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과 냄새, 소리로 기억하는 폭력

도시에 내리는 검은 비

2026.03.18 | 조회 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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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슬래시

평화와 커먼즈의 렌즈로 세상을 봅니다.

나는 GCC 국가에서 지속 가능한 AI 전략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는 창업가이다. GCC 국가(걸프 협력국)란 사우디아라비아, UAE, 쿠웨이트, 바레인, 카타르, 오만 6개국으로 구성된 중동 지역의 경제 및 안보 협력체를 의미한다. 이곳은 석유, 가스 자원 등 세계 천연자원과 에너지 공급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했고, 최근에는 석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관광/첨단기술의 허브로도 새롭게 성장하고 있다.

어린 시절 유엔과 국경없는의사회에 대한 영상을 우연히 본 후, 중동/아프리카 지역 분쟁과 인도주의에 관심이 생겼다. 하지만 미래에 중동에서 일을 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2017년 이후 UAE에 있는 2곳의 한국 회사에서 직장 생활을 하면서 중동과의 인연이 시작됐다. 4년 이상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 법인들의 고객 데이터 분석과 디지털 역량 강화를 도왔다. 하지만, 이 지역 밖인 유럽 등 다른 지역에 호기심이 생겨서 3년 간 중동을 떠났었다. 결혼한 뒤, 남편이 태어난 바레인에서 새로운 삶을 함께 시작하게 됐다. 어느덧 GCC 국가로 다시 돌아온 지 1년 반이 지났다. 

해외에 살았지만, 부모님 생신 또는 명절에는 가능한 한국에 가려고 노력했다. 2026년 2월에 한국에서 명절과 아버지 생신을 함께 보낸 후, 2월 28일에 바레인에 돌아왔다. 바레인은 한국 직항이 없어서 UAE 수도인 아부다비를 거쳐서 새벽에 도착했다. 열 몇 시간의 장거리 비행으로 매우 피곤했다. 집에 오자마자 기절했지만, 시차 적응이 안 돼서 이른 아침에 깼다. 

‘윙~~~’ 갑자기 핸드폰 사이렌이 울렸다. “이거 뭐야, 웬 위험 경고 알람이지?” 몇 분 지나자, 굉음이 들렸다. ‘우당탕퉁탕, 팡팡’. 상황 파악이 안 된 내게 남편은 건물 지하로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옆집 이웃 부부도 집 밖으로 나오는 것을 보니 뭔가 이상한 상황이었다. 꿈꾸는 것 같았고, 여전히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안 됐다. 하늘에서 연기와 함께 굉음이 한 번 더 들렸다. ‘팡팡, 우당탕탕’. 내 머리 위로 날아오는 미사일을 직접 보니 믿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집에 도착한 지 10시간도 안 돼서, 바레인에 있는 미군기지가 공격받았다. 뉴스를 확인해 보니 같은 시간대에 이웃 국가들도 공격을 함께 받았다고 한다. 

폭발물과 연기를 보니 2025년 6월 23일, 악몽 같은 경험이 다시 떠올랐다. 엄마 생신에 맞춰 한국에 들어갈 계획이었다. 바레인에서 UAE로 가려면 카타르 영공을 지나서 간다. 내가 탔던 비행기가 지나가자마자 카타르의 미군기지가 공격받았다고 한다. UAE 등 GCC 국가들의 영공이 갑작스럽게 폐쇄됐다. 영문도 모른 채 비행기 안에서 몇 시간 동안 갇혀있었지만, 다행히 별일 없이 한국에 도착했다. 그 당시 공격처럼 사전 경고로만 끝날 줄 알았다. 하지만 연속된 굉음은 뭔가 사태가 작년과 다르다고 느꼈다. 

한밤중에 서너 번의 폭발물 소리가 추가로 들렸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예측 불가능한 자폭 드론을 걱정하며 온갖 세계 뉴스들을 읽었다. 자극적인 기사들을 읽는 것은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정신 건강을 해치는 기분이었다. 폭발음은 주로 새벽에 들렸고, 이 사태는 2주가 넘게 진행됐다. 그래도 하루 종일 공격 받지는 않아서, 기본적인 일상은 유지할 수 있었고, 바레인 정부는 위기 극복 캠페인을 진행하며 단숨에 민간인 봉사자를 2만 명 이상을 모집했다. 우리는 어려운 상황에서 희망을 갖고, 서로 도우려고 노력했다. 보건, 엔지니어링, 물류, 행정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어려움이 있는 이웃을 돕겠다는 사람들이 빠르게 늘어났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바레인 시민 1.4만 명, 외국인 5천 명, 500개 이상 기업과 단체가 지역사회가 참여했다고 한다. 바레인 한인 커뮤니티 안에 사람들도 자발적으로 숙소와 이동 버스를 제공하기도 했고, 정부 기관들은 한국인들이 안전하게 귀환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었다.

오늘은 바레인 연료 탱크가 피격된 다음 날이다. 비가 자주 오지 않은 바레인에서 지난 일주일 동안 3일 이상 비가 내렸다. 슈퍼마켓 가는 길에 맡은 비는 오일 냄새가 섞여 있었다. 바다 건너면 바로 옆인 이란에서 오는 것인지, 바레인에서 시작된 대기오염 인지 알 수 없었다. 우산으로 비를 막았지만, 냄새를 맡은 후로 머리가 한동안 어지러웠다. 그래서 이 글을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쓰게 됐다. 만약 중동 분쟁이 길어진다면 예상되는 시나리오를 3가지로 정리했다.

첫 번째는 중동의 정유 시설 및 연료 저장소 공격이 계속된다면 1991년 걸프전처럼 환경 재앙을 줄 수 있다. 걸프전은 1990년대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하면서 발발한 전쟁이다. 미국 외에도 영국 등 서방국이 연합군으로 참전하면서 국제전으로 확대된 사건이다. 걸프전 당시 700개 이상의 유정에 불이 붙어, 대규모의 해양과 대기 오염을 일으켰다. 30여 년이 지난 지금, 중동에서 다시 정유 시설들이 폭발하고 있다. 

바레인은 공항 인근의 유류 저장 탱크가 터지고 발생한 연기가 독성이 강해서 화재 지역 근처의 거주민들에게 하루 동안 창문을 닫고, 외부 활동은 삼가라는 공지문을 전달했다. 신속한 초기 대응으로 화재는 금방 진압됐지만, 그다음 날 ‘검은 비’가 내렸다. 평소와 달리 냄새가 강한 비를 맞으니 찝찝해서 인터넷에 검색해 봤다. 

3월 10일에 발행된 유엔 뉴스에 따르면, 유엔 인권 사무소 대변인 라비나 샴다사니는 “이스라엘과 미국의 테헤란 석유 저장소 공습으로 인해 유독성 오염 물질이 공기 중으로 확산되고 있다. 건강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우려한다”를 표명했고, 유엔 세계보건기구 대변인 크리스티안 린드마이어는 “공습 이후 테헤란에 내린 ‘검은 비’와 ‘산성비’가 이란 국민에게 실제로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 호흡기 건강에 영향을 미치고, 수질을 오염시킬까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오일 공장 테러가 지속된다면 유해물이 해양과 지하수로 스며들어 수십 년 간 생태계와 식량 체계를 위협할 수 있다. 이것은 이란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중동 국가들의 식수원과 토양 오염으로 문제가 될 것이다. 여기서 문제는, 사막이 아니라 인구가 밀집된 도시 중심으로 폭발물들이 터지고 있어서, 환경 오염 피해가 확산되는 상황이다. 현재 분쟁이 환경을 파괴하지 않도록 국제적인 법적 대응이 필요하다. 에너지 시설 등이 전략적인 군사 표적이 되지 않게 사전에 막는 것은 어떤가?  

두 번째는 권력 강화를 위해 과학 기술을 악용한다면 민간인들도 같이 위협할 수 있다. 중동의 여러 국가에서 분쟁으로 인해 대규모 피란민과 실향민이 발생했다. 그중 가장 마음이 아팠던 부분은 AI 드론 무기의 잘못된 판단과 데이터 입력으로 아이들을 포함한 민간인들이 공습받았다는 소식이었다. 과학자들이 처음 개발했을 때는 인간의 삶을 편리하기 위해 만들었을 텐데, 잘못된 목적으로 과학 기술이 인간의 목숨을 위협하는 모습을 지켜보니 안타까웠다. 만약 무기들을 에이전트 AI를 통해서 모든 프로세스를 자동화했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전쟁 지역에 있어 보니 24시간 내내 공격받지는 않아서, 3~4일에 1번씩 생활용품을 살 수 있었고, 숨을 쉴 타이밍 있었다. 만약 모든 무기가 AI를 통해 자동화가 됐다면 어떨까? 24시간 내내 공격받을 수도 있는데, 우리는 과연 물과 쌀을 사러 밖으로 나갈 수 있었을까?

AI 무기가 특정 군사 목표 지역을 효율적으로 공격하는 데 사용한다고 말했지만, 실상은 민간인들이 먹는 물과 에너지를 끊기 위한 시도가 몇 번 있었다.  나는 우리 집 안으로 미사일이 날아올 위험 확률보다, 최첨단 과학기술이 탑재된 무기 공격으로 인해 물과 전기가 단숨에 끊어질까 봐 무서웠다. 인간이 원한다면 현재 발전된 기술로 구현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자율 살상 무기에 대한 인간 통제를 의무화하는 국제법적 장치가 있는지 모르겠다. 만약에 없다면 반드시 이 부분이 필요할 것이고, AI 무기가 모든 것을 계획하고, 결정하고, 액션을 할 수 있다고 해도, 우리는 AI에게 모든 결정 권한을 주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AI의 예측과 추론은, 불확실성 안에 있는 확률 중 가장 가능성이 큰 값으로 선택하기 때문이다. 이 말은 즉, 그 안에서도 오류가 있기 때문에 오작동될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인간미’가 무엇인지 모르는 AI가 ‘인간의 가치와 존엄성을 반영한 프로세스’를 자체적으로 만들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인간이 프로세스를 직접 검수하고, 보완해야 한다. 

미래에 반복적인 인명 피해를 겪지 않기 위해서는, 국제 사회가 AI 자율 살상 무기가 물 등 생존에 필요한 기본 민간 인프라 공격을 금지하는 '중립 지대'로 명확히 정해야 한다. 이를 위반할 시 인권 침해로 분류해야 하며, AI 무기의 부정적인 행동을 통제하는 법률을 제정하거나, 군사 무기를 판매하는 의사결정자와 연구원들은 잠재적인 위험에 대한 문제 해결책을 준비해야 한다. 나는 미사일 소리를 들을   때마다 끊임없는 상상과 의문점이 생겼다. 6가지를 예로 든다. 

  • “AI 자폭 드론이 인간의 개입 없이 특정 사람을 표적으로 삼아 공격한다면 민간인 피해가 전혀 없을까?” 
  • “100% 달성할 것이라고 믿는가?” 
  • “100% 달성한다고 해도 과연 윤리적으로 이슈가 없을까? 사용 목적이 무엇인가?”
  • “인간의 의도와 달리 AI가 나쁜 목적을 암묵적으로 숨기고 있다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 “드론 말고, 다른 생화학 무기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AI를 사용했다면 더 끔찍하지 않을까?”
  • “전쟁 상황 실태를 분석한다는 용도로 AI가 모든 회의, 대화 내용 등을 녹취하며, 사람들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감시하고 통제한다면, 이는 개인 사생활 침해인가?”

 

자율 살상 무기 AI에게 인류를 파괴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위험한 시도다. AI의 지능은 이미 우리 인간보다 똑똑하지만, 한계가 많다. 내가 걱정하는 부분은, 만약 미래에 AI가 인간으로부터 통제받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이후이다. AI가 우리가 알려줬던 방법으로 부대와 무기를 자체적으로 만들어서 24시간 내내 공격하지 있을까? 상상하기도 싫다.

한편, 이곳은 IT 인프라 공격의 위험도 커지고 있다. UAE와 바레인에 있는 AWS 데이터 센터가 군사 공격을 받았고, 미국과 이란은 서로에게 사이버 공격과 보복을 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UAE와 바레인의 경우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자국에서 AI를 이용한 과장/허위 정보 공유, 군사 보안 위치 등의 기밀 누출, 정부 기관을 사칭한 사기 등에 대한 사이버 공격에 대해 심각하게 경고했다. 바레인의 경우, 다행히 사이버 공격에 대한 빠른 대응과 강한 처벌을 주고 있다. 

얼마 전에는 데이터센터 뿐만 아니라 다른 빅테크 기업의 중동 사무실들도 공격 리스트에 올랐다고 한다. 이런 위협과 행동은 적군에게 유리한 데이터와 정보를 끊어버리고, 민간 경제 인프라와 군사용 시스템을 함께 무너트리려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세 번째는 글로벌 공급망 마비와 경제적 충격을 줄 것이다. 이 분쟁은 군사 기지 뿐만 아니라 경제와 혁신 인프라, 민간 주거지 등도 함께 피해를 주고 있다. 물류 공급 차질로 인한 일부 기업들의 원가 부담이 커진다는 소식을 계속 듣고 있다. 이 상황이 길어진다면 중동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있는 소비자들에게 물가 상승 피해를 고스란히 입힐 것이다.

  • 호르무즈 해협 마비와 함께 아람코 등 걸프 국가의 주요 석유회사 정유 공장이 공격받았다. 이는 국제 유가 상승에 영향을 미쳤고, 항공, 여행 산업 등에 물가 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전 세계 헬륨 공급의 약 1/3을 차지하는 카타르 라스라판의 LNG 시설 가동 중단은 액화 천연가스 외에도 반도체 등 첨단 산업 공급망에 마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 전 세계 알루미늄의 주요 공급자 중 하나인 바레인의 Alba 공격은 알루미늄 공급 중단 여파로 인해 국제 알루미늄 가격이 약 4년 만에 최고치로 상승했다. 이는 자동차, 가전/IT제품, 식음료 등 소비재 가격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걸프국의 주요 공항(UAE, 바레인, 쿠웨이트 등)에 대한 무인 드론 공격과 국제 은행 공격 위협은 글로벌 항공 물류와 금융 시스템 작동을 일시적으로 정지시켰다. 

중동 국가들의 경제와 에너지 인프라가 일부 손상이 됐지만, 재고 점검과 관리를 하며 민생 물가 안정에 노력 중이다. 다른 국가도 마찬가지겠지만, 바레인은 실 생활용품에 대한 사재기 현상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분쟁이 장기화가 된다면 영공이 열려있는 국가들을 통해 육상 물류 통로로 추가적인 비상용품 반입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공격의 표적이 되는 화석 연료 기반 시설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분산형 재생 에너지 시스템 전환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중동은 지리적 요충지이면서도, 오랫동안 분쟁 이슈가 많았기 때문에 무기가 아닌 외교 협상으로 해결해야 한다. 정부는 이슈 방지 관련 필요한 정책을 사전에 마련하고, 기업은 다자 간 전략적으로 위기 대응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개인이 개방적인 사고를 갖고 다른 배경이 있는 사람들을 이해하고, 화합해야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까?

결론적으로 중동 분쟁은 인명 피해와 건물 파괴 외에도 환경 위기에 노출되어 있고, 에너지와 천연자원, 심지어 식수, 경제, 디지털 혁신을 위협하고 있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환경 파괴와 AI 자율 살상 무기 사용에 대한 국제법적 규제가 하루빨리 만들어지길 바란다. 예를 들어 물과 에너지, 경제 인프라를 군사 목표에서 영구적으로 제외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공급망 다변화를 통해 중동 지역의 경제 위험이 전 지구적 붕괴로 이어지지 않도록 복원하여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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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예슬

중동에서 지속 가능한 AI 전략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는 창업가이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했고, 창업 전에는 10년 간 다국적 기업에서 데이터 분석가와 디지털 전략가로서 4개 업계(유통, 광고, 전자, 금융)에서 50여 개국을 담당했다. 기업 혁신을 이루기 위해 인간 가치를 우선으로 두며, 책임감과 창의적인 사고로 비즈니스 문제를 해결하는데 11년 이상 도움을 주고 있다. ‘부캐’로는 한국에서 자기 계발과 철학 에세이 작가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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