과도 내면서 조직도 만들라니.

참 어렵습니다.


그럼 누구의 문제일까요?

여기까지 이야기하면 경력자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문제처럼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채용한 회사 입장도 살펴봐야 합니다.

제품이 아직 고객에게 필요한 기능을 갖추지 못했고, 기술지원할 사람도 부족하고, 가격과 계약 조건을 결정할 권한도 담당자에게 없다면 누가 그 일을 해낼 수 있을까요?

영업이 고객을 만나 사업기회를 발전시켜도 회사가 준비되지 않으면 또 간극이 생깁니다.

게다가 창업자조차 어떤 고객이 왜 제품을 구매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팔아야 반복해서 계약할 수 있는지 알아가는 상태라면 시행착오가 더 필요하겠죠.

반대로 회사가 해야 할 준비를 모두 갖추길 기다리기만 하는 경력자도 초기 스타트업에서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안 되는 이유만 고민하다 끝나겠죠.

해외 스타트업의 첫 지역 담당자라면 사정이 하나 더 있습니다.

가격도, 계약 조건도, 기능 요청도 본사가 결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지 고객이 묻는 한글 자료와 국내 레퍼런스는 본사의 우선순위가 아닐 수도 있고요.

그런데 숫자는 담당자에게 묻죠. 

이때 필요한 역량은 고객을 설득하는 것만큼이나, 본사를 설득하고 소통해서 현재 상황을 인지시키고 필요한 지원을 받는 일일 겁니다. 

결국 서로 확인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경력자는 자신이 어떤 문제를 직접 해결할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떤 부분에서는 회사의 지원이 필요한지 구분해야 합니다. 

회사는 그 사람에게 기대하는 일의 우선순위가 명확해야 하죠. 그냥 막연히 알아서 다 해달라고 하면 쳇바퀴를 돌기 쉽습니다.

그에 필요한 권한과 사람, 예산도 함께 이야기해야 하고요.

특히 앞서 이야기한 세 가지 일을 모두 맡기면서 평가와 보상은 단기 계약 실적에만 맞춰져 있다면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초기 조직에서는 시장조사와 파트너 교육, 영업체계 구축처럼 당장 계약으로 잡히지 않는 일도 중요한데, 그런 일을 할 사람이 영업과 SE 둘밖에 없는 상황도 있으니까요.

그 일을 하느라 고객을 만나지 못하면 매출이 부족하다고 평가받고, 고객을 만나느라 구조를 만들지 못하면 확장 가능한 시스템이 없다고 지적받을 수도 있습니다.

회사는 세 사람이 해야 할 일을 한 사람에게 맡기고, 정작 한 가지 성과로만 평가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보상 문제도 비슷합니다.

경력자는 자신의 경험과 커리어에 대한 보상을 기대합니다. 회사는 그 경험이 앞으로 만들어낼 성과를 기대하며 비용을 지불하고요.

그런데 창업자나 CFO 관점에서 보면 영업사원의 연봉과 커미션만 비용인 게 아닙니다. 함께 일하는 엔지니어, 마케팅, 각종 인프라와 PoC, 고객 지원에 들어가는 비용도 있죠.

그러니 경력자도 자기 실적만이 아니라 그 매출이 회사에 무엇을 남기는지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회사 역시 신규시장 진입에 필요한 투자 기간과 실제 매출을 기대하는 시점을 구분해야겠죠.

어느 한쪽이 무조건 더 양보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서로 다른 일을 기대하면서 같은 성과를 생각하고 있었다면, 그 차이부터 확인해야 한다는 겁니다.


AI가 대신해주지 못하는 일

여기에 AI가 들어오면서 상황이 또 달라집니다. 시장과 경쟁사 조사, 고객별 자료 정리, 영업 기록 분석까지 AI가 상당 부분 도와주니까요.

그런데 AI가 없던 시절에도 문제는 문서작업만이 아니었습니다. 고객이 왜 사야 하는지, 레퍼런스가 없다는 것, 구축은 누가 할지는 똑같은 문제였죠. 경쟁도 늘 있고요.

AI가 소개자료를 만들어준다고 없던 고객 사례가 나오지는 않습니다. 우리 제품만 가지고 안 되는 건 여전히 안 되죠.

6sense의 BDR관련 리포트는 재미있는 점을 시사합니다. 신규 고객 발굴을 맡는 BDR의 AI 사용률은 2024년 53%에서 2026년 99%로 올랐지만, 평균 목표 달성률은 전년과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고 합니다. 반면 5년 연속 성과와 가장 강한 관련성을 보인 것은 회사로부터 충분히 지원받고 있다고 느끼는 정도라고 하네요. 지원을 높게 인식한 집단은 평균적으로 목표의 100% 안팎을, 그렇지 않은 집단은 77% 안팎을 달성했습니다. 인정받고 지원받는 것의 중요함이라고도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이 조사만으로 회사의 지원이 성과를 만들어낸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지원이 반드시 사람과 예산을 충분히 제공하는 것만을 뜻하지는 않겠죠.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확히 하고, 필요한 정보와 의사결정 권한을 주는 것도 중요한 지원일 겁니다.

그래도 생각할 거리는 있습니다.

일을 더 빨리 처리할 수 있게 되는 것과, 그 일이 실제 매출로 이어지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겁니다.

AI가 시장조사와 문서작업의 생산성을 높여줘도, 누구에게 팔아야 하는지, 고객이 왜 구매하지 않는지, 제품과 지원체계의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는 사람이 확인하고 결정해야 합니다.

그런데 모든 일을 혼자 할 수도 없기에, 오히려 어디까지 직접 하고, 어떤 일은 엔지니어와 Product, 마케팅과 함께 해결해야 하는지 판단하는 능력이 더 필요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뭘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가 말하고 싶은 건 경력자와 채용하는 회사가 서로 다른 두 가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겁니다.

경력자라면 새로운 환경에서 어떤 문제를 직접 해결해봤는가를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채용하는 회사라면 우리가 해결해달라고 요구하는 문제가 정확히 무엇이고, 그 사람이 해결할 수 있는 환경을 얼마나 제공할 수 있는가를 확인해야겠죠.

인터뷰에서는 이런 질문을 해볼 수 있겠습니다.

"이전 회사에서 좋은 성과를 냈을 때, 본인이 직접 만들어낸 것은 무엇이고 회사의 브랜드나 조직이 도와준 것은 무엇이었는지 전체 여정을 말해줄 수 있나요?"

"우리 회사에는 그중 상당 부분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무엇부터 하시겠습니까?"

단순히 자신 있게 답하는지만 보지 말고, 어떤 고객과 문제를 먼저 확인할지, 필요한 자료와 지원은 무엇인지, 어디까지 직접 할 생각인지 들어보는 겁니다. 그리고 직접 할 건지도요.

그리고 회사는 솔직해야 합니다.

제품이 어느 정도 준비됐는지, 어떤 고객에게 팔아봤는지, 지원 가능한 인력과 예산은 얼마인지, 언제부터 어떤 성과를 기대하는지 말입니다.

경력자도 합류하기 전에 회사에 물어봐야 합니다.

지금까지 고객은 누가, 왜 샀는지. 가격과 계약 조건은 누가 결정하는지. 첫 석 달 동안 무엇으로 평가받는지. 같이 고객을 만날 엔지니어는 있는지.

이 질문에 회사가 답하지 못한다면, 그게 바로 첫 번째로 해결해야 할 일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작은 회사에 필요한 사람이 단순히 혼자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는 사람만은 아니겠죠.

아직 불분명한 시장과 고객의 문제를 찾아내고, 당장 자신이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직접 발로 뛰며 진행 하되, 혼자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필요한 사람과 자원을 연결해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사람이어야 할 겁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알게 된 것들을 다른 사람도 활용할 수 있게 만들어야겠죠.

회사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사람을 찾는 것에서 끝나면 안 될 겁니다. 무엇부터 해결할지 우선순위를 함께 정하고, 실행에 필요한 권한과 지원을 제공하며, 시장을 알아가는 과정과 실제 매출성과를 구분해 평가해야겠죠.

누구에게 팔아야 하는지조차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면 그 일을 먼저 검증할 시간이 필요할 테고, 이미 고객 수요가 확인됐다면 계약과 도입을 실행할 역량에 더 집중해야 할 겁니다. 팀원들의 역량도 높여야 하고요.

모든 것을 갖춰줄 수는 없어도, 무엇이 부족한지 알고 그 부족한 부분을 어떤 순서로 해결할지는 함께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잘못된 기대를 가지고 시작하면 서로 힘들어집니다.

그러니 유명한 회사에 있었다고 무조건 잘할 거라 생각할 필요도, 스타트업에서 바로 성과를 못 냈다고 역량이 부족하다고 단정할 필요도 없겠죠.

물론 성과에 대한 책임이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회사는 돈을 벌어야 하니까요. 다만 그 성과를 만들어내는 일이 무엇인지부터 서로 제대로 알고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요?

돌아보면 저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이전 회사에서 잘했다고 생각했던 일 가운데 무엇이 진짜 제 역량이었는지, 새로운 곳에서는 어떤 능력이 더 필요했는지 뒤늦게 알아가는 과정이었죠.

왜 여기서는 안 팔릴까.

어쩌면 그 사람이 못하게 된 게 아니라, 처음으로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은 조직의 도움으로 해왔는지 확인하게 된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리고 회사도 마찬가지겠죠.

좋은 사람을 채용하는 것과, 그 사람이 성과를 낼 수 있는 회사를 만드는 건 다른 일이니까요.


다음 글 예고

그렇다면 성과를 낼 수 있는 회사를 만들기 위해 먼저 투자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영업사원을 더 뽑아야 할까요? 엔지니어가 먼저 필요할까요? 아니면 고객을 발굴할 마케팅이나 파트너 조직일까요?

제한된 비용으로 가장 먼저 확보해야 할 일과, 조직을 구성하고 확장해가는 순서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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