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하고 싶은 말

목욕탕

냉탕과 온탕을 오고가는 짜릿함

2026.04.26 | 조회 1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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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0월까지는 목욕탕에 가봐야 씻고 온탕에서 잠시 몸을 데우다가 어쩌다 일탈을 하고 싶으면 습식 사우나에서 2-3분 있다 나오면 난 이제 어른인가싶은 기분을 느끼곤 했다. 목욕탕 가는 걸 좋아하긴 하지만 그리 오래 있을 필요는 없었고 오랫동안 뭘 할 일도 없는 곳이었다.

 

작년 11월 아이슬란드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라군에서 온천욕을 했다. 수영복만 입고 밖을 돌아다니기엔 추운 날씨라 따끈따끈한 물속에 몸을 폭 담구고 얼굴만 빼꼼하니 내밀고 살아있음을 세포 수준에서 즐겼다. 특히 탈의실에서 덜덜 떨며 나와서 뜨거운 온천 물에 스르륵 들어가는게 정말 짜릿하니 기분이 좋았다.

따뜻한 물에서 삶을 즐기고 있다 보면 사람들의 상쾌한 탄성이 들리는곳을 보면 냉탕이 있다. 따뜻한 물에만 있어도 이렇게 행복한데 이렇게 추운 날 왜 굳이 냉탕에 왜 들어가는걸까 궁금했다. 처음엔 멋진 대머리 아저씨가 들어가길래 나도 들어가면 멋있어질까 싶어서 따라 들어갔다가 너무 추워서 바로 나왔고 그 다음에 갔던 곳에선 독일에서 온 사람들이 온탕에 들어간 것 마냥 평온하게 냉탕에 들어가있는게 신기해서 슬쩍 같이 들어갔다. 처음엔 너무 추워서 동공이 팽창하는 느낌이었는데 가만히 앉아있다보니 덜 춥기도 했고 묘하게 차분해지면서 머리속에 또렷해지는게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몸을 차고 단단하게 뭉쳐놓고 다시 뜨거운 온천으로 들어가면 말초신경이 따끔따끔한 깨어나는 듯한 느낌이 들며 다시 몸이 흐물흐물 풀어진다. 이렇게 왔다 갔다 하면 한 두시간은 시간이 금방 지나가곤 했다.

 

여태 목욕탕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다가 저 먼 아이슬란드에 가서 깨달았다. 냉탕은 아이들이 수영하기 위해 만든 곳이 아니라 뜨거워진 몸을 식히기 위한 곳이라는 것을.

 

이제는 목욕탕에 가면 깨끗히 샤워를 하고 온탕에 들어간다.

5분, 10분쯤 있으면 더움이 코 밑까지 차오른다. 그 정도 더움이 차올랐을 때 냉탕에 간다. 한번에 목 끝까지 담군다. 탁 트이는 듯한 차가움이 온 몸으로 퍼지는걸 느끼며 10분 정도 있는다.

냉탕에서 나와서 열탕으로 간다.

발 끝부터 짜릿함이 느껴지며 열기가 퍼져나간다. 냉동 새우가 해동될 때 이런 느낌일까. 이따 저녁에 뭐 먹을까 이런 생각을 하며 5분 정도 있다보면 눈썹까지 뜨거움이 찬다. 그러면 다시 냉탕으로 가서 몸을 충분히 식힌다.

그리고 건식 사우나에 간다. 스카이 라군갔던 생각도 하고 땀이 이렇게 나는데 왜 살은 안빠질까 이런 생각도 해보고 다음주만 지나면 쉬는 날이 많구나 중간에 연차를 써볼까 이러저런 생각들을 하다보면 15분 정도 지나있다. 그러면 냉탕으로 향하고 다시 열탕과 냉탕을 반복하다 다시 사우나로 돌아온다.

 

오늘은 오래된 근처 사우나에 갔다 왔다. 역시 개운하고 노곤노곤한 기분으로 두부 한모와 애호박 하나를 사서 집으로 왔다. 된장찌개를 끓이고 고기를 굽고 미나리와 참나물을 무쳤다. 맛있게 배부르게 먹고 소파에 걸터앉아 있었다.

 

냉탕에 들어가는 것. 별것 아닌데 삶이 사소하고 소박하게 재밌어졌다. 덕분에 좋아하는 사우나도 더 오래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역시 사람은 변한다. 난 즐거움을 잘 느끼는 쪽으로 변하는가 보다.

 

즐거운 일들이 많은 주말이었고 역시 한 주의 마무리는 목욕탕이다.

구독자님도 다음엔 냉탕과 온탕을 오고가는 짜릿함으로 한주를 마무리 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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