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평화는 모두의 것

'학교의 당연함'을 업데이트하기

피스모모 전문위원 미도리님의 이야기

2026.07.30 | 조회 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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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피스모모는 피스모모의 소중한 동료 미도리, 미수, 미카, 토모코, 미래, 나츠하님을 ‘전문위원’이라는 이름으로 모시게 되었습니다. 2015년부터 일본과 한국을 이으며 활동하고 있는 전문위원님들의 이야기를 더슬래시에 담고자 합니다. 매달 찾아올 전문위원님들의 이야기를 더슬래시에서 만나보세요. 

 

안녕하세요. 피스모모 전문위원 미도리입니다.

피스모모를 처음 만난 것은 에듀트립(EDUTRIP) 일원으로 한국을 방문했을 때였습니다. 당시 한국 코디네이터였던 미수의 추천으로 피스모모 사무실을 찾아가 워크숍을 함께했습니다. 머리로만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몸과 마음을 함께 쓰면서 구조적 폭력과 평화에 대해 깊이 느끼고 생각하는 피스모모의 평화교육에 매료됐습니다. 미카와 토모치도 함께 참여했습니다.

세계적으로도 그렇듯, 지금 일본에서도 배외주의 확산과 군비 확장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상황에 큰 위기감을 느낍니다. 마리아 몬테소리는 "전쟁을 피하는 것은 정치의 일이고, 평화를 만드는 것은 교육의 일이라고 했습니다. 두 영역 모두에 접근하는 피스모모의 활동에 깊이 공감하며, 그러한 형태의 평화교육이 일본에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피스모모와의 만남으로 깨달은 것

피스모모와의 만남을 통해 적극적 평화라는 개념을 깊이 생각하게 되면서, 제가 지금까지 해 온 일 역시 평화교육이라고 말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최근 들어 하게 됐습니다. 일본에서 '평화교육'이라고 하면 전쟁, 원자폭탄, 평화헌법을 배우는 일을 떠올리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물론 이 또한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학교라는 일상 속에 존재하는 구조적 불균형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는 많지 않습니다.

‘누가 참여할 수 있고, 누가 참여하지 못하는가.’
‘누구의 목소리가 통하고, 누구의 목소리가 외면되고 있는가.’
‘지금의 '당연함'은 과연 누구의 당연함인가.’

구조적 폭력은 학교에도, 지역사회에도, 사회 전체에도 존재합니다. 그래서 그 구조를 조금씩 바꾸어 가는 일 이야말로 적극적 평화를 만들어 가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금까지 '학교를 바꾸자'는 마음으로 활동해 왔습니다. 피스모모를 만나서 그 실천은 학교만의 이야기가 아니라평화를 만들어 가는 실천이기도 하다고 말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학교 DE&I와 사회 구조

저는 일본에서 학교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를 추진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제게 중요한 키워드는 '당연함'이라는 말입니다. 사람마다 각자의 '당연함'이 있습니다. 민족과 출신, 가정환경과 경제적 상황, SOGI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어려워하는지, 무엇에 관심을 가지는지, 편안함을 느끼는 환경과 그렇지 않은 환경, 어떤 상황에서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등은 모두 저마다 다릅니다. 하지만 사회, 학교, 모든 공동체와 조직에는 그곳만의 '당연함'이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일본의 학교에는 다음과 같은 '당연함'이 있습니다. 아마 한국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수업 시간에는 50분 동안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이 당연하다.
모두가 같은 속도로 같은 내용을 배우는 것이 당연하다.
일본어를 읽고 쓸 수 있는 것이 당연하다.
교복을 입고 학교 규칙에 맞게 단정한 모습을 갖추어야 한다.
옷을 갈아입거나 숙박을 할 때, 생물학적 성별에 따라 단체로 씻는 것이 당연하다.
매일 주는 숙제를 집에서 해오는 것이 당연하다.

자신의 '당연함'과 자리의 '당연함'이 일치하는 사람은 큰 어려움 없이 환경에 적응하고 자연스럽게 참여하며,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됩니다. 반대로 자신의 '당연함'과 자리의 '당연함'이 맞지 않는 사람은 환경에 적응하기 어렵고, 참여하기가 힘들어져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됩니다. 그런 사람(소수자)에게는 지금의 '당연함'이 일종의 장벽(barrier)이 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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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일본어가 모어(母語)가 아닌 학생은 수업 내용뿐만 아니라 학교에서 보내는 가정통신문도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감각과민증이 있는 학생은 형광등 불빛이나 종소리만으로도 쉽게 지쳐버릴 수 있습니다. 트랜스젠더나 논바이너리 학생은 교복이나 탈의실, 수학여행에서의 샤워 시간을 생각하기만 해도 학교에 가기가 괴로워질 수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에서는 교복비와 교재비, 수학여행비 등이 학생의 심리적 부담이 됩니다. 과잉행동과 충동성이 높은 학생은 '의욕이 없다', '산만하다'등 부정적인 시선을 받으며 자기긍정을 잃어갈 수도 있습니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이유는 그 곳의 '당연함'이 다수를 중심으로, 다수자에 맞춰 만들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제도와 문화, 관습은 의도하지 않아도 특정한 사람들을 배제합니다. 악의가 없더라도 누군가는 어려움을 겪고, 배제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불균형은 다수에게는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결국 그 어려움은 '노력이 부족하다', '제멋대로다', '적응력이 떨어진다'는 식으로 개인의 문제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단순히 '어려움을 겪는 학생을 지원한다'는 생각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필요한 것은 그 학생을 어렵게 만드는 원인인 지금의 '당연함', 즉 현재의 방식과 상황, 환경, 규칙, 전제 등을 낯설게 바라보는 일입니다. 이것은 장애인운동에서 발전해 온 사회모델(Social Model)’의 관점이기도 합니다.

 

'학교의 당연함'을 업데이트하기

저는 자주 "학교의 당연함을 업데이트합시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예를 들어 수업 시간에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고 자꾸 말을 하거나, 교실을 돌아다니다가 선생님께 혼나는 A라는 학생이 있다고 상상해봅시다. 먼저 그 학생이 어려움을 느끼고 적응하지 못하게 만드는 현재 환경의 '당연함'=장벽이 무엇인지를 찾아봅니다. 장벽을 찾은 다음에는 "그렇다면 이 '당연함'을 어떻게 전환하거나 조정할 수 있을까?" 를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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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의 참여로 '당연함'을 바꾸기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바로 당사자의 목소리를 듣는 것’, 그리고 당사자가 참여하는 것입니다. 학교 공간에서 학생들은 소수자입니다. 인원수로는 학생들이 더 많겠지만, 학교의 '당연함'을 결정하는 권력은 어른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참여가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또 다른 소수성 (장애, 취약한 가정환경, 이주배경 등)을 가진 학생들이 안심하고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학생들이, 그리고 소수자들이 안심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이 없다면 진정한 어려움은 결코 드러나지 않고, 구조적 불균형도 바로잡을 수 없습니다. 포용적인 환경을 만들어 안전한 감각을 높이면 학생들은 자기 목소리를 더 쉽게 낼 수 있습니다. 그러면 어른들은 그동안 가시화되지 않았던 어려움과 불균형을 발견하고, 학교의 '당연함'을 낯설게 볼 수 있게 됩니다.

인클루전(Inclusion), 즉 장벽을 제거하는 일과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일은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두 개의 바퀴입니다. 학생들이 안심하고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게 되면, 교사들도 안심하고 학교의 문제를 이야기할 수 있게 되고, 그리고 그 목소리를 통해 학교의 규칙과 환경이 조금씩 변해가는 것. 이러한 선순환을 일본 학교에 널리 실현해 가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앞으로 전문위원으로서 모두와 함께 평화교육을 배우고 일본의 학교 DE&I’의 실천도 함께 나눠 가면서 서로 배우고 성장하는 관계를 만들어 갈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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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케다 미도리

일본에서학교 DE&I (다양성·형평성·포용성)’를 주제로 연수, 강연, 집필, 워크숍 및 행사 기획 운영, 학교 현장과 교직원을 위한 동행 지원 및 컨설팅, 교육운동 등을 하고 있다. 일본 국내외의 다양한 교육 현장을 방문하고 배우는에듀트립 (EDUTRIP)’도 기획 운영하고 있다. 개인 활동과 더불어, 학교 DE&I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현장의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전국 교직원들과 함께 NPO법인 ‘School Voice Project'를 설립하고 이사 및 사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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