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님, 저 중국에서 일 못하겠어요. 뜨허헣허헉끄허끄"
바야흐로 2016년, 졸업을 앞두고 베이징의 한 회사에서 인턴으로 일할 때예요. 혼자 외근 나갈 수 있겠냐 하시기에, 큰 소리 땅땅 치며 회사 문을 나섰죠. "거기 파출소 직원들이 좀 많이 불친절한데, 너한테만 그런 거 아니니까 당황하지 말구."라는 말이 뒤따랐지만 그냥 그런가 보다 했답니다.
실제로 들리는 파출소마다 다들 화가 잔뜩 나있는 것 같긴 했어요. (중국 파출소 직원들은 업무상 특유의 엄격한 태도를 유지하려는 경우가 많은 편이에요) 여기저기서 퇴짜를 맞았고, 서류를 다시 준비해가야 했기 때문에 종일 택시를 타고 바쁘게 움직였죠. 그런데 문제는, 그날따라 제가 만난 모든 사람들이 그랬다는 거예요. 안 그래도 파출소에서 쭈구리가 되어 나왔는데, 하루 종일 드센 사람들을 상대하려니 진이 빠지더군요. 나도 지지 않겠다며 똑같이 퉁명스레 받아쳐보기도 했지만 웬걸, 씨알도 먹히지 않아요. 퇴근할 때쯤에는 대답할 기력조차 바닥이 나, 차라리 입을 꾹 다물어버리는 지경에 이르렀고요. 바로 그때 팀장님한테 전화가 걸려온 거예요. 😅
이 일을 계기로 두 가지 사실을 새로 발견할 수 있었는데요.
1️⃣ 중국에서 대학을 나왔다 한들, 학교 생활을 중심으로 익힌 중국어는 일부에 불과하며 2️⃣ 중국인들이 투박하게 말을 건넨다고 해서 그게 꼭 화를 내는 건 아니다-라는 거였어요.
그 뒤에 자세히 살펴보니, 한국인인 제가 듣기엔 틱틱거리는듯한 말투가 디폴트 값인 중국 사람들도 꽤 있었거든요. 그런 경우는 기본 억양 자체가 강한 것뿐이었던 거죠. 여기서 제 고민이 발생해요. '이 나라에서 내 의견을 제대로 피력하면서 살아가려면, 어떤 태도와 억양의 중국어를 구사해야 하지?'
"글쎄... 지지 않으려면 너도 그만큼 강해져야 하지 않겠어?"
라고 팀장님은 말했지만, 그렇다고 똑같이 드센 중국어를 구사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들의 타고난 억양을 외국인인 제가 이겨먹을리도 만무했고요. 그즈음 어떤 책이 답을 흘려주더군요.
혹시, 점점 쌀쌀맞게만 변해가는 스스로를 바라보며 "철이 들어 그렇다”라고 생각하고 있나요? 사실 그렇지 않아요. 정말로 철이 들면, 세상 모든 것에게 상냥해지기 마련이거든요. 📚
출처: <당신이 얼마나 강한지는 얼마나 상냥한가에 달려있어요.> 王珣
투박한 행실은 연약한 내면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며, 강인한 내면을 가진 사람만이 진정으로 상냥해질 수 있는 법이라는 글을 읽은 바로 그날, 저는 상냥한 사람이 되기로 결정했어요. 그다음부터는 길에서 무례한 중국인을 만나도 1️⃣ 그냥 평소 말투가 저런 걸 수도 있지. 2️⃣ 안 좋은 일이 있었나 보군. 근데 난 저 사람 감정에 휘둘리고 싶지 않아🙅🏻♀️ 식으로 받아들이게 되었구요. 말을 전해야 할 때는 의사를 명확하게 표현하되, 또렷하면서도 부드러운 어조를 사용했어요. 그랬더니 어떤 변화가 일어난 줄 아세요? 다들 저의 말에 더 집중해 주더군요! 처음보다 다소 누그러진 태도로 반응해오는 사람도 있었고요. 사실 당연한 결과이기는 해요. 다들 소리를 지른다고 해서 나까지 고래고래 질러버리면, 다 함께 묻힐 가능성이 훨씬 크잖아요. 반대로 상냥함을 특징으로 드러내면, 상대적으로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겠죠. 상냥함의 힘이랄지, 저는 회사에서 부드러운 한국 사람으로 인식되어 갔고, 동료들 또한 제게 상냥한 중국 사람이 되어주어, 우린 갖은 풍랑에도 불구하고 😂 즐겁게 일할 수 있었답니다. 아, 보고 싶네요 다들.
<상냥함을 말하는 말, 말, 말 🗣>
* 아래는 중국어 원문을 편집 및 번역한 내용이며, 약간의 의역이 가미되어 있습니다 *
중국어 버전의 음성 컨텐츠는 이번 주 내로 제작해서 사랑방에 공지 띄워둘게요. 번역 마감에 쫓겨 시간이 부족하지 뭐예요 흑흑.
구독자님, 4월부터는 티엔미미를 매주 발행해 볼 생각인데요. (대신 분량은 가볍게, 주제는 다양하게!) 혹시 페이니가 다뤄주었으면 하는 주제가 있다면 사랑방에 찾아와 알려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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