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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쟁과 지프니 운전사

교전 속에 갇힌 나라 : 제국주의 전쟁과 필리핀의 위기

2026.04.01 | 조회 7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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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전역의 여러 지프니(Jeepney)* 노선이 3월 26일부터 27일까지 파업에 동참했다. 주요 도시 뿐 아니라 지방 곳곳에서도 시위가 이어졌다. 지프니 운전사들 외에도 그랩(Grab), 앙카스(Angkas) 등 운송망 기반 차량 서비스(TNVS) 운전자들이 거리로 나왔고, 통근하는 시민들, 유가로 영향을 받은 여러 시민들도 함께했다. 이번 집회는 단순히 교통 노동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치솟는 유가, 낮은 소득, 높아지는 생활비에 대한 국민적 불만이 한껏 쌓여 폭발한 결과다.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은, 필리핀에도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미국 제국주의 체제 아래 오랜 세월 종속되어 온 필리핀은 그 여파에서 자유롭지 않다. 국제 유가 급등은 이 나라가 안고 있는 구조적 취약성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석유를 거의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는 탓에, 세계 시장의 불안 요인—분쟁, 투기, 공급 차질—이 바로 국내 경제를 흔들기 때문이다. 최근 몇 주 새 유가가 거의 세 배로 폭등했고, 그 여파는 고스란히 서민들의 주머니로 전가됐다.

'We are being choked': Philippines transport workers strike over fuel costs (BBC, 2026년 3월 25일)
'We are being choked': Philippines transport workers strike over fuel costs (BBC, 2026년 3월 25일)

석유는 일상의 거의 모든 분야와 맞닿아 있다. 교통, 식량 생산과 유통, 전력, 제조업까지—연료비가 오르면 비용이 연쇄적으로 상승한다. 교통 요금이 오르고, 식품 값이 뛰고, 전기 요금이 급등하며, 물가 전반에 인플레이션이 확산된다. 그 결과, 저임금 노동자들과 서민 가정은 생필품을 감당하기조차 어려워진다.

가장 먼저, 가장 심하게 타격을 받는 사람들은 교통 노동자들이다. 불안정한 근로 조건 속에서 '지프니 퇴출(phaseout)'* 정책의 위협까지 마주한 지프니 운전사들은 하루 벌이로 가족을 먹여 살리기 벅차다. 연료비와 경계비(boundary fee)*, 운영비 등을 제하면 하루에 남는 수입은 고작 300페소(약 5달러) 수준이다. 그랩 운전사 등 호출 기반 운송 노동자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어떤 이들은 하루 6,000페소를 차량 소유주나 금융업자에게 넘겨야 하고, 유가 폭등과 수요 변동 속에서 늘 부채의 굴레를 안고 산다. '독립 계약자'라는 이름 아래 이들은 노동 보호도, 사회 안전망도, 정부 지원도 없이 모든 부담을 스스로 떠안고 있다. 교통 노동자들의 현실은 구조적 방치 속에 경제적 충격에 고스란히 노출된 필리핀 비공식·플랫폼 노동자 전체의 취약한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 위기의 불길은 다른 생계 분야로도 번지고 있다. 수천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필리핀에서 어민들은 연료비 상승에 속수무책이다. 선박 운항과 장비 유지 비용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치솟자, 많은 어민들이 조업일수를 줄이거나 아예 출어를 중단했다. 생계는 물론 지역 식량 공급까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농민들 또한 관개, 비료, 농산물 운송비 급등으로 큰 타격을 받으며, 그 부담은 다시 국민의 밥상 물가로 돌아온다. 임금은 제자리인데 생활비만 오르니, 그 고통은 결국 가장 취약한 이들에게 집중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홍수 방지 사업과 관련된 부패 사건들이 잇따르며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국민이 낸 부가가치세(VAT)와 소비세는 서민의 부담으로 남는 반면, 대기업은 여전히 세금 감면과 면세 혜택을 누린다. 식료품값, 교통비, 생활비가 치솟는 상황에서도 공공 세수는 실질적인 구호나 구조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국민들은 자신이 낸 세금이 사회로 환원되지 않고 권력과 기업의 이익만 채운다고 느낀다. 공공의 신뢰는 무너지고, 필리핀 국민의 복지보다 기업과 엘리트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구조적 불평등에 대한 분노는 커져만 간다.

정부의 대응은 여전히 단기적이다. 일회성 5,000페소 보조금이 지급됐지만, 장기화된 물가 상승 앞에서 이런 지원은 잠시 숨 돌릴 틈을 주는 데 그친다. 필리핀 경제를 세계 유가에 취약하게 만드는 근본 문제들—석유 수입 의존, 민영화된 에너지 체제, 유가 자율화, 취약한 국내 산업 기반—은 여전히 손대지 않은 채 남아 있다.

'석유 규제 완화법(Oil Deregulation Law)'은 정부의 가격 통제를 풀어, 석유 기업들이 국제 유가 변동에 따라 소매가를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현실은 한쪽으로만 기울어 있다. 국제 분쟁, 제재, 투기 거래로 유가가 오를 때마다 그 부담은 곧바로 국민이 떠안는다. 교통비, 식품 가격, 전기요금이 줄줄이 오르는 동안 석유 기업들은 막대한 가격 결정권을 쥐고 이윤을 지킨다. 소비자를 보호할 장치는 없다.

이 모든 상황은 필리핀이 여전히 반식민 국가의 그림자 속에 놓여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제국주의 전쟁이 필리핀 국민에게는 유가 폭등, 빈곤 심화, 부채 증가, 삶의 질 악화로 되돌아온다. 이번 교통 파업과 시위는 단순한 유가 인상에 대한 반발이 아니라, 필리핀 경제를 미국 제국주의의 처분에 내맡기는 체제에 대한 누적된 분노의 표출이다.

세계 정세가 점점 긴장 국면으로 치닫는 지금, 제국주의 전쟁의 불똥은 필리핀만이 아니라 전 세계 민중에게 튀고 있다. 이 현실은 구조적 종속을 끊고, 자립적 산업을 세우며, 에너지 주권을 추구하고, 공평한 과세를 실현하며, 국가의 자주성을 회복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평화와 경제적 안정, 사회적 복지를 위한 필수 토대임을 일깨워준다.

이 위기를 근본적으로 넘어서려면, 이윤과 엘리트의 이해가 아닌 사회적 필요를 중심에 둔 경제 체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에너지, 교통, 식량처럼 국민의 삶을 떠받치는 핵심 부문이 사적 이익이 아닌 공적 복지를 위해 운영될 때, 필리핀은 제국주의 전쟁과 세계 경제의 충격, 구조적 불평등에도 흔들리지 않을 회복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자국의 자원을 되찾고 공동선을 우선시할 때, 비로소 필리핀은 더 정의롭고 자주적이며 지속 가능한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

 

*지프니(Jeepney): 필리핀의 대표적인 대중교통으로, 미군이 사용하던 군용 지프를 개조하여 만든 차량

*지프니 퇴출 정책: 필리핀 정부가 노후 지프니를 친환경 차량이나 현대식 차량으로 바꾸도록 추진하는 교통 현대화 정책입니다. 주요 목적은 대기오염과 교통 문제를 줄이는 것이지만, 운전기사들은 차량 교체 비용과 생계 불안을 이유로 강하게 반발해 왔다.

*경계비(boundary fee): 필리핀 지프니 운송업계의 관행적 제도인 '바운더리 시스템(boundary system)'에서 비롯된 용어. 운전사가 차량 소유주로부터 지프니를 빌려 운행하는 대가로 매일 일정액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승객 요금 중 이 금액을 초과한 나머지만 운전사의 수입이 된다. 사실상 하루 단위의 차량 임차료에 해당하며, 고정 임금 없이 수입이 전적으로 승객 수에 달려 있어 운전사의 소득 불안정을 심화시키는 구조로 오랫동안 비판받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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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라(Paula)

아시아태평양연구네트워크(APRN) 프로그램 코디네이터. 필리핀대학교 마닐라 캠퍼스에서 정치학을 공부했다. APRN의 일원으로서 침략전쟁, 그로 인한 사회적·인간적 피해, 그리고 지속가능한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전략을 분석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더 정의롭고 평화로운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향한 집단적 행동을 이끌어내는 데 기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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