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낮에 술을 마신다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은 ‘맥주’이지 않을까

칙— 샤—

가장 시원하고 개운한 이 소리.
이 소리를 듣기 위해 캔 맥주를 마시는 것도 있다.
깔끔하게 시원한 소리가 나와야 했기에 캔 뚜껑을 따기 전에 꼭 마음의 준비를 한다.

그래서 오늘 글의 주제는 맥주다.
솔직히, 맥주를 주제로 글을 쓰는 건 주제를 정하는 것마저도 너무 어렵고 부담스러웠다.
이미 너무 많은 정보들이 수없이 나온 것이 바로 맥주니까.
그래서 그냥 간단하게, 오늘은 내가 좋아하는 맥주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맛이 없다고 하지만, 결코 사라지지 않을 맥주

4캔에 만원, 세계 맥주마저도 가득해졌지만,
여전히 나에게 추억 속의 맥주는 뭐니 뭐니 해도 국산 맥주다.
대학교에서 가장 많이 마셨던 술은
카스 3000cc에 소주 한 병을 섞은 소맥이었다.

소주가 가장 잘 어울리는 술이라고 한다면, 단연 맥주를 선택할 것이다.
그리고 어떤 맥주가 가장 잘 어울리냐고 물어본다면,
단연 국내 대기업 맥주라고 말할 것이다. (카스라던지, 카스라던지)

그러나 여전히 국내 대기업 맥주는 맛이 없다고 이야기한다.
2012년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서 다니엘 튜터는
“한국 맥주는 대동강 맥주보다 맛이 없다.”라고 말했던 것도 한몫했다.

이 말은 여전히 우리 곁에서 사라지고 있지 않은 말 중 하나다.
거기다 최근 크래프트 맥주가 다양해지면서
더욱이나 국내 대기업 맥주는 맛이 없는 것이라고 결정짓게 되었다.
그러나 한국 맥주는 맛이 없는 것이 아니라 다양성이 부족한 것이다.

우리 술의 시작은 삼국이 시작하기 전이었지만,
우리나라에서 맥주가 시작하게 된 때는
일제 강점기 일본으로부터 수입되면서 시작되었다.
1933년 대일본맥주회사와 소화기린맥주회사가 설립되며 맥주 제조가 시작되었다.
그러다 광복과 함께 일본 맥주 공장이 미군정에 소속되었고,
맥주의 시대는 사그라들었다.

그리고 1992년, 진로 그룹과 미국의 쿠어스가 합작하며 진로 쿠어스를 탄생시켰고,
이들은 1994년 카스(CASS)를 출시했다.
즉, 제대로 된 우리 맥주의 시작은 20세기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이들은 고군분투하며 맥주를 만들었을 것이고,
그들은 대중들이 좋아하는 맥주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을 것이다.

국산 맥주는 ‘부가물 라거 스타일’이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전 세계에서 가장 대중적인 입맛을 지향하는 맥주 스타일이다. ‘부가물 라거 스타일 맥주’는 기본적으로 심심하고 밍밍한 맛을 낸다.
또한 국산 맥주는 ‘하이그래비티 공법’을 쓰는데,
이것은 맥주의 도수를 높인 뒤 물을 타서 만드는 방식이다.

이러한 국산 맥주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순간이 있다.
제일 좋은 것은 테이블 회전율이 높은 곳에서 마시는 생맥주다.
라거 맥주는 낮은 온도로 서빙되기 때문에 신선함과 관리가 생명이기 때문이다.
(아마 그래서 얼음컵에 서빙해주는 역전 할머니 맥주가 인기 많은 것이지 않을까)

그리고 편의점 맥주의 경우 구매할 때
캔 아래에 적힌 맥주 제조일에 집중하면 된다.
한 달 이내에 생산된 맥주가 가장 맛있기 때문이다.
(착각일 수도 있지만, 오늘 마시고 있는 맥주는 한 달 반 전에 만든 맥주인데,
너무 시원하고 깔끔하고 적당히 쌉쌀해서 맛있다.)

그러니 국산 맥주에도 관심을 가지며 한 번 다시금 마셔보길 바란다.
국산 맥주라고 하니,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은 역시 카스, 테라, 클라우드인 것 같다.
참 많은 맥주가 있는데, 각각 이름에도 깊은 의미가 있다.

네 이름의 의미가 무엇이냐

생각보다 카스에 모든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는 사실에 많이 놀랐다.
그냥 맥주를 마시고 나서 캬— 하는 그 느낌이 담긴 거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자신들이 만든 카스에 대한 모든 정보를 이름에 넣은 것이다.
말장난으로 치면 ‘김수완무거북이와두루미~’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이 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맥주 -카스, 클라우드, 테라- 를 이야기해보자.

1994년 진로쿠어스에서 카스가 출시되었다.
카스는 대한민국 최초 '비열처리 맥주'로, “열을 가하지 않은 맥주”다.

열을 가하지 않았다는 것이 무슨 말일까.
맥주를 제조할 때 마지막 단계에서
맥주에 남아 있는 효모를 비롯한 미생물을 살균하기 위해 가열 살균을 하게 된다.
근데 이 가열 살균을 하게 되면 가열에 의해 맛과 향이 일부 파괴되는 단점이 있던 것이다.

다시 말해 열처리를 안 했다는 것은,
가열 살균이 아닌 미세한 정밀 여과기를 사용해서 불순물은 물론
효모, 곰팡이, 그리고 세균까지 완전히 걸러내는 새로운 여과기술을 적용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신선하고 부드러움을 보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카스를 홍보하는 광고 중에 개인적으로 요즘 재밌다고 느껴지는 것은
최근 인기 몰이 중인 ‘김혜수’가 등장하는 1997년 광고다.

혜수느님이 등장하는 카스 광고

이후 2014년에 롯데주류에서 출시한 클라우드는
발효 원액에 물을 섞지 않는 오리지널 그래비티 공법으로 만들었다.
위에서 국산 맥주는 ‘하이그래비티 공법’으로 만들어서 물을 탔다고 했는데,
바로 이 클라우드는 물을 섞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역시나 인기가 많은 맥주 중 하나다

클라우드 광고 중에 김태리가 등장하는 광고가 있다.

태리언니가 등장하는 클라우드 광고

프리미엄 홉으로 제대로 만든 맥주를 이렇게 불렀다.

”Reinheitsgebot (라인하이츠거보트)”

라인하이츠거보트는 독일의 법령 중 하나로,
‘맥주를 양조할 때는 보리, 홉, 물만 사용한다’라는 의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2019년 하이트진로에서 출시한 테라.

전 세계 공기질 부문 1위를 차지한 호주에서 청정지역으로 유명한
골든 트라이 앵글 지역은 깨끗한 공기, 풍부한 수자원, 보리 생육에
최적의 일조량과 강수량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바로 테라는 이곳에서 나오는 맥아만을 사용했으며,
발효 공정에서 자연 발생하는 리얼 탄산만을 담은 것이다.

그래서 테라는 “이 맛이 청정라거다”라고 이야기하며
마치 공유가 만들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공유가 시원하게 맥주를 마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공유 오빠가 좋아하는 테라 광고

광고 중에 이렇게 골든 트라이앵글 지역을 보여주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청정 라거이며, 자연 생성된 탄산만을 써서 그런 것일지
테라는 탄산이 다른 맥주에 비해 굉장히 강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호리호리한 병에 담긴 시원한 맥주

맥주 중에서도 최고는 생맥주고,
그다음으로 최고는 병맥주이고 마지막은 캔맥주라고 생각하고 있다.

초기 우리는 맥주를 마실 때
커다란 오크 통이나 케그에 담아 펍으로 옮긴 후뚜껑을 열어 마셨다.
그러다 산업혁명 이후 영국에서 유리를 활용한 제품들이 나왔고,
1873년 미국 엔호이저 부시에서 처음으로 병맥주가 유통되었다.
이 시기 맥주는 짧고 뭉툭한 '스터비 병'에 담겨서 운송되었다.

그리고 지금, 현재는 긴목이라고 불리는 병에 용량, 높이, 무게가 통일되어 나오고 있다.

근데 이 모든 병맥주의 색이 갈색인데, 이것도 하나의 이유가 있다.
맥주를 만드는 주 재료는 ‘물, 맥아, 홉, 효모’인데,
맥아와 홉은 천연 원료이기에 햇빛에 취약하고,
오랜 시간 햇빛을 받으면 자외선에 일부 성분이 응고되거나 산화되어
화학적 변형이 일어나게 된다.

이렇게 변형이 일어나면 역한 냄새가 나게 되는데,
바로 이러한 변형을 막기 위해 자외선을 차단해주는 빛 차단성이 높은 갈색 병에 맥주를 담는 것이다.

이러한 병맥주는 초기에 코르크 마개로 입구를 막았다.
그런데 1894년 어느 날, 시카고 근교에 살고 있던 윌리엄 페인터는 무더운 여름에 농사일을 마치고 집에 와서 소다수를 한 병 마셨는데, 엄청난 복통으로 사흘간 알아 누웠다.

그는 자신의 복통 원인이 소다수의 코르크 마개가 완벽하게 밀봉되어 있지 않아 변질되었기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페인터는 부인과 함께 5년간 3,000여 개의 병마개를 모으며 모양과 장단점을 분류하고 연구하며,
뚜껑을 돌려서 병을 막는 나사식 병마개를 개발했다.

그러나 이 나사식 병마개는 탄산이 있는 경우,
탄산의 압력을 이기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

연구가 헛수고로 돌아갈 무렵, 부인이 이렇게 제안했다고 한다.

“병 위로 뚜껑을 닫는 방식은 어때?”

그렇게 그는 원 위에 정삼각형 7개를 일정한 간격으로 겹쳐 놓으며 생긴 21개의 꼭짓점 부분에 톱니 주름을 잡아 크라운 캡을 만들었다.
그것이 바로 주름진 ‘크라운 캡’이며, 페인터는 1892년에 특허를 출원했다.

꼭짓점이 21개인 것도 하나의 의미가 있다.

21개보다 적으면 병을 막는 힘이 약해 운반 과정에서 흔들리면 마개가 열리거나 음료가 새어나오고,
21개보다 많으면 밀봉은 잘되지만 병을 열 때 너무 힘이 들어가 병이 깨지거나 탄산의 압력을 이기지 못해 병이 깨지기 때문에 21개로 만든 것을 볼 수 있다.

거기다 페인터는 병따개까지 발명하면서 '크라운 코르크 앤드 실 컴퍼니'라는 회사를 세웠다.

한국 역시 1920년대 후반부터 1930년대까지 근대 유흥 문화가 발달하며
맥주 소비가 증가했지만, 지금처럼 수료가 크지 않았다.
그래서 병따개는 술집에 한 개만 두고 손님들이 번갈아 가며 사용했는데,
병따개를 찾는 것이 번거로웠던 손님들 중에서는 숟가락 등으로
병뚜껑을 열면서 병따개를 본격적으로 생산하지 않기도 했다.
숟가락으로 병뚜껑을 따는 건 이때부터 시작되었던 것 같다.

뚱뚱하지만 가장 간편한 캔맥주

생맥주와 병맥주가 가장 좋다고 생각하지만,
솔직히 가장 구하기 쉬우면서 편하게 마시기 쉬운 것은 캔맥주이지 않을까?
특히, 야외에서 시원하게 술 마시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 있어서는
가장 최고의 발명품이 캔맥주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 번 찾아봤다.
캔맥주의 시작은 1959년이었다.

에멀 프레이즈(Ermal C. Fraze)가 1959년 가족, 친구들과 야외 소풍을 가게 되었다.
이때 당시에도 캔 음료가 있었는데, 이때의 캔 음료는 캔 따개가 없으면 딸 수 없었다.
그리고 야외 소풍을 갔던 프레이즈는 캔 따개를 가져가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캔을 쉽게 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지렛대 원리를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탄생된 캔이 바로 ‘풀 탭’ 디자인의 캔 음료였다.

그러나 ‘풀 탭’은 절단 부분이 날카로워 다치기 쉬웠고,
뚜껑이 캔과 분리되기 때문에 뚜껑이 별도의 쓰레기로 남게 되었다.
그래서 1977년 그는 뚜껑이 안으로 말려 들어가는 ‘팝 탑’ 방식을 내놓게 되었다.
그것이 바로 지금 우리가 먹는 캔 맥주의 탄생이다.

하지만 캔 맥주는 인기가 없었다고 한다.
그러다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게 되었고,
이때 당시 보급의 편의성 때문에 군대에 캔 맥주가 보급되었다.
그리고 전쟁이 끝났지만, 이미 군인들은 캔 맥주에 익숙해져 있었고,
그렇게 계속해서 캔 맥주를 찾게 되었다.
이후 광고로 붐을 타고 캔 맥주가 인기를 받게 되었다.

아무튼, 프레이즈 고마워요.

대학 시절부터의 맥주에서 시작해, 대기업 국산 맥주에, 병맥주와 캔맥주의 이야기까지.
이렇게 보고 저렇게 봐도 맥주는 참 배신하지 않는 술 같다.
맥주는 나의 최고의 친구니까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