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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함을 깨고, 소리내어 일어나기

2026.10.13 | 조회 19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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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의 헤노코 기지는 주거지와 너무 근접해 헬리콥터 추락 사고와 소음문제 등의 피해가 반복되고 있는 후텐마 기지를 이전하기 위해 건설되고 있는 미군 기지입니다. 과거 오키나와현청은 기지의 오키나와 외부 이전 혹은 기지 폐쇄를 주장했지만, 미국과 일본 정부의 압박으로 2013년에 후텐마 기지의 헤노코 이전에 동의했습니다. 오키나와현정부와 주민들은 헤노코 기지 건설을 법정 소송과 주민투표를 통해 오랜 기간 반대해왔습니다. 미군기지의 존재 자체가 오키나와에 경제적, 군사적 부담으로 작용하는 이유도 있었지만, 산호초가 아름다운 바다를 매립해야 하고, 헤노코 북쪽의 연약 지반이 기지 건설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이에 다마키 데니 전 지사는 매립을 위한 설계 변경을 승인하지 않았지만, 23년 말, 중앙 정부 국토교통상이 승인을 대집행하여 24년 1월 10일 매립 공사를 시작했습니다.  

 

바다 건너 건설 공사가 진행 중인 헤노코 기지. 사진: 가연
바다 건너 건설 공사가 진행 중인 헤노코 기지. 사진: 가연

하지만 헤노코의 연약 지반을 굳히기 위한 공사는 2026년 8월 기준으로 13% 밖에 진척되지 못했습니다. 그 사이 기지 건설에는 6483억엔(5조 5,087억 원)이 지출되었고, 완공 시기도 계속 연기되고 있습니다. 지금 대로라면 2036년에야 완공될 예정인데, 미군은 지난 2월, "헤노코 기지 활주로가 충분히 길지 않아 완공된다고 해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헤노코 기지가 건설된다고 해도 후텐마 기지가 반환될 지 불투명해진 상황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9월 13일 오키나와 지사 선거가 있었습니다. 고자 겐타 후보가 당선됐는데요. 8년간 재임하며 헤노코 미군 기지 건설에 반대했던 다마키 데니 지사와는 달리 고자 겐타는 자민당 등 보수 정당 연합의 추천과 다카이치 일본 총리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은 보수 진영 지사입니다. 다카이치 총리는 당선된 고자 지사에게 "최선을 다해 주셨다"며 정부와의 협력을 확인했습니다.

고자 겐타 후보의 당선을 일본은 물론 한국 언론에서도 주목하며, "오키나와서 12년 만에 보수 지사 탄생···‘미군 기지’보다 ‘민생’ 택했다(경향신문)", "'평화주의' 오키나와 지사 퇴임…日, 남서지역 방위력 확충 전망(연합뉴스)" 한다고 보도했는데요. "전국 최하위 수준인 1인당 현민소득을 10년간 2배로 늘리겠다", 후텐마의 위험성을 빠르게 제거하기 위해 "미군의 헤노코 이전을 용인하겠다"는 등의 공약이 오키나와 현민의 기지 갈등 해결과 민생 회복 욕구에 조응했다는 분석입니다.  

더불어 고자 지사의 당선을 바탕으로 일본 정부의 방위 체제 강화에 따라 중국 리스크에 대항하기 위한 자위대 집중 배치를 본격화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오키나와의 여론은 물론 오키나와 현청과의 불화 없이 중앙 정부의 의지대로 '남서 시프트'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입니다. '남서 시프트'는 일본 정부가 중국의 해양 진출을 배경으로 규슈 최남단에서 오키나와 요나구니섬 주변에 걸쳐 자위대 배치 등의 방위 체제를 강화하는 정책입니다. 2016년 이후 대만에 근접한 요나구니섬, 미야코섬, 이시가키섬 등에 부대를 편성해 왔는데요. 다카이치 정부는 이에 더해 2026년 8월 4일 "2026년판 방위백서"를 발표하며, "일본과 오키나와 현민을 지켜 나가기 위해" 남서제도의 방위 체제 강화는 불가결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러한 남서 지역 방위력 강화는 도서부를 포함한 남서 지역에 대한 공격의 억지력·대처력을 높여 공격 가능성 자체를 낮추는 것이며, 남서 지역을 포함한 국민의 안전·안심으로 이어진다."

- 방위백서 2026, 남서 지역을 포함한 방위 체제 강화

이번에 발표된 방위백서에는 육상 자위대 제 15여단의 사단화, 남서 지역의 보급체제 강화가 포함되었습니다. 이를 위해 나하시를 거점으로 하는 육상자위대 인원을 2,300명에서 3,900명으로 증원하고, 중거리 지대공 유도탄 부대를 배치 (2030년도)할 것이며, 평시에도 자위대와 해상보안청이 이용할 수 있는 '특정이용공항·항만'을 지정할 계획입니다. '특정이용공항·항만'지정의 경우, 이미 일본 전국에 57곳이 지정되었고, 오키나와현 내에서는 국가와 시가 관리하는 3개 시설만 지정된 상태입니다. 현이 관리하는 공항의 지정에는 다마키 전 지사의 소극적 대응으로 지정이 보류되고 있었습니다.  

오키나와를 둘러싼 변화에 대해 일본의 싱크탱크 ND 이니셔티브는 "선거 결과로 중앙정부는 협상하기 더 수월한 현정부를 얻게 되었지만, 이것이 기지 문제나 일본의 안보 정책 방향에 대해 오키나와 사회가 광범위한 합의에 도달했다는 증거로 오인되어서는 안 된다."고 분석합니다.* 오히려 "오키나와를 포함한 일본 전체가 느끼고 있는 강한 침체감과 답답한 감정을 기반으로 많은 유권자들이 정체된 상황에서의 새로운 자극과 변화를 기대했던 것"으로 해석합니다.

고자 지사 또한 "1972년 오키나와의 일본 반환 이후 태어난 최초의 오키나와 지사이고, 일부에서는 고자를 오키나와 보수 정치의 전통적 계보와는 거리를 두는, 보다 '본토 지향적인' 보수 지사로 평가하기도"한다며, 정치안보적인 관점에서 보수와 진보로 나누기보다는, '류큐(오키나와) 지향'인지 '본토(일본 중앙 정부) 지향'인지로 나누어야 한다고 덧붙입니다. 즉, 고자 지사의 당선으로 중앙 정부와의 협상시 마찰이 적어질 것이라는 의미라고요.

실제로 고자 지사 당선 직후 다카이치 총리가 오키나와 예산을 편성하는 오키나와 담당상에게 "강한 오키나와 경제"를 지시했고, 2027년도 오키나와 진흥예산을 3000억엔 이상으로 늘리는 방향으로 조정에 들어갔습니다. 다마키 지사 재임 기간 내내 2600억엔대가 계속되었던 것과 비교하면 중앙 정부의 적극적인 지지가 가시화되는 지점입니다.

또한 취임 직후 고자 지사는 10월 1일 부로 '헤노코 기지 건설 대책과'를 폐지하고 '(후텐마 기지) 조기 반환 대책실' 설치를 발표하며, 정부의 기조와 일치하는 방향으로의 기지 문제 접근할 것을 시사하기도 했습니다. 고자 지사는 '오키나와가 과중한 기지 부담을 안고 있다는 사실을 일본 국민들이 인식해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오키나와의 '경제적 군사적 안위'를 위한 익숙한 선택, 즉, 새로운 미군기지 건설과 자위대 부대 배치를 용인한 것이죠.

ND 이니셔티브의 마츠오카 미사토는 "고자 지사의 승리 자체가 일본 정부에 오키나와에 대한 어떠한 새로운 법적·군사적 권한을 부여하지는 않는다"며 다만 "오키나와 내 미군 존재의 정치적 지속성을 높이고, 민간 시설과 지역 사회가 군사 계획에 더욱 밀접하게 연결되어, 오키나와의 군사적 통합을 점진적으로 심화시키는 데 기여"하게 될 것으로 분석합니다. 자위대 배치나 기지 건설 용인으로는 즉각적인 군사적 위협을 예상하기 어렵다는 것인데요. 이는 눈에 보이는 긍정적인 경제 이득 뒤에 국가 안보가 숨는 모호한 전략입니다. 오키나와처럼 기지가 관광 상품으로서 문화적 기반을 이룬 구조에서, 기지가 지역의 지속가능성이나 안보를 위협할 가능성은 쉽게 가려집니다.

"오키나와 전투에 대한 직접적인 기억을 가진 세대가 줄어들면서, 미군 기지가 늘 주위 풍경의 일부였던 환경에서 자라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그 결과 기지의 존재를 비정상적인 상태로 의문시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오키나와의 개방적이고 여유로운 문화적 이미지와 미군의 존재가 만들어내는 미국적 분위기의 결합은 일종의 엔터테인먼트나 관광 상품으로 소비되고 있습니다."

- 미야라 미나미, ND 이니셔티브

이러한 맥락에서 "군사적 환경에 대한 의존이 지역적 자립, 그리고 궁극적으로 진정한 경제 발전의 가능성을 저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금 고민해 보아야 한다"는 것인데요. 경제적 측면에서 볼 때, 오키나와현이 2015년 발표한 반환 부지 경제효과 조사에 따르면, 오키나와 전쟁 이후 주민들이 끈질긴 교섭 끝에 되찾은 땅은 기지가 있던 시절보다 더 풍요로운 경제 기반이 되었습니다. 같은 조사에서 후텐마 기지가 반환되면 직접 경제효과가 연 120억 엔에서 3,866억 엔으로 32배 늘어날 것이라고 추산합니다.  

더군다나 안보의 측면에서는 기지가 오히려 지역민들의 안보를 지속적으로 위협합니다. 지난 10월 4일, 주일 미군 해병대원이 오키나와현에서 일본인 여성을 살해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고자 지사의 취임 직후 일어난 이 사건에 대해 지사는 "기지와 이웃의 생활을 강요당하고 있는 현민들에게 큰 충격을 주어 새로운 불안을 초래한다."고 밝혔는데요. '기지와 이웃'하는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폭력사건은 매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마츠오카 미사토는 오키나와 주민들의 목소리가 국가와 지역 안보 논의의 일부로 반영되어야 함을 강조합니다. "도쿄에서 내려지는 결정은 섬 주민들의 삶에 매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정작 오키나와와 동북아시아의 안보는 ‘군사적 억제력’ 관점에서만 논의되면서, 결정에 참여하지 못하는 많은 존재들을 안전하지 못하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외교, 시민의 삶, 경제적 지속가능성, 그리고 해당 지역 사회가 자신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결정에 의미 있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능력 또한 살펴보아야."한다고 말합니다. 국가의 안보에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사람들의 민주적 참여가 있어야 지속가능한 평화도 가능하다고요.

2024년 6월, 오키나와 전쟁 79주기 추모제에서 다마키 전 지사는 <평화선언>을 통해 평화적 외교와 대화 프로세스를 통한 문제 해결을 제안했습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지금이야말로 우리 각자에게 요구되는 것은 부조리한 현상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미력으로도 소리를 내며 일어나는 용기, 그리고 행동하는 것입니다." 익숙함 뒤에 숨은, 국가가 보장하는 안보는 풍요로운 경제적 이득을 가져오는 듯 보이지만, 정작 그 땅의 사람들의 삶과 안전, 결정권을 갉아먹으며 존재합니다. "기지냐 경제냐"라는 이분법에 갇히기 보다는, 그 뒤에 겹겹이 존재하는 복잡한 안전의 욕구들을 하나 둘 끄집어내며 소리를 붙여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ND 이니셔티브는 일본과 국제 정부, 의회, 언론, 시민사회와의 교류 등을 통해 일본의 외교 및 안보 정책 결정 과정에 보다 다양한 목소리와 시각을 반영하고자 노력하는 일본의 싱크탱크로 더슬래시는 ND 이니셔티브의 마츠오카 미사토와 미야라 미나미님을 서면으로 인터뷰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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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츠오카 미사토  

테이쿄대학교 준교수로 재직 중이며, 2017년 1월부터 ND 이니셔티브(ND)에 참여해 왔습니다. 일본 내 '중국 위협론' 담론의 형성 과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국가 중심의 지배적인 안보 담론이 미일 동맹과 군사적 확장을 논의의 중심에 두는 반면, 환경 및 보건 리스크를 포함한 다른 형태의 안보를 가시화하지 못하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갈등을 살필 수 있는 명확한 사례로서 오키나와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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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라 마나미

오키나와현 이시가키시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2025년 5월부터 ND 이니셔티브의 스탭으로 있습니다. 2018년부터 2024년까지는 일본 방위성이 추진한 자위대 배치 '남서 시프트'의 일환이었던 이시가키섬 육상자위대 기지 건설 수용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를 추진하는 시민단체에서 활동했습니다. 이후 일본 내 논의가 '대만 유사시'에 대한 군사적 대응에 점차 집중됨에 따라, 오키나와, 대만, 일본 간의 상호 이해와 대화를 증진하기 위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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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연

피스모모 리서치랩 실장. 피스모모에서 평화와 저널리즘의 교차점을 모색하는 일을 하고 있다. 갈등전환, 평화저널리즘, 소통을 키워드로 저널리즘을 통한 평화세우기의 비전을 키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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