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주변, 주변의 시간"은 평화와 커먼즈의 관점에서 현실을 조망하는 언론 <더슬래시>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발간한 글들을 담은 전자책 <교차하는 말들>의 열 네 번째 챕터입니다. 서로 다른 일상과 활동 속에 살아가는 여러 필진들의 눈으로, 교차하고 변화하는 우리의 삶들을 발견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교보문고와 알라딘에서 전자책을 구매하실 수 있어요:)
아직 바람엔 겨울의 여운이 남아있지만, 봄은 이윽고 당도하였습니다. 정말 너무 추웠던 지난 1월 넷째 주 수요일, 설 연휴를 보내고 출근한 사무실은 추워도 너무 추웠습니다. 그 추위를 견디게 했던 힘은 하나였어요. 이 또한 지나가리라. 시간은 흐르고 봄은 온다는 것이었지요. 그런데 카를로 로벨리 Carlo Rovelli의 책을 읽고 나니 시간에 대한 저의 감각이 달라졌습니다.
로벨리는 상호작용, 관계, 네트워크라는 개념들을 통해 시간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이 세상을 구성하는 입자들은 시간 속에, 공간 속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서로 상호작용함으로써 존재하며,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었어요. 시간은 단선적으로 흐르는 것이 아니고, 과거는 지나간 채로 고정된 것이 아니며, 그 순간 상호작용하는 모든 것들과 함께 만들어진다는 것이지요.
시간은 다양한 입자들이 만들어 내는 관계, 끊임없는 상호작용이며 그렇게 만들어진 시간들이 서로 연결된 네트워크로 출렁이는 현실. 시간을 저와 관계된 모든 것들의 상호작용이라 상상하자니 저를 둘러싸고 있는 지금, 여기가 매우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로벨리의 이야기를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한 것 같은데, 누구와 함께 있는가, 무엇을 하는가에 따라 시간의 흐름이 매우 달라졌던 순간을 떠올려보면 로벨리의 이야기를 이미 체험하며 살아온 듯도 합니다. 로벨리는 책에서 말합니다. “평생 시간의 주위를 맴돌고 나서 시간의 물리적 구조는 복잡하고 다층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시간을 빼앗기고 있음’ 또는 ‘시간을 빼앗고 있음’을 알아차리는 것은 더 넓은 연결을 가능하게 합니다. 보편적인 기준이라는 것이 실은 누군가의 시간을 착취하여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 기록된 역사가 실은 다른 누군가의 역사를 삭제함으로써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시간은 모두에게 평등하다는 말을 종종 듣고는 합니다.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진 시간이라는 자원을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결정될 것처럼 엄포 놓는 자기계발 서적류의 진부한 협박은 시간을 바라보는 이 사회의 전반적인 태도를 반영하고 있기도 하지요. 하지만 시간은 결코 평등하지 않습니다. 어떤 관계와 맥락 속에 놓여 있는가에 따라 시간은 매우 다르게 경험되니까요. 그러므로, 우리는 서로의 시간에 대해 함부로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지하철을 멈추어 세우는 전장연의 시위에 대해 ‘나의 시간도 소중하다’고 말하기 전에, 우리가 서로의 시간을 착취하는 구조에 일조하지는 않는지, 나의 시간이 누군가의 빼앗긴 시간 위에 지어진 집은 아닌지, 그 시간의 바깥에서 다만 잠자코 돌아볼 시간이 필요합니다.
"시간의 주변, 주변의 시간"에 담은 글
- 향기 있는 시간을 위하여/ 오은영
- 빛의 속도로 화장실을 갈수 없다면 / 덴마
- 잠깐, 오빠의 승리를 비는 거 말고요 / 김엘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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