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에 시간 어때요

나이 값

그게 대체 얼만데

2026.01.07 | 조회 7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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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은둔자. 김토성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은 낫기 위해서인가, 숨기 위해서인가. 그 중간 어딘가에서.

지난 주 오랜만에 아빠와 동네 목욕탕에 갔다.

온탕에 있다가 미적지근한 이벤트 탕에 갔다 냉탕에 들어갔다 하면서 이러저런 이야기를 했다. 그러다 아빠는 열탕에 들어가고 혼자 온탕에 반쯤 몸을 담구고 천장을 보고 있는데 순간적으로 어릴적 다녔던 목욕탕의 천장이 떠올랐다. 어디인지 기억은 잘 나지 않는데 특정 시기에 자주 갔던 곳. 적당히 따뜻한 온도의 탕이 있었고 사람이 없고 넓어서 가만히 둥둥 떠다니면 어둡고 매끈한 천장이 보였던 곳. 그 때 부터 지금까지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30년 하고 몇 년 더 산거 같은데 난 그만큼 살아온 나이 값을 지금 하고 있을까. 나와 같은 나이라면 그건 같은 나이 값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나이 값은 뭘까. 이런 생각들이 온탕에서 밑바닥 부터 보글보글 올라오더니 천창을 하얗게 덮었다.

 

초기의 우주. 별이 하나도 없던 우주를 상상해 본다. 수소 원자 하나가 주변을 지나던 수소 원자를 만나 두개가 되고 세개가 되고 점점 불어나면서 성운이 되고 밀도가 높아지면서 결국 첫 별이 된다. 중력에 의해 압축되고 밀도가 높아지듯 시간을 관통하며 얻는 나이 값은 삶에 대한 경험의 밀도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면 절대적 기준은 없고 각자의 나이 값이 다를 뿐이니 나이 값을 하냐 못하냐 보다는 나이 값이 얼마가 되느냐가 중요한게 아닌가.

 

나의 나이 값은 얼마나 빽빽하게 채워져 있을까. 밀도가 얼마나 될까. 질량은 얼마나 될까. 나의 나이 값은 다른 사람들을 중력으로 당겨올 수 있을 만큼 클까. 아니면 목성같은 질량과 밀도를 가진 나이 값 주변을 공전하고 있을까. 수치로 잴 수 있다면 저 앞에 앉아 있는 무섭게 생긴 아저씨의 나이 값은 얼마일까.

 

온탕에서 나와 냉탕에 들어갔다. 아이슬란드 다녀오고 나서 생긴 습관이다. 뜨거운 몸으로 바로 냉탕에 들어가면 온몸이 짜릿하고 차가워지면서 머리가 맑아지고 상쾌해진다. 깨끗히 씻고 나오니 밖은 시원하다. 그날 저녁엔 정말 오랜만에 소 안심을 샀고 맛있게 먹었다.

 

나이 값을 하니 못하니가 중요한게 아니다. 밀도가 높다고 좋은 것도 아니고 낮다고 나쁜 것도 아니니 남들과 비교할 것도 아니다. 누구는 수성, 누구는 목성, 누구는 태양의 나이 값인거다. 모두가 별이 될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되고 암석행성이든 가스행성이든 무슨 상관인가. 그냥 각자의 공간에 동동 떠서 각자의 나이 값으로 잘 살면 되지 않나.

 

뭐 이런 생각을 했던 그 날의 목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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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회사커피의 프로필 이미지

    회사커피

    1
    about 2 months 전

    나잇값을 충분히 하고 있나 고민하는 사람은 반드시 나잇값을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분명히 난 최선을 다했을 것인데 과거의 내 행동이 부끄럽게 느껴지는 것이 내가 나잇값을 잘하고 있구나란 생각을 하게 합니다.

    ㄴ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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