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으로 침묵된 '기억'
여러분은 2022년 10월 29일 오후 10시, 서울의 번화가인 이태원에서 발생한 압사사고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습니까? ‘친구들과 밥을 먹고 귀가해서 막 샤워를 마친 참이었다.' '학원에서 돌아오는 길, 역 앞의 큰 화면에서 나오는 뉴스를 보았다.' 등 많은 사람들이 '그때'를 주변의 모습, 소리와 냄새, 그리고 일상이 갑자기 무너져 버리는 충격과 함께 기억하고 있을 것입니다.
인류는 역사적 이벤트를 마주한 흥분, 또는 기념할 만한 삶의 고비를 지나 맛본 감동, 목표를 달성한 기쁨, 실수를 겪은 억울함, 그리고 충격적인 슬픔을 오감과 함께 기억해 왔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애초에 기억에 남지 않는 것도, 잊어버리고 싶은 '어두운 역사'도 있죠.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살아가기 위해서 잊는 것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정신분석의 창시자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자연재해를 포함한 '불합리한 폭력'을 맞닥뜨린 사람이 그것을 언어로 표현하려 하지 않고 '없었던 일'로 만드는 경향이 있음을 지적했습니다. 피해자는 그 경험을 무의식적으로 마음속 깊이 봉인하고, 결국에는 잊음으로써 어떻게든 평정을 유지합니다. 프로이트는 이러한 심적 메커니즘을 해명하고 그것을 억압(repression/ verdrängung)이라고 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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